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기 위해서 먹을까요, 먹기 위해서 살까요?
얼핏 살기 위해서 먹는다고 대답하면 더 고상할 것 같지만, 글쎄요, ‘사람이 어떤 것을 하기 위해서 사는지, 살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하는지’로 문장을 바꾸면 대답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철학의 동네에서 말하는 실존론과 본질론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2005년 미국에서 연수할 때 한국에서 오신 어느 선배가 맛있는 쇠고기를 먹더니 “50년 헛살았구나”하고 탄식하던데, 음식이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만 음식을 먹는다면 얼마나 덧없겠습니까?
여름철에 맛있는 냉면을 즐기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삶을 푼푼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을밀대에 갔다가 30 여분 동안 줄을 선 뒤 냉면(사진)을 먹어야만 했습니다. 30분 줄을 선 다음 10분을 먹고 나와서 30m 줄을 선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떠나야했지만, 냉면 맛의 여운은 하루 동안 남더군요.
냉면은 집집마다 다 맛이 다른데 어떤 날에는 을밀대의 시원한 육수, 어떤 날에는 우래옥의 면발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몇 년 전 경기 고양시에 살 때에는 휴일에 갑자기 양평군 옥천면옥의 냉면 맛이 떠올라 집에서 3시간 승용차를 몰고 냉면을 먹고는 교통체증에 5시간 걸려 집에 온 적도 있습니다. 냉면 애호가인 이영덕 전 통일원 부총리는 맛 있는 냉면집을 찾아다니다가 아예 집에 기계를 사두고 하루 세 끼를 냉면으로 해결했다고 하던데 그 분에 비해서는 약과이죠?
냉면의 면발은 메밀과 고구마전분을 섞어 만드는데 평양냉면은 메밀, 함흥냉면은 전분이 많습니다. 평양도 실향민은 대체로 푸석푸석한 면발을 좋아합니다. 우래옥에는 실향민들을 위한 특별한 냉면을 팔기도 하죠. 지금은 고인이 된 을밀대 사장이 "물냉면의 육수에는 통마늘, 통파, 사골 등 온갖 재료를 넣기 때문에 재료비가 비빔냉면보다 훨씬 많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비빔냉면 먹는 사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 것이 기억나는군요.
특히 평양냉면은 주성분인 메밀에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해서 건강에 특히 좋습니다. ‘메밀 다이어트’도 있을 정도이죠.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고추냉이를 넣은 다음 면발에 식초를 치고 계란 노른자를 풀어서 먹습니다. 계란 노른자가 고소한 맛을 낸다는데 유정란이 아니면 별 소용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면 함흥냉면을 즐기는 사람은 쫄깃쫄깃한 면발과 매콤한 맛, 고명으로 얹는 홍어회의 삼박자가 어울러진 함흥냉면이 평양냉면보다 한 수 위라고 주장합니다. 평양냉면에는 대체로 면수(麪水)가 따라 나오지만, 함흥냉면에는 진한 육수(肉水)가 곁들여지지요.
오늘 낮이나 이번 주말에는 냉면으로 무더위도 이기고 건강도 챙기시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미각의 즐거움도 채우면서 말입니다. 중학교 때엔가 배웠던 가곡 '냉면'의 가사가 떠오르는군요. …'맛좋은 냉면이 여기 있소 값싸고 달콤한 냉면이오 냉면국물 더 주시오 아이구나 맛좋다. 냉~~면 냉~~면…
[밀물 썰물] 채식주의
채식주의를 뜻하는 베지테리어니즘(Vegetarianism)은 '채소'의 '베지터블(Vegetable)'이 아니라, '건강한(Sound)'을 뜻하는 라틴어 '베게투스(Vegetus)'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비건(Vegan)'은 완전 채식주의자다. 가죽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비건'은 고기야말로 오늘 힘주고 내일 기운을 앗아 가버리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프루테리언(fruitarian)'도 있다. 식물도 아픔과 쾌락을 갖고 있으니, 수명을 다하고 낙과(落果)한 과일만 먹는다.
미국의 자연주의 부부인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은 완벽한 채식주의자였다. 스코트는 100세 되던 해 스스로 음식을 줄여 삶과 이별했고, 헬렌은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장수 비결은 소박한 삶, 소박한 밥상에 있었다. 헬렌 니어링의 저서 '소박한 밥상'은 혀를 즐겁게 하는 음식보다는 몸이 진정 바라는 음식을 일러준다.
최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육식임을 공식 확인하는 통계가 속속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미만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지구 육지의 30%가 축산용이며 채식주의자 1명이 매년 1천200평의 숲을 보호한다는 통계도 있다. 유엔식품농업기구는 축산업이 전 세계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방출량 13.5%보다 훨씬 많은 18%를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20일 중앙동 '백년어'에서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고용석씨의 강연이 열리는 것을 비롯해 오는 27일 영광도서에서 '채식 세미나'가 열린다.
육식이 식생활 기호 여부를 떠나서 생태계 파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스코트 니어링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건강과 지구 보존을 위해서라도 채식 실천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박태성 논설위원 pts@
[권대우의 경제레터] 행복노래(老來)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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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해집니다.
사회로부터, 혹은 스스로에게 은연중 점잖음을 강요당하는(?) 어르신들에게 동화구연 강사 교육을 시킨다는 건 신선한 발상입니다. 노인들에게 권위를 벗어 던지라고 수천번 말하는 것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눈높이와 몸짓이 변하면 생각마저도 자연스레 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남구청은 어르신이 오면 행복하다는 뜻의 ‘행복노래(老來)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그 동안 노래나 댄스 일색이던 노인대상 문화 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합니다. 수강생 박춘자 할머니(69)는 “한번 놀고 마는 소모적인 모임이 아니라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을 배워서 좋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노인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며칠 전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노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인권위원회에서 노인인권 보호를 위해 결성한 ‘노인인권지킴이단’ 단원 자격으로 서울시내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습니다. 60대에 퇴직한 4명의 남성들과 함께 갔는데 제 역할은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들은 70~80대로 비교적 거동이 자유로웠습니다. 그날은 할머니들을 모시고 야외나들이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저와 짝이 되신 한 할머님은 노골적으로 저와 동행하신 멋쟁이 한 분을 지적하며 짝을 바꾸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연세에도 젊은 할아버지가 더 좋긴 좋은가 봅니다.
방문한 노인요양시설은 할머님들만 입소가 가능한 곳입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지내는 곳에는 다툼이 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멋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차지하기 위한 사랑싸움으로 소란스럽다는 것이지요.
나이를 불문하고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듯 싶습니다. 하지만 단지 그 소란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할머니들만 모아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생각해봅니다. 이성이 한 공간에 있으면 상대를 의식해 좀 더 청결에 신경을 쓸 것이고, 좋아하는 이성 노인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할머니들의 얘기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이야기 상대가 그리운 듯 쉴새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셨습니다. 서로 질세라 얘기 하는 모습을 보니 흡사 개구쟁이 아이들 모습 같기도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할머님들의 모습이 밝고, 건강하신 듯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동행한 60대 남자분은 자기도 나이가 좀 더 들면 친구들과 함께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나이가 들어 집안에서 외톨이로 사는 모습보다는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곳이 훨씬 행복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들은 요양소 생활이 불편하진 않지만 이구동성으로 뭔가 할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한평생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오신 분들이라 뭔가 일을 해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것 같습니다. 노인들에게 적당한 소일거리를 찾아 주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그분들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길이란 생각이 듭니다.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인봉양과 노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은 가까운데 있습니다. 그날 만난 할머니들 중 대부분은 가족이 없다고 말했지만 복지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문득 일본의 한 노인요양시설의 슬로건이 떠오릅니다. ‘개호 (수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가족은 사랑을’ 이라는 문구입니다. 요양시설이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부모를 맡기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겠지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여러분의 노후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과학칼럼] 미생물과 지구환경의 변화
"유조선 탱크에 쇳가루를 좀 채워주면 나는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 수 있다."
