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장님이지만 똑바로 들어. 진실을 이야기하란 말이다. 네 동료들이 말한 것처럼 말이야."
“동의하지."
꺼져 가는 목소리로 모기는 말을 꺼냈고, 법무감은 자신이이 게임에서 승리했다고 믿었다.
“동의하지. 이 망할 놈아, 펠렐레가 범인이라고."
"개자식!"
법무감의 욕설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될 운명에 처한 이 반신 불수 인간의 귓가에서 사라져 갔다.
그들이 밧줄을 풀었을 때, 모기의 시체는, 아니 두 다리가 없기 때문에 흉부만 남은 몸체는 부러진 저울의 추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늙은 거짓말쟁이 같으니! 그는 소경이기 때문에 그의 증언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
법무감이 시체 옆을 지나가며 외쳤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에게 이 심문의 최초 성과를 보고하려고 두 마리의 여원 말이 끄는, 희멀건 등
불이 꼭 죽은 사람의 눈빛 같은 마차를 타고 떠났다.
경찰은 모기의 시체를 공동묘지로 가는 쓰레기를 싣는 마차에 던졌다.
이제 자유의 몸이 된 거지들은 거리로 나왔다.
벙어리 거지 여인은 뱃속의 아이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두려움에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
도시를 완전히 벗어나자 그는 흡사 침대에 다다른 것처럼 쓰레기 더미에 몸을 던지고는 잠이 들었다.
쓰레기 더미 위 마른 고목사이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었고, 이 나무 위에는 많은 매들이 있었다.
이 검은 새들은 얼간이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것을 보자 파란 눈으로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의 주변에 내려앉았다.
사나운 새들은 주변을 돌다가 성큼 성큼 뛰면서 왔다 갔다 하더니 죽음의 무도회를 펼쳤다.
그들은 사방을 살피며 나뭇잎이나쓰레기가 바람에 휘날리면 금방 달려들 작정으로 요리 뛰고 조리뛰고 하다가 원의 대형을 좁히며 부리로 그를 공격할 수 있는 지점까지 다가갔다.
귀에 거슬리는 울음소리가 공격 신호를 보냈다.
펠렐레는 벌떡 일어서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무리 중 가장 도발적인 새 한 마리가 부리로 그의 윗입술을 쏘아서 창이 박히듯 입술을 관 통해 이빨에 가서 박혔다.
그러는 동안 다른 맹조들은 눈과 심장을 서로 파겠다고 논쟁을 벌였다.
그의 입술을 문 새는 자신의 포획물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살점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 새는 펠렐레가 뒷걸음치다가 쓰레기 더미의 가파른 낭떠러지 아래로 먼지를 피우며 껍질들처럼 보호막 역할을 하는 쓰레기들 사이로 떨어지지만 않았던들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날이 저물었다.
초록빛 하늘. 초록빛 들판. 병사에서 6시를 알리는 트럼 펫 소리는 항상 긴장해 있는 사람들을 더욱 근심스럽게 깨어 있게 했고, 포위된 중세 광장의 수심을 자극했다.
감옥에서는 죄수들의 고민이 시작 되었다.
세월이 갈수록 그들은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지평선은 천 개의 머리를 가진 달팽이 같은 도시의 거리에서 그 머리들을 거두어들이게 했다.
사람들은 대통령과의 접견을 마치고 의기양양하거나 의기소침해져서 돌아갔다.
도박장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어둠을 관통했다.
얼간이는 아직도 자신을 엄습해 올 것만 같은 매의 환영과 싸우며 쓰레기 더미에서 떨어질 때 부러진 다리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견뎌 내고 있었다.
==
다리의 통증이 그를 깨웠다. 뼛속들 사이에 미로가 있음을 느꼈다.
한낮의 햇빛이 그의 눈동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예쁜꽃이 둘러싸인 잠자는 듯한 덩굴은 그를 자신의 그늘 속으로 와서 휴식을 취하라고 초대했
다.
그 옆에는 깨끗한 옹달샘이 있는데, 그 물결은 이끼와 고사리 사이에서 은빛 다람쥐가 숨어 있는 것처럼 거품이 이는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무도없다. 아무도없다.
펠렐레는 고통을 견디고, 부러진 다리를 쉬게 할 곳을 찾고, 쪼개진 입술도 제자리를 찾도록 손으로 지탱하며 감은 눈의 암흑 속에서 몸을 뉘었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듯한 눈꺼풀을 올릴 때마다 핏빛 하늘들이 그를 지나쳤다.
번개 속에서 나비로 변한 기생충들의 그림자가 도망치고 있었다.
