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魔敎三大高手(이 자식들 세다!)
마교는 스스로를 밝을 명자를 써서 명교라고 부르고 명나라 조정과 무림에서는 명교라는 표현은 명이라는 천하의 주인이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싸가지 없는 작명이라고 해서 마교라고 부른다(내밀한 사정은 꽤 복잡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건 잘 모른다.)
말하자면 우리는 고등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멋쟁이들의 모임을 일진이라고 부르고, 남들은 '불량서클''쓰레기 동호회' '죽일 넘들' 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교와 일진의 공통점은? 바로 불법 무허가 단체라는 점! 막 나간다는 점! 자기네만 제외 하면 모두가 싫어한다는 점! 그리고 또? 하염없이 많다......
스스스스스.......
"피하라니까!"
"오른쪽이야!"
난 공주와 은성노모의 말을 귓전으로 흘려 들으면서 오른쪽으로 피하는 대신 놈의 공세가 몰려오는 왼편으로 손바닥 두 개를 펼쳐나갔다. 왼손에는 반골장의 10성 공력을 실었고 오 른 손에는 천외경의 무학을 담았다. 반골장의 공력이 꼽추의 장과 맞부딪치는 순간 오른손 은 뱀처럼 움직여 녀석의 목덜미를 움켜잡아 혈도를 짚거나 수틀리면 그냥 날려버릴 작정이었던 것이다.
"이 멍청한 녀석!"
은성노모의 부르짖음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리 노모가 엄살을 부렸다지만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내공이 누구의 것이란 말이던가? 육개정, 또는 육승, 바로 마교의 부교주를 지냈던 사람의 것이다. 부교주의 무공을 갖고 고작 서열 9위의 꼽추에게도 밀린다면 무슨 보람이 있겠느냔 말이다!
부우우우우 퍼퍼퍼퍼퍼펑! 펑!
다음
순간 나는 드디어 꼽추와 전력으로 장을 부딪쳤고 오른손을 뻗어......
"어어......"
계산이 완전히 틀어졌다. 히든 카드로 숨겨놓고 있던 오른손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왼손은 꼽추의 관절을 날려버리는 대신 녀석의 손바닥과 순간접착제로 붙인 양 딱 달라붙어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케케케, 젊은 놈의 내력이 좀 고강하기는 하지만 아직 멀었다."
"하, 네 녀석도 내공이 좀 있는 모양인데 아직 멀었다. 망할 자식아! 쫌만 기다리면 그 등을 숫돌에 갈아 판판하게 만들어 주마!"
말싸움에서 밀리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자명했다. 꼽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으니까, 하지만 상황은 정말 웃겼다. 다 큰 남자 둘이 오른손과 왼손을 교차해서 붙여놓고 꼼짝도 하지 않고 힘겨루기를 하는 꼴...... 이거야 애매한 추돌사고가 난 운전사끼리 서로 멱살을 잡았는데 때릴 수가 없어 '이씨, 이씨......' 하며 경찰이 올 때까지 대로한복판에서 쇼를 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야, 이거 놓고 다시 붙어볼......"
"닥쳐, 강무태! 입을 열면 진기가 새어나가고, 그리 되면 계속해서 밀리는 것을 모르겠느냐?"
은성노모의 말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말대로 입을 열고 말을 할 때 마다 가슴이 조 금씩 더 답답해지고는 있었지만, 말 몇 마디를 덜한다 해서 승패에 크게 좌우될 것 같지는 않았다.
"매정한 말 그만하고 이 녀석 동료들이 오기 전에 얘 좀 어떻게 좀 해주면 안 돼요?"
"입 다물랬지, 난 이미 다른 상대가 있단 말이다."
"하하하, 은성 늙은 년, 멍청한 애새끼를 데리고 꽤 고생이 심하군, 저 뒤에 보이는 반반한 계집이 주체의 딸년인가? 아랫것들이 공주 데리고 놀게 되었다고 좋아하겠군, 은성, 오늘 드디어 다시 만났는데 감회가 어떠신지?"
새로 등장한 오만 방자한 목소리였다. 그것도 아줌마의...... 고개를 돌려보려 했지만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건 눈과 입, 제기랄!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 넌 또 뭐냐?"
