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가는 바캉스, 난 바빠서 못갔다.” 해마다 휴가철이 끝나면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직장인이 꼭 있기 마련이다. 바캉스를 다녀오지 못한 이유들도 각양각색이다. 시간이 없어서, 형편이 안돼서, 귀찮아서, 북적대는 휴가지가 싫어서…. 그래도 1년에 단 한번뿐인 여름 휴가를 집구석과 학교·직장에서만 보냈다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말에 잠시 시간을 내서 가족과 함께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는 멋진 서울 근교의 멋진 산, 바다, 계곡을 추천해본다.
■공항버스 타고 가는 ‘
무의도’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
천국의 계단’의 촬영장소가 되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천 무의도는 서울에서 2시간여 거리에 있는 청정해역으로 유명하다.
실미 해수욕장은 2㎞에 달하는 초승달 모양의 해변 모래사장과 100여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는 썰물 때 갈라진 바다를 통해서 실미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영화 촬영장이 있는 실미도 언덕을 넘어가면 아기자기한 해변이 방문객을 맞는다. 기껏해야 몇 백 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 비좁은 곳이지만, 동해의 그 어떤 해수욕장보다도 아름답다.
또 권상우·최지우가 연기한 ‘천국의 계단’의 촬영지인
하나개 해수욕장에는 여전히 별장 세트장이 남아 있어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무의도는 작은 섬이지만 등산과 낚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해발 230m인 국사봉 정상에 올라보면 탁 트인 바다와 함께 다른 산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절경을 맛볼 수 있다. 또 바닷물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낚시가 가능하며 운이 좋으면 우럭, 농어, 놀래미, 광어, 숭어, 망둥어 등 다양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무의도를 가려면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니는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3층에 내리면, ‘잠진도’ 선착장으로 가는 일반버스와 연결된다. 공항버스 티켓을 보여주면 연계버스는 공짜로 탈 수 있다. 선착장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배는 수시로 있다. 1인 왕복 2000원 정도로 뱃삯도 저렴하다.
■지하철로 가는
도봉산 ‘망월사’
서울 근교에는 국내 주요 명산중의 하나인 북한산·도봉산이 있어서 등산족들에게는 여름철 막바지 바캉스 지역으로 자주 선택된다. 북한산의 경우에는 등반 코스가 다양하고 서울 시내에서 가깝다는 점 때문에 평상시에도 매주 주말이면 수많은 서울 시민들의 쾌적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도봉산은 쉽지 않은 등산코스 등이 많아서 등산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조용한 등반을 원한다면 도봉산 ‘망월사 코스’를 추천한다. 지하철 7호선 도봉산 역이나 1호선 국철 망월사역에서 내리면 한적한 등산이 가능하다. 망월매표소부터 등산을 시작해 망월사를 구경하고 포대능선에서 잠시 쉬다 도봉 계곡 쪽으로 내려오는 등산 코스는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버겁지만 나름대로 짜릿한 묘미를 더해준다.
포대능선을 통해서 도봉산 정산에 오르는 산행 길은 절벽 오르기, 줄타기 등 다양한 코스가 즐비해서 어린이들에게는 모험심을 키워준다.
산중에는 망월사·천축사·쌍룡사·회룡사 등의 유명 사찰도 많다. 특히 망월사는 규모는 작지만
신라 선덕여왕의 명에 의해서 왕실의 융성을 기리기 위해서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유서가 깊다. 망월은 ‘달을 바라본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달은 신라 시대의 ‘월성(月城)’인
서라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변 그네’가 있는 강원 칠봉
강원 원주시 호저면 용곡리와 산현리에 걸쳐 위치한 칠봉 유원지는
주상절리 아래로 흐르는 청정계곡이 뛰어난 풍광을 보여준다.
칠봉은 섬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몰려 올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또한 깎아내린 듯한 절벽 아래로 흐르는 시원한 섬강 상류의 물줄기는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기에 알맞을 정도의 깊이여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울창한 숲이 잘 관리 돼 있어
산림욕을 즐기는데 안성맞춤이다. 칠봉 유원지의 상류에 자리잡은 ‘봉바위 돌집’ 인근에서는 강 위에 떠 있는 그네를 즐길 수도 있어서 연인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원주 시내에서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횡성과도 인접해 있어서 최근 들어
주5일제와 여름휴가를 즐기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계곡 깊숙이 들어가려면 개인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찾아갈 경우에는 영동고속도로 원주나들목을 지나 호저면 방면으로 진입해 매호리쪽으로 향하면 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금강산 봉우리 일곱개를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 장관인 강원 칠봉 계곡 유원지에서 한 연인이 그네를 타면서 막바지 휴가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