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최근 더 넥스트 스파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스파크가 공개됐습니다. 한 번 자세하게 분석해 봤습니다. 한국 지엠은 한국시장 철수 논란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샀습니다. 그리고 비록 완전 신모델은 아니지만 더 뉴 스파크는 이번 사태가 일단 방향을 잡은 뒤에 공개된 첫 모델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델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되돌릴만한 가능성이 있는가, 아니면 평소와 다름이 없이 통상적인 수준의 페이스리프트에 그칠 것인가를 확인하려 한 것입니다. 이번 사태 한참 전부터 이미 개발이 시작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에서라도 얼마나 적극성을 갖고 고객에게 다가가려 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면 한국 지엠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스파크는 한국 지엠이 주도하는 글로벌 모델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록 이전보다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요즘 기름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래에는 다시 기회가 올 지도 모릅니다. 최근 세계적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불안이 원유가를 다시 10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세계 경제와 우리의 살림에는 큰 타격이겠지만 경차 시장에는 오히려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 한국 지엠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스파크에 공을 들이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한국 지엠의 GM 그룹 내에서의 입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가격표를 기준으로 분석했습니다. 디자인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일단 쉐보레의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것에서 의미를 갖는 수준에서 지나가겠습니다.
일단 가격 경쟁력과 제품 경쟁력 모두에서 대단히 적극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렴해진 가격, 향상된 사양, 그리고 간소해진 트림 구성이 그 핵심입니다.
일단 트림 구성부터 알아보죠. 이전에는 일반 모델 수동 변속기 – 일반 모델 C-테크 무단 변속기 – 에코(ECO) 무단 변속기의 세 가지 대분류였습니다. (퍼펙트 블랙 같은 스페셜 트림과 승용밴은 논외로 합니다.) 이제는 에코 모델이 삭제되어 모든 트림에 수동 변속기와 C-테크 무단 변속기 적용 모델로 간소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LT 플러스같은 가지치기 트림이 없어졌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이 쉬워졌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관리가 수월해져 간접비용이 절약된다는 뜻입니다. 좋습니다.
그러면서 C-테크 무단 변속기 적용 모델이 좋아졌습니다. 이전의 C-테크 패키지가 163만원이고 새로운 C-테크 적용 트림은 180만원으로 가격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톱 & 스타트가 이제는 기본 적용입니다. 에코 모델에 있었던 저 구름 저항 섬머 타이어가 삭제되었지만 이것 없이도 연비가 충분히 좋아집니다. 그래서 전에 연비 14.3km/리터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117g/km였던 것이 15.0km/리터와 109g/km로 향상됐습니다. 저 구름 저항 타이어를 사용했던 이전 에코의 15.4, 107과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저 구름 저항 타이어는 섬머 타이어였기 때문에 겨울철에 윈터 타이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객 편의와 친환경 사이에서 아주 적절한 타협입니다.
사양도 좋아졌습니다. 가장 큰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일 것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어’ 트림에 기본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전에도 전방 충돌 경고, 측후면 사각지대 경고, 차선 이탈 경고 등으로 360도 경계 기능을 제공했지만 시티 세이프티 자동 제동 기능만을 제공하는 모닝에 밀렸던 아픔을 털었습니다. 정확한 대응입니다.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개선이 하나 있는데 이전에는 최상위 LTZ 트림에서 63만원짜리 스타일 패키지를 선택해야만 가질 수 있었던 프로젝션 헤드라이트가 기본형부터 모두 기본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반사경식 할로겐 헤드라이트는 광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불만이었습니다. 고객의 의견을 정확하게 들었다는 뜻입니다.
또한 14인치 모델의 타이어 규격이 165/65 R 14에서 175로 커졌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구성을 제대로 바로잡은 것입니다. 165/65 R 14의 타이어 둘레 길이는 1.79미터로 185/55 R 15와 195/45 R 16의 1.83미터보다 유독 짧았습니다. 즉 바퀴 지름이 작았던 것입니다. 이번에 타이어가 커지면서 되면서 1.83로 바로잡혔습니다. 이는 차량의 운동 성능에 미묘하지만 확실한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연비가 거의 그대로라는 점은 매우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 이외에도 기존에 있었던 장비들을 새롭게 구성해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이 부분은 가격을 분석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형 LS 베이직 트림은 가격이 20만원 낮아져서 979만원(수동 변속기)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프로젝션 헤드라이트가 기본 적용되어 만족도가 향상됩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리어 와이퍼와 워셔가 LS 트림들에는 삭제되어 LT 트림 이상에서만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LS 트림의 경쟁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단, 2열 6:4 폴딩 시트 + 독립 헤드레스트 패키지 가격이 7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 것은 아쉽습니다.
그 위의 LS 트림 자체로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LS 베이직의 변화인 프로젝션 헤드라이트 추가 및 리어 와이퍼 워셔 삭제 이외에는 기존 모델 대비 바디 컬러 도어 핸들이 적용된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1036만원에서 1057만원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노림수는 패키지에 있습니다. 이전에는 LS 트림에서는 선택할 수 없었던 인조가죽 + 열선시트 ‘레더 패키지’, 스마트키, 알로이 휠이 개별 선택이 가능합니다. 실속파들에게 매력적인 차 만들기가 가능한 트림입니다.
LT는 이전의 LT와 LT 플러스, LTZ가 적절히 섞였습니다. 가격은 이전의 LT와 LT 플러스 사이인 1175만원. 메리트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LTZ에서만 가질 수 있었던 운전석 암레스트, 6스피커가 기본입니다. 오토라이트 컨트롤은 이전에는 최상위 LTZ 트림에서만 스타일 패키지 옵션으로만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LT 트림부터 기본입니다. 반면 이전 LT 플러스에서 기본이었던 인조 가죽 시트와 앞좌석 열선은 레더 패키지로 패키지화해서 열선 스티어링 휠과 묶어 45만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어. 이전의 LTZ에서 대체로 업그레이드 되었음에도 가격은 1290만원으로 오히려 1만원 내렸습니다. 새롭게 소개된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이 기본 적용이고 이전에는 패키지 옵션으로만 선택할 수 있었던 버튼 시동 & 스마트 키 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도 기본입니다. 단 하나 낮아진 것은 리어 사이드 에어백이 옵션으로 돌려졌다는 점인데 차 급을 생각하면 아주 현명한 사양 구성입니다.
이 이외에도 소소한 변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LT 트림 이상에서는 새롭게 이오나이저가 옵션으로 적용되고 크롬 도어 핸들이 적용되는 트림이 있다는 것 등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흠 잡을 데 없는 페이스리프트입니다. 메시지 관리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의 상품성도 매우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모닝보다 괜히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원래 좋았던 기본기만으로 설득할 필요가 없어져서 판매하기 수월해졌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저는 더 넥스트 스파크 LTZ 수동 변속기 모델의 오너입니다. 색상은 이번에 사라진 코랄 블루이구요. 제 차는 이제 구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한국 지엠, 그리고 자신의 오리지널 스파크가 활개를 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최소한의 한국 지엠과의 10년 동행이 서로에게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