은성노모의 말은 평이하게 울려 퍼졌다.
"여전히 모르는 척 하고 있군, 은성, 그래 봐야 네 머리가 돌대가리라는 점만 부각시킬 뿐이다. 내가 바로 명교의 호화사자(豪華師姉) 소영(疏影)이다. 오 년 전 산동에서 네 야비한 암습을 받아 죽을 뻔 했지만 이렇게 다시 살아나서 여전한 건강과 미색을 자랑하고 있는 ......"
쉬쉬쉬쉬쉬쉬 - 타타타타탁 파공성이 소영이라는 여자의 말을 막았다. 노모가 무언가를 한 것 같은데 알 수는 없었다.
"그때도 이런 수순이었던 것 같은데? 잔뜩 이야기를 하게 부추겨놓고 빙궁세침(빙궁세침)을 던지고 공격해왔던......"
"넌 싸움을 입으로 하려느냐? 수영?"
"그러니까 내 이름은 수영이 아니라 소영......어머머!"
파파파파파파팍, 퍼퍼퍼퍼펑!
소영이 대꾸하는 순간 막대한 내력을 담은 무언가가 그녀에게 격출 되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비명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은성 얘 정말 성질 더럽네, 그리고 내 이름은......"
"덤벼라 서영!"
슈슈슈슈슈슈슉 퍼퍼펑!
"꺄악! 그러니까 내 이름은 서영도 수영도 아니고 소영이란 말이얏! 세상에 몇 사람이나 은성노모의 이런 날카로운 공격을 피할 수 있겠냐구! 기억 좀 해 이 멍청아!"
나불대는 소리를 들어보니 이번 공격도 피해버린 모양이었다.
"하하하, 보타, 꽤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네 하하하하!"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했다. 절대미공자 만이 가질 수 있는 청아한 음성, 적당한 오만함, 꼽추가 벌컥 화를 냈다.
"닥쳐! 조세흔, 빌어먹을 그림쟁이......"
"입 열지 마 멍청이 꼽추, 내공 빠져나가니까, 그런데 이 젊은 친구는 처음 보는데 흐음, 이 거 묘하군, 오호홋 이게 바로 천외천의 내력이라는 건가? 응 젊은이?"
"멍청한 자식 보면 모르겠냐? 반골장이다."
"꼽추 입 열지 마라. 이건 반골장이기는 해도 육승님의 그런 반골장이 아니야. 그분에게 전 수 받은 제자들의 사용법과 다른데......"
"이건 태권도다! 하하, 너희 띨띨 맞은 마교넘들이 알아차릴 리가 없겠지."
"강무태! 말하지 말라니까!"
공주가 부르짖었다. 뒤편에서는 은성노모와 소영이라는 여자가 바람을 가르며 싸움을 하고 있었고 새로 등장한 젊은 녀석은 싸움에는 전혀 신경도 갖지 않고 내 내공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듯 했다.
"태권도?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디 무당파에서 새로......아니지 비밀리에 숨겨두고 있던 무공인가?"
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바람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무언가 속에서 치밀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가끔씩은 어른들 말씀을 들어야 한다. 아, 제기랄!
"이봐, 젊은이, 태권도가 뭐야? 어디 도가무공인 것 같기는 한데, 영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 어. 태권도라는 것이 왼쪽으로는 반골장을 사용하고 오른쪽으로는 천외천의 무학 비슷한 것 을 함께 쓰는 기술인가? 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뭘까?"
스윽!
무지하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꼽추와 내 머리통 사이에 무언가가 슬며시 들어왔으니 말이다. 수염도 기르지 않은 젊은 녀석의 대갈통이었다. 녀석은 나를 보고 싱긋 웃어 보이 더니 다시 주둥이를 나불거렸다.
"난 조세흔이라고 해, 별호는 지옥화가(地獄畵家), 큰 뜻은 없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사람들이 붙여놓았어. 꼽추의 사형이 되는데 절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다소 슬픈 상황이야. 네 이름은 강무태? 나이가 비슷하게 보이는데 서로 말 트고 지내자고, 자. 통성명은 했으니까 태권도가 무언지 가르쳐줘......"
난 정말 가르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입을 열 기운도 없었다. 조세흔이라는 녀석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뒤로 뺐다.
