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인걸까? 남들은 훌쩍 넘어간 달력 속 숫자를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던데, 나는 좀 다르다. 각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국내외 언론이 술렁일 때쯤이면 그 제품의 모델명을 보며 세월이 이리도 빠름을 실감하곤 한다. 최근엔 아이폰6는 물론이고
갤럭시 노트4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
갤럭시 노트가 벌써 네 번째 제품을 출시하다니. 첫 번째 노트를 보고 놀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누가 뭐래도
갤럭시 노트의 첫 등장은 특별했다. ‘패블릿’이라는 독특한 카테고리를 창조하며, 과감하게 5.3인치 대화면을 내세웠다. 당시 시장에서 금기시
되던 어마어마한 사이즈였다. 게다가 S펜이라는 터치펜을 내장했다는 사실도 신선했다. 시장 반응은 이리저리 엇갈렸다. 누군가는 시원한 대화면과
필기감,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냈고 어떤 이는 몬스터폰이라며 사용성을 떨어트리는 대화면을 비하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노트는 살아남았다.
요즘 추세를 봐서는 오히려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시리즈보다 노트 시리즈가 잘 나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번 신제품인 갤럭시 노트4에도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네 번째 노트는
삼성전자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살펴보기로 하자.
조기 출시설에 숨은 이야기
<'갤럭시 노트4 콘셉트 이미지' 사진출처=note4galaxy.com>
최근 갤럭시 노트4를 둘러싼 루머 중 가장 뜨겁게 떠오른 것이 바로 ‘조기 출시설’이다. 원래대로라면 9월 초에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리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 이 시나리오를 뒤엎고 이르면 8월 초에 삼성 언팩 행사를
열고 8월 안에 제품을 세계 시장에 출시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뭐든 때보다 이르게 나온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뜻이니까. 갤럭시 노트4의 조기 출시설의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예상 이하인 2분기 실적이 깔려있다. 이달 초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공개한 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을 보면
1분기보다 2조 가량 줄어든 4조 5000억 원 수준이다. 스마트폰 판매량만으로 봐도 1분기보다 1000만 대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가던 삼성전자의 행복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 분기 실적을 만회할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헌데,
갤럭시 노트4가 예정대로 9월 무렵 출시된다면 3분기 실적 회복에 기여하기가 어렵다. 전작인 갤럭시 노트3만 해도 글로벌 판매 1000만대를
기록하기까지 최소 2개월이 필요했기 때문. 조기 출시설을 둘러싼 가장 지배적인 이야기는 3분기 실적을 제대로 만회하기 위해서는, 히든 카드인
갤럭시 노트4가 적어도 8월부터는 시장에 깔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경쟁사들의 약진도 무시무시하다.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이 중국 내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는 만큼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하반기 기대작인 아이폰6 역시 9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빠른 대응이 필요할지도.
S펜의 화려한 변신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매번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더 나아진 필기감을 선사하며 발전해왔다. 이번엔 S펜에 초음파
센서를 탑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폰아레나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이 S펜의 인식 방식을 디지털화에서 초음파 센서로 변경하는 특허를 취득했다고.
펜의 움직임을 진동에 의한 초음파로 변경해 감지하는 원리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전체 기기가 1mm 정도 얇아질 수 있다. S펜을 내장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두께 이하로 줄이지 못했던 갤럭시 노트4가 슬림형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다. 이 경우 필기 성능도 훨씬 매끄럽게 개선된다고.
특허 내용에 따르면 센서 중 3개의 센서는 2차원 데이터를 기록하고 4개의 센서는 3차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초음파 S펜이 갤럭시 노트4에 즉시 적용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갤럭시 노트의 S펜이
아날로그 펜과 맞먹을 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
노트를 노트답게 쓰자
최근 삼성전자의 신제품을 볼 때는 막연히 스펙을 살펴보는 것보다, 이 덩치 큰 제조사가 사용환경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훑어보는 것이 더 재밌다. 뭐랄까, 일밖에 모르는 서툰 초보 아빠가 간만에 아이를 돌보는 느낌이랄까.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흐뭇하기도 하고 아슬아슬 하기도 하다. 덕분에 과잉 보호(?)가 일어나기도 한다. 여러 가지 기능은 추가되는데 실제 사용자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는 얘기다.
갤럭시 노트는 화면이 크고 필기가 가능하다. 그만큼 사용자 환경의 진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단 뜻. 삼성전자가 이번엔
무엇을 준비했을까. 떠도는 루머 중 귀가 솔깃한 것 중 하나는 서명으로 잠금해제가 가능해진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갤럭시 노트의
S펜을 이용한 ‘서명을 통한 모바일 기기의 잠금 해제’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폰아레나를 통해 알려졌다. 사용자의 서체를 구분해 이를
보안키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지문인식과 비슷한 원리로 미리 서명을 입력해두면 이를 통해 잠금 화면을 해제하거나, 특정 명령을 내리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잠금 화면에 “Call mom”이라고 명령어를 입력하면, 이 서체를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동시에 발신이 진행된다는
것.
여기에 S펜 자체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내장한다는 얘기도 있다. 스마트 워치 등의 다른 웨어러블 기기가 없더라도
S펜으로 상당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 듯하다. 무선 헤드셋을 대신해 셔츠 주머니 등에 S펜을 꽂아두면 통화가 가능하며, 음성 명령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를 기대해도 좋겠다.
삼성의 최신 기술 총집합
갤럭시 노트4에 어떤 기술이 들어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프라이즈 효과’를 위해서도 삼성전자가
시선몰이가 가능한 최신 기술을 하나 이상 선보이리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을 품었을까?
일단은 갤럭시S5의 공개 전에도 한 차례 얘기가 나왔던 홍채 인식 기능을 기대해보자. 갤럭시S4만 해도 지문인식
스캐너를 탑재했지만, 애플의 아이폰5S가 지문인식을 먼저 선보이는 바람에 크게 관심받지 못했다. 지금이야말로 또 다른 생체 인식 기술을 선보이기
적합한 시기다. 시기적절하게도 얼마 전 삼성전자의 프로세서 관련 공식 트위터 계정에 홍채 인식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며, 갤럭시 노트4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만약 홍채 인식 기능을 지원할 경우, 단순한 잠금 해제는 물론 전자 상거래의 보안 솔루션이 재편성 될지도. 홍채는
지문보다 식별 특징이 많고 인식률이 훨씬 높아 진일보한 보안기능으로 평가받는다.
자외선 센서에 대한 루머도 흥미롭다. 기기 자체에 자외선 센서를 내장해 ‘낮음’부터 ‘위험’단계까지 자외선 지수를
알려준다고. 피부를 보호해준다는 면에서 일종의 헬스 케어 기능이다. 이미 해외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이 같은 기능을 선보인 바
있는데, 어떤 식으로 구현할지 궁금해진다. 갤럭시S5의 심박센서처럼 만들었다간 그저 보도자료에 뿌리기 위한 기능으로 묻힐지도 모르니까.
이 밖에도 기기 사양에 대한 이야기도 분분하다. 5.7인치 혹은 5.9인치의 QHD(2560x1440) 해상도
디스플레이에 1600~2000만 화소급의 후면 카메라를 탑재한다는 이야기가 지배적. 프로세서는 64비트 엑시노스 5433과 스냅드래곤 805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