어깨 너머로 종소리가 들리는 환각이 일어났다.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흰 눈을!
만년설이 임종을 위한 성체를 배령한다!
신부가 흰 눈을 판다.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흰 눈을!
땡그렁!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흰 눈을!
성체 배령이 끝나길! 눈이 녹길!
바보 같은 벙어리 놈아, 모자를 벗어라!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흰눈을!
==
어둠 속에서 날개를 질질 끌고 오는 매 한 마리가 그를 놀라게 했다.
날개 한쪽이 부러진 원망 어린 새의 울음소리는 그에게 협박 소리로만 들렸다.
그는 조금만 움직여도 떨리는 벽에 몸을 기대고, 신음 소리를 내며 정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어갔다.
바람이 얼굴에 스쳤다. 이제 막 얼음이라도 씹은 듯 밤공기가 찼다.
딸꾹질을 할 때마다 온몸이 떨렸다.
나무꾼은 늘 그렇듯 자신의 집에 도착하자 안뜰에 장작더미를 내려놓았다.
먼저 온 개가 그를 반갑게 맞이 했다.
그는 개를 옆으로 비키게 하고 모자도 벗지 않은 채 외투 단추를 풀어서 그 외투는 박쥐마냥 어깨 위에 걸쳐 있었다.
방 한구석에 놓인 화로에서 그의 아내는 토르티야를 데우고 있었다.
그는 그의 아내에게 다가가 지난일을 이야기 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천사를 만났는데…"
화로의 불꽃이 사탕수수로 만든 벽과 짚으로 된 지붕에 번쩍였다.
그것은 또 다른 천사의 날개 같았다.
하얀 연기가 지붕에서 떨리듯 솟아 나왔다.
==
"그 자식이 곤장 2백 대를 견디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러왔습니다, 각하.”
대통령 각하가 튀긴 감자 요리를 먹으려는 순간, 그 접시를 들고 있던 하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봐, 왜 손을 떨지?" 주인이 시녀를 꾸짖었다.
그러고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부동자세로 한 손에 군모를 들고 기다리는 장군을 돌아 보며 말 했다.
"좋아, 들어가게?”
여전히 접시를 손에 든 채 시녀는 부관의 뒤를 쫓아가 그가 왜 2백대의 곤장을 견디지 못했는지물었다.
“왜 그랬냐고? 죽었으니까 그렇지.”
그녀는 여전히 접시를 든채 식당으로 되돌아왔다.
"각하!"그녀는 거의 울부짖으며 조용히 식사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가 견디지 못한 이유는 죽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어쨌다고?다음 접시나 가져와!”
==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매번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래서 검은색 방울 달린 탬버린 소리가 가득한 밤이 황금빛 종이 달린 경쾌한 탬버린 소리가 가득한 소리로 바꾸어지고, 보이지 않는 친구들의 힘으로 바람을 쭉 펴고, 성당 앞의 인형극 연기자들을 팬 터마임을 하는 인형들과 함께 초대해서 목을 간질여 한바탕 웃음의 도가니로 빠지게 하려는 듯했다.
그는 계속해서 웃어 대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춤을 추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불평 속에 파묻히더니 이제는 즐거움이 아닌 고통 속에서 창자 입구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굽혔다.
그러다가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
마치 치과 의사들이 석고로 이빨 모형을 뜨듯이 그의 웃음소리는 입에서 갑자기 굳고 말았다
펠렐레를 보았던 것이다.
그의 걸음걸이는 성당 앞의 적막을 발길질하는 것 같았다.
오래된 공장의 벽은 그의 발소리를 두 배, 여덟 배, 열두 배로 증폭시켰다.
얼간이는 상처 입은 개처럼 격한 신음을 내고 있었다. 그의 신음 소리는 밤을 찢어놓았다.
펠렐레는 권총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바스케스를 보았다.
그는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대주교의 저택으로 연결되는 계단 쪽으로 향해 갔다.
로다스는 꼼짝 않고 서서 숨을 깊게 내쉬며 땀에 흠뻑 젖은 채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첫 번째 총알로 얼간이는 돌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두 번째 총알로 모든 일이 끝났다.
터키인들은 두 발의 총소리에 몸을 움찔거렸다.
그리고 아무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대주교 저택의 창들 중에 열려 있었던 창 너머에서 어느 성인의 눈이 이 불쌍한 자가 죽는 것을 측은하게 바라 보며 도와주었다.
그의 몸이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졌을 때 수정 반지를 낀 손이 그에게 사면을 내렸고,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
==
전등에서 비쳐 나오는 불빛처럼 그의 오른쪽 손가락 위로 눈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새끼손가락에서 차례차례로 엄지손가락까지 지나가는 것이었다.
