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눈으로 타나요?"
장애를 껴안으면 능력이 보입니다
1급 시각장애인 현정희씨 남다른 후각·청각·촉각으로 주문부터 계산까지 '척척'
서울 강서구 실로암안과병원 1층의 커피 전문점은 병원 직원, 환자·보호자와 인근 직장인으로 온종일 북적인다.
바리스타(즉석에서 커피를 만드는 전문직종) 현정희(32)씨가 김 솟는 에스프레소부터 얼음 채운 초코라떼와
방금 갈아낸 키위주스까지 47가지 음료를 하루 평균 100잔 이상 만들어 낸다.
손님들은 싹싹하게 음료를 내미는 현씨가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꿈에도 모른다.
현씨는 선천성 백내장이다. 횡단보도에 서면 맞은편 신호등이 안 보여 옆 사람을 따라 건너야 한다.
왼쪽 눈은 전혀 안 보이고 오른쪽 눈은 코앞 물체만 간신히 식별한다.
그러나 현씨가 일하는 모습에서는 장애를 엿보기 힘들다.
현씨는 오전 8시 30분에 개점해서 오후 5시 30분에 문 닫을 때까지 가게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커피 원두를 주문하는 일부터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고 키위를 깎고 금전을 출납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일까지 도맡아 한다.
손님이 몰리는 오전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생 유혜라(22)씨가 자잘한 일을 거들지만,
오후 시간은 현씨 혼자 주문부터 청소까지 모든 일을 처리한다.
특히 점심시간이면 한꺼번에 10잔 가까이 주문이 밀려들기 일쑤지만
현씨는 레시피(요리법)나 거스름돈을 혼동하는 일이 없다.
비결이 뭘까.
현씨는 남다른 '감각'과 정리정돈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현씨는 눈이 불편한 대신 후각·청각·촉각 등 다른 감각이 대단히 민감하다.
스팀 노즐(뜨거운 김을 뿜는 막대 모양 기계)로 우유 거품을 낼 때 작동음만 듣고도
거품이 고운지 거친지 정확하게 알아낸다.
그는 "바리스타 일을 처음 배울 때부터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지금까지,
제가 시력 때문에 다른 바리스타들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했다.
매대 뒤 냉장고와 찬장을 열자 수십 가지 재료가 도서관 서가처럼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커피 전문점은 음료마다 소스와 시럽이 다를 뿐 아니라 음료에 뿌리는 향료가루도
계피·녹차·요거트·토피넛 등 6가지나 된다.
음료에 곁들여 파는 간식도 머핀·쿠키·스콘 등 9가지에 달한다.
게다가 과일은 종류별로 미리 씻어뒀다가 손님 오기 직전에 깎아야 한다.
현씨는 모든 도구와 재료를 정확하게 제자리에 뒀다.
익숙한 공간에서 현씨의 움직임은 앞이 보이는 사람 못지않게 빠르고 정확했다.
양치질한다며 전혀 주저 없이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하는 그를 보면서 '시각장애인 맞나' 싶었다.
제한된 공간 속이라면 시각장애가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음을 현씨는 몸으로 보여주었다.
현씨에게도 남모르는 좌절이 많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구할 수 있는 직업은 안마사와 침술사 정도였다.
현씨 역시 6년간 안마사로 일했었다.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바리스타 일을 가르쳐주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현씨는 대학 국문과 중퇴 후 서울맹학교에 입학해 3년간 안마를 배운 뒤 안마사로 일했다.
열심히 했지만 평생 그 일에 머물고 싶진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절박한 생각에 2007년을 끝으로 안마사를 그만두고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2008년 여름, 3개월짜리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훈련과정이 국내 처음으로 이 복지관에 개설됐다.
현씨는 망설임 없이 1기생으로 등록했다.
실로암복지관은 지금까지 총 36명이 바리스타 과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중 7명이 복지관 카페에서 현역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현씨는 복지관 카페를 떠나 외부에 취업한 첫 사례이자, 자격증(바리스타 2급) 취득에 성공한 2명 중 하나다.