어느 해양생태학자의 말이다.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의 문제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 북극곰에게 필요한 빙하도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걱정해야 할 것은 더운 지구가 아닌 추운 지구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간빙기의 마지막 단계로 알려져 있으며 화석에너지를 고갈시킨 인류는 추위가 온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뜨거워진 지구를 식혀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는 산업화로 인한 과도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다.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로 변환되기 때문에 지구의 광합성을 늘리면 지구의 온도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지상에 산림을 늘리면 되지만 오히려 반대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에서 광합성이 가능한 미생물의 양을 증가시키면 어떨까? 그동안 해조 등을 포함한 해양 미생물은 바다에 질소(N)와 인(P)이 부족하여 증식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해양학자들이 철(Fe)의 공급(해양에서의 철의 이동)과 해양 플랑크톤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보니 질소나 인보다 철에 의해서 개체수의 변화가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철이 부족하니까 철을 바다에 뿌려주면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증가하여 지구의 온도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물론 빙하기가 될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곤란하겠지만. 우리가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에 걸리는 것처럼 철은 산소의 이동, 여러 효소의 작용, 핵산의 복제 등 생리작용에서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철은 지구상에서 네 번째로 풍부한 원소인데 어떻게 모자랄 수가 있을까?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는 산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철의 용해도가 아주 낮아 섭취하기가 어렵다. 인체의 경우는 철을 페리틴과 같은 복합 단백질 등으로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이용한다. 미생물도 생장을 위해서 철을 필요로 하지만 Fe(III)는 광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미생물은 이를 직접 이용할 수 없다.
미생물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먼 옛날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대기에는 산소가 없어 미생물이 환원된 형태인 Fe(II)를 이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합성에 의하여 점점 산소가 증가되어 이용할 수 있는 철은 점점 귀해져서 미생물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미생물들은 철을 녹여 세포 내로 이동시킬 수 있는 시데로포어(Siderophore)라는 유기물질을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시데로포어는 철(Sidero)의 이동자(phore)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현재 약 300개 이상의 구조가 알려져 있다. 미생물이 생장을 위해서 철이 필요하면 시데로포어 생성 관련 유전자에 의한 단백질의 발현을 통하여 시데로포어 분자를 조립한다.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시데로포어는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철과 Fe(III)-시데로포어 결합체를 형성한다. 이 결합체는 미생물의 막단백질을 통하여 세포내로 이동되어 철을 공급하게 한다.
시데로포어는 미생물뿐만 아니라 식물에서도 발견되며 인간의 면역세포와도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데로포어의 연구가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질병과도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심장병, 암 등 무서운 병이 많지만 아직도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률도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다.
만약 세균들이 만드는 시데로포어 생성을 억제시키는 기술이 있다면 이들에 의한 감염을 줄일 수 있다. 항생제의 남용 등으로 인하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미생물이 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이다.
항생제의 내성의 원인 중에 하나는 미생물이 세포로 흡수된 외부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약물의 전달 방향을 세포 밖에서 세포안쪽으로 촉진시키면 항생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시데로포어와 항생제를 결합시킨 미생물의 자살유도 항생제가 연구되고 있다.
철이 고픈 질병균들은 Fe(III)-시데로포어-항생제 복합구조를 자신이 내보낸 시데로포어인줄 착각하고 세포내로 받아들인다. 영양제가 아닌 사약을 먹은 이들의 운명은 여기에서 끝이다. 미생물의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과학자들의 능력이다.
"과체중.관절염 환자 무지외반증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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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외반증은 휘어진 뼈 때문에 외관상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변형이 심하면 무릎과 엉덩이 관절, 허리까지 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보행장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는 아주대 역학연구소 조남한 교수와 공동으로 지난 2007년 안산지역에 사는 40세이상 성인 563명(남 245명, 여 318명)을 대상으로 역학연구를 한 결과, 64.7%(364명)가 무지외반증으로 진단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서 발행되는 골관절외과 저널(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25도 이상 휘어진 중증 무지외반증 환자는 전체 대상자 중 8.5%(48명)로 발가락에 심한 통증과 기능저하가 있었다. 휘어진 각도는 15~25도가 56.1%(316명), 15도 이하가 35.4%(199명)로 집계됐다.
무지외반증 발생률은 여성이 70%로, 남성의 57.7%보다 1.2배 높았다. 중증의 경우에는 여성 비율이 무려 3.9배에 달했다. 이 질환은 또 과체중, 관절염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평균 체질량지수(BMI)를 보면 무지외반증 그룹(364명)이 24.7로 정상그룹(199명)의 24.1 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으며, 무릎관절염이 있는 경우에는 무지외반증 유병률이 49%로 관절염이 없는 사람의 27%보다 훨씬 높았다.
김현아 교수는 "국내 무지외반증 유병률이 서구의 12~56%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무지외반증은 선천적으로 변형이 일어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평소에 끝이 뾰족한 신발을 신어 엄지발가락이 신발 안에서 밀려들어 변형되는 만큼 평소 넓은 신발을 신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만약 끝이 뾰족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면 자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좋다"면서 "평소에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어 옮기거나 계단을 발끝으로 디디고 서서 아래위로 움직이는 스트레칭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기자]
마늘로 더위를 이긴다, 마늘이 보약!
"마늘이 산삼과 같이 희귀하고 구하기 힘든 식물이었다면 산삼보다 몇 십 배 값비싼 식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마늘의 효능은 체력증강, 강장효과, 피로회복, 정력증강, 신체노화 억제, 항암작용 등 우리 인체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보강해주는 부작용이 없는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마늘을 매일 일정하게 먹는 다는 것이 보통의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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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전화 : 02) 473-1887
통풍을 치료하는 것은 환자 본인, 식이요법과 운동이 필수
다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통풍으로 고생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듯 분주하게 살아가는데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과식이나 과음을 하고, 거기에 운동량까지 부족하게 되면 혈액이 중탁해지게 되어 미세혈관을 지나는 곳에 경색이 와서 통풍이라는 질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통풍을 낫게 하는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원인에서 찾으면 간단하다. 생활의 문제, 즉 음식과 운동의 관계에서 찾는 것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따라서 통풍을 치료하는 최우선적인 방법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체적인 노동을 통해 늘 땀을 흘림으로써 영양의 불균형이라 함은 오직 부족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을 뿐, 영양분의 잉여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과거에 통풍이라는 병은 기름진 음식을 과잉섭취하고 운동량이 거의 없는 극소수의 특권층에서 발생하여 ‘제왕병’으로 불린 것으로 보아 오직 운동만이 이 병을 낫게 하는 지름길임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올바른 음식섭취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음식섭취 습관이라 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으면 되는 것이다. 먹고 나면 졸리는 음식, 먹고 나면 배가 잘 꺼지지 않는 음식을 삼가야 한다.
소음인을 예로 들면 소음인은 비장(脾臟)이 작아 사지(四肢)로 가는 운화력이 늘 부족하고 떨어지니 운화력을 키울 수 있는 음식을 적당히 섭취해야 한다. 운화력을 키울 수 있는 음식이란 매운 음식으로 고추나 양파, 파김치나 마늘, 생강 등 땀이 잘 날 수 있는 음식을 일러 운화력을 좋게 하는 음식이라 한다.
반대로 신장(腎臟)이 비대한 까닭에 음적(陰的)인 것 즉 수분이나 혈분 등 기(氣)와 반대되는 개념인 음성적인 것들이 늘 정체하지 않고 氣化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신장을 좋게 해 주는 음식이니 산초열매나 계피 같은 음식의 섭취다.