하나의 눈알이...... 하나의 눈알이......
그 눈알이 할딱할딱 숨을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꽉 움켜쥐어 터뜨리려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손을 펴면 손가락에 다시 나타났다.
그것은 새의 심장보다 작았으나 지옥보다 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쇠고기 국물 같은 뜨거운 땀방울이 이마에 맺혔다.
도대체 누가 죽은 자들의 형상이 새겨진 룰렛 게임의 공처럼 손가락 위에서 튀어 다니는 눈으로 그를 바라본단 말인가?
페디나는 아들이 잠들어 있는 요람을 뒤로 밀었다.
"헤나로,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무것도 아냐!"
이윽고 몇 번의 한숨을 들이 쉬고는 말했다.
"단지 눈알 하나가 나를 따라다녀.
그 눈이 날 쫓고 있어.
내 손에 있는 그 눈이 보여.
아니야, 그럴 순 없어.
그건 바로 내 눈이야. 이 눈알 하나는….”
==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장군이 집을 나오자마자 사살되는 범죄 행위에 내가 협조하고 있는 셈이 되었군”
자신이 짠 계획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암울하게만 느껴졌다.
이제 죽을 사람의 딸을 데려간다는 것은 그녀의 아버지의 도주를 도와 준다는 사랑스럽고 친절하고도 당연한 명목보다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증오할 만한 사안이라고 느껴졌다.
그와 같이 잘 속는 사람을, 무방비 상태의 사람을 도시 한복 판에서 해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는 대통령의 친구로부터 비밀리에 보호를 받고 있다고 믿고 집을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보호라는 것은 희생자가 최후의 가혹한 순간에 자신이 능욕당하고 배반당했다는 것을 쓰디쓰게 깨달으면서 끝나는 세련된 잔혹함에 불과했다.
결국 그 보호는 다음 날 체포당할 용의자의 도주를 피하기 위한 당국의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범죄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발한 방법이기도 했다.
카라 데 앙헬은 입술을 곱씹었다.
이토록 파괴적이고 악마적인 처방에 대하여 형언할 수 없는 저항감이 마음속에서 일었다.
애초에는 장군의 보호자와 그의 딸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 일을 시작했으나, 이러한 책임과 임무가 결과적으로 그 자신이 경찰이 되어 살인자가 되는 또 다른 임무에 대한 맹목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까닭을 알 수 없는 야릇한 바람이 그의 침묵의 황야를 휘몰고 있었다.
야생의 식생이 속눈썹의 목마름과 가시가 돋은 선인장들의 타는 목마름과 하늘의 비가 해소하지 못하는 나무들의 허기짐 속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러한 욕망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도대체 비가 오는데도 나무들이 목말라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심복이 등을 돌리고 대포를 쏘는 듯한 폭음이 불과 몇 초 사이에 연이어 터지는 소리를 법무감이 들은 것은 그의 손이 여전히 허공을 잡은 듯이 헤매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은 소리 지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뒤집힌 의자를 발로 차고, 여자들도 상처를 입었다.
군인들의 발자국 소리도 들렸는데, 그들은 쉽게 열리지 않는 탄약통을 들고 어깨에는 장전된 총을 멘 채, 기관총, 깨진 유리 조각들, 장교들, 대포들 사이로 벼를 심듯이 줄지어가고 있었다.
대령 하나가 손에 권총을 들고 계단 위로 사라졌다.
다른 한 명은 총을 들고 달팽이 모양의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위 하나가 총을 들고 창문을 뛰어내렸다.
또 하나는 권총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기는 차가웠다.
점차 귀빈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놀라서 오줌을 쌌고, 누군가는 장갑을 잃어버렸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했고, 얼굴이 창백한 사람들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없어졌느냐고 물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작은 계단 바닥에 군악대의 타악기 제1주자가 누워 있었다.
그는 2층에서 드럼과 함께 굴러떨어졌다.
거기 있는 사람 모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공포에 사로 잡혔다.
==
추위에 이가 떨려 캐스터네츠처럼 부딪쳤다.
비탄에 젖은 초원과 같은 그녀의 눈은 의심할 수 없는 고통으로 아침이 그려지는 것을 바라만 보 았다.
가혹한 운명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휘청거렸다.
그녀의 몸짓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작은 새들이 공원의 정원과 집의 내부와 안뜰의 작은 정원에 걸친 오로라에게 인사를 했다.
