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장, 선미는 매우 빠른 호전을 보이고 있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선미의 상태는 눈에 뜨일 정도로 좋아져간다. 병원에서는 박정구의 헌신적인 간호가 환자를 살려냈다는 말을 할 정도로 박정구는 자신의 모든 시간들을 쏟아 부으면서 선미의 병간호에 매달렸다. 선미는 자신의 상태가 좋아져 감에 따라서 박정구의 헌신적인 사랑에 미안하고도 더 깊이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나 때문에 이렇게 모든 시간을 빼앗겨서 어떻게 해요?” “이제 나에게 있어 당신은 내 삶의 중심이요. 당신이 없는 삶이란 내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삶인 것이요.“ “고마워요! 그리고 정말 미안합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내게 왜 이렇게 잘 해주는 것인지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선미! 당신이 건강해져서 지금까지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누리고 살아주었으면 좋겠소! 나 역시 당신이 곁에 있기에 이런 시간들도 행복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해요. 얼른 건강해져서 우리들의 멋진 결혼식도 올리고 남은 생애 아주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내가 해 드릴 것이 무엇이 있겠어요? 여자로서 이미 매력도 없어지고 말았고 이렇게 모든 흉한 모습들을 다 보여드리고........“ “난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가식이 없는 순수 그대로의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오. 고통스러워하는 당신의 모습까지도 사랑하고 있다오.“ “고마워요! 그런 당신의 마음에 어떤 식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그런 욕심을 부려도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이 무슨 말이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도 없는데 당신을 원하고 있으니 욕심이지요.” “그건 욕심이 아니요. 우린 두 사람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게 간절한데 무슨 욕심이란 말이요? 그리고 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너무 보잘 것이 없는 내 모습이 화가 나기도 해요.” “선미! 자꾸 그런 소리를 하면 내가 섭섭해진다오. 당신 모습이 보잘 것이 없다면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나도 보잘 것이 없는 사람이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당당하게 사랑하면서 살아야 해요. 그리고 당신은 얼마든지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난 어떻게 되었을까요?” 선미는 박정구의 손을 꽉 잡는다.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었소! 모든 아픔을 이기고 서로 기대면서 살아야하는 그런 필연의 만남이었소. 결코 우연이란 없는 것이오.“ “정구씨!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이제 선미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하지 않는다. 뒤늦게 찾은 이 행복을 꽉 움켜잡고 싶은 선미의 간절한 마음이다. 이제 선미는 퇴원을 앞두고 있었다. 박정구는 선미의 퇴원을 앞두고 김 여인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다. “어머님! 이제 선미씨를 제가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직 선미는 환자인데 자네가 데리고 가겠다니?“ “네! 그러니까 제가 데리고 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어머님 집은 형제들이 드나들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선미씨를 위로한다고 쉴 수도 없게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내 어떻게 환자를 자네에게 맡겨두고 마음이 편할 수가 있겠는가?” “어머님! 선미씨와 저는 법적으로는 부부관계입니다. 남편이 아내를 돌본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제가 데리고 가게 허락해 주십시오.“ 김 여인은 더 이상 박정구를 대할 면목이 없다. 그동안 선미가 환자라는 것을 가끔씩 잊고 지냈던 김 여인이었다. 남편의 병이 더 위중해지면서 선미의 건강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던 어미로서의 실책이 이번에 선미를 위험에 빠트리게 했던 것이라는 자책을 하고 있었던 김 여인이었다. “이 사람아! 내가 자네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네! 아무래도 나보다는 자네가 선미를 위해서 더 필요한 사람인 것만 같네! 그래! 자네 안식구를 내가 어찌할 것인가?“ “어머님! 고맙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선미씨의 건강을 회복시켜서 가족들과 많은 사람들이 축복해주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김 여인은 박정구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격을 한다. 그렇게 선미를 보내고 나서 김 여인은 허탈한 심정에 빠진다. 자식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는 엄마로서의 죄책감이 김 여인을 괴롭히고 있었다. 김 여인은 며칠 동안 몸살을 앓는다. 남편이 죽고 나서 단 하루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했던 김 여인이다. 선미마저 떠나보내고 나서 텅 비어버린 집에서 혼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선미를 그렇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화려하지는 못한다하더라도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서 남보란 듯이 떳떳한 모습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집만을 내 새울 수가 없다. 김 여인은 그렇게 삼일동안 호되게 몸살을 앓고 일어난다. 아무도 없는 텅 비어버린 집이 너무나 쓸쓸하다. 입맛이 깔깔해서 누릉지를 끓여서 한 수저 먹고 있는데 맏며느리인 성경화가 손녀딸을 데리고 도착을 한다. “어머님! 어디 편찮으셨어요?“ “왜?” “어머님 얼굴이 아주 핼슥해지셨는 것만 같아요.” “아프기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그냥 늘어지더구나! 