또한 좋아지게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신장을 방해하는 음식을 피해가는 것도 이 시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수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는 이 시대에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나쁜 것을 먹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조개나 굴, 낙지나 문어 종류와 같이 뼈 없는 해물은 소리 없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니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세 번째가 약이다. 결국 통풍을 치료하는 의사는 운동을 하면 심한 피로감 등 신체에 무리가 온 이후 바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에 운동을 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 때까지만 치료에 필요한 약을 투여할 뿐 결국 통풍을 치료하는 사람은 환자 자신이다. 운동을 해도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굳이 의사에게 도움을 받을 필요 없이 음식요법만 잘 지키고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통풍을 완치할 수 있다.
[글 : 서울 편강세한의원 하충효 원장(사진)]
여름철 두피관리
행사도우미로 일하는 박미정(여 26세)씨는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얼마 전 부 터 머리카락이 힘없이 뚝뚝 끊어지고 숭숭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머리카락을 살짝 당기거나 누르는 작은 자극에도 두피가 뻐근하게 아파올 지경이라 전문의를 찾았더니 뜨거운 햇살에 두피가 장시간 노출되는 바람에 자외선이 직접적으로 두피에 닿아서 생긴 탈모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강한 햇빛은 모발은 물론 두피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아직 나이도 어린데 탈모가 웬 일?” 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두피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두피 속에 나는 땀, 탈모를 유발!
햇볕이 뜨거울 때는 얼굴은 물론 머리카락 속에도 땀이 차기 쉽다. 강한 햇볕은 모발은 물론 두피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두피 상태가 좋지 않거나 탈모증이 있다면 더더욱 햇빛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얼굴에 나는 땀은 그 때 그 때 닦아줄 수 있지만 두피 속에 나는 땀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하루 중 분비된 땀이 두피에 남으면서 노폐물이 두피에 쌓일 수 있고 이로 인해 노폐물과 함께 기름기로 인한 지방, 세균 등이 뭉쳐 두피 건강을 악화시키고 탈모를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것. 여름철 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두피 각질과 비듬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성의 경우는 남성들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데 파마나 염색으로 인해 평상시에도 머리카락이 상하기 좋은 조건에 있는데다 남성 탈모와 달리 여성 탈모는 이미 한참 진행된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름철엔 두피도 피부만큼 신경 써야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탈모예방, 두피관리에 답이 있다!
두피가 건강해야 모발 또한 건강하다. 긴장된 두피를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데는 따뜻한 물로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샴푸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샴푸할 때는 두피에 거품을 충분히 낸 뒤 손끝으로 마사지하며 피지 등 노폐물을 깨끗하게 제거한다. 손가락 안쪽을 두피에 대고 손가락으로 귀 부분을 눌러준 뒤 두피 전체를 골고루 눌러주며 모근 부분은 부드럽게 원을 그리듯 마사지할 것. 손톱을 사용하면 오히려 두피에 상처가 나고 세균 감염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손가락 끝 지문을 사용해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비타민 C를 섭취하고 과음이나 흡연을 피하는 것은 두피 건강의 기본 원칙. 하루 15분간 규칙적인 빗질은 모발에 달라붙은 먼지와 더러움, 비듬도 제거하고 두피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외출할 때는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하기 위해 모자나 양산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그늘에서는 모자를 벗어 지나친 두피압박을 피하고 두피가 통풍이 잘 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름철의 강한 자외선은 머리카락을 건조하게 하고 머리카락의 단백질을 파괴한다. 따라서 여름철 모발 관리와 두피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당신도 머리카락이‘뚝뚝’ 끊어지고 ‘숭숭’ 빠지는 고초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 도움말 - 발머스한의원 강여름 원장
요즘은 담백하게 먹는 게 여름 보양식”
전문가들은 이런 여름철 보양식이 해로울 것은 없지만 영양 상태나 체질에 따라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전에는 보양식을 먹으면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먹어도 별로 좋은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한마디로 몸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보양식은 옛날 먹을거리가 귀했을 때 나온 개념이라 영양과다가 대부분인 지금은 몸에 좋다는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뇨가 있거나 신장, 간 등이 좋지 않은 만성질환자, 갑상선 기능이 안 좋은 사람, 옻 등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당뇨병,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은 과도한 소금기와 단백질, 기름진 음식, 열량이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하고,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태음인에는 삼계탕-보신탕 안 맞아”
한방에서는 여름철 보양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경희의료원 한방내과 이장훈 교수는 “보양식은 균형과 조화라는 원칙에 따라 자신의 체질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남자 중 태음인이 가장 많으며, 특히 태음인 중에서도 몸에 열이 많고 위는 더운데 장은 차가운 ‘열성 태음인’에게는 삼계탕, 보신탕처럼 열이 많은 보양식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열성 태음인은 장이 차갑기 때문에 찬 맥주를 마시면 여지없이 설사를 한다는 것이다.
차가운 성질을 가진 메밀을 원료로 한 냉면이나 막국수도 이런 체질에는 맞지 않으며, 반대로 위가 차고 장이 더운 ‘한성 태음인’은 차가운 성질의 재료가 들어간 음식이 비교적 잘 맞는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열성 태음인이 굳이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면 장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 양을 적게, 담백하게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사상체질과 이준희 교수도 “삼계탕과 보신탕에 들어가는 개, 닭, 인삼 등 식재료는 모두 더운 성질이기 때문에 소음인에 좋다”며 “태음인, 소양인, 태양인에게는 열이 오르고 살이 찔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고 말했다.
수족구병, 사전예방 철칙
수족구병은 가벼운 미열과 함께 혀, 잇몸, 뺨의 안쪽 점막과 손, 발 등에 빨갛게 선이 둘린 쌀알크기의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병이다. 감염된 사람의 대변 또는 호흡기 분비물(침, 가래, 콧물)이나 물집 속에 들어있는 액체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콕사키바이러스 A16이며,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엔테로바이러스 71에 감염될 경우 드물게 뇌수막염이나 뇌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위험성이 별로 없는 콕사키바이러스 A16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면역체계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는 감염과 합병증 가능성이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의학적 치료가 없이도 7~10일이 경과되면 회복된다.
현재까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 씻기를 생활화 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족구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아침마다 어린이의 손과 발 그리고 입안 등을 관찰해야 한다.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수족구로 진단이 날 경우 귀가조치 하도록 한다. 완치될 때까지 가정에서 보육하도록 하고, 시설내의 각종 놀이기구와 식기 및 침구, 변기 등을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끓인 물을 마시도록 하고 특히 손 씻기를 강조하는 등의 사전예방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다. (출처: 서울특별시청)
[아하, 이맛!]삼계탕
[동아일보]
서너달 뛰어 논 약병아리 맛육질은 쫄깃, 뼈 국물은 고소
‘머나먼 저승길 허기질세라/대추 밤 찹쌀 미리 얻어먹고/지옥 물에 목욕재개 하고나니/골수 녹아내려 녹작지근한 몸뚱아리//인삼 하나 끌어안고/볼썽사납게 다리 꼬고 누워/누드쇼는 하지만/버젓한 한류스타이기에 여한은 없다//젓가락으로 잔인하게 꼬집어도 좋으니/뼈 마디마디 깔끔하게 해탈시켜주길’(권오범의 ‘삼계탕’ 부분)
어릴 적, 한겨울 우리 집 아랫목은 늘 병아리들 차지였다. 식구들은 윗목에서 생활했다. 형제들은 “삐약∼ 삐약∼” 들끓는 소리에 눈을 떴다가, 그 소리가 잠잠해지면 설핏 잠이 들었다. 병아리는 구물구물 1000마리가 넘었다. 방바닥은 잦은 군불로 윗목까지 펄펄 끓었다.