가늘게 떨리는 천상의 음악회가 새벽의 푸른 창공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에 장미들은 잠이 깼고, 다른 한쪽에서는 종이 울리며 주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다가 정육점에서 고기를 써는 부드러운 소리로 바뀌었다.
수탉들은 날개를 퍼덕이면서 시간을 재며 울어 댔고, 빵집에서 빵을 광주리에 내려놓을 때 무음의 선적 소리를 냈고, 밤을 새운 사람들이 내는 발소리와 목소리가 할머니들이 새벽 미사를 보러 문을 여는 소리나 기차를 타러 밖으로 나가는 손님들이 먹을 빵을 구하러 밖으로 나가는 하녀들이 문 여는 소리와 섞여 들렸다.
날이 밝았다.......
매들이 고양이의 시체를 제일 처음 맛보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수캐들은 눈을 번뜩이며 혀를 내민 채 암캐들을 따라다니느라 헐떡였다.
==
눈물은 그녀의 굳은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녀는 남편도 자신의 육체적 고통도 잊은 채 죽도록 울었다.
그녀가 고백하지 않으면 그들이 남편을 감방에 넣어 굶겨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상처 입은 두 손과 가슴, 충혈된 눈, 맞아서 으스러진 어깨를 비롯한 온몸의 상처와 고통을 잊고 자신이 버려 둔 일에 대한 걱정 등 모든 것을 제쳐 두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광폭해졌다.
눈물이 말라 버려 더 이상 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야 그녀는 자신이 아들의 무덤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들이 마지막이자 영원히 끝나지 않는 꿈을 다시 한 번 자신의 뱃속에서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순간 그녀의 한없는 고통 속으로 한 줄기 기쁨이 스며들었다.
아들의 무덤이 되었다는 생각이 발삼 향유처럼 그녀의 심장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는 죽은 애인과 한 무덤 속에 묻히는 성스러운 동양의 여성들이 느끼는 기쁨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무덤에 묻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 있는 무덤이자 궁극적인 대지의 요람이며 그들을 호사파트라고 부를 때까지 둘이 합쳐져서 밀접하게 붙어 있는 모성의 옷자락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눈물을 닦을 생각은 않고 파티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고는 두 팔과 다리 사이에 아기를 꼭 끌어 안은 채 감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무덤은 죽은 자에게 키스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는 죽은 아기에게 키스해선 안 된다.
반면에 무덤은 죽은 자를 꾹 누른다. 그녀 역시 아기를 꼭 껴안는다.
무덤은 죽은 자를 침묵 속에서 부동자세로 있게 하는 부드럽고 강한 셔츠이며, 간지러운 구더기들이며, 격렬한 해체다.
문 밑으로 들어오는 어른거리는 빛은 천년이 지나야 불확실한 열망을 채워 줄 것 같았다.
그 빛에 쫓기는 그림자는 전갈처럼 천천히 벽을 타고 드리워진다.
그것은 뼈들로 만든 벽이다. 추접한 그림들로 문신이 새겨진 뼈들이다.
무덤의 내부는 어두워 페디나도 눈을 감았다.
또 무덤은 바깥으로 잠자코 있기 때문에 그녀는 말 한마디 하거나 탄식을 내뱉는 것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
==
또 다른 성매매업소의 열린 창문에서 나오는 빛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머리가 긴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를 연주하고 있었다.
빈 살롱에서 요나의 고래보다 작은 그랜드 피아노 주위에 손님들처럼 빙 둘러 놓은 의자들만이 연주를 듣고 있었다.
대통령의 심복은 이러 한 음악 소리에 마음이 아린 듯 잠시 멈추었다가 마음대로 조종되는 꼭두각시가 되어 버린 가련한 소장을 담쪽으로 밀어서 세웠다.
그리고 조각난 마음을 음악 소리에 내맡기기 위해 벽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대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들고 있던 뜨거운 눈을 가진 죽은 자들 사이에서 조각난 마음이 부활할 때, 빛나는 대중의 눈은 감겨지고 주정뱅이들을 십자가 형에 처하고 관에 못질하기 위해 지붕의 처마 끝에서는 이슬방울들이 떨어졌다.
피아노에서 각각의 못질하는 소리는 영원히 닫힌 사랑의 문을 열어 달라고 두들기기 위해 자석 상자처럼 손가락들이 움직이는 아르페지오 소리로 나타나 미세한 모래들을 한곳으로 모았다가 퍼뜨리고 다시 모았다.
그것은 항상 같은 손가락들에 똑같은 손이었다.
