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해군에 입대한 563기 아들을 둔 아버지의 편지입니다.
이 글이 MBC 라디오 '여성시대' 중 목요일에 하는 남성시대에
소개되어 인터뷰도 했습니다. 지난 1월에 남편이 보냈던 사연으로
그 때엔 주목을 받지 못 해 채택이 안 되었던 것인데 '천안함'
사고로 인해 해군에 간 아들을 둔 아버지의 글이란 점에 다시
주목을 했나 봅니다. 공감할 내용이라 여겨 여기에 올립니다.
아들을 군에 보내고...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다.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이 지루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입춘을 하루 앞두고도 영하10여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몇 십 년 만에 처음 이라거나,
기상 관측이래 어쩌고저쩌고 하는 기상대의 호들갑이 빈말이 아님을 말해준다.
사실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정도의 추위는 아무것도 아닌데.
겨우내 추위에 떨며 종종걸음으로 다니고, 어떤 날은 마당 가득 쌓인 눈을
치우느라 한나절 내내 땀을 흘리던 기억도 생생하다.
얼마 전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요즘은 부산지방 날씨에 민감해졌다.
해군에 입대한 아이는 진해에서 훈련을 받는다.
아무리 남쪽지방 따듯한 곳이라곤 하지만, 겨울 한복판인 1월에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30여 년 전 내가 군 생활 하던 철원은 늘 영하 십도에서
20도를 넘나들었다. 사람 구경할 수 없었던 철책선의 외로움까지 더하면 그
체감온도는 훨씬 더했으리라.
‘그때에 비하면 이 정도 추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맞다. 내가 군 생활하든 그 때와 지금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랴. 자식인 것을.
그때와 지금의 날씨를 단순히 물리적인 수은주의 오르내림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다는 진해앞바다, 그래도 걱정된다.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 이런 걱정 아들 녀석은 알기나 할까?
훌쩍 30여년 가까이 지나버린 내 군 시절,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동생과 나, 두 아들을 군에 보냈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때 어머닌 어땠을까? 두 아들 생각에 따듯한 아랫목조차 불편해하셨을 어머니!
이제 겨우 그 속앓이가 어땠을까를 절절이 느낄 수 있는데, 지금 어머니는 곁에 없다.
또 한 30여년 훌쩍 지나 영화를 되감아 보듯,
똑같은 경험을 아들 녀석도 할 것이다.
요즈음은 군대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
불과 몇 해 전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날 훈련받은 내용이 실시간으로 부대 홈피에 올려진다.
저녁 무렵, 홈피가 업데이트 되는 시간이면 여지없이 컴퓨터를 켜고
혹시라도 올려진 사진 속에 아들 모습이라도 보일까 샅샅이 뒤진다.
어느새 사진 속에서 아들 찾는 일이 일과처럼 돼버렸다.
어떤 때는 수년전에 유행했던‘월리를 찾아서’ 에서처럼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아낸, 컴 밖으로 사진을 빼내 몇 배 확대해서 다른 사람은
전혀 알아보지도 못할 점으로 보일 얼굴을 아들이라 우긴다.
그럴 땐 마치 로또에라도 당첨된 사람처럼 흥분한 모습이다.
홈피가 업데이트 되는 시간이면 한 시간 내에 댓글이 수백 건씩 올라온다.
주로 엄마들, 애인, 친구, 모두가 다 격려하는 글들이다.
해마다 4월이면 ‘진해 군항제’가 열린다.
늘 TV로만 보던 그곳은 항상 활기차고 봄의 생동감으로 넘쳐났던 기억이 있다.
이 추위 속에서도 온통 진해 시내를 감싸고 있는 벚꽃은 봄을 기다리며
또 그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꽃 축제 속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낭만을 안겨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 2010년1월의 진해 앞 바다는, 추억도 낭만도 아닌,
처음으로 품에서 아들을 떠나보낸 쓸쓸한 이별의 장소로 기억될 것 같다.
‘걱정 마 남자는 군에 갔다 와야 진짜 의젓해진다’느니 ‘보내 놓기만 하면 2년 금방이야’
‘휴가도 처음이나 반갑지 나중엔 자꾸 나와 귀찮기만 하더라’ 란 말들,
반쯤은 위로 섞인 말인 줄 알지만 아직 내겐 사치일 뿐이다.
나도 편하게 그런 말 할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산 넘어 조붓한 오솔 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 온다네
어차피 찾아 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박인희가 불렀던‘봄이 오는 길’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노랫말 만큼이나 상큼한 가수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첫댓글 참 절절한 아버지의 마음입니다..사랑하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마음이 누구인들 다를까요...
저도 아직 훈련생이란 이름으로 큰 녀석이 진해에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지만 ...외박도 나왔고 면회도 다녀 왔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려만 마음은 늘 아련하기만 하네요...
좋은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걱정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네요..아들사랑을 가슴속에 숨겨두시는 아버님들 화이팅~입니다..