따뜻한 3월이 되면 병아리 등엔 날개가 삐죽삐죽 돋았다. 우는 소리도 제법 우렁차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놈들은 더 이상 시들시들 졸다가 죽지 않았다. 약한 것들은 이미 죽고, 700∼800마리 정도 남았다.
한낮엔 봄볕마당에 풀어놓아야 했다. 둘레엔 빙 둘러 임시 가림막을 쳤다. 병아리들은 천방지축 마당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울뚝불뚝 힘이 넘쳤다. 수평아리들은 벌써부터 서로 깃을 세우고 부리로 쪼아대며 싸웠다. 식구들은 하늘의 솔개가 이 어린 것들을 채가지 않을까 간을 졸였다.
4월이면 그것들은 시장에서 약병아리로 팔려나갔다. 속이 짠했다. 구물구물 크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어머니가 몇 마리를 잡아 옻이나 엄나무 백숙을 해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겨울밤 잠을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 그 녀석들에게 쌀겨와 싸라기 모이를 주던 일이 떠올랐다.
요즘 병아리는 부화기계에서 ‘생산’된다. 어미 닭의 따뜻한 품은 전설로 남았다. 생산된 병아리도 암컷만 살아남는다. 수평아리들은 가차 없이 죽임을 당한다.
살아난 암평아리라고 별로 나을 것이 없다. 우선 발톱이 뽑힌다. 그리고 뾰족한 부리도 뭉툭하게 잘린다. 철망으로 된 아파트양계장에 맞추는 것이다. 발톱이 있으면 철망에 걸린다. 철망의 병아리들은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결국 견디다 못해 서로 물어뜯으며 싸운다. 하지만 뭉툭한 부리는 무기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허공에 내지르는 주먹질이나 같다.
병아리들은 처음 2주 동안 24시간 내내 인공조명 아래 산다. 그러면서 인공사료를 먹고 또 먹는다. 항생제도 먹고 성장촉진제도 먹는다. 살이 피둥피둥 찐빵처럼 찐다.
삼계탕(蔘鷄湯·Ginseng Chicken Soup)은 결국 무슨 닭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값비싼 산삼을 넣어도, 닭이 엉터리라면 그건 제대로 된 삼계탕이 아니다. 옻 엄나무 영지버섯 등 별별 것을 다 넣어도 마찬가지이다.
삼계탕의 닭은 보통 500g 정도 되는 영계를 쓴다. 머리와 꼬리 내장을 빼면 한 350g 정도나 될까? 그 빈 배 속에 밤, 인삼, 대추, 마늘, 생강, 황기, 오가피, 은행, 불린 찹쌀 따위를 넣고 푹 곤다.
옛날 시골 약병아리는 겨우내 서너 달은 키워야 500g 정도가 됐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일부 닭 공장에선 빠르면 20일 만에도 뚝딱 만들어낸다. 한 달이면 시간이 철철 남아돈다. 이런 닭을 넣은 삼계탕은 15분 이상 끓이면 흐물흐물 다 녹아버린다. 고기도 퍽퍽하고, 마치 푸석한 두부를 먹는 것 같다. 국물은 깊은 맛이 없고 느끼하다. 뼛속은 텅 비어 ‘골즙’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뼈는 과자처럼 바스라진다.
좋은 약병아리는 적어도 센 불에 1시간 이상 끓여야 한다. 그래도 육질이 쫄깃하다.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하며, 뼈즙이 우러나와 고소하다. 뼈를 분질러 보면 속에 새카만 골수가 꽉 차있다. 수평아리(웅추·雄雛)는 기름이 적어, 암평아리보다 육질이 맛있다. 서울 중구 서소문 고려삼계탕(02-752-9376)이 수평아리만 고집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보통 오래된 삼계탕전문점에선 생산 농가와 직거래를 하는 곳이 많다.
정태한 마령생명영농법인 대표(53)는 수십 년 동안 토종닭에 미친 사람이다. 전국 곳곳을 쏘다니며 재래토종닭 180마리(15개 무리)를 수집한 다음, 그것들을 3년 동안 상호 교배시켜 키워냈다. 근친교배는 여러 문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전북 진안 마령농장 53만 평에 7000여 마리의 조선 닭을 옛날 촌닭처럼 키운다. 항생제나 방부제 그딴 것들은 일절 안 쓴다. 한약재 쌀겨 참숯 국산콩 옥수수 풀 조개껍데기 싸라기 등만 먹인다.
최근 농협중앙회 축산사료연구소 잔류검사 결과 항생제 방부제 성장촉진제 등 6가지가 모두 제로다. 깨끗하다. 조사원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되레 깜짝 놀랐다.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 학동사거리에 마령토종삼계탕 향계원(02-3445-9903)을 냈다.
“난 삼계탕에 120일 된 우리 조선 닭만 쓴다. 이것은 적어도 센 불에 1시간 10분은 푹 고아야 한다. 조선 닭은 발과 발목이 모두 녹둣빛이다. 등과 머리가 이루는 각이 90도로 곧다. 벼슬도 한여름 맨드라미처럼 선명하고 팥죽처럼 짙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보기만 해도 예쁘다. 이것들을 야생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적어도 반쯤은 방목으로 키운다. 공장에서 나온 닭들은 항생제 덩어리다. 그걸 아무것도 모른 채 먹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 아프다.”
‘수탉 한번 큰 울음에 천하가 밝는구나.’ 중국 당나라 시인 이하(790∼816)의 찬탄이다. 어디 천하만 밝는가? 온갖 귀신들도 스르르 꽁무니를 뺀다. 수탉은 당당하다. 닭 벼슬은 선비들의 출세를 상징한다. 날카로운 닭 발톱은 무인들의 용맹을 뜻한다. 요즘엔 수탉 보기가 힘들다. 어쩌다 보는 수탉도 요즘 남자들처럼 힘이 없다.
삼계탕은 무더운 복날 음식이다. 허기지고 힘이 없을 때 먹는 복달임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먹고 힘을 추스른다. 남자들은 수평아리의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한다. 아득히 먼 옛날, 창공을 훨훨 날았던 ‘지워진 기억’을 되살려낸다.
김화성 기자 mars@donga.com
[음식남녀] 세대 다르고 시대 변해도 '밥심'은 불멸의 진리
"먹고 살 일 났어?"라는 말, 종종 듣는다. 이 표현은 특히 엄마 아빠 세대의 분들, 그러니까 1950년을 전후해서 태어난 분들이 더 많이 쓴다. 먹고, 그리고 사는 일보다 덜 중요한 일이라면 호들갑 떨지 말라 이를 때 주로들 쓰신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의 말버릇이라 그 의미가 짠하다.
내 초등학교 시절, "밥 먹고 합시다"라는 유행어가 돌았다. 남자 아이들은 수업 중에 이 말을 외치곤 하여 꾸중을 듣기도 했다. 결국 70년대에 태어난 우리들도 부모님 세대와 마찬가지로 '밥, 밥, 밥' 했다.
요즘 학생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니들이 수고가 많다"라는 유행어가 있어서 재미있다. 할 것 많고, 볼 것 많은 시대에 태어난 80, 90년대 생들에게 '밥'을 벌어먹는 피곤함이란 아직 멀기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니들도 나도 먹고 사느라 수고가 많다'는 의미의 자기연민 가득한 유행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으니 재미있다는 거다. 세대가 다르고 시대가 변해도 '먹고 사는 일'이 우리를 관장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사업상'의 이유로 식사를 함께 할 때에도 '먹고 살 일'의 법칙이 적용된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베테랑 비즈니스맨들은 중요한 안건일수록 '디저트 타임'에 이야기를 꺼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빈속으로 앉아 밥을 기다리면서 예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식사를 나누며 분위기를 워밍업하다가 서로의 등과 배가 따스해졌을 때 의논하는 것이 의견일치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어려운 선배와의 인사, 상견례 자리 등에서 '밥'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래서 꽤 큰 편이다.