별이 가득한 하늘에서 잠들어 있는 풀밭으로 내려 온 달빛은 도망쳤고, 새들과 사랑이 생성될 때 우주가 무한하고 초자연적이고, 사랑이 식을 때는 우주가 작아진다고 믿고 싶어 하는 영혼들에게 두려움을 품게 한 민둥산은 달빛을 따라갔다.
==
두 사람은 최고 통치자의 호감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예로 들면서 서로 그 예를 추가해 나갔다.
'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에게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 또는'여론에 대한 폭
력의 우위성을 과시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저축한 돈으로 치부하는것', 혹은…….
피를 보는 범죄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이웃을 억압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대통령 각하의 신임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외관상 두 달 감옥에 있는 것은 각하의 신임을 얻는 자가 누리는 공직을 얻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보석을 받고 나쁜 짓을 하면 언제라도 감옥에 보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졌던 책임 있는 공직이 주어 질것이 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당신은 아주 자비로운 분이십니다."'
"아닐세, 소장, 나에게 감사할 건 없네.
자네를 구원한 이유는 지금 아주 위독한 병자 소녀를 위해 주님께 요청하기 위해서였다네.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자네를 구한 걸세.”
"사모님은 아마도……?"
구약의 아가서에서 가장 달콤한 구절이 순간 떠올랐는데, 거기에는 케루빈과 하얀 오렌지 꽃으로 가득한 숲 속에 예쁜 자수가 있었다.
소장이 사라지자 카라 데 앙헬은 지금까지 사람들을 숱하게 죽음으로 내 몰았던 자신이 지금 사람을 생명으로 이끄는 자신이 맞나 의구심을 가졌고, 내일의 깨뜨릴 수 없는 푸른 자신의 모습이 어떠할지 사뭇 궁금했다.
==
“카밀라는 어떤가요?”
"제 갈 길을 가고 있어요. 그 가여운 여자는 제 갈 길을 가고 있어요!”
"정말 안됐군요."
"그녀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지요. 인생이란 게 어떤 건지 모른 채 가려 하잖아요!
당신이 더 안됐어요. 은총의 예수에게 가서 기도하세요.
기적을 행하는 것을 누가 막을까요?......
오늘 아침감옥에 가기 전에 촛불 을 밝히고
'은총의 검은 아기 예수님, 우리 모두를 위하여 제가 당신께 왔으니 제 말을 들어 주소서.
당신의 면전에서 그녀가 죽지 않게 해 주소서.’
또한 이렇게 일어나기 전에 저는 성모님께도 기도드렸죠.
‘지금은 당신께 같은 이유로 부탁을 드리려고 해요.
일부러 이 촛불을 끄지 않은 채 당신께 남겨 두었던 거예요.
제 간청을 또 한 번 상기시켜 드리러 오겠지만,저는 당신의 힘을 믿고 떠나려 해요."
카라 데 앙헬은 반쯤 잠이 든 채 자신의 꿈을 상기시켰다.
빨간 바지를 입은 사내들 사이에 부엉이 같은 얼굴의 국방 법무감이 알 수 없는 사람과 펜싱을 하
고 있었다.
법무감은 그에게 키스도 하고, 핥기도 하고, 뜯어먹기도 하고, 똥을 싸기도 하고, 다시 뜯어 먹었다.
==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런 악당들과 더불어 참고 살아가기 위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천국을 약속받는다고 한다.
그건 아니다!
이 허위로 가득 찬 왕국은 이제 지겹다!
나는 밑으로부터 위로의 완벽하고 총체적인 혁명을 할 것을 맹세한다.
서민들은 기생충들, 관직에 있는 착취자들, 땅에서 일하고 살아야 할 게으름뱅이들을 향해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이런 것을 모두 부숴 버려야 한다, 부숴 버려야 한다, 부숴 버려야 한다.......
신도 이곳에 머물 필요 없고 꼭두각시의 머리도 잘라 내야한다.’
==
그들은 말에서 내려 계곡 속으로 뛰어들었다.
밀수업자는 돌아올 때 다시 찾기 위해 말들을 자신이 아는 곳에 묶어 두었다.
강물은 어둠 속에서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비춰 주었다.
강물은 잠을 자는 것 같은 미끄러운 기슭을 따라 개구리 냄새를 풍기며 콸콸 흘러갔다.
밀수업자와 장군은 각자 손에 권총을 쥐고 강물 위로 솟아오른 바위를 찾아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뛰어다녔다.
그들의 그림자는 악어처럼 그 들을 뒤따랐다.
악어들도 그림자처럼 그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구름처럼 달려드는 곤충들이 그들을 쏘아 댔다.
공중에는 날개 달린 독약이 날고 있었다.
