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최첨단 과학시대에 성경에 기록된 6일 창조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이 창조신앙을 갖고 있으면서도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창세기(1~11장)의 내용이 과학과 충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은 창세기 앞부분을 상징이나 문학적 표현으로 해석하며 과학과 창조 신앙이 상호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주의 탄생에 대해서는 실험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느 하나를 과학으로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학 시대를 사는 복음주의 크리스천이 6일 창조를 진실로 믿을 수 있는 합당한 근거는 무엇인가.
‘창조주의 완전성’이 입증
우선 6일 창조는 창조주의 완전성으로부터 입증된다. 중세 캔터베리의 대주교였던 성 안셀름(1033~1109)은 본체론적 논증을 통해 신의 존재를 설명했다. 그는 신의 ‘완전성’ 안에 존재의 속성이 포함돼 있다고 봤다. 그는 완전성에 대한 정의로부터 신은 인간의 관념 안에서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반드시 존재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독일 철학자 헤겔(1770~1831)은 본체론적 논증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전능한 신이 존재한다면 6일 창조와 기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성경은 하나님이 거룩하며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 분이라고 말한다(민 23:19).
하나님은 모세에게 "엿새 동안에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다"는 내용을 친히 두 번이나 돌판에 새겨 주셨다(출 20:11, 31:17). 하나님의 전능성은 6일 창조를 가능하게 하고 하나님의 거룩함은 모든 만물을 엿새 동안에 창조했다는 그분의 말씀을 진실이 되게 한다. 그러므로 6일 창조 교리는 창조주 하나님의 전능함과 거룩함으로부터 도출되기에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엿새의 하루, ‘24시간’ 의미 타당
둘째로 창세기 1장의 엿새간의 창조에서 ‘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욤(yom)’의 용례는 창조의 ‘날’을 24시간(하루)으로 보게 한다. 로버트 레이몬드(미 녹스 신학교) 교수에 따르면, 창세기 1장에서 ‘날’의 히브리어 단어는 단수형 ‘욤(날)’과 복수형 ‘야민(날들)’인데 이 단어들은 구약성경에서 총 2,225차례나 사용됐다.
레이몬드 교수가 이 단어들의 용례를 분석한 결과 압도적으로 24시간을 지지하며 ‘날’이란 단어가 숫자와 연속해서 사용될 때는 언제나 일반적인 ‘하루’를 의미하고 있었다. 6일 동안에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라는 구절의 반복도 6일의 ‘날’들이 모두 24시간으로 구성된 하루라는 것임을 확정한다.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1564)은 전능한 하나님이 더 짧은 순간에도 천지창조를 할 수 있지만 6일이나 걸려서 창조를 완성한 이유를 ‘노동과 안식의 원리’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안식일 규정을 어긴 죄는 사형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규정을 만드신 하나님이 자신은 긴 시간(138억년) 동안 창조 사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6일(144시간) 노동과 하루 안식’이라는 계명을 주셨다면, 안식일 규정은 거짓에 근거한 셈이 된다. 그렇게 되면 성경 전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되며 핵심교리 전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교회 역사의 정통적 입장 견지
셋째로 교회사의 중요한 신조들은 전능자에 의한 6일 창조를 문자적인 의미로 이해했다. 가령 니케아 신경은 “하늘과 땅, 그리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창조주, 전능하신 아버지, 한 하나님을 믿는다”는 고백을 담았다. 초대교회는 하나님의 전능성과 지혜, 주권,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무로부터의 창조를 확신했다.
거의 모든 교부들은 문자적인 의미의 6일 창조를 사실로 믿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6일 창조를 확신했고, 중세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도 우주론적 논증을 통해 전능자의 창조를 지지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1483~1546)와 존 칼뱅도 6일간의 창조를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문자적 의미 그대로 믿었다. 최근에 인기를 끄는 6일 창조에 대한 문학적 해석은 과학을 통해서만 진리를 알 수 있다는 과학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아 생긴 견해다. 이는 교회사의 정통적인 입장에서 벗어난 것이다.
결론적으로 안셀름의 논증처럼 문자적 의미로서 6일 창조 교리는 하나님의 완전함과 거룩함이라는 속성으로부터 그 진실성을 획득한다. 과학 때문에 창세기의 6일 창조 기록을 신화나 비유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 이면에는 하나님의 완전함과 거룩함을 부정하는 관점이 깔려 있다. 하나님의 속성을 토대로 하면 "엿새 동안에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다"고 하신 말씀은 진실하다(출 20:11).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요 17:17)라는 말씀으로 이를 확증하셨다.