연애나 결혼 생활에 있어서도 '밥'이 중요하다. 먹어야 살고, 살아야 사랑도 연애도 가능하다. 그러니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말은 영양 결핍이었던 옛날보다 애정 결핍의 시대인 요즘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고가 많은 우리들, 밥 먹고 일어나 먹고 살 일 난 듯 일하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style& food] 목마르세요? 유자·홍시가 있잖아요
어젯밤 마신 술이 아직도 배 속에서 출렁이는 느낌이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입안은 모래사막처럼 바싹바싹 타 들어만 가고. 이때 메뉴판의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숙취 해소에 좋은 홍시 에이드'. 얼마 전, 신사동 가로수 길에 있는 카페 '오시정'에서의 일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홍시는 성질이 차고 독이 없어 심장과 폐, 장을 촉촉하게 해준다'고 한다. 또 마른기침과 얼굴이나 손발에 열이 있는 증상을 개선해주며, 식욕 증진을 돕고, 술로 인한 열독을 풀어주고,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나는 경우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여름이라고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될까. 그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홍시의 '여름철 효과'다. 분당 함소아한의원 이혁재 원장은 “여름철에는 더운 날씨로 인해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심폐기능의 저하와 소화불량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때 심열을 줄이고 폐와 위를 촉촉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한의학에서 볼 때 홍시는 갈증과 소화불량을 개선해 전반적인 컨디션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재료”라고 덧붙였다.
올해 외식업계가 내놓은 신제품에도 홍시를 주재료로 한 것들이 눈에 띈다. 엔제리너스커피가 출시한 '엔제린스노우 홍시'는 홍시 하나를 통째로 넣어 얼음과 함께 분쇄한 아이스음료다. 엔제리너스커피 측은 “웰빙이 생활화되면서 여름철 음료도 단순 갈증 해소용이 아니라 체력보충, 피부미용 등의 건강까지 고려한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시에는 카로틴과 비타민C가 귤의 2배 정도 많아 몸의 저항력을 높이고, 얼굴에 기미를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SPC그룹의 삼립식품에서 운영하는 고급 떡 프랜차이즈 브랜드 '빚은'에서도 여름을 맞아 '홍시 셔벗'과 '홍시 셰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스푼으로 뜨면 사각사각 소리가 들릴 만큼 잘 얼린 주황색 홍시 셔벗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군침을 돌게 한다. 색을 보고 맛을 느끼고 건강까지 챙긴다는 '컬러 푸드'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올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건강미용 음료로 또 주목받고 있는 재료는 '유자'다. 유자 역시 『동의보감』에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위 속 나쁜 기운을 제거한다'고 쓰여 있다. 청주 함소아한의원 유승우 영양사는 “유자에는 레몬의 3배나 되는 비타민C와 각종 유기산이 풍부해 노화를 막고 피로를 풀어주며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감기예방에 좋아 겨울에 주로 따뜻하게 먹던 유자가 올해는 얼음과 만나 달콤쌉싸름한 맛의 청량음료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는 것.
유자를 활용한 여름 음료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빚은'에서 선보인 '유자 스무디'는 유자와 요거트를 혼합한 것으로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할리스커피에서도 '유자블로섬 아이스티'와 '유자 크러쉬'를 내놓았다. 유자블로섬 아이스티는 홍차의 일종인 아쌈티에 유자청을 넣어 진하고 깊은 맛을 더한 것. 유자 크러쉬는 유자청을 얼음과 함께 갈아 유자 특유의 달콤쌉싸름한 맛을 살린 음료다. 뚜레주르에서도 유자 원액을 이용한 '유자 에이드'와 유자청을 직접 갈아 넣은 '유자 스무디'를 출시했다. 미스터 도넛의 '유자 요거트', 테이크 어반의 '유자 아이스크림'도 색다른 유자 맛을 보기에 충분하다. 투썸플레이스의 '아이스 유자 플라워'는 여름이면 각광받는 빙수에 유자를 이용한 메뉴다. 아삭하게 간 얼음 위에 신선한 과일을 얹고 부드럽고 상큼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올린 후, 마무리로 유자 농축액을 뿌린 것으로 알싸하게 씹히는 유자청이 개운한 끝맛을 책임진다.
유기농·친환경 등을 주제로 한 새로운 먹을거리 제안이 활발한 때다. 어느 때보다도 갈증을 심하게 느끼는 여름이면 하루에도 여러 잔 마시게 될 음료, 이왕이면 건강과 미용까지 고려해 선택한다면 더욱 좋다.
글=서정민 기자
도움말=이혁재 분당 함소아한의원 원장
이승우 청주 함소아한의원 영양사
촬영 협조=빚은(홍시 셔벗)
유자 에이드 재료 유자 농축액 5분의 1컵, 사이다 등의 탄산음료 5분의 3컵, 얼음
유자 농축액과 탄산음료를 1대3의 비율로 섞는다. 얼음을 띄운 후, 잘 저어준다. 유자향을 더하고 씹는 맛을 살리고 싶으면 유자청을 조금 넣어준다.
아이스 유자 플라워 재료 빙수용 얼음 간 것 3분의 1 그릇, 계절과일 3분의 1 그릇, 요거트 아이스크림, 유자 농축액, 유자청
취향에 맞춰 신선한 제철 과일을 준비하고 한입 크기로 잘라 놓는다. 가정용 빙삭기로 간 얼음을 오목한 그릇에 담고 유자 농축액을 골고루 뿌린다. 미리 준비한 과일을 얼음 위에 듬뿍 올린다. 과일 위에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얹고, 마무리로 유자청을 적당량 올린다.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아무도 모른다
귀향해서 잠시 행복을 누렸던 전(前) 대통령의 때아닌 죽음이, 가슴속 줄 없는 거문고를 슬피 울리는 동안 완당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가 새삼 시야를 파고들었다. 거기 서린 절대 고독과 혹독한 한기가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옛 기록은 김정희를 일컬어 “사람과 마주 말할 때면 화기애애하여 모두 그 기뻐함을 얻었다. 그러나 무릇 의리나 이욕(利慾)이냐 하는 데 이르러서는 그 논조가 우레나 창끝 같아 감히 막을 자가 없었다”고 전한다. 명문 출신 석학 김정희는 학문적 성취와 서화의 빼어남을 널리 인정받았으나, 현학적이고 오만하다고 하여 미움도 받았다. 55살이 넘어서는 두 차례 유배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1840년부터 8년에 걸쳐 김정희가 치른 제주도 귀양은 개중에서도 가혹한 위리안치였으니,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로 둘러친 집 안에 연금되었다. 김정희는 친지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귀양살이 음식이 얼마나 거친지, 지네와 벼룩이 얼마나 성가신지, 외로움과 병고를 상세히 한탄했다. “허공을 뛰어오르려 해도 허공이 오르는 것을 받아주지 않고, 땅에 처박히려 해도 땅이 또한 뱉어내버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지경이니 미치고 거꾸러져서 나갈 곳을 모르겠습니다”라고 김정희는 썼다.
