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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모두 떨어뜨린 채 누렇게 바랜 전형적인 겨울 산의 풍경을 기대하고 산행의 초입인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자 눈이 제법 쌓여 있다. 귀를 얼얼하게 할 정도로 큰 소리로 요동치며 흘렀을 계곡물은 어느새 잠잠해지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뻗고 있는 대표적인 육산. 특히 아침가리골, 적가리골 등 이웃하고 있는 설악산과 견주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골짜기와 살둔, 월둔, 달둔 등 살가운 이름들로 이뤄진 언덕들이 소담스레 자리 잡고 있다. 그 맑음과 깊음에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내린천의 젖줄 역시 방태산이다.
원시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울울창창했을 나무들은 잎 대신 눈이불을 덮고 있다. 영하 10도 정도의 추운 날씨 때문에 '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의 머리에도 눈꽃이 피었다. 눈은 발걸음을 한결 더디게 하는 대신 푹신한 산행길을 선사하는 고맙고 낭만스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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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덕봉을 넘자 오르내리막길의 능선길이 계속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도 꼿꼿이 자태를 견지하고 있고, 정상부에서 뻗어나간 산자락도 굽이굽이 물결을 치며 곳곳에 골짜기를 빚어 놓았다. 이번 산행을 안내했던 인제 기린면 기린고등학교의 유재형 교장은 "방태산은 계곡뿐 아니라 설악산과 단풍의 아름다움도 견줄만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태산의 진면목을 잘 모르고 있는 편"이라며 가을에 꼭 다시 찾아오라 당부했다.
방태산의 정상 격인 주억봉(1443m)을 오른 후 다시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하산길, 변하지 않는 푸름을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와 하늘 위로 쭉쭉 뻗은 낙엽송이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줬다. 방태산의 아름다움과 함께 변치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라는 자연의 속삭임을. 내년 1월에는 강원도 삼척의 두타산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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