현씨를 눈여겨본 김선태(69) 실로암안과병원장이 올 3월 병원 1층 커피전문점을 현씨에게 맡겼다.
김 병원장은 "현씨가 병원 카페를 능숙하게 운영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능력 있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많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현씨의 꿈은 1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것,
외국에서 일해보는 것, 언젠가 자기 카페를 내고 시각장애인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씨는 "내가 남보다 약하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이루면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본보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 시장보다 큰 생명산업 잡아라"
미생물.동물.유전자.종자.....세계시장 2조5천억 달러
명지대 농업연구팀은 최근 가뭄이나 기상이변 등 스트레스에 강한 내성을 가진 벼 유전자를 개발해
세계적 종자기업인 스위스 신젠타와 독일 바스프 2곳에 팔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벼 관련 연구 성과는 많았지만 기술이 다국적 기업으로 이전돼 실용화되기는 처음이다.
천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명산업은 아직 개념조차 생소하지만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발 빠른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는 생명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생명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시장 규모가 2조5000억달러로
자동차(1조6000억달러)나 IT(3조5000억달러)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4대 핵심 생명자원으로 꼽히는 미생물자원, 식물자원, 동물자원, 곤충자원 시장이
각각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데다 유전자원, 종자, 기능성 식품 등 그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생명산업 시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독무대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유전자 형질전환 품종의 경우 미국과 스위스, 독일 등 3개국 업체들이
세계시장 중 96%를 점유하고 있다.
스위스 신젠타에 벼 기술을 이전한 김주곤 명지대 교수는
"1등만이 돈을 버는 것은 반도체 등 첨단분야나 생명산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지적재산권 장벽에 가로막혀 원천기술을 새로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생명산업 수준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예컨대 세계 종자시장은 2008년 693억달러에 달했다.
2000년부터 매년 10%씩 성장한 결과다.
이 중에서 한국 종자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5%(10억3000만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60% 이상을 외국 종자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박진기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선진국 대비 한국의 생명산업 기술력 수준은 50~70%에 그친다"며
"연구개발(R&D)과 상용화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들어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육성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오는 17일 생명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 조명하는 `생명산업 D.N.A전`을 개최한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범부처 차원의 `생명산업 종합 육성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명산업 = 미생물과 식물, 동물 등 생명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산업이다.
비단잉어 1마리 3천만원…관상어 블루오션 `펄떡`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상일부화장에 들어서니 크고 작은 어항 수백 개가 층층이 쌓여 있다.
한 어항에서는 열대어 `알톰 엔젤`이 멋진 줄무늬를 뽐내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야생에서 잡은 녀석을 수입한 것입니다. 부화에 성공만 하면 큰 수익을 안겨줄 놈들이죠.
암수 몇 쌍을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습니다."
부화장을 운영하는 정인호 대표는 "3개월 정도 기르면 마리당 3만~4만원, 성어로 판매하면
마리당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관상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지금은 수입 대체효과를 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출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그저 이색적인 취미 대상으로 여겨지던 관상어가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물자원에 대한 산업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곤충시장은 단순 애완용에서 벗어나 의약품이나 환경정화 물질 소재 등으로 활발하게 응용되면서
생명산업에서 큰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1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관상어 시장 규모는 기자재 등 용품을 포함해 연간 23조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만도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담수 관상어가 2400억원, 해수 관상어가 6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관상어 시장이 유망한 이유는 전체 수요 중 85%를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어
수입 대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상어 시장에서 82%를 차지하는 용품ㆍ기자재 시장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어류를 즐겨 먹는 식습관 덕분에 양식기술만큼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식용에 집중돼 있는 관심을 조금만 관상어 쪽으로 돌리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옥창훈 유니아쿠아 대표는 "신품종 개발 능력이 좋아져 이제는 기술과 품종,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수입산과 경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북 완주에서 `물고기마을`이라는 생태체험학습장을 운영하는 류병덕 대표는
"국내 토종 잉어와 비단잉어를 교배시켜 생산해 특허까지 받은 비단잉어 `블랙엔젤`은 색과 무늬에서
그 가치와 희소성을 인정받아 한 마리에 3000만원을 받고 수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토종 민물고기 중에서도 관상어로서 가치가 뛰어난 품종이 많다는 점에도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납자루, 각시붕어, 동자개, 수수미꾸리 등 10여 종은 품종 개량을 통해 충분히 수출 산업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곤충은 이미 생명산업 분야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애완용과 체험학습용은 물론 의약품 소재, 병해충 퇴치, 환경 정화 등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애완용 시장만 하더라도 이웃 일본에서는 사슴벌레 시장 규모만 무려 3000억원에 달한다.
