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0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양준일 단독콘서트의 오프닝은 ‘Sha la la’였다. 2001년 만들고 ‘양준일 V2’ 앨범에는 싣지 못했던, 2021년 발매한 미니앨범 ‘Day by Day’를 통해 공개하고도 한 번도 부른 적은 없던 곡이다.
2001년 발매한 ‘양준일 V2’ 앨범에 ‘Sha la la’와 ‘하루하루’가 수록되지 못하고 남겨졌다. V2 앨범에는 연주곡(Instrumental)을 포함하여 총 13곡이 담겼고, 이미 트랙 리스트에 올린 다른 노래와 분위기가 비슷해서 제외한 듯하다. 후속 앨범을 작업했다면 바로 발표했겠지만, 앨범이 실패하면서 가수 활동을 마무리한 양준일은 두 곡의 존재를 잊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2001년 V2 앨범 작곡을 맡았던 작곡가 발가이나(Val Gaina)와 다시 새로운 곡 작업을 함께하게 되면서 두 노래를 녹음까지 마친 상태로 둔 것을 알게 되고, 20년이 지난 2021년 2월 미니앨범에 포함하여 발표하였다.
‘하루하루’는 자신감 없는 희미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내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너 하나’라고 속삭이지만, 듣는 이는 이미 떠나고 없는 듯한 분위기이다. ‘Sha la la’는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연인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 그거라면 나는 여전히 사랑하지만 언제든지 떠나가라’ 한다. 냉미남 스타일의 사랑에 대한 확실하고도 솔직한 끝맺음이다. ‘Sha la la’는 샬랄라한 경쾌한 느낌의 의성어가 아니고 스르르 사라져 버려도 그만이라고 손사래치며 뿌리치는 제스처의 소리음이라고 양준일이 설명한 바 있다.
냉정한 현실 속에서 ‘사랑’은 삶을 지탱하는 필수요소이기도 하지만, 때론 사치에 불과한 감정이 되기도 한다. 2001년 서른한 살 양준일에게 ‘사랑’은 붙잡고 싶은 ‘삶의 이유’였지만 결국 ‘사치’다 싶어 놓아야만 했던 듯하다.
2021년 2월 미니앨범에 수록하고도 양준일은 자신의 콘서트에서 ‘Sha la la’는 부른 적이 없다. ‘Fantasy’나 ‘왔다갔다’와 유사한 느낌이 있어 분위기가 충돌해서 콘서트 셋 리스트에 올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가사에 담긴 “내가 지루해져 간다면 스르르 사라져 버려도 좋아”라고 노래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또한 당시의 아픔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양준일은 한편 예상했으나 예상하고 싶지 않았던 ‘양준일 V2’ 앨범의 실패로 갑자기 가수 활동을 접게 되면서, 앨범의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2019년 12월 복귀하면서 1집과 2집의 저작권을 회복하는 작업을 했지만, V2 앨범은 방법이 없는 듯하다. 양준일에게는 아픈 손가락 아닐까.
그럼에도 가장 아픈 시절에 작업한 ‘양준일 V2’ 앨범을 양준일은 가장 아끼는 것 같다. 실패로 아팠던 것이 아니라, 삼십 대 양준일의 삶이 녹록지 않았고 그 시절을 달래준 음반 작업이었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가수 활동을 다시 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양준일 1집과 2집 활동 때와는 완전히 다른 외모로 변신하여 활동해야만 했다. 양준일이지만 양준일이 아닌 외모로 마지막 베팅처럼 가장 공을 들여 음악 활동을 한 것이다. 삶의 무게로 지친 육신 위에 더 무거운 갑옷과 투구를 걸쳐야 했던 느낌이지 않았을까. 슬프고 아픈 기억은 참으로도 오래 남는 법이니, 그 시절이 그립고도 그립지 않고 싶지 않을까.
‘Sha la la’와 ‘하루하루’가 2001년 ‘양준일 V2’ 앨범에 담기지 못하고 남겨진 것은 어쩌면 신의 의도적인 계획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이 잠들어 있다가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확실히 양준일의 모습으로 양준일 스타일의 음악이 되어 세상에 공개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일이 된 것이 아닐까. 신은 언제나 인간에게 고난과 보상을 동시에 준다 하였던가.
‘양준일 V2’ 앨범에 실린 ‘Fantasy’를 리메이크하여 2023년 8월 19일 디지털싱글 ‘FANTASY_X_ROCK’으로, ‘Good-Bye’를 2023년 11월 3일 디지털 싱글 ‘GOODBYE_X_LOVE’로 발매하였으며, 2023년 12월 30일 단독콘서트에서는 ‘Sha la la’를 오프닝 곡으로 불렀다. 양준일이 ‘양준일 V2’ 앨범을 다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나인데,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불편했다’ 표현하는 V2 활동 시절의 아픔과 그때의 시련을 정면으로 마주할 만큼 심적인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물론 팬들이 ‘양준일 V2’ 앨범을 매우 아낀다는 사실도 양준일은 잘 안다. 그러니, V2 앨범의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앨범에 담긴 노래를 지금의 양준일 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하여 발표하고 노래하는 것은 팬들을 위한 행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해석으로 몸도 마음도 가장 가난했던 시절의 V2 앨범을 양준일이 편안하게 다시 들어보며 아픔은 아픔대로 행복은 행복대로 기억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했으나 찬란했던, 사랑을 갈구하였으나 끝내 얻지 못했던, 31살 양준일과 웃으면서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없이 화려하고 고전적인 짙은 블랙 롱코트를 걸치고 그 이상 화려할 수 없는 미소와 춤사위를 뽐냈던 오프닝 무대 위의 양준일로 V2를 기억하기 바란다. 언제나, 브라보, 양준일!
고맙습니다^^ 해피 준데이 ❤️
무대위에서 더욱더 빚나는스타 양준일 응원하고 사랑하고 함께합니다 💙
함께 응원합니다~♡ 준나잇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