A : ‘빅뱅 우주론(빅뱅이론)’은 현대 천체물리학에서 우주 생성의 표준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빅뱅이론의 골자는 "무(無)의 상태에서 큰 폭발로 우주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윌리암 L. 크레이그 교수(미 바이올라대)는 빅뱅이론이 기독교 창조론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오랜 지구론(점진적 창조론), 간격이론, 날-시대이론, 유신진화론 등 기독교계의 여러 창조론도 빅뱅이론을 과학적 사실로 수용한다. 그런데 빅뱅이론이 기독교의 창조론을 온전히 지지하는 것일까. 빅뱅이론이 성경의 창조론를 지지한다는 주장에는 논리적 모순과 문제점들이 있다.
창조론 아닌 자연법칙 따른 우주론
우선 빅뱅이론은 전지전능한 창조주를 완전히 배제한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우주를 탄생시킨 것은 신이 아니라 중력의 자연법칙에 따른 빅뱅(대폭발)이라고 주장했다. 우주의 초대칭 중력법칙이 무의 상태에서 스스로 우주를 창조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자발적으로 생성된 우주의 숫자는 무려 10의 500승 개 정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명한 수학자이자 과학 철학자인 존 C. 레녹스(영국 옥스포드대)는 “우주의 자발적 창조설은 자가당착적 모순”이라고 호킹의 주장을 비판한다. 가령 물리 법칙은 어떤 물리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법칙 자체가 어떤 것을 만들어 내진 못한다. 현대 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천문학자 앨런 샌디지(1926~2010)는 “카오스(우주 발생 이전의 원시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어떤 질서가 형성될 개연성은 희박하며, 무언가 여기에 질서를 만들어 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만물의 질서를 설명하려면 하나님의 존재가 전제돼야 한다고 봤다.
성경적 창조, ‘완전한 무’에서 출발
둘째, 빅뱅이론은 ‘우주공간의 전체 에너지가 0인 상태’를 ‘무’로 규정한다. 약 138억년 전 대폭발이 발생한 후 지금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호킹 박사에 따르면 초기 우주의 크기는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였다. 사실상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무’나 마찬가지다. 호킹의 ‘무’는 에너지는 없지만 중력 법칙은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하나님은 ‘어떤 것도 없었던 완전한 무’로부터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다. 빅뱅이론에서 말하는 초기 우주의 무 상태와 성경적 창조론의 전제인 절대적인 무의 개념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빅뱅이론이 기독교의 ‘무에서 유의 창조’를 지지한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진화론에 기울어진 빅뱅이론
셋째, 우주 나이를 138억년으로 보는 빅뱅이론은 자연스럽게 진화론과 결합된다. 진화론에 따르면 지구와 달은 약 46억년 전에 생겼고, 지구 초기생명체는 약 38억년 전에 등장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들은 불과 수십만년 전에 등장했다. 진화론자들은 빅뱅 이후의 진화 과정에 신의 개입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창세기는 전능자에 의한 완전한 창조, 종류대로의 창조, 성숙한 인간의 창조, 6일간의 창조를 말한다. 선악과는 열매를 맺은 다 자란 나무이며 아담과 하와도 갓난아이가 아니라 성인으로 창조됐다. 빅뱅이론을 따른다면 창세기 앞부분은 사실이 아니라 문학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성경 계시에 대한 신적 권위와 무오성 교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넷째, 빅뱅이론은 표준모델이지만 완전무결한 이론은 아니다. 호킹 박사는 <위대한 설계>에서 “우주의 모든 면을 기술할 수 있는 단일한 수학적 모형과 이론은 없다”고 말한다. 빅뱅이론은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설명하지만 ‘왜 생겼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못한다. 실험과 관찰로는 우주의 기원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왜 우주가 생성됐나’ 설명 못해
일반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자들이 ‘가설과 사실을 혼동하는 오류’를 저지른다고 비판하지만, 그 비판은 진화론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미 하버드대)가 말한 것처럼 과학 그 자체는 신의 존재 유무를 말하지 않는다. 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그 과학자의 세계관이다.
미국 신학자인 존 맥아더는 현대 복음주의 학자들이 빅뱅이론을 통해 성경의 창조론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를 위험하다고 비판한다. 빅뱅이론은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를 완전하게 배제한 채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기 때문에 성경의 창조론과는 근본 전제가 다르다.
빅뱅이론은 하나님의 완전한 창조, 선한 하나님의 존재, 아담의 타락으로 인한 죽음 등과 관련된 기독교의 핵심교리를 부정하기에 자칫 교회 파괴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복음주의자들은 빅뱅이론이 성경의 창조론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히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