크기가 8㎝에 달하는 초대형 사슴벌레는 가격이 무려 1억원에 팔릴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
우리나라는 사슴벌레(400억원)를 포함한 전체 애완용 곤충시장이 1000억원 수준이다.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2015년에는 국내 애완용 곤충시장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와 무주 반딧불이축제 등 지방자치단체가 생태관광 상품과 연계시킴으로써
새로운 소득원으로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는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되는 소재 분야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소똥구리가 갖고 있는 펩타이드성 항균물질인 `코프리신`을 이용해
피부 염증 천연치료제를 개발했다.
농업과학원은 한림대 등과 공동으로 굼벵이에 간 보호 약리 효과가 있음을 밝혀낸 뒤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유한양행은 딱정벌레를 대상으로
패혈증 감염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초파리에서 면역조절 물질 추출에 성공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축산분뇨와 음식물쓰레기 처리에도 곤충을 활용하는 방안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예컨대 동애등에라는 곤충은 애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음식물쓰레기 2g을 분해한다.
여주군이 사육기술을 보급하는 등 이미 상용화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영철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장은 "곤충은 전 세계적으로 약 130만종이 존재하고 있어
지상 최대 미개발 자원으로 불린다"며
"다양한 활용 가능성 때문에 생명산업 분야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릅서 눈 질환 치료물질 추출…식물에서 금맥 캔다
생명산업에 미래 있다
지난해 유행했던 신종 플루 치료제로 쓰인 타미플루가 중국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보다 오래전에 나온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들어졌다. 식물자원을 활용한 식의약 소재 개발이 석유나 석탄, 금과 같은 원시 천연자원 이상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 세계 천연의약품 시장은 2006년 189억달러에서 연평균 6.6%씩 성장해
2010년에는 243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타민, 미네랄 등 약초 추출물을 이용한 식의약품 시장도
2000년대 연평균 4.3%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 704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식물을 응용한 자일리톨 껌이나 젤, 폴리머 등 식물 유래 화합물 시장은 올해 34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아예 `식물공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능성 물질, 바이오 신약, 산업소재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예컨대 옥수수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나
석유제품을 대체하는 바이오폴리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천연식물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바람이 일면서 관련 산업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천연물 기능성 신소재 연구개발업체인 메드빌은 두릅 가지를 활용한 식의약 소재를 내놨다.
두릅 추출물이 백내장과 망막증 등 눈 질환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음을 확인한 뒤
10여 년간 연구 끝에 이를 막는 항산화물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홍은경 메드빌 사장은 "현재는 건강기능식품이지만 치료를 위한 의약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식물 추출 의약품은 화학물질에 비해 독성이 적고, 내성이 적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식물자원을 활용한 의약품, 기능성 식품 개발은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국이 보유한 식물자원은 2008년 기준 18만3000점으로 미국(51만2000점) 중국(39만점) 인도(34만점) 등에
이어 6위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구상에 분포하는 30만종의 식물자원 가운데 98%가
성분과 효능이 아직 탐색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각국은 자원이 될 만한 식물에 대한 경제적 효용가치를 평가해 다양한 식물종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조장용 농림수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팀장은 "농산물의 재배, 육종 등 단순 식품 위주의
고전적인 농업 연구에서 수요자 중심의 건강 기능성 식의약 소재 개발 등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종자도 농작물처럼 연구비 지원 필요
"국내 종자 수출 규모는 지금이나 20년 전이나 비슷할 겁니다."
