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는 길
블랙야크 시스템에 따라 걷다보면 1대간 9정맥을 완주할 것 같다.
이미 백두개간을 종주하였고 100대명산 완등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낙동정맥(419km)을 이어간다는 것은 도전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는가?
블랙야크 익스트림 팀에서 29구간으로 런칭 되었다.
29개 구간을 다시 소 구간으로 나누어 총 65개 구간으로 길을 나누었다.
이 시스템에 의해 길을 떠난다면 낙동정맥을 내 발로 걸어서 한국산을 여행할 수 있을 거다.
청주 화요산악회에서 매월 1회씩 낙동정맥 종주산행을 진행한다기에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 코스는 12구간 중에서 길마재에서 가사령에 이르는 16킬로미터를 걷는 길을 걸었다.
길마재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기에 고개이름으로 붙였을까?
고개마루의 생김새가 마치 길마를 닮았다는 게 가장 근접된 유래일 거다.
길마는 소의 등에 짐을 싣기 위한 말굽쇠 모양의 안장이다.
그러니 고갯마루의 경사가 급하다는 것이 고개 이름에 내포되어 있다.
요즘은 도로가 확포장 되어 삼국시대처럼 이름의 의미가 많이 상실된 상태이다.
허나 이 고개를 걸어서 넘는다면 질마재의 본 의미는 되살아 날 거다.
차가 없던 고대시대에는 청송군 부남면 이현리와 부동면 내룡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고갯마루이다.
산골마을 삶속에서 산길은 유일하게 두 마을을 이어주는 물물교환 길이었다.
질마재는 특별한 이정표도 없다.
산사태를 예방하는 구조물철망에 준과 희라는 낙동정맥 종주하던 사람이 붙여놓은 작은 표지판이 전부였다.
그 아래 많은 산악회가 매달아 놓은 꼬리표들이 붙어있어서 이정표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여기서부터 오름길을 계속된다.
산과 산 사이에 난 능선을 걷는 길이라서 시야는 가려있다.
먼저 간 사람들이 달아놓은 꼬리표를 보고 길을 가야한다.
선구자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편하게 갈 수 있어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첫 번째로 만나는 표지판은 ‘칠산 원산’ 이란 산악회에서 달아준 낙동정맥 785m 작은 알림판이었다.
또 한 번 감사의 손길을 모았다.
그저 땅만 보고 가는 길에서 어딘가 도달했다는 확증을 안겨주니 산길에서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오늘 구간 중에서 가장 높다는 유리산(805m)에 올랐다.
산 이름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오늘 구간 인증 포인트 두 개 중에서 첫 번째 간장현에 도착했다.
나무에 매달아놓은 작은 안내판이 증명해주었다 하마터면 지나칠 번한 곳이다.
산 고개 이름이 특이하지 않은가. 조선시대 청송군도호부 남쪽에 있다고 하여 부남면, 부동면이 되었다.
간장현은 부남면 간장리와 포항시 죽장면 하옥리를 이어주는 고갯마루이다.
이를 한문화하려면 령(嶺),재(裁),현(峴),치(峙)로 음차하여 이름 지었다.
간장현도 마을이름 간장리에 고개 현(峴)자를 붙여 이름 지어진 거다.
간장현 산길을 지나 내려가면 2차선 포장도로를 만난다.
통점재이다. 부남면 통점리와 죽장면 상옥리를 연결하는 재이다.
재의 의미는 부남면 통점리에서 옹기를 굽던 산골마을 있었다는 거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면 낙동정맥, 팔공기맥(120km), 보현기맥(166km) 분기점 이른다.
사실 낙동정맥에서 분기하는 지맥은 4개로 비슬지맥(146km), 문수지맥(114km)이 추가된다.
여기서 구간인증을 마치고 가사령으로 내려갔다.
낙동정맥 한 구간을 걸었다는 것은 벌써 시작이 반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나만의 새로운 도전의 길 낙동정맥은 이렇게 시작되었던 거다.
남이 걷지 않았던 길을 시작한다는 것은 개척자, 선구자의 길이지만 이미
누군가에 의해 난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게 하는 격려의 길이다.
산길을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졌다.
새로 시작하는 산길 첫 구간을 마치니 14구간 이상을 걸어온 느낌이다.
분기점 나무 아래 앉아 새롭게 이어지는 도전의 길에 선 나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졌다.
황창연 신부님의 강의 한 대목이 마음속에 내려앉는다.
“자신부터 사랑하고 시간을 투자하라”
자연에서 드러나는 생명체들의 삶의 방식이 아닐까.
<2018.10.16. 낙동정맥 제12구간>
첫댓글 새로운도전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그 숲길에서 몇번 만났죠! 반가웠습니다.
점심식사 하실 때 십자성호를 그으시는 걸 보고 무척 좋았지요. 하느님 믿으시는 분인 것 같아서요
후기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요 늘 안산 즐산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멋진 산행후기 잘 읽고 갑니다.
끝까지 이어가지못해 그저 아쉽고 또 아쉬울따름입니다.
산님들의 서운함을 알지만 이해해주시고
또다른 산행길에서 평행선을 이어가기를 기약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