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은 올 하반기에만 <울학교 이티>를 시작으로 <초감각 커플>과 <과속스캔들>까지 세 편의 영화를 연달아 선보였다. 신인배우로서는 갑작스런 주목을 받게 됐지만, 정작 그녀는 그런 주목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무엇보다 박보영은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자리한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였다. 자신을 알고 있는 만큼, 남들에게도 그만큼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법. 세 편의 영화를 통해 보여준 신인답지 않은 연기는 그런 그녀의 진솔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기는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치기어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연기의 보폭을 넓혀가는 것에 더 많은 매력을 느낀다는 박보영.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모습들이 더욱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초감각 커플>에 이어 <과속스캔들>이 연달아 개봉해요. 나이도 어린 배우가 두 영화에서 모두 안정된 연기를 보여줘서 인상 깊었어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배우를 꿈꾸고 준비해온 건가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충북 증평에서 살아서 배우나 연예인은 저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영상 동아리를 하면서 만든 작품이 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초대됐는데 그 이후로 오디션 제의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를 선택하게 되면 직업이 되는 거잖아요. 저는 그냥 친구들끼리 취미활동으로 연기를 하는 게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아직 어리니까 공부와 연기를 병행하다가 아니다 싶고 너무 힘들면 다시 학업으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어리니까 많이 경험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 부모님의 성원에 힘입어 EBS 청소년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고난의 연속이었죠. 재밌는 것도 많이 알았지만, 실전으로 부딪히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연기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재능은 사실 못 느꼈어요(웃음). 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배우라는 게 재능보다 노력이 더 필요한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작품을 해가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게 있잖아요. 이전 작품에서 배운 게 있으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연기를 조금 더 재밌게 하게 되고, 그러면서 긴장도 풀리더라고요. 지금도 넓진 않지만, 연기의 폭이 조금씩 늘어가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이제 연기한 지 3년 정도 된 거죠?
네, 3년 됐어요.
<초감각 커플>에서는 캐릭터 때문에 마냥 어리고 귀여운 배우로만 봤어요. 그런데 <과속스캔들>의 캐릭터는 첫 등장부터 얼굴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인생의 깊이가 덧 씌워진 느낌이 들더군요. 이렇게 캐릭터를 넘나들 수 있는 역량에 놀랐죠.
감사합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한편으로는 실제로 굉장히 내성적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요.
아니죠?
네. 말도 많이 하고, 표정도 밝고, 그 나이 또래 답지 않은 언변을 가졌어요(웃음).
2~3주 동안 내리 인터뷰만 해보세요(웃음). 이렇게 돼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과 얘기할 때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스타일인가요?
불편한 걸 싫어해요. 그때의 적막과 고요함이 싫어요.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워야 좋잖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말을 거는 편이에요.
다른 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밝은 척하는 게 보일 때도 있는데, 보영씨는 그렇지 않네요. 처음 만났는데도 얘기를 밝고 편안하게 하니까 예상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조용하고 소극적인데 연기를 통해서 폭발시키는 스타일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낙천적이에요. 하지만 너무 낙천적이라서 좀 그럴 때도 많아요. 항상 좋지만은 않아요(웃음). 그리고 또 진지하게 생각할 때는 진지한 스타일이에요. 가끔 내성적이기도 하고요(웃음).
그 밝음과 낙천적인 게 가볍게 보이지 않아요.
그럼 다행이죠(웃음).
그게 사람들한테 편안함을 만들어주는 것 같고요.
감사합니다. 내리 칭찬만 하시고, 왜 질문을 안 하시는 거예요? (일동 웃음)
<초감각 커플>은 고등학교 때 찍은 거죠?
네, 작년이니까 딱 1년 됐어요.
그럼 첫 영화는 <시선 1318>인가요?
<시선 1318>이 첫 영화였어요. 그 다음에 <초감각 커플>을 찍고, <울학교 이티>를 찍고, 그리고 <과속스캔들>을 찍게 된 거죠.
<초감각 커플>은 장편영화의 첫 주연이라는 요인이 출연에 많은 영향을 끼쳤나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던데요.
캐릭터 자체도 마음에 들었지만 시나리오가 재밌었어요. 기존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맘에 들었고요.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요?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면 본인이 다른 모습들을 좀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건 시나리오 때부터 감독님이 애니메이션으로 정해놓았던 부분이라 제가 감히 어떻게 할 수 없었어요(웃음).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표현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깜찍, 발랄한 역할을 연기하는 기분은 어땠나요? (웃음)
민망했어요(웃음). 그래도 상대방이 받아주면 덜 민망한데, 진구 오빠도 안 받아주는 콘셉트라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이걸 지금 왜 하나 싶었죠. 제가 털털한 면이 많아요. 시원시원한 편이에요. 아버지가 군인이거든요. 어렸을 때 군부대가 놀이터였어요. 아저씨들하고 놀았기 때문에 성격이 막혀있거나 내성적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영화 할 때마다 이 낯간지러운 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됐어요(웃음).
얘기할 때마다 실제 표정에서는 <과속스캔들>의 캐릭터가 보여요(웃음).
아직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와서 아직도 애 엄마에요(웃음). 친구들도 전화할 때마다 아줌마랑 통화하는 것 같다면서 그만 좀 하라고 할 정도에요. 저는 연기할 때 그 캐릭터로 변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드라마 ‘왕과 나’를 할 때는 참한 캐릭터였는데요, 그 드라마로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제가 정말 참한 줄 아세요.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정남을 연기할 때는 세트 촬영 때 그냥 눕기만 하면 잤어요. 정남이 파자마를 입잖아요. 무대인사 할 때도 저도 모르게 ‘저희 애가요’ 이러면서 애기 자랑하고 있고... 미치겠어요(웃음). 이제 그만 해야지.