교과서에 소개된 대로 <세한도>는 궁벽한 처지가 된 자신을 저버리지 않고 귀한 책을 구해다준 제자 이상적의 의리에 화답한 그림이다. 추운 겨울이 오고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뜻을 담았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 갈필이 부비고 간 자국이 얼어붙은 벌판을 묘사하고, 가장자리만 선으로 그려 하얀 초옥은 그림 전체를 백설에 덮인 풍경으로 보이게 한다. 왼쪽 잣나무 두 그루와 오른편의 젊고 늙은 소나무 두 그루도 묘사가 간략하고 허허롭다. 가장 이상스러운 건 초옥이다. 지붕의 각도와 측벽의 원근법이 제멋대로다. 조선집에서 보기 힘든 둥근 창(문)도 독특하거니와 창의 두께가 보이는 방향도 이치에 어긋난다. 오직 뻥 뚫리고 이지러진 마음의 거처를 표상한 것이 아니고서야. 즉 이 모두는 실경이 아니라 집과 나무라는 관념이며 정신의 살풍경이다(완당은 <세한도>를 한여름에 그렸다). 화면 속 모든 것이 흐릿하고 메말라 보이지만, 가까이 살펴보면 화가는 되직하게 갈아낸 초묵을 썼다. 척박한 환경과 쇠한 기운에 붓의 기운은 수척했으나, 글과 그림의 피와 살을 이루는 먹의 농도에서는 물러섬이 없었던 것이다.
<세한도>는 조형미 절묘한 미술품이라기보다 그림을 빌려 쓴 시나 편지다. 옛 선비에게 서(書)와 화(畵)는 구별되지 않았다. 하물며 난초를 초서와 예서를 쓰는 필법으로 쳤던 김정희다. 실제로 화가는 이상적에게 서한을 쓰다 문득 멈추고는 편지지 세장을 이어붙여 <세한도>를 그렸다고 추정된다. 노송의 침엽과 서명이 맞닿은 부분은 글과 그림을 절묘히 맺고, 모눈까지 그어 정갈하게 써내려간 서신은 <세한도>를 마무리하는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세한도>는 결국 10m가 넘는 그림이 되었다고 한다. 훗날 감명받은 조선과 중국의 학자들이 감상문을 횡으로 붙여 늘어뜨려서다. 참으로 기나긴 그림이요 사연이다.
(글) 김혜리 vermeer@cine21.com
[나의 길티플레저] 밥 먼저? 찌개 먼저?
미식가는 아니지만 음식 종류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한 편이다. 샤브샤브보다는 구워먹는 고기를 택하고, 칼국수보다는 김치찌개를 택하며, 해물찜보다는 생선회를 택한다. 다만 굳이 서울 시내에서 가장 맛있는 고깃집을 찾아 나선다든지, 생선회는 꼭 바닷가에서만 먹자든지 할 생각은 별로 없다. 식탁에 앉기 전까지는 별로 까다롭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다가도 눈앞에 음식이 나타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그때부터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주어진 조합을 이용해 최대한 맛있는 식사를 하느냐다.
된장찌개백반을 주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아무것도 맛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첫 번째로 입에 넣을 것인지가 문제다. 김이 나는 흰 쌀밥을, 또는 먹음직한 잡곡밥을 기분 좋게 퍼서 덥석 물 수도 있다. 이때 숟가락으로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양을 뜬다면 머슴이 실컷 일을 한 뒤에 게걸스럽게 밥을 먹어치우는 느낌으로 밥맛 좋게 식사를 시작할 지도 모른다. 젓가락으로 소담스럽게 먹는다면 양갓집 마나님이 그러하듯 밑반찬 맛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식사를 할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찌개로 식사를 시작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백반집이라면 찌개는 분명히 뚝배기에 담긴 채 식탁 위에 놓였으리라. 찌개로 식사를 시작하겠다는 결심은 바로 그 순간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조금이라도 망설였다가는 성난 듯 기포를 마구 뿜어대는 찌개의 국물을 한 숟갈 떠 약간만 불어 식히다 그 열기가 완전히 가시기 전에 입천장이 데는 것만을 면하며 겨우 후루룩 삼키는 쾌감을 맛볼 기회를 영영 놓쳐버릴 수도 있다.
그 다음에는 밥과 찌개를 어떻게 같이 먹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만약 찌개로 식사를 시작했다면 뜨거운 찌개를 곧바로 가져와 후후 불어서 먹고 밥을 따로 먹는 방식을 고수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뜨거움을 너무 많이 견뎌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용성이 떨어진다. 그러니 찌개를 어딘가에 덜어서 식혀먹어야 할 텐데, 밥그릇에 담아서 밥과 비벼먹는 방법이 있고, 앞 접시에 덜어먹는 방법이 있다. 밥과 비벼먹는 방법은 앞서 말한 머슴의 식사를 재현하는 강점이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찌개에 비빈 한 숟갈을 떠낸 뒤에도 밥에 찌개국물이 묻기 때문에 그 다음 숟갈을 맨밥으로 먹고 싶어지면 낭패를 보게 된다. 앞 접시에 덜어서 먹으면 이런 문제는 해결된다. 한번은 비벼먹고 한번은 따로 먹는 것도 가능하다. 그 모든 방법을 다 써본 뒤에도 보란 듯 맨밥을 한 숟갈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다. 이 방법의 치명적인 단점은 찌개가 너무 빨리 식어버린다는 것이다. 조금씩 덜어 바로바로 먹는 방법도 있다. 한데 뚝배기에서 국물 한 숟갈과 애호박 한점을 같이 떠서 앞 접시에 덜었다고 가정해보자. 거기에는 애호박 한점밖에는 없다. 국물은 접시 바닥에 고루 퍼져 하나의 얇은 막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상태일 테니까! 이쯤 되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뚝배기에서 입으로 직행하는 방식을 다시 취하는 것이다. 정 건더기를 먹기가 어렵다면 일단 국물만 후후 불어서 떠먹고, 건더기는 따로 집어 밥 위에 얹어 비벼먹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맨밥이 찌개국물에 오염되는 범위가 최소화된다.
식탁 앞에 앉으면 나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선택의 포인트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적절한 방법 택하기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매번 다르다. 오늘은 감자탕에 소주나 먹을까. 첫 번째 문제는, 일단 빈속에 소주 한잔을 탁 털어넣을지, 끓을 때까지 기다려 국물부터 한 숟갈 뜰지, 아니면 쌈장에 오이를 찍어 상큼하게 시작할지.
장기하
‘눈뜨고코베인’의 드러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다. 싱글 ≪싸구려 커피≫와 정규 1집 ≪별일 없이 산다≫를 발표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배철수] 기타를 20년 동안 안 쳤는데…
- 방송인 배철수 -
젊은 세대 중에는 배철수가 그냥 팝송이나 소개하는 DJ이거나 방송가 주변을 돌아다니는 목소리 좋은 아저씨 정도로 아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틀리진 않다. 절반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가 대학생 시절 활주로라는 밴드로 데뷔했으며 80년대를 휘어잡았던 록밴드 송골매의 리더였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건 중요하다. 지금 배철수는 햇수로 20년째 방송 중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음악캠프>)에서 ‘팝음악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한때는 ‘한국적 록음악’을 깊이 고민해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그가 ‘팝을 들어야 음악에 대한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대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세계의 음악을 우리 안에 끌어안아야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라디오 DJ이자 TV 진행자이면서 ‘원로’ 뮤지션이며, 무엇보다 대중음악 애호가인 배철수를 <음악캠프> 생방송 1시간40분 전인 오후 4시20분에 만났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날이었다.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인데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그저, 차분하게 할 생각이다.
-무슨 곡을 틀지 생각했나.
=일단 연주곡을 많이 틀 생각이다. 가사가 있는 곡보다는 분위기에 더 어울릴 것 같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척 맨지온의 <Children of Sanchez>나 핑크 플로이드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 정도이다.
-나머지 선곡은 다 했나. 직접 한다고 하던데.
