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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국을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8월15일 늘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광복절 해방일을 건국절로 바꾸자고 논의하는 여당 대표, 일왕 존경을 공공연하게 떠들던 고위직 공무원의 발언
등은 역사 교과서 개정과 국정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려는 안간힘 같아 보입니다. 이들의 선출은 국민이 했지요..
만약이라는 가정이 굴곡진 한반도 역사와 상관없음에도, 만약, 높은 자리에 내가 앉아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처신 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마련이죠. 영화 '밀정'은 바로 너라면 혹은,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습니다.
극 서사는 송강호가, 전개는 의열단과 일본 경찰이 일익을 담당합니다. 예고편에도 나왔듯이 적과의 동침인데다
이중첩자로 들어간 송강호(이정출 분)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는 조선독립 의열단의 움직임이 교란, 회유,포섭이
이뤄지면서 독립군과 일본경찰, 쌍방간의 암투와 혈투가 차례로 전개됩니다.
러닝타임 140분은 끝나고 나서 알았습니다. 액션씬과 블랙코미디같은 장면이 쉴새 없이 연출돼 보는데 지루함이
덜 합니다. 영화 속 미술 무대와 음악도 마음에 듭니다. 이때껏 봐왔던 한국 영화중 역대급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 기자들은 기사에서 천만영화 '암살'과 비교해 호불호가 갈리던데, 암살은 밀정에 비하면 지루합니다.
9월 7일 개봉하는 '밀정', 나는 송강호가 연기한 친일파 이정출과 뭐가 다를까?
(영화는 봤지만 특별히 내세울만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자료 참조는 예고편과 소개된 기사들을 보고 썼습니다)
얼마전 '밀정'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러닝타임 140분. 송강호, 공유, 한지민, 츠루미 신고, 엄태구, 신성록 등이
영화 속 주요 배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보였습니다.日배우 츠루미 신고는 '마이웨이'(강제규 감독)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스토리가 별로라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이번 '밀정'에서 본 츠루미 신고의 얼굴은 낯이 익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병헌, 박희순의 특별출연도 극의 전환점과 결정적인 사건의 계기를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합니다.
영화 배경은 1920년대 조선 총독부 경무국 경부(현재 경감) 황옥이라는 실존 인물과 당시 시대가 모티브입니다.
지금도 논란이지만, 조선인 출신 경무국 간부 황옥은 당시 상부의 지시를 받아 독립군 속에 잠입,염탐, 포섭하던
밀정(스파이)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바로 황옥입니다.
듣자하니, 황옥은 일본 밀정과 독립운동가 인지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실존 인물로
분명히 독립군을 일망타진한 밀정도 맞고, 총독부 시설에 폭탄 투척 및 요인 암살을 돕다 내부자의 밀고로 붙잡혀
지난 1924년 12년 형을 받아 복역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개봉하고 약간의 논란이 있을것 같군요.
조선인끼리 죽고 죽이는 '밀정', 극중 일본은 온라인게임 유저 같다는..
스토리는 조선 독립 의열단 단장 정채산(이병헌)과 日 총독부 경무국(경찰청) 실세 히가시 부장(츠루미 신고)의
두뇌 싸움이 큰 줄기입니다. 그 안에서 동지, 수하들을 보내 상대 국가를 상대로 폭파하고, 포섭하고, 암살 등을
강행합니다. 영화 '밀정'의 특징은 극중 살해되거나 희생된 사람들은 일본인이 아닌 다수가 조선인입니다.
인물 캐릭터와 연기력
출연 배우들의 캐릭터 면면을 보면 마치 성경책 신약과 많이 유사합니다.
극중 배우 송강호가 맡은 이정출은 변절자입니다. 오늘로 치면 경찰청 경감의 위치에 있는 그가 독립군 밀정으로
들어가 독립운동 단체 내부 인물 동정과 동선을 파악하는데 주력합니다. 이정출과 일본 경무국의 목표는 의열단
단장 정채산(이병헌) 제거와 조직 일망 타진입니다.
1차 예고편에도 잠시 보였지만 극 초반 이정출과 독립군의 쫓고 쫓기는 장면은 영화 '역린'보다 훨씬 정교합니다.