"꼽추, 힘 조금만 거둬, 무태가 말을 못하잖아?"
"닥치고 꺼져!"
적어도 꼽추는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재수가 똥 튄 상황이었다. 이래서 무림에서는 빨리 먹기 내기와 내력 겨루기는 결코 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 것이다.
"꼽추, 너 나이 좀 먹었다고 은근히 나를 무시한다. 좋아. 네가 도와주지 못하면 내가 새로운 친구 무태를 돕기로 하지."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등에 무언가 달라붙었다.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손바닥에 전력으로 힘을 쓰고 있는데 뒤에서 칼로 긋기라도 하면......
스스스스스스......
손바닥은 1초 정도 등에 붙어있다가 다시 떨어져 나갔다.
"내력 상당히 튼실한데? 다소 꼬인 부분을 풀어내면 꼽추는 상대해볼 수 있을 거야. 나중에 나한테 술이나 한잔 사라고."
돌연 힘에 미약하나마 여유가 생겼다. 난 입을 열어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조세흔이라는 자식이 1초 도와주었을 뿐 인데 말 대꾸를 할만한 힘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 자식이 몇 초만 더 도와준다면?
"이 자식! 어째서 적을 도와주는 거냐?"
꼽추가 노한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난 내 왼손과 붙어있는 그의 바른 팔에서 힘이 조금 빠 져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호기심은 꼽추의 쓸데없는 내공승부보다 더 중요하단 말이다. 멍청한 녀석, 넌 그러니 까 만년 서열이 9등인 거야. 듣자 하니 내가 태어났을 때도 9위였다고 하던데?"
은성노모나 수다쟁이 아줌마나 뭐라 끼어들 법 한데 한 마디도 지껄이고 있지 않았다. 오직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슈슈슈슈슈슈 - 쉭쉭쉭 - 퍽퍽퍽 - 네가? - 감히! - 난 소영이야!
하는 짧고 단절된 파공음과 파열음, 신음 비슷한 것이 고작이었다.
"닥쳐라! 조세흔, 어린 녀석이 성교주님의 총애를 빙자해서 흑......"
"기혈이 요동하잖아? 그러니까 주둥이 닥치랬지 꼽추?"
조세흔의 조롱속에서 꼽추도 침묵을 지키게 되었다. 꼽추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 그에 비해 나는 다소 여유가 생긴 상태, 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이 녀석을 웃기면 어떻게 될까? 인간문화제 공선생님의 흉내 는 내 독보적인 소풍 기술이 아니던가? 난 즉시 꼽추를 보며 한쪽 눈을 감고 입술을 틀며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통해야 한다. 꼽추. 난 이 기술로 소풍과 운동회의 인간문화제 라는 소리를 들었단 말이다!' 난 내 기술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당연히 무림의 꼽 추에게도 통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내게 오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진정한 악인은 유 머감각이 없다." 는 명언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수 십 초 동안 값비싼 내공을 퍼부어 가며 안면근육을 사용했지만 꼽추는 눈도 깜박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무태, 친구로서 부탁하는데 태권도가 무언지 좀 가르쳐줘, 그러면 더 이상 너희들의 싸움에 간섭하지 않을게......"
조세흔이라는 쉑은 남의 사정도 모르고 내 귀에 속삭이고 있었다.
"응? 무태? 어? 너 표정이 왜 이래?"
조세흔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녀석이 본 것은 최후의 몇 마디를 할 수 있는 공력을 온 통 안면근육에 보내서, 비틀어지고 꼬이고 추해진 내 면상이었다. 조세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꼽추! 너 이 자식, 살살해야 할 것 아니야? 무태가 주화입마잖아? 이게 뭐냐고!"
다음 순간 조세흔의 손이 내 등에 다시 붙었다. 가공할만한 기운이 세차게 밀려들어오기 시 작했다. 손바닥이 다시 떨어져나갔을 때 내 몸은 애초에 원래 하려던 동작을 그대로 이행했다. 왼손의 반골장을 사용해 녀석의 오른손 주먹을 박살내고 퍼버버벅 콰지직!
오른손을 뻗어 꼽추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대로 바닥에 태질해서 쫙 뻗게 만들어 버리고 휘이익 털썩 – 쫙!
