대단한 지구여행 - 흑해 연안 사람들 전화기는 없지만 와인과 야일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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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1.17. 08:04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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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지구여행
흑해 연안 사람들
전화기는 없지만 와인과 야일라가 있다
험준한 산맥이 자리 잡고 있는 터키 동부와 그루지야의 오지는 까마득히 먼 과거에 머물러 있다. 외딴 골짜기와 가파른 돌투성이의 길을 지나노라면 현대문명의 자취는 사라져 버리고, 푸르른 하늘과 엉겅퀴 그리고 잡초만 무성한 황량한 비탈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어두운 협곡을 세차게 흐르는 빙하의 물소리와 초자연적인 기운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 양털1)’ 이야기의 무대인 흑해(黑海) 연안에는 전통을 고수해 온 민족들이 살고 있다. 터키의 라즈족ㆍ헴신족ㆍ쳅니족ㆍ룸족에서부터 그루지야의 스반족ㆍ투시족ㆍ헤브수르족에 이르기까지 이곳 산악 지방에 사는 민족들은 언어와 의복은 서로 다르지만 역사의 뿌리는 같다. 이들 세계에서는 아직도 신성한 명예, 희생 제물, 복수 따위가 엄연히 존재하며 여성의 육체 노동이 일상화되어 있다.
흑해(黑海)
유럽 남동부와 중앙아시아 사이에 있는 내해. 면적은 42만 ㎢로 한반도의 2배 정도이며 지중해와 동부 에게 해까지 연결되어 있다. 해양학적으로는 지중해의 부속해로 다루어진다.
180만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그루지야의 서부(흑해 연안)에는 다양한 관습과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주민은 페르시아인, 메소포타미아인, 아랍인, 로마인, 러시아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독교도와 유대교도, 이슬람교도가 공존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직후 각 민족들이 분리주의 운동을 겪으며 심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과 더불어 현대화되고 사고방식도 바뀌긴 했지만, 높은 산맥 때문에 아직도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그루지야 사람들은 손님을 신이 보낸 신성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지극 정성으로 대한다. 양을 잡아 접대하고 온 가족이 동원되어 손님을 보호하며, 만약 전쟁이 났을 때도 ‘손님은 최후에 죽는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성 게오르기우스(St. George: 그루지야의 수호신) 축제는 여성들의 입장이 금지되어 있고 양을 제물로 바치고 있다.
그루지야에서 와인은 그루지야의 영혼이고 건배는 와인의 영혼이라고 한다. 그래서 건배를 아무렇게나 농담을 던지면서 하지 않는다. 마치 사제가 의식을 거행하듯이 엄숙하게 진행한다. 우선 하느님께 건배한 다음 천사장 미카엘, 성 게오르기우스, 그리고 조상의 순으로 진행한다. 이런 관습은 정신을 통일시키고 영혼에 안식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간단한 건배도 신성시한다.
‘자손도 없이 죽고, 집은 잡초로 무성해진 투시족 사람을 위하여!’ ‘타지에 나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든 젊은이를 위하여!’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절을 위하여!’ ‘형제자매들을 위하여!’ ‘○○의 두 자매를 위하여!’ ‘자네에게 형제자매나 다름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등의 말을 하며 건배를 한다. 뿐만 아니라 와인은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문상객들이 건배의 형식을 취할 때도 이용되는데, 와인으로 무덤의 흙을 촉촉이 적시고 기도한다. 그루지야에서 와인은 신에게 인간들의 안녕을 바랄 때 쓰는 신성한 제물이기도 하다.
그루지야인들이 사는 흑해 연안(폰틱 산맥 북쪽)은 터키 전체를 놓고 보면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에는 고유한 관습이 살아 숨쉰다. 많은 종족들 중 특히 라즈족(약 20만명) 사람들은 독립심이 매우 강하고 웃음이 많으며 사냥을 좋아하고 춤과 음악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이들도 현대 생활에 많이 동화되었지만, 그래도 전통을 지키겠다는 생각만은 확고하다.
그 중 산악 지대의 여름 목장인 야일라(Yaylaa; 작은 집 또는 오두막집)는 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때 묻지 않는 전통이다. 봄이 되면 저지대 주거지에서 소 떼를 몰고 올라와 산속의 야일라에서 여름 한철을 보낸다. 이것은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전통으로 여기에서 겨울을 대비해 소젖을 짜고 치즈와 버터를 만들며 마음의 풍요를 즐긴다. ‘야일라’라는 말에는 ‘지평선’ ‘넓은 공간’ ‘평화’ 등 좋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어떤 이는 별 다섯 개의 호텔보다 야일라에서 지내는 것을 더 행복해한다고 한다. 아랫마을에 살면 몸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지만 여기서는 에너지가 축적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화의 물결로 나무 대신 콘크리트 야일라가 생기고 젊은이들은 야일라 대신 해변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흑해 연안 사람들 - 전화기는 없지만 와인과 야일라가 있다 (대단한 지구여행, 2011. 8. 1., 윤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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