=아직 다 못했다. 선곡을 직접 한다고 할 수는 없고, 순서만 정하는 거다. 이 방송에서 트는 노래 중 90% 이상이 청취자들의 신청곡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청취자들이 선곡하는 거다. 어떻게 보면 편한 프로그램이다. 청취자들이 좋은 곡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일일이 다 해야 하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청취자들이 조예가 깊어서 기억에서 멀어져간 곡까지 신청하니까.
-하루에 들어오는 신청곡 수는 얼마나 되나.
=글쎄. 전날 문자로 신청하고, 미니 게시판으로 하고, 실시간으로도 오고 하니까 대충 잡아서 하루에 500곡 이상은 된다고 봐야 한다. 그중 15곡에서 20곡이 방송에 나간다.
-그래서 선곡이 더욱 중요한 것 아니냐.
=그러니까 음악작가도 있고 담당 PD도 있는 거다. 그 친구들이 1차 모니터링을 해서 보통 30~50여곡 정도를 추려 가져다준다. 그러면 내가 오프닝 코멘트나 그날 날씨라든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그때그때 음악을 섞어서 튼다. 그리고 방송 중에 생각나는 음악이 있으면 찾아서 틀기도 한다. 사실 선곡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관록이 붙어 선곡하는 것도 쉽겠다.
=음악을 듣는 시간은 예전보다 줄었다. 처음에는 신청곡 중에도 내가 모르는 곡이 많았다. 물론 어려서부터 팝음악을 죽 들어왔지만 모든 장르의 음악을 폭넓게 들은 것은 아니고 록음악 위주로 들었으니까. 방송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다른 음악도 들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모르는 곡이 너무 많더라. 내가 아는 곡에 대해서는 느낌까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 모르는 곡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없잖나.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빌보드>에서 나온 <탑40 히트>라는 책을 독파했다. 1950년대부터 현대까지 차트 40위 안의 곡이 죽 수록된 책인데 그것을 A부터 Z까지 무작정 읽었다. 그러고 나니 웬만한 것은 대충 알겠더라.
-<음악캠프>가 최근 7천회를 맞았다. 특별한 소감이 있나.
=별로 큰 소감은 없다. 남들이 그렇다고 하고 기념음반도 나오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하는 거다. 그냥 나는 현재진행형으로 가고 있으니까. 오래 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더라. 그런 생각은 한번 해본다. 과연 몇회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몇회까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잖나.
-햇수로 19년이다. 30대에 방송을 시작해서 50대에 이르렀는데, 나이에 따라 뭔가 좀 달라진 게 있나.
=나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예전 방송을 들어보면 확실히 다르긴 하다. 5천회 기념방송할 때인가 청취자들에게서 과거 방송을 녹음한 테이프들을 받았다. 그때 90년대 초기 방송분을 들어봤더니 많이 다르더라. 초기 방송은 지금보다 거칠고 말투도 다듬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방송 잘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웃음) 다 청취자들이 참아줘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이에 비해 늘 젊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것을 의식하고 있나.
=의식하기보다는 청취자들이 젊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요새는 방송이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한마디하면 즉각적으로 미니 게시판이나 문자로 그 얘기는 틀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글이 올라온다. 가끔은 청취자들과 토론할 때도 있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지는 않지만 만나는 것과 똑같다. 매일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나도 젊은 거다. 가끔 고등학교나 대학 동창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얘들은 속된 말로 왜 꼰대가 됐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웃음)
-가끔씩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운명인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하다가 DJ가 됐나 하고 생각해보면. 물론 내가 연예계에 나온 것도 우연이지만. 우리 때야 음악은 하늘로부터 재능을 받은 사람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잖나. 그런데 학교에서 아마추어 밴드를 하다가 대학가요제니 젊은이의 가요제 같은 게 생겨서 출전했고, 또 그중에서도 대다수는 학교나 직장으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계속 음악을 하게 된 것이잖나. 그러다가 방송을 하게 됐고 말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7천회 방송날 특별한 행사라도 했나.
=특집방송이었는데 1, 2부에서는 내 신청곡을 틀었다. 그동안 청취자들의 신청곡만 무지하게 틀어줬으니까. (웃음) 지금까지 오면서 내 인생의 음악이라면 웃기고, 나에게 그때그때 분기점이 됐던 음악을 보내드렸다.
-아, 그게 뭐였나.
=맨 처음 의식을 갖고 들었던 팝송인 <Sealed with a Kiss>로 시작했고, 영화 <스타탄생> 수록곡인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Watch Closely Now>도 틀었다.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곡인데, 크리스토퍼슨의 밴드가 오토바이를 타고 야외공연장에 등장해서 부르는 곡이다. 그게 각별했던 것은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해서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혼자 중앙극장에 들어가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때 밴드의 모습과 함성,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리고 대학 1학년 때 아마추어 밴드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카피 연주한 곡인 CCR의 <Who’ll Stop the Rain>도 틀었고, 얼마 전 한국에 공연왔던 존 로드 아저씨를 떠올리면서 딥퍼플의 <<Machine Head>>에서도 한곡 틀었다.
-1978년 활주로로 데뷔해서 송골매로 이름을 바꿔 꾸준히 활동했는데,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
=1990년 <모여라>가 들어 있는 9집 앨범이 나왔다. 그때가 방송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을 때다. 그렇게 활동하다 91년이 됐는데 음악보다는 방송하는 게 더 재밌었다. 팔자 좋은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때부터 재미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또 내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못한다. 음악은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된 것이다.
-음악활동에 대한 미련은 없었나.
=별로 없더라, 나는. 이런 말하면 그냥 하는 얘기인 줄 아는데, 나는 음악에 큰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곡도 많이 했지만, 소 뒷걸음질치다가 몇곡의 히트곡을 낸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은 잘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한다는 게 갈수록 민망하더라. 음악을 다시 한다면 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때보다 잘할 자신도 없고.
-간혹 송골매 재결성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나.
=구창모씨와 친하니까 가끔 만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번 했다. 무대 위에서 기타 메는 자세가 어느 정도 나올 때 송골매 마지막 앨범을 내고 공연도 한번 하고서 깨끗하게 끝내자고. 그 계획 자체는 아직도 유효한데 구창모나 나나 바빠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연주를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연습도 열심히 해야 하잖나. 내가 기타를 20년 동안 안 쳤는데….
-아니 기타를 20년 동안 안 쳤다니.
=아예 안 쳤다. 시간도 없었고 칠 필요도 없었고. 지난번에 아이가 오카리나를 부는데 박자가 하도 안 맞아서 기타로 반주해줬는데 그거 했다고 손이 얼마나 아프던지. 너무 안 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긴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지금 내가 정색하고 노래를 한번 만들면 어떤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20년 동안 음악을 하지는 않았지만 진짜 많이 듣지 않았나. 몇년 뒤에는 그게 확인될지도 모른다.
-한살 아래인 김창완씨는 꾸준히 음악을 하는데 부러움은 없나.
=김창완이 나보다 학번은 하나 위다. 그 인간이 쓸데없이 학교를 일찍 가서 학번은 위고 나이는 하나 밑이다. 그래서 나보고 ‘후배님’ 이러기도 한다. 하여간 그 친구는 음악뿐 아니라 연기, 라디오 DJ, TV 진행도 한다. 가끔 존경스럽다. 나는 라디오 매일 하는 것과 TV 하나 하는 것 갖고도 너무 바쁜 것 같고, 일상에 매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 시간이 많은 게 좋다. 가족과 보낼 시간도 많았으면 좋겠고, 나 혼자서 빈둥빈둥대는 시간도 많으면 좋겠고. 그런데 김창완씨는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부럽다. 나와는 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나 궁금한 게 활주로 시절에는 드럼을 쳤는데 송골매에서는 기타를 쳤다. 당신의 진짜 포지션은 무엇인가.
