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에 대한 이론과 실제 사례를 공부해 보면서 앞으로 수립해야 할 미래형 유통 전략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자.
<글 싣는 순서>
1장 농업 마케팅은 무엇인가
2장 시장 조사와 분석으로 출발하라
3장 농업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라
4장 STP 전략으로 차별화하라
5장 마케팅 믹스 4P로 승부하라
4. 농산물 유통은 최우선 단계
가. 농산물 유통의 주요 기능과 문제점
“농산물 유통경로는 왜 이렇게 복잡할까?”
“농산물 도매시장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인터넷으로 소비자 직거래를 하는 것은 어떨까?”
“새로 출시하는 가공식품은 어디서 팔아야 할까?”
“새로운 유통망은 어떻게 개척해야 하나?”
위에 제시한 유통에 대한 질문을 풀기 위해서 농업 마케터들은 마케팅 믹스 4P 변수 중 하나인 유통의 구조에서부터 역할, 각 유통망별 특징과 정보 등 많은 부분들을 통합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농산물 유통에 대한 이론과 실제 사례를 공부해 보면서 앞으로 수립해야 할 미래형 유통 전략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주부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한다고 가정해 보자.
쌀, 김치, 고등어, 된장, 시금치, 오이, 식용오일 등 준비해야 할 식품 재료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중간 유통업자, 즉 동네 마트가 없다고 한다면 이러한 식품을 직접 농가가 산지 혹은 공장에 주문해서 저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 가격 비교는 물론이거니와 주문도 소량으로는 안 될 것이고 더구나 개별적으로 농가나 산지 생산 주체와 접촉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유통은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지 생산자와 수요를 창출하는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 이 기능을 바로 ‘총 거래 수 최소의 법칙’이라 한다. 이외에도 수송, 보관, 정보 전달 등 여러 면에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유통이다.
- 배분 활동 기능
주문, 운송, 배달, 저장을 통하여 농산물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며 재고 리스크를 줄인다.
- 수요 창출 기능
위 사례와 같이 생산자 직거래보다 거래 횟수가 훨씬 감소(총 거래 수 최소의 법칙)하며 이를 통해 자연적으로 거래를 촉진시키고 소비 수요를 활성화시킨다.
- 정보 전달 기능
소비자가 구매에 필요한 가격, 브랜드, 원산지 등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생산자에게는 소비자 조사, 가격대, 브랜드 선호도, 경쟁 현황, 소비 동향 등 정보를 제공한다.
- 규모의 경제 기능
대량 매입을 통한 표준화, 규격화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2007년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실시한 ‘농산물 유통 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산물 평균 유통 비용은 소비자 지불액의 43.4%로 추정되며 단계별로는 출하 단계 11.8%, 도매 단계 9.6%, 소매 단계 22.0%로 발표된 바 있다. 부문별로 보면 원예농산물 54.1%, 축산물 40.5%, 쌀 21.2%, 수산물 43.1%로 품목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농산물 유통 마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 문제점으로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
1. 농산물 고유 특성으로 인해 유통상 어려움이 많다.
농산물은 일반 상품에 비해 부패, 변질, 파손되기 쉬우며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고 무겁다. 또한 표준화, 등급화가 까다롭고 계절에 따라 생산 집중 및 홍수 출하를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렇다 보니 유통 과정에서 선별, 수송, 저장, 가공 비용 등이 과다하게 소요되며 불안정한 가격의 요인이 된다.
2. 유통의 주체가 영세하고 유통경로가 복잡하다.
대부분 농업인들은 농산물 판매를 유보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어 수확기에 홍수 출하를 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현재 산지 유통의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많은 중간 유통업자들도 자금이나 조직 면에서 영세하여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불어 생산과 소비가 소규모 분산되어 있어 농산물 수집 및 분산 과정이 길고 복잡해 자연스레 중간 상인이 개입하게 되면서 유통 단계가 복잡하고 많아져 유통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3. 농산물 유통 구조가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농산물 유통이 대형할인점 위주로 재편되면서 생산자의 거래 교섭력이 저하되고 공급 초과되는 농산물의 가격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바로 중간 상인의 유통 이윤을 과다하게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농가의 수취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나. 국내 농산물 유통 현황
여기서 잠시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역사를 살펴보자.
1993년에는 이마트 창동점이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대형할인점 시대가 도래해 생산조직에 품질 규격화, 물량 규모화, 연중 공급 체계를 요구하게 된다. 같은 해 8월 1일에는 한국홈쇼핑(현재 GS홈쇼핑)과 39쇼핑(현재 CJ오쇼핑)이 각각 ‘하나로 만능 리모컨’과 ‘뻐꾸기시계’로 국내 TV 홈쇼핑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고 곧 이어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프랑스계 대형할인점 ‘까르푸’ 부천 중동점과 네덜란드계 마크로가 진출했는데 당시 유통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 유통시장이 다국적 유통기업의 잔치판이 될 것이라 예견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 방식’을 밀어붙이는 오만으로 현지화 실패를 자초해 결국 철수의 수순을 밟고 말았다. 이러한 유통의 대변혁으로 국내 농업 유통은 산지유통센터의 활성화를 촉진시켰고 지역 단위 농협이 농산물 수집과 출하의 중심이 되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소비 구조의 변화(핵가족화, 웰빙 고급화, 편의성, 5일 근무제 확산, 여성 취업 및 맞벌이 부부 증가 등)와 함께 다양한 소비시장이 발달하는 등 국내 유통시장의 다변화는 지금도 급속히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 유통 현황을 보면 대형할인점, 백화점, 전통재래시장은 매출 증가율이 정체 내지 소폭 상승하고 있는 반면 슈퍼마켓, 편의점, 인터넷 쇼핑몰 등은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유통은 인터넷과 홈쇼핑의 발달로 인하여 대형할인점, 마트, 재래시장 등 장소에 국한된 전통적인 유통의 개념을 뛰어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더불어 농산물 생산이 소비 수요를 초과해 소비자의 선택이 대폭 증가하면서 농업경영체 간 경쟁은 바야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와 다양성의 시대에 농산물 유통 전략은 정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한순간 잘못 선택한 전략은 바로 농업경영체의 존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대형할인점의 경우 글로벌 다이렉트 소싱 및 산지 직거래 확대 등을 통한 저가격 전략과 상품 차별화, 온라인 사업 강화 등의 유기적인 경영 전략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말 현재 국내 대형할인점 수는 430개가 넘었으며 이는 인구 11만명당 한 개꼴로 대형마트 최대 포화시점으로 인식되는 10만명당 1개 점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통산업 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됨에 따라 신규 출점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다양한 형태의 신규 출점, 해외시장 진출 가속화, 온라인 쇼핑몰 강화 등 국내 소매시장의 질적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01-1312-마케팅) 농수축산물 전문 소셜커머스 엄마의 밥상
더불어 백화점 총 매출을 앞지른 온라인 업태의 약진이 예상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 도모를 위한 유통기업들의 투자 확대,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의 등장,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판매 방법을 활용한 신규 유통채널 확보 등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
백화점은 신규 출점이 한정적인 상황으로 소비의 양극화에 따른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측되며 편의점은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소비자의 이용 편리성과 근거리의 이점을 살려 소포장 농식품 확대로 신장세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명 : 최죠셉 대표(경영학 박사)
소속 : 한국농업마케팅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