"으으윽! 네 네 놈들......"
뒤로 돌아서 실내의 상황을 마주하는 것!
"호오 대단해! 정말 근사해! 잔뜩 휘어 놓았던 대나무 같은 느낌인데? 일부러 힘을 아끼고 있었던 거야!"
조세흔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녀석은 마교도 답지 않게 물색 비단옷을 입고 머리를 하얀 비단으로 묶고 멋진 장검을 등에 차고 있었다. 생김새는 남궁혁필을 연상시킬 정도로 깔끔 했고 잘 생긴 편이었다.
"그런 거지, 네가 조세흔이냐?"
"응, 반갑다. 강무태,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지? 꼽추를 네가 박살내버렸으니 넌 나랑 상대해야 하겠는데?"
난 웃어 보이며 뒤로 대여섯 걸음 물러섰다.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녀석의 눈이 동그래졌다.
"듣고 싶어. 나와 싸우면 넌 분명히 죽을 거야. 그러니까 그 전에 친구에 대한 의리로 들려주었으면 해."
"태권도는......"
말을 하면서 나는 다소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유세엽이 된다는 전조, 현! 기! 증!
동시에 입이 근질근질 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빨아들이고 싶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도 세차게 고동을 치고 있었다. 난 간밤에 새로이 각인된 본능으로 내공의 흡입로를 찾기 시작했다. 공주? 안 돼! 미미인지 비비인지? 쓸모없어! 눈망울을 굴리자 치열하게 싸움을 하고 있는 은성노모와 소영이가 보였다. 노모? 죽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흐음 호화사자 소 영, 꽤 쓸만한 중년 미부, 풍만한 가슴!!!
"이봐 조세흔!"
"왜 그러는데?"
"태권도보다 더 절묘한 무공이 있는데 배우고 싶지 않아?"
"그게 무언데?"
조세흔은 눈을 반짝거리며 물어왔다.
"내가 저 싸움에 합세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어차피 은성노모가 이기는 싸움이야. 따라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호화사자가 지기 전에 너를 물리치고 내가 호화사자에게 합세해야 맞아. 그러면 가까스로 이길 수 있을 거야."
"내가 십 초 정도 저 싸움에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
조세흔은 생긋 웃어 보였다.
"큰 변화는 없을 거야. 다만 삼십 초를 넘기게 되면 호화사자는 목숨을 잃겠지."
"좋아. 내 무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약속이 필요해, 난 딱 10초만 저 싸움에 합세할 거야. 넌 10초가 지나도 내가 떨어지지 않으면 합세해라."
조세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 마 마 말도 안돼, 지옥화가 저 녀석을......"
신음소리를 내던 꼽추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조세흔은 기절에서 깨어난 꼽추를 혀를 차며 바라보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약속 어기면 안 돼. 죽일 거야. 강무태!"
"하하, 구경이나 해봐,"
난 대꾸를 해주고 주방 쪽 에서 신나게 싸우고 있는 두 여자를 향해 달려갔다.
"노모!"
"무얼 하자는 거냐!"
노모는 다소 우위에 있었다. 실은 상당히 우위에 있었는데 워낙 상대방이 기기묘묘하게 공격을 해와서 해법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었다.
"앞으로 한각 미만의 시간으로 이 건방진 계집의 숨을 끊을 수 있다. 그 정도만 네가 시간 을 끌어주면......"
"흥! 은성, 터무니없는 소리 악!"
건너편에서 숨을 새근거리며 노모의 공격을 피하던 소영이가 대꾸를 하다 노모의 무성지력에 어깨를 적중하자 비명을 질렀다. 난 미소를 지으며 은성노모를 불렀다.
"아뇨. 노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 여자 잠깐만 뒤에서 안고 계세요."
"무슨 헛소리야!"
"그거 있잖아요! 난 갑니다!"
"이 미친 녀석!"
은성노모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매섭게 지풍을 날려 소영이의 퇴로를 끊고는 예의 귀신같은 빙궁 신법을 사용해 소영이의 등 뒤로 돌아갔다.
"어딜!"
퍽!
