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 가면 외 1편
음악과 미술이 가득한 정원
그대와 나의 정담은
한 편의 시가 된다
세상 어려움은 세탁되어
곱디고운 하얀 비단위
목적없는 붓질로도
명상으로 초대하는
로스코의 그림이 된다
때때로 오르는 오솔길에는
누군가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을 다독이는
G선상의 아리아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꿈의 한자락 붙들고
바람의 사슬에 묶어
살아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 로스코(Mark Rothko, 1903-70): 추상표현주의 양식에 명상적 성찰을 도입한 미국 화가.
* G 선상의 아리아: 바흐(J.S. Bach, 1685~1750)의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의 아리아를 빌헬미(A.D.F.V. Wilhelmj, 1845~1908)가 편곡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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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오후
먼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깊은 생각에 빠지셨나
몸집이 왜소한 나이 드신 수녀님
망초꽃 무더기 사이로 흐르는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들 속삭임
뭉게구름에 얹혀 떠난다
저만치 젊디젊은
마리아가 건네 준 하얀 미사포 위에
크고 작은 상처로 촘촘한 이야기
이제 훌훌 털어버리야 하지 않겠는가
아기 예수님이 아장아장
등 두로 오셔서
수녀님 옷자락을 붙잡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