바다 냄새가 났다. 밀림이라는 그물에 잡힌 바다였다.
모든 물고기들, 불가사리, 산호, 폴립 모체, 심연, 물살......, 낙지의 긴 촉수는 머리 위에 이끼의 기둥처럼 세워져 있어 죽음 이후의 신호처럼 보였다.
야수들조차 그들이 지금 가고 있는 곳을 피해 다녔다.
카날레스는 자신의 민족의 영혼처럼 불길하고 안전하지 않고 파괴적인 자연의 한가운데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인육을 먹어 본 경험이 있을 것 같은 악어 한 마리가 밀수업자를 공격했으나 그는 그보다 먼저 뛸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장군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방어하기 위해 뒤로 돌아가려던 전광 석화 같은 순간 멈춰 섰다. 그때 또 한 마리의 악어가 아가리를 벌린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죽음의 전율이 그의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혀가 절로 나오고 손이 움츠러 들었다.
세 발의 총성이 울렸고 메아리가 반복될 때 그는 막아섰던 다친 악어가 도망가는 틈을 타 안전하게 뛰어올랐다.
밀수업자는 또 몇 발을 쏘았다.
충격으로부터 정신을 되찾은 장군은 뛰어가 밀수업자의 손을 잡으려 했다가 그만 총구를 잡아 손가락을 데었다.
먼동이 트자 그들은 국 경에서 헤어졌다.
들판의 에메랄드 위로, 새들이 음악이 나오는 상자로 변신하는 촘촘한 숲이 있는 산 위로, 그리고 밀림 위로, 빛의 보석 더미를 나르는 악어의 모양을 한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는 중국인 하나가 죄수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는 한 세기에 한 번 올까 말까 할 정도로 찾아와서는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고 떠났다.
그 반신반인의 이상한 인간은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모든 이들이 만들어 낸 허구일까?
짓이겨진 배설물들과 벽 앞에 선 사람의 고함 소리 때문에 그들은 정신이 마비된 것 같아서 선행을 베푸는 천사라는 존재도 환상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물, 티네티! 물, 티네티! 제발, 물, 물, 물, 무울!"
군인들은 끊임 없이 가죽샌들로 타일을 밟으면서 들어 왔다 나갔는데, 그들 중 몇 사람은 깔깔 대며 벽 앞에선 자에게 답했다.
"티로레스, 티로레스! 사람처럼 말하는 교태 부리는 암탉과 대체 무엇을 하는건가?"
“물, 제발, 물, 나리들, 물, 제발!”
바스케스는 복수할 일과 사탕수수 껍질처럼 바싹 말라 가는 대기 속에서 이탈리아인의 외침에 대해 되씹고 있었다.
그런데 총소리가 그의 숨을 멎게 했다.
총살을 하고 있다.
새벽 3시쯤 되었을 것이다.
==
"흠, 그럼 제가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기적을 일으켜 봅시다.
유일하게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지요.
「아가서」 에 의하면 둘다 똑같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제게 말씀하신대로 그 처녀의 애인이 그녀를 사모한다면, 다시 말해 내장을 떼어 줄것처럼 사랑한다면말이죠, 내장과 정신을 다해서, 다시 말해 결혼하고 싶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녀를 죽음으로부터 살릴 수 있어요.
그가 혼인 서약을 한다는 조건 하에 말입니다.
이식과 접목에 대한 제 이론은 이 경우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페트로닐나는 티처의 품에 안겨 기절할 뻔했다.
집에서는 소동이 벌어졌고, 친구들의 집에 갔고, 마사쿠아타에게 차를 타고 갔고, 마사쿠아타는
신부에게 이야기했고, 바로 그날 카밀라와 카라데 앙헬은 미지의 세상문턱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상아로 된 봉투를 절단하는 칼처럼 길고 섬세하고 차디찬 손을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자의 열이 펄펄 나는 오른손이 쥐었을때, 신부는 라틴어로 된 혼배 성사 기도문을 읽고 있었다.
‘2백여집'의 식구들은 모두 참석했다.
엔그라시아와 티처는 검은 옷을 입었다.
결혼식이 끝나자 티처는 탄성을 질렀다.
"너를 다른 존재로 만들라, 나를 사랑한다면 (Make thee anotherself, for love of me)!”
==
"네가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갖는 것이 싫다고 말했잖아.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선 안 돼.
희망을 주면 안 된다는 내 말을 대체 언제쯤 알아들을거야?
내 집에서 고양이까지 모두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을 주어선 안 된다는 것이야.
이런 직책은 시키는 대로 해야지만 유지할 수 있는 거야.