국내 최대 채소종자 업체인 농우바이오의 김용희 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꾸준히 발전했는지 모르지만 종자산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생명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과 함께 수출 증진을 위해서도
꾸준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농작물의 경우 정부에서 시설 등 부대비용과 연구비를 지원해주지만 종자 분야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종자산업 육성방안을 꾸준히 실천하면 충분히 수출산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수산자원인 관상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외에서 고급 관상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주로 식용 물고기에 집중돼 있다.
심지어 관상어를 사치 품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게 관상어 업계의 불만이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규제가 여전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컨대 토종 물고기를 관상어로 개발하려고 해도 정부가 보호어종으로 정해놓고
무조건적으로 채취를 금지하다보니 산업화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새로 양식장을 만들려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입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곽동일 신성열대어 대표는 "양식장은 하천과 저습지 등 농업생산성이 극히 낮은 토지에서만
가능하게 돼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산업인 만큼 입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해외에서 수출 오더를 잔뜩 받았지만 공항에 어류를 수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해
결국 실패한 적이 있다"며 "이제는 생명산업 수출을 지원할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식물자원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메드빌의 홍은경 사장은 생명산업을 타분야와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생명산업을 제조업이나 관광과 같은 서비스업에 연계함으로써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율성 따지던 산업화 지고 지금은 생명자본주의 시대"
`생명산업 DNA전` 성황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우리 사회의 키워드는 생명입니다.
돈으로 배부른 게 아니라 즐거움과 행복으로 신나게 하는 것이 생명자본주의 힘이죠."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생명산업 D.N.A전` 개막에 앞서 연사로 나선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문화부 장관)는 생명산업 요체가 말 그대로 살리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월드컵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를 예로 들었다. "박 선수가 갖고 있는 자본이 뭡니까?
순전히 몸뚱이, 건강한 신체로서 이게 바로 생명자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 선수 활약이 국민에게 감동과 생동감을 불어넣어 우리들 기분을 살리고 있다"며
"생명자본주의는 힘들어 지친 우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 역사에서 산업화가 한때는 지상명령인 것처럼 간주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가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자연을 해치고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며 "이제는 생명가치가 존중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생명자원들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화학비료를 쓰던 대규모 농업이 이제는 유기농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죽음이 아닌 삶을 위한 `생명산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개막 강연에 앞서 1층에 마련된 전시관에는 아침 일찍부터 방문객들이 몰려들었다.
단체관람 온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동물들로 풍산개, 진돗개부터 다양한 곤충, 물고기 등이 전시됐다.
전시장에 마련된 곤충생태공원은 벌, 나비, 풍뎅이 등의 곤충과 꽃이 어우러져 시골 자연 모습을 재현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내놓은 육종넙치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육종넙치는 자연산보다 2배, 일반 양식 넙치보다 30% 빨리 자라도록 우수 종자를 교배해 만든 것으로
지난 3월 전국 어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몸집이 커 일반 양식 넙치 무게가 800g~1.5㎏인데 비해
육종한 슈퍼넙치는 2년 만에 5㎏(길이 62㎝) 이상으로 자란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세계 6위 생명자원 보유국으로 기후ㆍ지리적 특성으로
생물자원이 다양하다"며 "우리의 높은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생명자원을 관리, 활용한다면
생명산업 강국으로 우뚝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발효 왕국` 한국, 바이오메카 꿈이 익는다
발효산업에 미래 있다
유가공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프랑스의 다논은 지난해 10월 전북 무주에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아시아 각국에 각종 유제품을 수출하는 동북아의 대표 공장이 될 전망이다.