그런 경험들도 재밌을 것 같아요. 스스로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걸 경험하는 건 일반인들은 쉽게 해볼 수 없으니까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인 것 같아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거죠. 그리고 소소한 것들도 많이 느껴요.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에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시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과속스캔들>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시나리오 보고 오디션을 봤어요. 근데 일반적인 오디션과는 약간 다른 오디션이었어요. 대사를 안 주고 상황만 주더라고요. 미혼모 입장에서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걸 연기하라면서 대사를 안 주는 거예요. 그래서 즉흥연기를 했죠. 그리고 끝난 뒤에는 노래방을 갔어요. 노래방에 가서 발라드, 댄스, 록, 트로트 등 장르별로 다 불러서 저한테는 진짜 신기한 오디션이었어요.
힘겹게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게 된 거네요(웃음).
정신 놓고 했어요(웃음). 정말 창피했어요. 그때 다들 처음 뵀는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려니 쑥스럽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제작한 안병기 감독님이 제가 창피해한다고 먼저 노래를 부르시더라고요. 안병기 감독님 노래 부르는 거 듣고 힘내서 노래 불렀어요(웃음).
아직 어린 나이에 미혼모를 연기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위안을 가졌던 게 정남이 스물두 살이고, 과속으로 애기를 낳은 거잖아요. 성숙한 엄마가 아니라 철이 없는 엄마고, 또 아빠라는 존재를 처음 만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라서 아빠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모습들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갖지 않았어요. 걱정이 많았지만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많이 풀어냈어요.
정남이라는 캐릭터의 초점을 엄마에 뒀나요, 아니면 딸에 뒀나요?
엄마에 초점을 많이 뒀어요. 딸은 지금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한 다리 건너서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그때 들었던 친구들의 고민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또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많이 찾아봤고요.
아이와의 관계도 일반적인 모자 관계보다는 친남매 같아서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그러면서도 아빠와 싸우는 장면에서 아이한테 들어가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가 없어졌을 때 당황하는 모습들에서는 진한 모정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사실 그렇게 나이 많은 엄마도 아닌데 너무 애를 잡듯이 하면 안 되잖아요(웃음). 또, 애가 애가 아니에요(웃음). 하는 건 어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친구 같은 엄마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정남의 엄마도 그렇지만, 정남도 아이를 낳고도 남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아요. 그런 정남이 자신의 아빠를 찾아가고, 또 남자를 애 아빠로 다시 받아들이게 된 건 어떤 마음에서였을까요?
아빠를 찾아가는 건 저 같아도 그랬을 것 같아요. 정남의 과거를 생각해놨거든요. 정남의 일기도 따로 갖고 있어요. 시골에서 엄마와 살면서 함께 아이를 키우다가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이를 꿋꿋이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예요. 또 엄마가 돌아가실 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남현수의 오후 휴식’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네 아빠야’라고 말씀하시면서 옛날 아빠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주는 거예요. 엄마가 그렇게 말한 것도 있고, 아이 키우기가 힘든 것도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아빠를 찾아갔다고 생각해요. 남편의 경우는 아직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걸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그 부분은 제가 이해가 안 가도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어요.
영화 속 노래는 직접 부른 건가요?
아니요(웃음).
그럼 어느 정도까지 직접 부른 건가요?
제가 부른 것도 있고, 안 부른 것도 있어요. 현장에서는 다 불렀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노래를 입히더라고요. 감독님이 7옥타브까지 올라가는 그런 가창력을 바라셨거든요(웃음). 진짜 불렀다면 가수해야죠(웃음). 사실 숨기고 갈 건 아니에요. 관객 분들을 속이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가 노래를 안 불렀다고 하면 리얼리티가 떨어져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출연한 상업영화 세 편이 모두 코미디네요.
네, 그만해야죠(웃음).
그만한다는 걸 보면, 이제 영화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건가요? (웃음)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죠(웃음). 그런데 <울학교 이티>도 그렇고, <초감각 커플>도 그렇고, <과속스캔들>도 그렇고, 제가 망가지면서 웃음을 주는 부분은 많이 없어요. <과속스캔들>도 저보다는 아들이 웃음의 포인트였으니까요. 그래서 코미디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질 거라는 걱정은 없어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속에 더 많은 끼가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그것들을 더 보여줘야 할 텐데요.
뭘 보여드리면 될까요?
보여줄 게 너무 많잖아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도 보여줘야 하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한 가지 이미지에만 국한되고 싶지 않은 분에 넘치는 욕심이 있거든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앞으로 연기하는데 있어서 목표는 뭔가요?
‘나는 이런 배우가 될 거야’같은 목표를 세우면 사람이 급해지고 빠르게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주위를 못 챙기고 잃어버리는 게 더 많고요. 물론 그걸 성취했을 때의 성취감은 있겠지만, 되돌아보면 잃어버린 게 더 많기 때문에 저는 그냥 지금 주어지는 대로 조금씩 나아가고 싶어요.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나중에 제 연기에 대해서 제 입으로 논할만한 위치가 되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직 생각을 못하겠네요. 정말 그게 뭘까요? (웃음)
첫댓글 첨보는거 ㅋ. 날짜는 작년 12월9일에 한거네 ㅋㅋ. http://www.joycine.com/service/movie/crank/crank.asp?id=12963 여기에 있으니 들어가 보든지 ㅎ.
공지로 ㅋ
쩌네
오오오오옹
우왕사진쩌네여
하악
너무 털털해서 좋아
털털할까?
털털할거 같은데 ㅋ.
인터뷰하는거보면 털털해 보임
와우
아.. 제발 나한테 먼저 말 걸어주는 보느님이 내앞에 있다면.. 항가~
이거 나갓다 와서 봐야겟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