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답지 않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그저께 얻은 찰밥을 데워 먹고 밭에 나갔다.
저녁 시간에는 밭에 잘 가지 않지만
오늘은 그냥 가고 싶었다.
오는 길에 빠알간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해서.
일주일 이상 찾지 않은 밭의 식구들은
그냥 각자의 힘으로 잘 살고 있었고
간혹 동거하는 흙속의 친구들에게 자기를 내어 주고 있었다.
빠알간 노을을 볼 수 있을까 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냥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언니이자 자매이자 동지이자 동료였던 친구를 보내는 자리에 다녀온 후
하늘이 파래도 까매도 빨개도 그 중앙에 수의 얼굴이 덩실거려
반갑기도 했지만 서글픔이 더 커서 말을 닫고 말았다.
올해 초 드디어 텃밭을 하게 됐다고 했더니
'어머나, 드디어 자기도 농부가 되는 거야?
잘 하고 있어. 바구니 들고 수확하러 갈 테니까~~' 했었다.
세상이, 시절이 수를 가만히 두지 않아
그녀는 투병 중에도 자기를 찾는 곳은 마다하지 않고 갔었다.
어떤 생각이었을까?
본인의 몸 상태를 본인이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도대체 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멀리 있다는 핑계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볼 기회를 만들지 않은 내가 참 미웠다.
내 기억 속에는 그저 활짝 웃는 수의 얼굴만 남아 있다.
우리가 늘 이야기 하던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렇게 두고두고 가슴이 저리는 일일 줄 몰랐다.
수, 식물은 참 잘 자라.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지 모르겠어.
저녁밥 먹고 잠깐 밭에 가서 데리고 온 채소들인데
동생들한테 보낼 것과 이웃과 나눌 것,
그리고 내가 먹을 것을 정리하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간다.
자기한테도 꼭 채소 꾸러미 보내마하고 다짐했었는데...
나무 같은 사람, 태양 같은 사람.
'이럴 때 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수라면 어떤 말을 해줬을까?'
수를 처음 만났던 15년 전 그날의 따뜻함을 부적처럼 여기고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기억하고 잘 살게.
눈이 시리게 좋은 날엔 놀러 와.
특별히 씩씩한 구름이 보이면 당신인 줄 알게.
첫댓글 글 읽는데 그냥 눈물이 나네
갈수록 더 보고 싶을텐데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 아쉬운 마음도 2년이 다되가는데 아직도 꿈에 보이면 반갑기도 하구 실체가 없으니 속상하기도 해 꿈을 꾼 날 아침은 이대로 깨지 말지 왜? 그 생각도 했어
그래도 수진이가 밝게 사는걸 바랄것 같애 상실감 크겠지만 잘 이겨내기를....
응. 그 친구도 그러길 바랄 테니.
난 여전히 나답게 살아야지..
고인의명복을빌며.....
힘내
그래, 고마워~
이제 편하게 다니시기를
그러게.
이젠 본인의 의지대로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겠지?
한동안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고 서성일거야
친한 벗을 보내는게 쉽진 않더라
여름 가지는 수확이 많아 처지 곤란일때가 있어 열십자로 갈라 빨래줄이나 세탁소 옷걸이에 걸어서 말렸다가 자잘하게 잘라 밥에 넣어 먹음 맛있어 한참 그렇게 만들어 먹었었는데
올해는 나도 해봐야겠어
아,,,그렇게 먹는 방법도 있구나.
본격적으로 해가 나오면 그렇게 해봐야겠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초보농부가 현지농부 때려 잡겠네
첫농사가 저 정도면...대단하다
근데 익지도 않은 옥수수는 왜 땄을꼬...
코끼리 뒷걸음으로 뭐 잡는다고.,.뭐 그런 거지? ㅎ
환하게 웃고 살기를 원할꺼얌 ^---^&*~♡
그래...^^
힘들겠다.
어쩌누~타독타독
그렇게 그리워하며 살겠지...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라..
앞으로 얼마나 또 다른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이 반복 될까나..
세상사 살아갈수록...나이들수록 슬픔이 더 많아지려나...
이제 정말 옆에 없다고 생각하니 실감도 안 나고 믿을 수도 없고...
힘내시게..
This too, shall pass away..
친한 누굴보낼다는건 마니 아픈일이지^^맘 잘 추스리고 수진아~~농사의 수확은 그래도 올라오네 ㆍ우리도 오늘 고추 양배추 상추 얻어왔네^^뿌듯함도있고 안스러운맘도있고 그렇네^^
저 채소들 거두면서 많이 좋았어.
내가 할일이 있는 거니까..^^
마음이 아파 차마 글을 다 못읽겠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살겠지만
항상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잘 이겨내기를~
응...고마워.
수도 그걸 원할 테니 ^^
수진쌤!!
그랬구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그래, 몽아.....
친구를 떠나 보냈구나ㅠ
아프지 않은 세상으로 가서
아프지 않게 잘 살거라 생각하자
나도 친한 친구
두 명을 떠나 보내고
한동안 그녀들 생각에
슬픔과 아픔이
훅하고 밀려올 때는
견디기 힘들었어ㅠ
왠지 엄청 자유롭고 씩씩한 구름으로 올 거 같아. ㅎ
그때마다 이름을 크게 불러야지~
안녕, 님자샘
수확물들 모양 보니 농약을 안친듯하네.
잘은 모르지만...
맞아. 전혀 안 쓰고 있지...ㅎ
사람을 떠나보내는 건
내가 살아가는 곳에 그 사람의 흔적이 점점 없어진다는 건
힘들고도 슬픈 일.
그래도 잘 지내기를.
응..잘 지내고 있어.
난 할일이 있으니까...^^
넌 도데체 못하는게 뭐냐?
난..잘하는것을 못찾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