대통령 각하의 행동 규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 것에 있고, 그들에게 발길질을 하고 매질을 해서라도 그것을 깨닫게 하는 데 있어.
그 부인이 돌아오면 그 접힌 편지를 돌려주고 매장 당한 장소 따위는 없다고 전해 주란 말이야.”
==
결국 그들이 발견한 것은 장군이 펼쳐 들었던 「엘나시오날』 신문지 위에 얼굴을 파묻고 멍하니 눈을 반만 뜨고 유리처럼 허공을 응시하며 식탁에 엎드려 죽어 있는 장군이었다.
사람들은 마지못해 일상의 일과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가축과 같은 자신들의 생활에 진력이 나서 차마리타의 혁명에 가담했던 것이다.
차마리타는 그들이 카날레스 장군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바꾸고 싶어 했다.
왜냐하면 차마리타가그들을 괴롭히는 기존의 관료제와 행정 체제를 폐지하고 새롭게 재편함으로써 그들에게 땅을 되돌려 주겠다고 했고, 물의 공급을 공평하게 나눠 주겠다고 했고, 2년간 의무적으로 그들이 재배한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를 사게 하고, 농기계 도입과 양질의 종자 개발과 좋은 종자의 가축과 비료 개발, 그리고 기술자의 유 입을 위해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하고, 물류의 이동과 수출과 판매를 용이하게 하고 가격을 저렴하게 하고, 언론을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에게만 맡겨 자신들을 선출한 국민들을 위해 책임을 지게하고, 사립학교를 폐지하고, 균형 있는 과세 제도를 실시하고, 의약품의 저렴한 이용과 의사나 변호사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학문의 자유를 인정하고, 원주민들이 탄압받지 않게 하고 그들이 믿는 신을 섬기게 하고 그들의 사원을 재 건하게 하며 핍박받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카밀라는 며칠 지나고 나서야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목소리가 전화를 걸어서 알려 주었던것이다.
"당신의 아버지는 공화국의 대통령 각하가 당신 결혼식의 증인이 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다가 돌
아가셨어요."
"그럴 리가!"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럴 리가 없다니요?"코웃음을 쳤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아버지가 아니에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는 이미 끊어졌고 마치 숨기라도 하듯이 수화기는 천천히 내려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녀는 등이 있는 의자에 푹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잠시 후 농장의 도면을 들었다.
지금 있는 것은 이전에 있었던것이 아니고 그 색깔도 달라졌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돌아가시다니! 돌아가시다니! 돌아 가시다니!
그녀는 무언가를 부수려는 듯 손을 비틀었다.
입을 꼭 다물고 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곧 초록색 눈동자를 고정한 채 오열했다.
수돗물이 거리를 통해 지나갔다.
수도꼭지가 눈물을 흘리고 철로 된 양동이가 웃어 대고 있었다.
==
"대통령 각하의 명령으로 당신은 체포되었소!” 파르판은 손에 권총을 쥐고 말했다.
"하지만, 소장! 만일 대통령 각하께서 그랬다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함께 가세...... 함께 가세...... 제발 부탁을 들어주게나! 이리오게...... 미안하지만......
전보를 보내보세!"
"명령은 이미 내려졌소, 미겔 씨! 그리고 조용히 하는 게 좋을거야!"
"좋을 대로 하게나. 하지만 배를 놓쳐서는 안 되네. 나는 임무를 받고 가\는 거네. 여기서 지체할 수......."
"조용히 해! 그리고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모두 꺼내!"
“파르판!"
"어서 꺼내라니까!"
"이봐, 소장, 내 말 들어 보게!"
"내 말 안 들을 건가!"
"내 말 좀 들어 보게나, 소장!"
"더 이상 반항하지마!”
"나는 대통령 각하가 맡기신 비밀임무를 수행해야 하네.”
"하사, 이자를 수색해! 누가 더 위에 있는지 알게 될 거야!”
어둠 속에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난 사람은 카라 데 앙헬처럼 창백했고 절반 정도 금발이었는데, 그는 진짜 카라 데 앙헬로부터 하사가 꺼낸 여권, 수표, 하사가 침을 발라 손가락에서 뺀 부인의 이름이 새겨진 결혼반지, 커프스단추, 손수건을 받고 사라졌다.
