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됐다. 자녀가 새 친구와 새 선생님, 바뀐 교과에 잘 적응할지 걱정되는 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터. 상급학교에 진학한 신입생이라면 더욱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현직 교사들이 말하는 초·중등 신입생 새 학기 적응 이모저모.
입학 전부터 다양한 사교육을 받는 요즘 아이들은 교과 적응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반면 생활면에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학습량은 많아졌지만 부모를 떠나 생활할 때 필요한 기초적인 것들이 부족한 게 원인이다. 안혜영 서울원촌초등학교 교사는 “혼자 화장실을 못 가는 아이, 연필 잡는 법이나 책상에 앉는 자세가 심각하게 잘못된 아이, 빗자루질을 못하는 아이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잡혀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학습도 중요하지만 바른생활 태도와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정리 정돈하는 습관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다. 필요한 자기 물건을 제때 챙기지 못하면 수업에 차질도 생기고 학용품 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아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안 교사는 “매일 저녁 다음날 교재와 준비물을 반드시 아이 스스로 챙기게 지도하고 특정 물품을 놓는 자리를 스스로 정해놓고 지키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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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안 교사는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매일 시간을 정해 바른 자세로 책을 읽는 등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초등 저학년은 본격적인 학습의 시작이기보다는 장기간 학습을 하기 위한 습관을 형성하는 시기로 봐야 한다”고 했다. 초등 저학년의 교우관계에 있어 특히 중요한 것은 ‘배려’다. 안 교사는 “남의 말을 잘 듣고 내 의견을 무조건 우기지 않는 것, 모둠활동에서 양보를 잘하는 아이가 교우관계가 좋고 인기 있다”고 했다. 이제 ‘학생’이 됐다고 갑자기 사교육을 늘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스트레스에 학업 부담까지 더해 학교생활은 물론 학업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안 교사는 초등 저학년은 가정에서 엄마표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학업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짧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함께하는 독서교육, 교과서에 실린 게임을 가족이 함께 해보는 것 등이 훌륭한 공부가 된다”고 했다.
중학교 신입생이 신경 써야 할 것 중 하나는 성적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의 다양한 부분을 평가하는 수행평가다. 별것 아니라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과 생활 태도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중요시되는 추세다. 정지연 서울신천중학교 교사는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달리 새로운 규칙이 많고 생활지도도 강화되는데 입학 초기에 이런 점 때문에 자주 지적을 받으면 자칫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며 “입학식이나 오리엔테이션에서 알려주는 수칙을 꼼꼼히 챙기고 수업 태도를 바르게 갖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늘어난 학교 수업시간만큼 사교육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 교사는 “학교에 있는 시간이 늘어 기존에 다니던 학원에 가는 것도 더 힘들게 느낄 수 있다”며 “자칫 학원 수업을 위해 학교를 쉬는 곳이라 여길 수 있으니 무작정 학습량을 늘리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교실에 교사가 상주하지 않고 ‘또래끼리만’ 있는 시간이 늘어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보호자나 기댈 사람이 없으면 적응을 못하는 경우다. 정 교사는 “학교의 교우관계 조사나 인성검사 결과 등을 챙겨 자녀가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했다.
글 이경석 기자 ㅣ 일러스트 배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