송강호와 '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에서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의 역량이라 생각됩니다. 녹슬진 않았죠.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 팬들이 기대한 대로 정말 신출귀몰한 연기력을 보입니다. 영화 속 사례 몇가지를 살펴보면,
전작 보다 뛰어난 발성과 감칠맛 나는 대사를 구사합니다. 이 점은 송강호의 출연작들과 비교해도 눈에 확~띄는
연기를 보시게 될 겁니다.
예를 들면 송강호(이정출 분)의 일어 대사에 대해 같이 본 친구에게 들으니, 지금까지 봐왔던 日영화 배우들 보다
더 낫답니다. '관상'의 김내경, '변호인'의 송우석, '사도'의 영조을 생각하면, 이제는 뭘해도 관람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희노애락이 담긴 연기를 선보입니다. 성서속 베드로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경성(서울) 의열단 리더 김우진을 맡은 공유. 연기가 좀 밋밋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가 순수하고
의로운 사람입니다. 성서로 치면 요한 같은 인물이지요. 이정출(송강호 분)이 접근하는데 의혈단 리더이자 실질적인
대화 창구로 나옵니다. 플롯의 흐름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예고편에 공개됐지만, 정채산(이병헌)은 그가 던진 미끼를 먼저 물자고 하지요. 이병헌의 내공은 '내부자들'을 통해
재차 증명됐지요, '밀정'에서 그의 역할은 비록 짧지만, 극적 재미와 함께 독립군 대 日 경찰의 수 싸움에서 공격적인
패턴을 탁월하게 전개하고 밀어 붙입니다.
한지민. 이 친구를 주목해야할 겁니다. 송강호가 기자회견에서 극찬한 적이 있는데, 김지운 감독의 성향상 한지민은
결코 작은 역할을 맡은게 아닙니다. 임펙트가 있고, 영화가 정점에 달할때 확실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입니다. 그녀가 맡은
연계순은 김우진(공유 분)의 연인이자, 의열단 여성 단원으로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액션을 훌륭히 소화합니다.
정말 작고 볼품없는 조선의 여성이 저렇게 과감할수도 있구나 싶을 겁니다. 막달라 마리아인가요?
경무국 히가시 부장(츠루미 신고)의 술수로 이정출(송강호 분)을 견제하고 성과를 앞당기기 위해 특별히 선발된 형사
하시모토(엄태구)는 히스테릭한 인물입니다. 같은 조선인인데 일본제국에 대한 충성도가 이정출을 능가합니다. 일부
몇몇 매체에서는 그의 연기력을 칭찬했지요. '차이나 타운'에서도 주목받더니 떠오르는 충무로 배우가 된것 같습니다.
엄태구의 연기에 반발하는 기자도 있지만, 그가 분한 하시모토라는 배역은 김지운 감독의 연출에 의해 탄생됐습니다.
하시모토는 신약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로마를 위해 열성을 다해 충성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을것 같습니다. ^^;;
끝으로 신성록이 맡은 조회령. 끝까지 알수없는 인물입니다. 있는듯 하면서도 뭔가 다른.. 영화 보시면 아실겁니다.
첫댓글 결론은 재미가 없다는건가요?
재미있습니다. 140분이 지루하지 않을만큼..
@이스마엘 감사합니다.
의열단입니다.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영화는 대중의 관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장르입니다.
예로. 72년 이소룡 주연의 정무문의 핵심 스토리는 항일이였습니다.
사부를 음모로 독살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무술로 저항하고 일본 도장 씬 장면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고,
죽음 맞는 장면 결만에서 항일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소룡의 정무문은 고전 명작으로 꼽으며 홍콩 대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94년 이연걸의 정무문..스토리가 완전히 반대로 바뀝니다.
진진은 일본유학생이 되고, 일본인 연인이 나옵니다. 전작 여주인공의 연인의 죽음 맞는 애달픈 눈빛과 장면은 사라지고 그저 주변인물이 됩니다.
즉 항일이 친일로 둔갑해
이소룡 오마쥬 정무문이 아닌 원작의 의미를 희석하고 이소룡을 지워버립니다.