겉으로는 잘 표현 안하시지만,, 아버지란 이름은 항상 아들곁에서 지켜주는 거목입니다...울 아들들 입대하여 보냈던 훈련소 시절이떠오르는군요. 지금은 더욱 강건해져 있겠지요....
따스한 아버님의정이 묻어나는글이네요 ..1월11일 입대한563기.... 입대하는날 진해에서점심먹는 아들의눈빛은 불안하고 겁먹은 표정이었지요.. 그렇게 1월의 진해는 가슴시리고 허전한도시였다면 아들말로는 지금은 진해가 좋다고하더군요 오랜만에 가니 정감이 간다구요.. 저역시 그렇습니다.훈련소에있을때 진해만 생각하면 눈물이.... 지금은 아픔보다 따뜻하고 조용한도시로 기억하고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죠!!! 저도 큰아들은 육군에 있고, 작은 아들은 이번에 해군에 입대했습니다. 말로 표현할수 없이 허전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아들들이 편지로 절 위로해 줍니다. 오늘도 행복한하루되세요!!!
아들 군에 보내고 자주 우는 제게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며 놀리곤 하던 남편의 마음에 이런 애틋함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진해에서도 입영식장을 나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에게 약한 모습 절대 보이지 말라고 당부하던 남편이었거든요. 저만 아프고 힘든가 싶어 남편의 태연함이 밉기도 했었는데, 혼자 티 내며 힘들어 했던 제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방송 들었어요. 해군보낸 아버지 편지라 더욱더 귀담아 들었던 기억입니다. 여성시대에서 군에대한얘기할때 진행 같이하시는분이 해군출신이라(장용씨) 해군에 관한 얘기 자주나와 애청하는프로입니다. 그때 아버님 전화 연결해서 얘기도 나누신 기억이 납니다. 제 아들은 갑판병이라 배에서 생활하는 아들에 관한내용이면 좋겠다 생각하며 들었었는데 아드님은 군악병이라 배타는 아들얘긴 못들어 아쉬운맘이 약간 들었었는데 그래도 같은해군병이라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러셨군요. 반갑습니다~~. 저희 남편도 장용씨가 해군 출신이라 더 듣게 된다고 하더군요. 방송 전 날 미리 전화가 왔길래 우리 아이는 배를 타는 보직이 아니니 인터뷰 해도 다른 분들이 공감할 내용이 없을 것 같다고, 그리고 배 탈 일이 거의 없는 아이이고 보니 다른 해군 부모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더 커서 인터뷰를 사양했었습니다. 그래도 해군에 간 아들을 둔 부모 마음은 모두 같을 테니 상관 없다 하셔서 응했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녹음된 파일도 올리려고 했는데 용량이 이곳에서 제한한 한계를 넘는 것이라 올리지 못하고 편지 전문만 올렸습니다.
목욕탕에서 그편한자세로 아들과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었을 아버지와 아들 .. 참으로 아버지의 그 찐한 마음을 전하는글 이네요.. 근무를 잘하고 멋진 해군으로 사회에 나와서 더욱 반듯하게 살아갈 아빠의 든든한 언덕과 같은 좋은 글이네요..
그렇게요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더니많 가슴 찢어지는 일들을 맞이하여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종일토록 걱정이 되내요
아버지의 마음이 그데로 묻어나네요 .......해군 홈피에서 아들 사진 찾던 제 모습과 하루종일 전화기다리던 1월을 되새겨 보게 하네요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님의 고마움을 알 수 있듯이, 이제 제가 군인의 아버지가 되고 보니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입대한 큰 아들(566기)이 이처럼 걱정스러운데 곧이어 둘째 아들이 567기로 입대합니다. 4년 동안 해야할 걱정을 2년 만에 한꺼번에 하니까 걱정이 반으로 줄은 건가요?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두 아들을 해군에 보내신 아버님의 용기와 의지에 같은 해군가족으로서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어려울 수록 서로가 힘을 더하고 위로를 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가능성이고, 힘이 아닐까요? 걱정이 반으로 줄은 것도 그렇지만 두 배의 격려와 위로가 이 공간을 통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축하합니다~~~ 자랑스런 두 아들을 해군용사로 두게 되신 것을요.
아버지 엄마위 마음 그대로인듯 하네요
멋진해군이 되어 다시 남자로 태어나 돌아올겁니다
글이 작품인걸요
참으로 가슴 찐한 아버지의 부성애입니다 이런 아버지를 두고 있는 그 아들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아름다운 아버지의 글이 가슴을 울리네요 조금 세월이 지나고 자주 집에오는 아들을 보는 그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도 두 아들 한꺼번에 군대보낸 엄마인데 어찌보면 허전함도 두배 시원함도 두배, 딱히 지금이 편하다고해야하나 뭐 1년이 지나고 보니 지금은 할일이 별로 없는것같은 홀가분한 맘입니다 , 제대하고나면 또 다시 사는 전쟁아닌 전쟁이 시작되겠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