호화사자 소영이가 뒤로 손을 뻗어 노모의 머리에 장력을 먹였지만 각도가 좋지 않아 노모가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 같았다. 드디어 노모는 소영이의 두 팔을 뒤에서 붙들었지만 역시 각도가 좋지 않아 오래는 버티지 못할 터였다. 난 내 모든 내공을 쏟아 넣어 입을 딱 벌리고는 그대로 소영의 가슴으로 달려들었다.
소영이 다리를 차올렸다가 노모의 발에 걸려서 아슬아슬하게 내 머리통을 박살내는 상황을 면하게 된 다음 순간, 난 당당하게 마교 서열 8위 호화사자의 중요한 혈도를 장악할 수 있었다.
"으으으음, 이 이 이건 대체......"
막강한 내공이 입을 통해 전신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호오, 이 이런 일이......"
등 뒤에서 조세흔의 감탄인지 비난인지 모를 탄식 소리도 들려왔다. 녀석은 기특하게 약속을 지켜주고 있었다.
"이것 놔! 놓으란 말이야. 이 무슨 추잡한......흐응......흐음......"
소영의 버둥거림은 그녀의 비명이 교성 비슷하게 바뀌면서 약해졌다. 그리고 무언가 사소한 저항 비슷한 것이 느껴졌는데 다음 순간 보다 세찬 내력이 내 입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덜컥! 쉬이이이이이이익
"내 내 내 진원......지기......흐응......이것은......"
"흡성마공이다!"
조세흔의 목소리였다. 어딘가 두려워하는 억양이었다.
"보여줄 것이 이런 추잡한 흡성마공이라면 더 이상 약속을 지키기가 무리야. 강무태!"
스르릉!
"조심해라."
은성노모가 경고를 하지 않아도 난 대강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세흔 이 칼을 뺀 것이다.
"아아아아아, 나 나를......흐으응"
이 소리를 마지막으로 소영의 몸은 은성노모의 품 안에서 축 늘어졌다. 난 그녀에게서 입을 떼고 내공을 갈무리하며 심호흡을 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막강한 힘이 내 몸 속에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깨끗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손으로 흡수하나 입으로 흡수하나 큰 차이가 있을게 또 무엇인가? 무림은 바로 결과론이 지배하는 세계인 것을!!!
"노모! 여력이 있으면 저 녀석을 삼 초만 막아주세요."
난 당당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노모가 앞으로 나섰다.
"정말 대책이 서지 않는 구나, 강무태! 딱 삼 초다. 저 어린 녀석의 목을 비틀어 버릴 수도 있지만 삼 초 이상은 힘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나도 삼 초는 더 기다려줄 수 있어. 강무태, 이미 십 초가 훨씬 지났지만 말이야."
조세흔의 목소리였다. 나는 눈을 감고 내 몸을 순환하는 불쌍한 소영이의 내공을 단전으로 주워 담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단전이 터질 것처럼 팽만해진 가운데 온몸이 정상 그 이상 의 단계로 돌아왔다. 드디어 온갖 역경을 겪고 무림인 강무태는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이다!
난 벌떡 일어났고 공주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공주와 비비는 무척 존경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추잡한 짓을......"
"우리편이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마......"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경에도 나와 있다지 않은가? 선지자는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고, 그렇다 무림의 영웅이란 고독한 법이다. 고독이야말로 진정한 영웅 의 친구다.
"조세흔, 오래 기다렸다."
난 씨익 웃으며 분노를 조세흔에게 터뜨렸다. 내 분노를 대하는 조세흔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덤벼라. 강무태.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는 지옥에서 듣기로 하마!"
"삼 초 양보해주마! 조세흔 어디 마교 후기지수의 실력을 한번 보자!"
난 뒷짐을 지고 가슴을 내밀었다. 조세흔은 손에 들고 있는 청백색 검을 머리위로 치켜들었다.
"조세흔의 추혼십팔검(추혼십팔검)은 강호상의 소문난 쾌검이다. 조심해라."
은성노모의 목소리였다. 어쩐지 걱정하기보다는 즐거워하는 듯한 음성이었다. 난 빙긋 웃으 며 등에 손을 댔다. 나도 한번 칼을 써보고 싶었던 것이다.
쐐애애애액!
다음 순간 조세흔의 쾌검이 바람을 가르며 격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