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 안녕하십니까 . EBS 드라마 극장 진행자 이기욱입니다.
지난번 방송해드렸던 <내 인생 나의 길>에 시청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이번에도 인생과 예술 그리고 청춘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아름다운 캠퍼스를 거니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이기욱 뒷 모습.
" 어떻습니까 여러분. 참으로 아름답죠 ? 대학 캠퍼스보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공간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졌기에 이곳이 어딘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청운 예술고와 청운대가 같이하는 종합 캠퍼스입니다. "
이기욱,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은행잎들을 줍는다. 이지적인 그가 친근하고 다정스러워 보인다.
" 사실을 고백하자만 저도 이 학교 출신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노라고 자부하면서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뿐이었죠. 전 입학 당시와 더불어 졸업한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입학해서는 너무 감격하고 행복해서 눈물을 흘릴 뻔 했고, 졸업할 때 이 공간을 떠나야하는 게 너무 슬퍼 많이 울었더랬습니다. "
오후 4시 가을 운동장에는 축구부가 한참 시합을 벌이고 있었다.
"저도 저기서 저렇게 청춘의 열정을 불태운 때도 있었습니다. 사시사철 변하는 캠퍼스의 나무와 꽃을 무대로 아름다운 청춘을 구가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제 나이도 이젠 3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생각하니, 웬지 서글퍼지려 하는군요. "
"캠퍼스를 거니는 소년 소녀들,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드라마 극장을 보시는 청소년 시청자 여러분들도 언젠가 제 나이가 되어 30을 눈앞에 두는 시점이 다가오겠지요. "
스튜디오, 이기욱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 여러분,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 20대는 청춘인데, 왜 30대면 청춘이 가버렸다고 하는 걸까요 ? 그래서 30을 눈앞에 두면 왜 알 수 없는 서러움에 잠 못 이루곤 하는 걸까요 ? "
그는 책을 한 권 들어 보였다. 아름다운 장미꽃 사이에 <청 춘 스 케 치> 라는 책 제목 글자들이 바람 부는 구름처럼, 낙엽처럼 멀리 날아가고 있는 장면을 슬프게 바라보는 30대 여성의 뒷모습이 서러움을 안기고 있었다.
" 어떻습니까 ? 이 여인의 심정을 이해하시겠는지요. 저보다 1년 선배이고, 작년에 지금의 저와 같이 29살에 이 책을 쓰기 시작해 올 봄에 출간한 문선희 씨를 초대해 보겠습니다. "
시원한 키에 안경을 쓰고 이마가 시원한 문선희씨가 스튜디어로 걸어나왔다.
" 안녕하세요 문선배님. 어렵게 나와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서글서글한 선희씨의 눈웃음이 시원했다.
" 반가워요. 평소엔 말을 놓았는데, 공적인 자리이니 존대를 해야하네요. ^^ "
"아 네, 뭐 편하실대로 해도, 양해하실 겁니다. 그렇죠 ? 시청자님들... ^^(조금 어색한 웃음) 그런데 문선배님, 올해도 국수를 먹을 수 없나요 ? ^^ "
" -.-; 네, 작년에 그 글을 쓰면서, 올해 가을과 겨울은 옆구리가 시리지 않기를 바랬습니다만, 인연이 쉽지 않네요. "
" 뭐 잘됐습니다. 미혼이라야 이 드라마를 보는 총각들 시청률이 올라가지 않겠어요 ^^ "
"-. -; "
"이 책을 내시고 많은 반응이 있으셨을 텐데요, 어떠셨는지요. "
"뭐 대충 비슷하죠. 내 얘기 같다. 그래도 아름다운 사연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대충 그런 식입니다. "
"네, 저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 1년 선배들의 얘기이고, 저도 대충 아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만, 그래도 가슴 찡한 아름다움과 아픔이 같이하는 책이었지요.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이들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방송국에 전해 이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
" 제 책을 소개해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만, 제가 보조진행자로 계속 출연해야하는 것이 부담스럽군요. "
" ^^ 부담 안 가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못 보이면 사석에서 견딜 수가 없겠죠 ? ^^ 그럼 드라마 극장 본편을 보시면서, 저희는 가끔씩 보조 진행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축구 해설가 이기철. 초가을 캠퍼스를 무대로 인터뷰 장면.
" 청춘이라... ? 전 당시 왜소하고 샌님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잘 나가는 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축구선수를 소망했습니다만, 체격도 기술도 너무 부족한 상태였지요. 그래도 청춘고시절이 제일 아름다운 시절이 아니었나 싶어, 이 캠퍼스가 언제나 그립곤 했었지요.
그런 저에게 청춘이란, 갈망과 갈증의 계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지나고 보니 아릿한 그리움이구요. "
가수 최소라
" 청춘이요 ? 그런 말을 잊은지 오래된 게 슬프군요. 전 고교시절이 청춘의 시작이고, 끝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일찍 연예계로 진출했기에 20대는 너무 각박하고 피곤하고 정신 없었거든요.