다논은 또 지난해 국내에 `다논코리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유는 발효산업에 있어서
한국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양에서는 요구르트처럼
동물성 발효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콩ㆍ배추 등 식물을 발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생소해 한다"며 "세계적인 기업 다농이 한국에 주목하는 것은 식물을 발효시키는
한국 전통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발효산업 종가 위해 투자 잇따라
가장 먼저 나선 전라북도는 `발효미생물 종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는 2020년까지 15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는 발효기술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생물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효를 위해 미생물을 새로 발굴할 때는 이 미생물이 안전한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경제성은 있는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개별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을 `발효미생물 산업화센터`에서 맡겠다는
취지다. 식품에 국한하지 않고 바이오연료, 의약품 등 전 분야에 걸친 미생물을 종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발효기술은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미래 시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발효를 테마로 한 `발효건강연구소`를 설립했다.
대상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미노산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LG생명과학은 전북 익산에 첨단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가동 중인데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간염백신,
호르몬제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주의 창해에탄올 공장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 발효가 상상에서 현실로
발효기술을 이용해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각종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설탕 대체 감미료`가 대표적이다.
설탕 1g에 들어 있는 열량은 4㎉이지만 칼로리가 `제로`인 감미료가 있다.
당도는 설탕의 92% 수준으로 일반인이 거의 구분하지 못할 수준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혈당을 낮춰주는 당 제품도 나왔다. 이동훈 CJ제일제당 신사업팀 부장은
"포도당을 먹으면 동물이나 사람이나 몸속에 있는 분해효소가 다른 물질로 전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살이 찌거나 혈당을 높이게 된다"며 "우리가 천연 발효법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다른 물질로의 전환을 막아 몸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청국장균을 이용한 사료 첨가제도 눈에 띄는 발효 기술이다.
`대두박`이라는 것은 콩으로부터 콩기름을 짜고 난 뒤 생기는 부산물인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백질 사료원료로 꼽힌다. CJ는 청국장균이 보유한 강한 단백질 분해효소를 이용해
어린 가축의 소화흡수율을 높인 제품을 최근 내놓았다.
CJ는 최근 코코넛쉘에서 자일리톨의 원료 `자일로스`를 추출했는데
발효기술을 이용해 이를 자일리톨로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
발효기술은 친환경제품 생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저분자 물질을 미생물 발효를 활용해 만든다.
그동안 플라스틱은 석유화학공법으로 만들어 제조 과정에서도 오염물질 배출이 많고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은 볏짚이나 옥수숫대 등 식물을 사용하고 생산도 미생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이다.
주재영 CJ제일제당 부장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나 내연성은 더 좋은 반면 분해가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대체재로 각광받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축사료도 등장했다.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25%는 13억마리로 추정되는 세계 각국의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나온다.
이 같은 방귀와 트림은 소의 위와 장 등 소화기관에 살면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미생물로 인한 것인데,
이 사료는 이 같은 미생물을 파괴하는 성격이 있다.
세계는 발효기술 선점전쟁…10년만에 시장규모 4배로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창해에탄올 공장은 주정을 만드는 곳이다.
주정은 우리가 즐겨 먹는 소주의 원료로 쓰인다. 주정은 알코올 농도가 95%로 희석식 소주는
이를 물로 희석시켜 만든다. 창해에탄올 공장은 주정뿐만 아니라 바이오연료도 생산하고 있다.
주정과 바이오연료가 같은 에탄올이기 때문이다.
최기욱 창해연구소장은 "주정과 바이오연료는 생산 방식은 비슷하지만
알코올 농도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어 특수한 발효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창해에탄올의 발효기술은 국제 특허를 받았다. 현재 한 해 8만ℓ가량의 주문량만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체연료 수요가 늘어나면 시장성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 소장은 "지푸라기에서도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성공하면 대단한 혁신이 될 것"이라며 "이미 발효기술이 집적된 플랜트도 수출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효산업이 차세대 부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낱 미생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하나라도 잘만 찾으면 `대박`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바이오시장은 연간 1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2585억달러 규모인 바이오시장에서
발효 관련 제품은 730억달러로 전체 바이오시장에서 2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효물질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아미노산의 경우 시장 규모가 2008년 54억달러에서
2013년 78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오상현 LG생명과학 익산공장장은 "바이오 의약품은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기술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2013년이면 품목당 시장 규모가 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데
엄청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효기술을 통해 특정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내는 산업효소 시장은 2008년 38억달러에서
연평균 8.9% 증가해 2013년에는 49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효소 업체인 노보자임은
세계 산업효소 시장의 잠재적 가치를 160억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발효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는 아미노산 시장인데
세계 생산량은 200만t 정도로 연간 시장 규모는 2조원대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이 시장에서 잠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족한 점도 많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발효에 관련된 미생물이나 소재 등의 수입 규모는 지난해 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유산균이나 효모, 누룩 수입 규모도 4400만달러. 앞으로 식품 시장이 확대되면 수입액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우수 미생물 확보를 통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인식하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생물자원에
대한 원천기술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유용한 생물자원의 선점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 寶庫…발효산업 성패 달려
발효 산업의 핵심은 바로 미생물이다. 마치 사람이 인종이 다르고
유전자가 다른 것처럼 미생물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재료라 해도 다른 미생물을 거치면 다른 제품이 된다.