더구나 선미가 가고 나서 그런지 몸이 영 말을 듣지 않더라!“ “어머님! 이제 작은형님 생각은 그만 하세요.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날을 잡아서 결혼식을 올려주면 형님은 행복하게 사실 거예요.“ “그래! 나도 이제 선미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이 넓은 집에서 갑자기 나 혼자 된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이상하다.“ “조금만 지나시면 익숙해지실 거예요. 그 동안 저희가 자주 찾아와 뵐게요.“ 성경화는 다시 식탁을 준비한다. 시어머님 혼자서 대충 드실 것이라고 생각을 한 성경화는 시장을 보아왔던 것이다. 성경화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정성 들여서 음식을 마련한다. “어머님! 많이 잡수세요.“ “그래! 네가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밥을 먹고 나서 듣자!“ 김 여인은 며느리의 심중을 꿰뚫고 있었다. 김 여인은 손녀딸인 영애를 상대로 수저를 든다. “영애야! 그동안 정말 많이 컸구나! 할미가 그동안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려서 우리 영애가 이만큼 자란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구나!“ “할머니! 저요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을 할 나이가 되었어요.“ “그래? 벌써 우리 영애가 학교엘 들어갈 나이가 되었니?“ “네! 벌써 한글도 다 배우고 책도 읽을 줄 알아요.“ “그랬니? 우리 영애가 학교에 가면 공부를 아주 잘 하겠구나!어서 밥을 많이 먹어라!“ “네!” 김 여인은 영애를 기특하다는 듯이 다시 바라본다. 아직도 영애를 보면 가슴 한구석이 쏴 하니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어린 가슴에 아직도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가셔지지가 않는 김 여인이었다. “애들은 학교 잘 다니지?” “네! 이제 말썽도 부리지 않고 아주 의젓해졌어요.“ “사내 녀석들은 그저 말썽 좀 부리고 극성맞아도 좋은데.......” “그럴 시간들이 없어요. 학교에 다녀오면 두 세군데 학원엘 가느라고 정신들이 없거든요.“ “너무 그렇게 공부만 시키지 말아라! 뛰어 놀 때는 그저 마음 놓고 뛰어 놀아야 한다.“ “어머님!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부도 다른 것에도 뒤쳐져서 되질 않아요.“ “그래!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만 아이들이 너무 가엽다.“ 그들은 아이들 문제로 한참을 더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을 서로 간파를 하고 있다. 식사가 끝나고 성경화는 차와 과일을 가지고 김 여인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오늘 나 때문에 에미가 고생을 했구나!” “어머님! 지금 막내 삼촌이 저희 집에 와 있습니다.“ “왜? 언제부터?“ “삼일 정도 됐습니다. 아무래도 이혼을 할 것만 같아요.“ “............그렇게까지 사태가 심각하냐?” “네! 동서가 너무 거세고 고집을 꺾으려 들지를 않더라고요. 제가 어제 동서를 만나 보았습니다.“ “........그랬니? 에미가 고생을 했구나!“ 김 여인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막내가 무엇 때문에 집을 나왔는지...........”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고 하더라고요. 들어가기만 하면 사표를 내라고 종용을 하는 모양이에요. 삼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직장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고 하고요.“ “..........................” “어머님! 어머님께서 막내 동서를 만나보시는 것이 어떨지요?“ “그래! 아무래도 이대로 모른 척하고 있기에는 일이 심각한 것만 같구나!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수습이 되어야 하는데.............“ 김 여인은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막내며느리의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여인이다. 설득을 한다고 자신의 고집을 꺾을 며느리가 아니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결코 단 한발자국도 물러설 줄을 모르는 성격이다. “에미야! 집에 가거든 종원이를 이리로 보내 거라! 내가 데리고 있으면서 사태를 어떻게 수습을 해야만 할지 생각도 해보고 막내의 말대로 직장생활보다 더 낳은 방법이라면 종원이를 설득을 해야 할 것이 아니겠니?“ “어머님! 장사를 아무나 합니까? 더구나 삼촌 같은 성품으로 그런 건어물 장사를 할 타입이 아닙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막내 동서가 친정언니가 생산해 내는 건어물을 좀 더 좋은 가격에 팔아주고 싶은 마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어디 친정언니 생각만 해서 그러겠니? 직장생활보다 더 낳은 수입을 생각해서겠지!“ 김 여인은 어디까지나 막내며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한다. 답답하고 틀에 박힌 직장생활보다 수입이 더 좋은 장사를 한다고 해도 좋은 것이지만 막내아들 종원이는 그런 장사를 할 성품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지만 남들과 자주 어울리고 상대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성격이다. 그렇다고 꽁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상당히 인정을 받고 남들보다 승진이 빠른 편이었던 것이다.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지기란 상당히 어려운 세상에 남편의 직장을 그만 두라고 강요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란 돈이 목적이 아닌 것이다. 남들보다 부유하고 잘 살아가고 싶은 것이야 모든 사람들의 꿈이자 희망이겠지만 그것을 모두 금전으로 생각을 한다면 잘못된 생각인 것이다. 김 여인은 막내며느리를 만나기로 마음을 정하고 외출준비를 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서 며느리의 마음을 도닥거려야만 할 것만 같았다. 글: 일향 이봉우 |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고향설 시인님의 좋은글 "자식들(30회)"와 아름다운 영상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은 더 많이 웃고 사랑 받는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