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예보연구부 · 차은정
전세계 기상 - 수문분야 국제협력은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산하 세계기상 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세계기상기구는 1951년에 설립되어,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193개 회원국이 가입되어 있고, 관측, 예보, 기후, 재해 경감, 연구·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6년에 가입하였다.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에 세계기상기구,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기술원조 수혜국에서 1990년 후반부터 국제협력 활동 기반 구축하고,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 선도 대열에 진입하였다.
세계기상기구에는 중요한 기술위원회를 설치하고 분야별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1972년에 조직된 열대저기압 프로젝트(Tropical Cyclone Project, TCP)는 열대저기압 전담 조직이다. 태풍(Typhoon), 허리케인(Hurricane), 사이클론(Cyclone) 등 열대저기압은 단일 기상현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예보와 방재 대응이 필수적이다. 세계기상기구는 1970년 벵골만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볼라(Bhola)’에 의하여 인도, 방글라데쉬 등에서 약 50만 명의 인명 피해 발생을 계기로 순차적으로 6개 해양별로 지역특별기상센터(Regional specialized Meteorological Centers, RSMCs)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표 1)
북서태평양과 인도양은 인구 밀도가 높고, 개발도상국들이 다수여서 자연재해 대비를 위한 대응체계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에 취약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기상 전문기구(WMO)와 경제 전문기구(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ESCAP)가 협력하여 태풍 전담 국제기구를 설립하였다. 북서태평양에는 태풍위원회가(WMO/ESCAP Typhoon Committee), 인도양에는 열대저기압패널(WMO/ ESCAP Panel on Tropical Cyclone)이 설립되어, 지역특별기상센터와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
태풍위원회는 올해로 54년의 역사를 가진 태풍 전문 국제기구로, 1968년에 필리핀과 태국의 주도로 설립되었고, 우리나라도 설립 회원국이다. 현재는 14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고, 사무국은 마카오에 있다. 태풍위원회의 목적은 회원국들의 태풍에 의한 피해 경감을 위하여 예보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인력양성이다. 태풍위원회는 4개(기상-수문-방재훈련연구) 분과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부대표단은 3개 기관 공동으로 구성된다. 기상청이 수석대표 겸 기상분과, 수문분과는 한강·낙동강홍수통제소에서, 방재분과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태풍위원회 분과별 의장단은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활동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되고, 우리나라는 방재와 훈련연구분과에서 활동 중이다.
회원국들은 순차적으로 총회를 개최하여 태풍위원회의 연간 중요 계획과 예산을 승인한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영상회의로 총회를 개최하였는데, 평소 참석이 드물었던 북한, 캄보디아는 영상으로 계속 참석하였다. 그동안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던 국가들이 영상회의는 참석하고 있어서 참석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였다.
북한 역시 태풍과 장마의 피해가 크다. 예를 들면, 2018년에 제18호 태풍 ‘룸비아’와 제19호 태풍 ‘솔릭’으로 평안북도 102mm(8월 20일~21일)와 원산만 일대에 400mm(8월 24일~25일)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예성강과 대동강에서 홍수로 인하여 주택, 농경지 등 침수 피해가 발생하였다. 특히, 19호 태풍 ‘솔릭’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500mm 가량 집중호우를 유발하여, 남북한 공동 피해 태풍이었고, 20호 태풍 ‘시마론’과 상호작용으로 예보가 어려웠다.
태풍위원회의 주요 사업은 회원국의 자발적 협력을 기반으로 추진된다. 최근 주요 실적으로는 기상항공기, 선박, 위성, 레이더 등을 활용한 태풍 국제공동 관측, 자료 교환과 수치모델 개발 및 예보 오차 검증 등이다. 특히, 2020년에는 5개(한국, 홍콩, 미국, 일본, 중국) 회원국 전문가그룹이 ‘태풍과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간하여 북서태평양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미래의 기후에서는 강한 태풍은 더욱 강해지고, 약한 태풍은 더 약해지는 극단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거 통계자료와 전 지구 모델 예측결과에 근거를 둔 현재의 예보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예보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향후 5개년(2022~2026년) 태풍위원회 전략계획에는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하여, 급격하게 발달하는 태풍의 강도 예보, 인공지능 기반 태풍 예보 자동화, 국제 공동 관측자료 실시간 공유, 예보와 연구가 모두 가능한 다음 세대 전문인력 집중 양성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상-수문-방재는 영화, 음악, 스포츠 같은 문화 활동과 유사하게 국경과 인종,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이제는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문화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게 태풍 국제협력을 선도하고 소외된 국가들에 기술 이전과 전문가 지원을 통하여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여야 한다.
국제협력 전문가 양성에는 오랜 기간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언어능력, 상황에 따른 순발력, 국제회의 매너 등 갖추어야 할 능력이 많다. 무엇보다도 상호 배려와 이해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필자소개
일본 동경대학 이학부(이학박사)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예보연구부 중규모기상(태풍, 장마) 연구팀장
제주대 겸임교수(태풍) UN ESCAP/WMO 태풍위원회 훈련연구조정분과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