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음 루시아 카페 문화공간 게시판지기를 하고 있는 Weed입니다.
오늘 집에만 있기가 조금 갑갑해서 오랜만에
1시간여 동안 동네 산책 겸 운동을 했습니다.
봄이 다가오고 있는 뜻인지, 그저 낮이여서 그런지
얼어있었던 땅이 질척질척 녹아있었고 햇살도 따뜻하더라구요.
하지만 아직 바람은 차디찼습니다.
낮이라고 얇게 입고 돌아댕기시다가는 감기 걸리십니다. 조심하시길...
내일이면 드디어 다음TV팟이 카카오 TV로 개편됩니다.
개편을 놓고 왈가왈부,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여기서는 많이 하지 않기로 하고
저는 그 동안의 다음팟에서의 팟수 생활을 회상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제가 다음팟을 처음 접한 건 얼추 2007~8년 사이인 것 같네요.
제 기억으로는 그 때는 그냥 다음팟도 아니었고 다음팟 '베타' 버전 1.4? 1.5? 이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처음으로 그런 걸 접한 저로써는 신세계가 아닐 수 없었지요.
TV로 MBC게임에서 하던 테켄 크래쉬라는 철권 대회를 즐겨보던 저는
다음팟으로 그걸 보기 시작하면서 다음팟 생활을 시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창기에는 거의 철권 방송만 봤습니다.
당시의 팟통령은 '그린게임랜드'라는 방송이었는데
얼핏 기억하기로 누적 추천수가 당시 30만 이상?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기본 시청자 수는 못해도 300명 정도였구요.
그렇게 철권 방송만 보다가 처음으로 접한 게임방송이
지금은 인터넷 방송의 대표주자, 고유명사라고 할 수 있는 '대도서관'이었죠.
문명 5 방송이나 GTA 4 방송 되게 재밌게 봤죠.
그 다음으로 본 게 또 다른 대씨 가문인 '대정령'이었습니다.
대도서관과는 다르지만 똑같이 재밌어서 많이 봤습니다.
가끔씩 해주던 마술방송도 재밌게 봤죠.
그렇게 이 방송 저 방송 재밌게 보고 있다가
제 기억에는 다음팟에서 한 번 대대적으로 개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다음팟에서 방송을 하려면 신청을 해야한다.' 정도 밖에는 기억이 안나네요.
고딩으로써 야자의 의무가 있었던 때고 다음팟을 드문드문 보던 시기인지라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 이 개편 즈음에 대씨 형제를 비롯한 여러 방송인들이 A사로 옮겼던 걸로 기억합니다.
2011년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좀 더 다음팟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는데요.
이 때 보던 방송이 바로 '까막'님의 마운트 앤 블레이드 방송입니다.
당시 기억으로는 한 30명 정도가 보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 까막님 방송을 즐겨찾기하면서 하면 자주 들어가서 보곤 했지요.
당시 까막님 방송 애청자가 저 포함 5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뭐하는지...
까막님이랑 그 분들이랑 같이 네이트온으로 대화하던 기억도 있는데...
2012년 상반기는 거의 다음팟만 봤습니다.
군 휴학 처리 해놓고 아르바이트 조금 할 때였으니까요.
당시 다음팟은 영상에 대한 저작권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여서
토요일에 무한도전도 볼 수 있었고, 원피스나 드래곤볼 같은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었죠.
그래서 저는 까막님 방송 안하는 시간에는 그런거 보고
까막님 방송 할 때는 까막님 방송봤습니다.
군대가기는 날 새벽에도 까막님 방송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군대 간다니까 잘 다녀오라는 말씀도 해주셨던 까막님...
2014년 군대를 다녀온 후 한 동안 다음팟을 잊고 살았죠.
학교 다니느라 바빴고 군대에서 팟수들이 다음팟 보듯이 걸그룹을 봐왔으니까요.
그러다가 오랜만에 들어가보니까 까막님이 빅PD가 되어계시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힙스터 기질이 있었던지
빅PD 까막님 방송에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고
대신 저에게 다음팟은 고독한 미식가, 심슨, AVGN의 플랫폼이 됐습니다.
그렇게 또 다음팟을 재밌게 보던 저에게 닥친 시련이 바로 '대격변'이었습니다.
제가 보는 대부분의 방송들이 저작권에 걸리는 방송들이었기 때문에 대격변의 여파가 좀 컸습니다.
많은 팟수분들이 대격변 이후 죽창러가 되셨겠지만 저는 한 3개월간 다음팟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평민의 삶을 살다가 우연하게 접하게 된 방송이
하필이면... 루시아님 방송입니다...
전에 포켓몬하는 거 보고 포켓몬 좋아해서 즐겨찾기 하고 있다가
간간히 라디오 하는 거 들어가서 보곤 했었는데
12월 즈음에 마인크래프트 하는 거 보고
'이 여자는... 뭐지...?' 하는 느낌으로 계속 본 것 같습니다.
뭔가 하는 것 마다 고구마와 감자를 먹고 입가심으로 건빵을 먹는 듯한 답답함의 연속.
그러면서도 천진난만한 모습을 잃지 않는 순수했던 15루시아.
그리고 라디오 시간에는 게임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진지하고 성숙한 '척' 했던 그런 15루시아.
그렇게 루시아님 덕분에 저는 지금까지 팟수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영혼의 (비즈니스) 파트너, 지수보이님.
작년 8월에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 참가한 '팟면가왕'에 엮여서
지금까지 총 두 번의 행사와 네 번의 만남(및 술자리)를 가지면서
이제는 나에게 '종신계약'을 외치는 지수보이님.
좀 흥해야 나도 돈 많이 받으면서 일할텐데... ㅎㅎㅎ
이렇게 9~10년 정도의 저의 팟수 생활을 돌이켜보니
재밌는 시간도 많았고 화가 나는 시간도 좀 있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방송을 보는 시간만큼은 재밌었다는 겁니다.
그런 다음팟이 이제는 옷을 갈아입습니다.
다가오는 봄에 맞춰 노오란색 옷을 입고 말이죠.
사실 기대와 걱정, 우려와 의심, 불신과 희망 등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여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정들었던 파란 재생버튼이 없어진다고 하니 서운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팟수'라는 말은 좀 지키고 싶네요.
팟수라는 말이 비록 긍정적인 뜻은 아니지만
이 단어보다 우리를 더 잘 말해주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카카오 TV가 부디 흥하길 바라면서
이상 다음팟의 푸른 피가 혈관에 흐르는 고대 팟수는 물러갑니다.
팟-바.
첫댓글 고독한 미식가 ㅠㅠ
글 다 읽으니까 제얘기 듣는거 같아서 마음이 짠해요...
사실 이름만 바뀐다는건 알고있지만 그래도 20대를 같이한 추억이라 없어지니 싱숭생숭했나봐요
팟바캇하
팟수생활을 한지가 얼마안되어서 과거 얘기들이 저에게는 상당히 신기해보이네요. 팟수라는 단어는 모든 방송이 없어지지 않는 한은 영원할겁니다
좋은 글 고마워요. 전부터 느낀건데 다음팟에 참 애착 많이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이제는 카카오팟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대로니 넘 속상해하지 마시길 언젠가 돌아보면 참 그리울 것 같긴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