한참 후에 배의 기적 소리가 울렸다. 죄수는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는 눈물이 괴어 앞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머물러 있는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 피부 밑에서는 강물이 얼마나 많이 뒤섞이고 몸속의 상처는 그동안 얼 마나 간지러웠던가! - 문을 부수고 도망가, 달리고, 날아, 바다를 건너, 뉴욕으로 가는 17번객실에서 그의 짐과 이름으로 여행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점점 심해지는 빈혈과 결핵과 광기와 정신착란증 속에서 팔에 아기를 안고, 남편의 소식을 알지 못한 채, 조난자들이 유일하게 돌아올 수 있는 출구인 거울 속에서 혹은 아이의 눈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 속에서 남편을 찾으며, 아니면 잠든 꿈속에서 뉴욕이나 싱가포르에서 남편과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녀는 가는 실을 더듬으며 찾았다.
휘청거리는 그림자를 내뿜던 솔밭 사이로, 과수원에 열매들이 매달린 나무들 사이로, 구름보다 더 높은 들판의 나무들 사이로 고통의 밤 속에서 여명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들이 소금, 기름, 물, 사제의 침 속에서 미겔이라는 세례명과 함께 세례를 받는 일요일이었다.
앵무새는 서로 부리를 비비며 60그램도 안되는 날개를 펄럭이면서 끊임없이 울어 댔다.
어미 양은 부지런히 새끼를 핥아 주었다.
밤색 눈을 껌벅이며 젖을 빠는 어린양의 몸을 어미 양이 다정하게 핥아 주는 모습은 일요일의 고요라는 가장 완벽한 느낌을 재현했다.
망아지는 눈물이 괸 어미 말 뒤를 따라 뛰었다.
송아지들은 기쁜 듯이 울고 침을 턱에 흘리면서 어미의 부풀어 오른 젖에 코를 들이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삶이 그녀에게서 새롭게 용솟는 것처럼 세례식이 끝날 때 아들을 가슴에 꼭 안았다.
어린 미겔은 시골에서 자라 시골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카밀라는 도시에 다시는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
==
앞서 언급한 자가 이 말을 할 때 어둠 속에서 파충류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17번 죄수가 그에게 다가와서 그 여자의 이름 을 알려 달라고 생선 지느러미처럼 힘없이 간청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는 두번이나 그여자의 이름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죄수는 이제는 감각이 마비된 자신의 몸을 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몸을 긁어 대기 시작했고 울부짖으며 얼굴을 할퀴려 했지만 남은 것은 이미 피골이 상접한 얼굴뿐이었습니다.
손을 가슴에 가져가려 했지만 잡히지 않았습니다.
습기 찬 먼지가 쌓인 거미줄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지시한 바에 따라 앞서 언급한 비츠에 대한 의견서를 정확히 기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가 체포될 때 87달러가 있었고 중고 캐시미어 한 벌과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차표가 있었습니다.
17호 죄수의 사망 증명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염성이질로 사망.
이상이 영광스럽게도 대통령 각하께 보고드리는 내용의 전부입니다. 이상무.
==
백화점 점원들은 퇴근하기 시작했다.
전차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가끔 마차, 자동차, 자전거가 지나갔다.
성당 관리인과 학생이 거지들의 안식처이자 종교가 없는 자들이 쓰레기들을 버리는 성당의 아틀리에를 지나고 주교의 관저 앞에서 헤어지기까지 거리에 피어난 잠깐동안 생기가 지속되다가 사라졌다.
학생은 나무 바닥의 다리 위에서 성당 주변에 흩어진 쓰레기 더미를 비웃듯이 내려다보았다.
차디찬 바람이 짙은 먼지구름을 만들었다.
대지의 화염 없는 송가. 멀리서 터진 화산의 잔해.
또 한번 바람이 몰아치자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된 공문서들을 이전에 시청 사무실이 있던 자리에 소나기처럼 뿌렸다.
다 쓰러져 가는 벽에 붙어 있던 장식용 카펫 조각들이 바람에 깃발처럼 나부꼈다.
이윽고 빗자루를 어깨에 멘 인형 제작자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그의 어깨 위로는 별이 촘촘한 푸른 들판이 보였고, 발밑으로는 자갈과 돌로된 다섯 개의 작은 화산이 있었다.
덩그렁! 침묵 속에서 8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덩그렁!.....덩그렁!
학생은 막다른 골목의 맨 끝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멀리서 대답하려다 잔기침에 의해 중단된 어머니의 목소리와 그녀가 드리던 로사리오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 받는 자들과 순례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드리오니......
기독교인 통치자들에 의해 평화가 함께하며 다스리게 되리니......
가톨릭 신앙의 적들을 위해 기도드리오며......
성교회의 자비 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난들과 우리의 가난을 위해 기도 드리오며……
연옥에 있는 혼령들에게도 축복을 내려 주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과테말라, 1922년 12월.
파리, 1925년 11월, 1932년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