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지난 주말, '한국문화교류원' 워크샵차 안동에 다녀왔다. 얼마만에 방문하는 건지 '안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아련해 지는 내 고향에 다녀왔다. 안동에서 서울에 올라온지도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안동은 그대로였던 것 같다. 10년 전에 있던 도로들도 그대로 였고 건물들도 그렇다 할 큰 건물들이 들어선 것 같지는 않았다. 내 기억속의 안동 그대로의 모습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기분이 좋았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라고 하면, 도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슬로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을 내건 문구들이었다. 요즘 각 지역자치구 마다 자기 지역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활성화 하려는 노력이 일면서 지역의 특색에 어울리는 문구들을 하나씩 내걸고 있다. 이에 한국 선비의 고장, 조선시대 영남의 본거지였던 안동이 선택한 슬로건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었다. 무언가 한국 정신의 근본을 안동이 안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적절하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비문화의 전통 군자마을, 안동 군자마을
군자마을은 지금으로부터 500-600년 전 광산김씨 김효로가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고 지금은 그 자손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곳이다. 낙동강 중상류에 위치한 안동은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주변에 많은 마을 및 문화재들이 물에 잠기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저지대에 자리하던 마을 및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고지대로 옮기는 작업들이 이뤄 졌으며 군자마을 또한 이 작업의 일환으로 현재 그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있다고 한다.
△ 군자마을 입구
얼마 전 서울에서 한옥스테이를 해본적은 있지만 머물렀던 곳이 계량한옥의 성격이 강해서 전통적인 한옥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언젠가는 꼭 전통적 느낌을 가진 한옥에서 자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오고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기회가 생겨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사진에 있는 많은 한옥 중에 내가 머문 한옥은 왼쪽에 위치한 '후조당' 이었다. 이 한옥의 나이만 해도 450년이 훌쩍 넘은 정말 한국의 역사와 함께 해온 역사의 산실이었다. 게다가 한옥 가운데 위치한 곳에 퇴계 이황선생이 쓴 현판이 있다는 걸 듣고서 내가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설레였다.
△ 후조당 입구
△ 옆에서 본 후조당
△ 퇴계 이황 선생이 썼다는 현판
△ 마당에서 본 후조당
450년이라는 세월에 걸맞게 후조당은 유난히도 검은 빛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450년 동안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도 후조당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나 같이 이곳을 거쳐가는 사람들을 맞이 하였을 것이다. 문화재와 같은 풍채를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내가 하룻밤을 자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게감 있고 엄중한 장소였다.
군자마을에는 후조당 뿐만이 아니라 '군자고와'라고 하는 강당과 후조당과 같은 몇채의 더 많은 한옥들이 있었다.
△ 워크숍 회의 장소 구실을 했던 '군자고와'
△ 군자고와 내부, 평소 머릿속에 그리던 공간의 모습이 내눈앞에 펼쳐진 순간이었다.
△ 군자고와 내부 전경, 닫혀진 문에 주목!
△ 공간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을 위로 올려놓은 모습,
이날 새로 알게된 사실이 있었는데, 한옥에서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렇게 천장마다 쇠고리 같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방과 방 사이에 칸막이 구실을 하는 문을 위로 올려 놓아 공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 지어진 군자고와 뿐만이 아니라
450년이 된 후조당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다시한번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0'
△ 군자마을 입구에 위치한 큰 나무,
△ 군자마을 내부
△ 군자마을 내부의 또다른 한옥
△ 또 다른 한옥
△ 전날 비가와 흙탕물이 된 연못 과 한옥
△ 기분 좋게 하는 흰 연꽃 하나
△ 저 멀리 보이는 후조당
이렇게 군자마을에는 후조당 뿐만 아니라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한옥들이 몇몇개 자리잡고 있었다. 450년이 넘는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한옥에서의 체험을 원한다면 바로 '군자마을'을 권한다. 사실 한옥이 자연과는 너무도 친하게? 설계되어있던지라 마루에는 개미나 곤충들이 떠나갈 줄을 몰랐다. 그래서 긴밤 잘 잘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행히 잠자는데에는 별탈 없었던 것 같다.
△ 새벽의 후조당
△퇴계 이황 선생이 쓴 현판
△ 새어나온 아침 햇살을 받은 후조당
1박 2일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눈도 호강하고 마음도, 그리고 달달하다고 표현해야 딱 맞을 상쾌한 공기 덕분에 심신 모든게 행복한 날이었다. 사진 속 한 장면 같은 곳에서 생활하면서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 까 하는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하며 서울로 올라갔다.
엠티나 워크샵 일정이 있을 경우 다 같이 함께 하는 장소로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든 군자마을, 얼마의 비용을 들여 강원도의 팬션이나 리조트에 가는 것 보다는 우리 나라 건축문화도 체험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있는 군자마을로 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서 군자마을까지 가는 정기 버스가 있다고 하니 이걸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군자마을 홈페이지: http://www.gunjari.net/
사진, 글 오감인한통속 hyunun_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