=대학 시절에도 기타 잡고 노래를 했다. 드럼을 치게 된 것은 우연이다. <젊은이의 가요제>에 나가는데, 가장 잘 치는 3학년생이 ROTC 훈련에 간 거다. 동기생 드러머는 군대에 갔고, 2학년 드러머는 나보다 못 치고. 그냥 재미삼아 드럼을 치곤 했는데 그래도 남은 사람 중에는 내가 가장 잘 쳤다. 그래서 드럼을 치게 됐는데, 그 상태로 앨범을 2장이나 냈으니…. (웃음)
-<음악캠프>가 한국에서 유일한 팝음악 전문 프로그램인가.
=팝음악을 트는 프로그램이 우리만 있다고 하는 것은 건방진 이야기다. 자세히 찾아보면 있긴 하다. 하지만 메이저 방송사에서 전문적으로 2시간 동안 팝송을 트는 건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을 시작하던 90년만 해도 팝이 주류였는데, 팝음악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어느새 다 사라졌다. 그 와중에 <음악캠프>가 살아남은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렇다. 그때는 <2시의 데이트>도 팝 프로그램이었고, <음악캠프>와 동시간에 방송하는 KBS 프로그램도 팝음악을 다뤘다. 그러다 하나씩 가요를 섞어 틀더니 결국 가요 전문 프로그램이 되더라. 살아남은 건 청취율이 좋았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어떤 곳인데, 청취율이 안되는데 살려두겠냐. 사람들이 물어보곤 한다. 방송 언제까지 할 거냐고. 그럼 나는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PD나 방송국 간부도 아니고 결국 청취자들이 결정한다는 말이다. 그들이 안 들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 아니겠냐. 이 프로그램이 무슨 공익을 위한 프로그램도 아닌데 말이지.
-아니, 어떻게 하다 보니 <음악캠프>는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공익 프로그램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음악캠프>가 오락 프로그램이며 음악 프로그램이자 문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팝음악을 하나의 문화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20세기 이후로는 팝음악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최고의 대중문화 아니냐. 팝음악을 영미만의 대중음악이라고만 하면 편협한 생각이다. 클래식 음악을 보면 다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나온 것 아니냐. 하지만 그 음악을 전세계인이 듣잖나. 나는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 거다. 우리 것도 소중하지만 세계로 열린 창을 닫아선 안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CD는 대략 몇장 정도 되나.
=세보지는 않았는데, 3천장 정도 될 것 같다. 90년부터 방송하면서 프로모션 CD를 다 받았는데 여러 차례 정리를 했다. 처음에는 음반을 무조건 집에 가져갔다. 그런데 정리할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에 쌓아뒀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결국 안 들을 것 같더라. 그래서 CD를 무지하게 정리했다. 진짜 명반들만 남은 거다. 록으로 치면 레드 제플린, 비틀스 같은 거장들의 음반만.
-그중 한장만 들고 무인도로 가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나.
=그건 너무 잔인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10장 정도 해드리겠다.
=그것도 어려운데. 송골매 앨범도 갖고 가야 하는데.
-송골매는 별도로 쳐드리겠다.
=아이고, 그래도 너무 많은데. 핑크 플로이드도 한장, 비틀스는 여러 장, 레드 제플린도 챙겨야지. 딥퍼플도 한장은 가져가야지….
-결국 60년대와 70년대 록의 황금시대에 나온 음악을 가장 아낀다는 이야기 같다.
=록음악이 20세기 팝음악의 적자라고 본다면… 사실 그렇잖나. 세계로 팝음악이 퍼져나간 시기를 보면 2차대전 이후인데, 그게 로큰롤이 태동하면서니까. 나 스스로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팝음악은 60, 70년대 음악이 최고이고, 가요는 70, 80년대 음악이 최고다. 나 혼자 그렇게 주장한다.
-방송사고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자유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말실수 같은 것도 없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에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한다고 상을 두개나 받았다. 90년 처음 방송하러 왔을 때 그때 담당 부장이 유명한 DJ였던 박원웅 부장이었다. 그분이 담당 PD에게 조심하라고 했단다. 너무 거칠어 보이니까. 지금은 그 담당 PD와 결혼해서 같이 살지만, 불안했단다. 내 평상시 용어가 굉장히 거칠기 때문에(배철수의 아내는 MBC 라디오국 박혜영 부국장이다).
-신기한 게, 지금 말하는 것을 듣는데도 방송을 듣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은 말투가 일상대화나 방송이나 큰 차이가 없어졌다. 사람들도 나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이 놀란다. 사석과 방송이 저렇게 비슷한 사람은 처음 본다고. 서서히 말투가 방송에 순화된 것 같다. 그 점에서는 나의 첫 PD에게 감사한다. 1년3개월을 함께했는데 방송에 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온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한번에 한 가지 이야기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후배들에게도 해주는 말인데, 음악이 끝난 뒤 네 느낌을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청취자들과 함께 어떤 음악을 들었으면, ‘이 음악 들으니 저녁 노을이 생각나네요’ 같은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그냥 ‘음악 들었습니다’ 하고서 다음 얘기로 넘어가면 안 들은 것 같잖나. 청취자와 함께 듣는 느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애정도 그런 과정에서 싹튼 것인가.
=처음에는 동지애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 하는 DJ이다보니 방송 끝나고 45분 정도 그날 한 방송에 대해서 정리하고 헤어졌다. 이날 이런 것은 이랬다. 이건 음악이 아닌 것 같다, 선곡 방향을 이렇게 가야 하지 않나 등 방송에 관한 의견을 나누다 보니 서로를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아까 여러 일을 한꺼번에 못한다고 했는데 TV 프로그램 <콘서트 7080>도 진행 중이다.
=아주 교묘하게 얽혀들어간 일이다. (웃음) 2004년 설날 때인가, <열린음악회>를 담당하던 PD가 7080 밴드들과 가수들을 모아서 특집을 한다고 하더라. 잘 알던 PD였는데 송골매를 재결성해서 공연을 하면 안되겠냐는 거다. 나를 몇번 찾아와서 부탁했지만, 연습도 전혀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사회라도 봐주면 안되겠냐는 거다. 그래서 그건 해주마 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몇년간 <열린음악회>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7080세대의 갈증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 뒤 추석 때가 됐는데 이번에는 다른 PD가 같은 컨셉으로 추석 특집 <열린음악회>를 연다고 사회를 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연달아 특집방송을 했는데, 곧바로 가을 개편에서 정규 편성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못한다고 버팅겼는데 어영부영 사회를 보게 됐다. (웃음)
-다큐멘터리 내레이션도 많이 했는데.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러다가 2005년 무렵부터 안 한 것 같다. 내레이션도 재미있다. 내 목소리가 좀 드라이해서 내레이션에 잘 맞는다고 한다. 안 하는 건 일단 시간이 없어서다. 그리고 그걸 하려면 결국 밤에 가서 해야 하는데, 밥을 불규칙하게 먹으니까 역류성 식도염도 걸렸다. 이러다가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일도 못하게 될까봐 그만뒀다. 요즘에도 연락이 많이 오긴 한다. 그러니까 김C 같은 친구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나 이전에 내레이션은 성우나 아나운서들이 했다. 나 덕분에 그런 기회가 생긴 셈인데, 밥 한번 안 사고…. (웃음)
-마지막 질문은 <라디오 스타>식으로 하겠다. 배철수에게 음악이란.
=야아…. 음악 빼면 내 인생에 남는 게 있을까. 음악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연주했고 노래했고, 지금은 또 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음악을 빼면 나는 껍데기만 남는 것 같다. (팩스로 날아온 오프닝 코멘트를 읽으면서) 어이쿠, 이제 30분 정도밖에 안 남았네. 이젠 정말 준비를….
(글) 문석 mayday@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