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풀빛에서 별이 하나 떠 있다. 새벽이슬은 외롭지만 가장 깨끗하다. 눈물 한 방울에도 영혼이 숨어있다. 새벽이슬 속에서 피는 꽃은 가장 따뜻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어디에서도 꽃이 되어 있다. 새벽이슬에 젖은 초록 치마는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롭게 태어나는 초록별이여. 아주 조용한 곳에서 너와 마주침이여. 그 순간만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막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간절히 기다려왔다. 첫차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다. 찾으면 언제나 꽃이 되는 사람이 있다. 네가 머물러 있는 곳은 바로 꽃이 피는 자리다. 보이는 네 모습이 꽃이 핀 자리다. 들에 핀 꽃들은 한순간에도 꽃이 되어 있다. 들에 꽃들은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순간만큼은 초록별처럼 사랑한다고 한다. 날마다 새롭게 핀 들꽃이여. 영원히 사랑한다고 맹세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오늘 한 발짝씩 나아가겠다고. 우주에서 본 푸른 별이여. 내가 떠난 자리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여. 닭의장풀은 생명력이 강하다. 잎 하나만 떼어놔도 살아서 돌아온다. 소가 이 풀을 먹고 난 배설물에서 생명의 씨앗은 자란다. 6~9월에 핀다. 이슬을 머금으면 더욱 선명해진 꽃이 닭의장풀이다. 꽃잎으로 쪽빛 염색물을 들였다고 한다. 한 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꽃잎으로 염색하면 은은한 향기가 젖어들 것 같다. 꽃이 귀할 여름이 왔다. 하지만 이 계절에 피는 꽃들은 정열적이다. 산속에 빨간 나리꽃, 담장 위에 능소화, 들안에 백합 등은 열정적으로 피어있다. 이슬에 젖어 오는 새벽안개는 별 하나가 잠에서 깨워 깨끗하게 세수를 한다. 새파란 들판에 개망초가 하얗게 핀다. 아직도 피어있는 씀바귀 꽃은 물 내려오는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낮달처럼 맑게 피어있는 장의장풀이 꽃잎 두 장으로 외롭게 핀다. 새벽이슬을 좋아하는 보라색 꽃잎은 일찌감치 길을 나서고 있다. 쪽빛 하늘을 안고서 더 서러울 것 없이 깜박이는 눈물이여. 가장 깨끗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단 하루만 살아도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꽃향기는 없지만 난 그대에게 쪽빛 하늘로 물들이고 싶다. 들판에 꽃들은 등 뒤에서도 피는 꽃이다. 늘 앞에서만 피어 있던 꽃들이 이제 등 뒤에서 피기 시작한다. 뒤에서 바라보는 내 등은 어떤 모습일까. 꽃은 등 뒤가 더 아름답다. 빛이 지나가는 자리가 아름답다. 창호지에 비쳐오는 등 뒤가 편안하다. 쪽빛 하늘 등 뒤가 은은하다. 들꽃 사이 비쳐오는 아름다운 사람이 가장 따뜻하다. 깨끗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물이 많은 사람이여. 항상 고여 있지 않고 깨끗하게 흐르는 눈물이여. 당신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다. 등 뒤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있고 쪽빛 하늘로 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