/성서속 베드로가 아니였을까..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왠지 감독의 의도가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물에 대한 포커스를 어디에 두고, 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일반적 판단은 뒤바뀔 수 있습니다.
영화는 사법재판과 유사성이 있습니다.
영화에 그린 실존인물에 대한 묘사에 따라 관객의 인물평은 바뀌듯.
재판에서 변론사 변론 능력에 따라 죄의 경중이 달라지고, 유무죄가 바뀔 수 있듯..
@hwin66 '밀정'은 이 시대, 혹은 이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항일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질문을 던져볼수있는 혹은 스스로 자문해볼수있는 영화 같더군요.
보는 동안 스토리가 어렵거나 난해하지는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김지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처음에는 콜드 누아르를 계획했지만
제작기간 동안 가슴이 뜨거워지는걸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럴만도 한게
일본이 아닌 한국 역사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더군요.
김감독은 '밀정'을 기획하기 전까지 스스로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거라고 생각해본적도 없답니다.
이 시대가 그렇게 만든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답변하더군요.
@이스마엘 /만약, 높은 자리에 내가 앉아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처신 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마련이죠.
영화 '밀정'은 바로 너라면 혹은,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습니다. /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못하고, 아주 불안한 존재입니다.
인간적인 면, 고뇌,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 등등을 제시하고 만약에 너라면 다른 선택을 했겠냐? 자문하면?
국화 옆에서 서정주와 서시의 윤동주 동시대, 같은 시련과 고민이 있었는데.
서정주는 민족을 배반하고 악질적인 친일행각을 벌였고,
윤동주는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마엘 만약에 서정주라면에 포커스를 두고,
그의 인간적 고뇌와 사람으로써 누구나 갈구하는 명예와 부를 추구하는 면을 집중 부각하면, 친일파 서정주는 재조명 됩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친일파에 대한 단죄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서정주는 미당서정주기념관 까지 건립해 길이 길이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립니다.
반면 윤동주 기념관 13년에 연세대에 윤동주기념관이 조금막케 들어섰습니다. 그것도 연세정신의 일환이란 취지로 시작된
윤동주기념사업회로.. 정식 윤동주기념관을 위해 기금 마련중으로..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단면이지요.
그래서 바로 너라면,, 이 화두? 의도가 염려스러운 겁니다.
@이스마엘 저도 밀정 과 아수라.. 시간이 날때 보려고 맘 먹던 영화들입니다.
관심갖고 있던 영화 얘기라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런 시각도 있구나 정도의 사설일뿐입니다.
@hwin66 화두를 던지는 영화같더군요. 서정주라..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공감됩니다.
밀정 보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밀정이 나오는 이 시점, 지금이 해방을 맞이하는 시기가 아닐까.
띠와 별자리가 바뀌면 새 기분으로 출발하듯이 말입니다.
8년 동안 우매하거나 힘없는 자들의 선택과 결과가 매해 하강하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밀정을 보며 우매함과 어리석음을 조금 씻겨줘야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소수가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어도 다수 또한 그 소수를 권좌에 앉히는데 책임이 있지요.
결국 밀정의 이정출(송강호 분)은 결코 먼곳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사설이 길긴요~ 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hwin66 저도 같은 생각인데 글로 풀어내는 재주가 없어서 답답했어요 근데 hwin66님께서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셨네요 만약 독일과 같이 과거를 반성하는 일본의 태도가 있었다면...우리나라가 해방후에 나라의 주권을 팔아넘기고 떳떳한 매국노 친일파를 척결하였다면요...이런 시각의 영화는 또 다른 관점을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시도 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하지만 현실이 ㅠㅠㅠㅠㅠ
오 저 꼭 보고싶은 영화예요 그래서 님글은 혹시 스포있을까봐 죄송하지만 읽지는 못했어요 ;; 역사저널에서도 나왔지만 정말 궁금합니다 송강호씨도 너무 기대되구요..
예고편을 예로 써서 스포까진 아닌듯 싶습니다.
http://pod.ssenhosting.com/rss/vamp666.xml 이거 듣고 영화 보시면 더더욱 이해도 쉽고 재밌을 겁니다.^^
안나오는데요? 다시 한번 주소를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이스마엘 http://www.podbbang.com/ch/4362
@영화인 잘 듣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