예컨대 똑같이 쌀을 발효시킨다 하더라도 음용 가능한 소주를 만드는 미생물이 따로 있고,
맛은 없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미생물이 따로 있다.
현재 생명공학 관련 제품의 상당수는 미생물 자원을 활용한 발효기술로 만들고 있다.
발효식품뿐만 아니라 정밀화학 분야 등 미생물을 이용한 산업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미생물 확보 자체가 국가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대혁 전북대 교수는 "이처럼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우수한 미생물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필수"라며 "미생물을 활용해 생산하는 품목을 다양하게 확대할 수 있어
최고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발효 산업에 쓰이는 미생물은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인정받는다.
미생물에는 각자의 이름이 모두 붙어 있다. 누군가가 특정 미생물을 사용한다면
로열티를 특허권이 있는 사람에게 지불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이동준 대상 바이오기술실장은 "발효와 관련된 제품을 만들 때 다른 나라의 미생물을 활용한다면
그만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기업마다 독자적인 미생물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조윤제 CJ제일제당 식품응용센터장은
"치즈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김치도 맛있게 하는 미생물을 넣어주면 같은 맛이 나
일본에서 많이 찾는다"며 "원천기술을 수출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신비한 발효, 그곳에 미래 있다
혈당 낮춰주는 당·살 안찌는 식용유…
병 안에 든 투명한 액체 속에 동그란 알약 모양의 노란 효소 수백 개가 들어 있다.
이 유리병에 연결된 긴 관 끝으로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액체가 바로 `혈당을 낮춰주는 당`이다.
CJ제일제당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이 물질은 혈당이 높은 사람들도 단 음식을 먹을수 있도록 해주는
신개념의 감미료다. 이동훈 신사업팀 부장은 "발효 기술 덕에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는
상식을 깰 수 있게 됐다"며 "조만간 칼로리를 없앤 식용유와 설탕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갖고 있던 음식에 대한 상식이 바뀌고 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발효` 덕분이다.
`혈당을 낮춰주는 당`이나 `살 찌지 않는 식용유`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물질들이 발효 기술 덕분에
현실화되고 있다. 썩는 비닐도 발효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추장, 된장, 야쿠르트, 치즈, 막걸리는 발효기술로 만들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연료나 바이오 의약품도 발효의 산물이다. 발효의 신기한 능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발효 관련 제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세계시장 규모는 730억달러. 2000년의 152억달러에 비하면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장은 "세계 각국이 발효 관련 기술 확보 전쟁을 벌이는 등
발효산업이 미래 먹을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겐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 많다. 지난해 우리가 발효 관련 물질 수입에 쓴 돈은 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는 발효와 관련해서만큼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김치,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전통음식은 대부분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발효기술의 핵심인 유용한 미생물을 찾는 데 우리가 남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강표 제일제당 발효건강연구소장은 "우리 전통식품인 메주에서 지금까지 발견한 미생물은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는 연구조차 되지 않았다"며 "발효 분야 세계 최강국이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발효 = 미생물로 특정 물질을 분해하거나 변화시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막걸리, 와인은 물론 된장, 고추장 등 장류도 원료를 발효시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