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온다.
가을에 오는 비가 아닌 가을을 부르는 비다.
곡식이 익어야 하는데 무슨 비냐 하겠지만 요즘 가을 가뭄이라 반가운 비란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여름은 가고 가을이라 하겠지.
하늘은 맑고 높아지겠지.
휘영청 밝은 달 아래 풀 벌레 울음소리는 더욱 슬퍼지고, 따가운 햇살에 고추잠자리는 더 높이 날겠지.
초록은 지쳐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지난여름의 수고를 위로 하겠지.
가을비가 온다.
가을이 오나 마중하러 설악을 가는데 엊저녁부터 비가 온다. 아름답고 화려한 설악을 보러 가는데 이를 어찌할꼬.
설악에서 설악을 봐도 멋이 있지만 화채봉 황철봉 점봉산과 같이 설악의 변방에서 설악을 봐야 설악이 얼마나 화려한지 알 수 있다. 그 황철봉 가는 날 비가 온다.
설레던 기대는 접어두고 아무래도 오늘은 황철봉만 봐야 될 것 같다.
비는 누구에겐 좋고 누구에겐 아쉽고. . . . . .
칠흙같은 어둠과 속절없이 내리는 비에도 한발 한발 어려운 너덜길을 지난다.
비가 온다. 미끄럽다. 바위틈이 크게 입벌리고 있고 날카로은 모서리는 언제든지 옆을 스칠지 모른다. 조금만 헛디뎌도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대원들 모두 무사히 산행을 마쳤으면하는 마음이 산행 내내 가슴속에 떠나지 않는다.
날이 밝아 오려나. 동쪽 속초는 아직도 잠에서 깨지 않았는데 날은 밝아오고 있었다. 어스름 울산바위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보인다. 달마봉도 꼽사리 껴있네?
날씨야 제발 이대로 개라. 그러나 기도발이 먹히지 않는다.
이 너덜겅을 힘들게 올라오면 황철 북봉에 도착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남길만한 경치 사진은 없을것 같아. 등로에핀 꽃 친구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흔하고 지천에 널려 있지만 그 표정들이 다 다르다.
저항령. 너덜지대가 대부분인 이번 구간에서 휴식 같은 곳이다. 봄이라면 곰취라도 있을 텐데. . . .ㅎㅎ
다시 너덜이 시작되고. . .
지금부터 긴 암능의 우회길이 힘들고 지겹게 이어진다.
마등봉 올라가다 뒤돌아 보면 이 암능이 뚜렸하게 보이는데 오늘은 우회하며 목이 뿌러져라 올려다만 보았다.
웅장하기도하고 무너져 내릴까 약간 두렵기도 하고 그랬다.
앗! 잠깐 시야가 트였다.
서북능선 끝자락인것 같다.
몇개 노루궁둥이를 보았는데 전부 멀고 높은데것만 있다. 따기 쉬운것은 선두가 다 OOO했나 보다. ㅠㅠ
이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마등봉을 오르기전 남은 힘을 끌어 올려 화이팅을 외쳐 본다.
오늘 같은 산행은 어려운 분인데 산행중 미끄러져 또 다치신 아지랑이님이 조금은 뒤쳐지시고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며 후미 3명이 힘을 보태 드린다. 그래도 통증을 꾹 참으시고 무사히 완주를 하셨다. 의지가 대단한 분이시다.
마등령 삼거리 모습을 담았다. 다음 공룡능선구간도 이리로 올텐데 예습 차원에서 미리 봐 두시길. . .
이제 내려가자.
내려 가면서 비가 잦아 들기에 내설악 모습을 몇장 담아본다.
대간하는동안 힘든 구간이 몇군데가 있다. 그중 하나가 이번 구간이다. 너덜과 바위길. 속도도 나지않고 위험하기도 하여 힘을 많이 뺐는 구간임에도 전원이 다 완주했다. 비록 어려움을 격은 회원이 있긴 했지만 다른분들께 민폐 끼친다고 이를 악물고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신 덕에 그리 늦지 않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에 감사했던 산행이었다. 이것이 다른 모임과 달리 흔치않은 우리 이십기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때는 특히 길고 힘들고 어려운 구간일수록 언제 도착할 수 있을까, 끝까지 갈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에도 얘기한것 같은데 시작하면 끝이 있고, 출발하면 도착한다고. 시작때나 중간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만족과 보람과 행복.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로 기억될 오늘을 위해 눈을 감고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첫댓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신 언니~
또 끝까지 함께하신
심곡님 금대장님 푸릉씨~
오늘 비록 설악의 비경은 보지못했지만
그보다 더 멋진
강한 의지와 팀플레이에
감동 가득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영엉겅퀴
꽃 색깔이 독특합니다.
까치고들빼기
제가 지날때는 잔뜩 뭉쳐있던 꽃망울이 활짝 피어났네요~
참회나무 열매주머니가 빵 터졌네요.
사진 설명 감사합니다.^^
힘들었음에도 늦게
식당에 읏으며 들어 오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조망으로 보상받는 구간을 곰탕으로 고생한 하루였습니다
20기의 팀웍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너무도 좋은 20기 회원 분들 만나서 제가 복 받은 느낌입니다. ㅎㅎ
산행의 힘듬을 한번에 날려주는 맞이함의 미소와격려, 따뜻함이 좋습니다. 심곡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다녀온듯하네요~~정말 힘들었나 봅니다. 이렇게 과제수행하듯이 꼼꼼히 읽은걸 보면요 ~~
그냥 사진 몇장 올리는것 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황철봉....
날이 좋을 때에는 멋짐의 연속인데...비가 제법 훼방을 놓았군요.
다음에는 멋진 길을 가실 수 있을 겁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거인이 대간길이 되길 빕니다.
아무래도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