이제는 잊혀진 순수의 계절 같아요. 뭐 난 당시에도 연애를 했기에 그리 순수하지도 못했지만 ^^ , 그래도 신선하고 상쾌한 감각들이 참 좋았다 싶어요.
잊어버린 꿈과 낭만의 계절이라면 너무 거창할까요 ? ^^ "
영화배우 심미숙
" 청춘이라고예... ? 조금은 당혹스럽고 부끄러워질라 카네예. 세상이 뭔지도 모르고 깨어난 병아리가 정신이 하나도 엄시 놀라고 신기함으로 정신이 못 차리던 햇병아리 시절 가타거든예.
그래도 그 시절 고독과 방황과 꿈이 있었기에, 지금 뭔가를 이뤄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예.
나에겐 청춘이란 탐색과 방황과 열병 같았던, 치기 어린 시절 같다 할까예.
그리우면서도 부담스럽습니더. 다시 돌아가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예
그래도 그 시절, 지금도 꿈처럼 아른 거리는게... 묘하지예 ? ^^ "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가수, 방송진행자 조이화
" 청춘은, 언제나 내 마음의 고향이었어요. 난 누구보다도 당시를 많이 추억했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내 인생의 8할은 당시 결정된 게 아닐까 싶어요. 사막을 거니는 여행자가 쉬어 가는 오아시스 같다고 할까요. 난 힘든 일이 있으면 당시를 추억하곤 합니다. 그럼, 내 마음에 젖과 꿀이 느껴지고 생명력이 소생하는 걸 느껴요.
아름다운 캠퍼스와 산야를 거니는 내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친구들의 웃음이 있었고 모든게 신선하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되살아나곤 해요.
그래서 청춘은, 내 마음의 고향이요 생명의 젖줄이라 믿습니다. "
영국 프리미어 축구스타 정경수
" 청춘, 그리운 단어입니다. 영국의 날씨는 침울하고 우울해지는 느낌이지요. 한국의 산야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내 순탄해 보이는 축구스타의 과정도 속으로는 많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위기라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의식으로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청춘의 순수한 아름다움의 힘이라 믿습니다.
많은 친구들, 여자친구들, 사연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들을 생각하며 난 힘을 얻곤 했지요.
생각하면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참으로 아름다운 꿈이었나 싶습니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리운 캠퍼스를 거닐고, 젊은 청춘들의 열정을 느끼는 새 삶을 찾고 싶군요.
나에게 청춘이란 뜨거운 열정과 아픔이었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꿈이었구요. "
소설가 겸 시나리오 작가 문선희
" 여러 친구들과 같이 나에게도 10대 후반 고교시절이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파노라마였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세상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소중한 대부분은 그때 그 시절 만났었지요.
나는 몇 번이고 내 청춘이 끝났다고 믿었습니다. 대학을 들어가고 또 졸업하면서, 25살이 되었을 때, 그리고 작년에 30을 앞두고 그러했습니다. 그런 안타까움들이 내가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는 소설을 쓰게 된 동기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서 친구들과 만나 얘기하고 또 당시를 그리다 보니, 그 시절의 감성과 호흡들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느꼈어요. 내가 청춘의 감성을 잃지만 않는다면 난 언제까지나 청춘이라고요.
청춘은 나이나 몸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감성과 의지였습니다. 내가 아직도 청춘이라고 믿고 그 시절 꿈을 간직하는 한 난 언제까지나 청춘일 것입니다. "
스튜디오 이기욱.
" 이들이 이번 드라마 극장을 이끌어 나갈 주역들입니다. 하나 여기 출연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사정상 인텨뷰를 못한 나동현씨를 대신하여 문선희 작가님이 대신 말씀 전하겠습니다. 그 말씀 듣고 본격적인 드라마로 들어가겠습니다. "
문선희
" 동현이 이 자리를 같이 할 수 없어서 많이 슬펐습니다. 동현이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전해볼게요.
' 청춘이 난 뭔지 몰라. 난 느끼고 원하고 행동했을 뿐이지. 내 질풍노도의 열정도 상처도 다 운명이리라 믿고 있어. 난 당시 인간의 머리를 믿지 않았지. 내 몸과 감성과 운명에 순응하려 노력했어.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또 다시 그럴까 ? 알 순 없어. 하나 난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했지. 눈물 흘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에게 인생이란, 시간도 성공도 중요치 않았어. 내 가슴의 충만함만이 날 의미있게 할 수 있었으니까.
나에게 청춘이란 본능과 한계와의 싸움이었지. 난 본능을 존중했다. 그 댓가를 감수했고.
살아있다는 느낌, 그것이 없는 인생은 엿먹으라고 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