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황제의 밀지 위소보는 크게 초조해졌다. 혹시나 그녀가 자기가 터무니없이 행한 것 을 모조리 들추어낼까 봐서였다. 그때 홀연 마총병의 등 뒤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는 포권을 하 며 입을 열었다. "소저, 소인은 저 소선사께서 계율을 엄히 지키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코 기녀원에 출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아무래도 소문 이 잘못된 것 같소이다." 위소보는 그 사람을 바라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 사람은 바로 북경에서 만난 적이 있는 양익지였다. 양익지는 그날 오응웅을 호위해서 북경으 로 왔었지 않는가. 아마도 오응웅은 이미 운남으로 되돌아간 모양이었 다. 이번에는 마총병을 따라 하남성으로 온 모양이었다. 그 소녀는 노해 부르짖었다. "그대가 그를 안단 말이에요?" 양익지는 매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소인은 저 소선사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세자도 저분을 알고 계시죠. 저 분 소선사는 우리의 왕부에 지극히 커다란 은혜를 베푸셨습 니다. 저 분은 출가하기 전에 본래 황궁의 공공으로 계셨습니다. 그렇 게 때문에 기녀원으로 간다느니 또는 영사매를 강제로 포박했다느니 하 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닐 것입니다. 소저께서는 밝혀 살피십시오." 뭇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듣자 아! 하는 소리를 냈고 하나같이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그가 본래 태감이었다면 자연히 기녀들과 놀러 가지 않았을 것이 고 더욱더 남의 여자를 가로채 절안에 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소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모두들 자기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 을 알고 더욱더 화가 나서 날카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는 어떻게 그가 태감인 줄 아나요? 그가 태감인데 어찌해서 우 리...... 우리 사매를 맞아들여...... 마누라로 삼겠다고 했죠? 결코 소화상이 실성한 것 같은 말을 한게 아녜요. 저 노화상까지도 번지르르 한 말을 마구 했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손으로 징관을 가리켰다. 뭇사람들은 징관을 쳐다보았다. 징관은 나이가 팔순이 넘었다. 그리고 멍청한 모양을 하고 있지 않는가. 조금 전에도 그는 말을 더듬거렸으며 그가 하고자 하는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천하에서 그보다 언 변이 능하지 못한 사람을 찾기란 매우 어려울 것 같지 않던가? 이렇게 되자 그 소녀의 말을 더욱더 믿지 않게 되었다. 모두들 오늘 경솔하게 그녀의 희한하기 짝이 없는 말만 듣고 소림사에 와서 못난 꼴을 보이게 된 데 대해 크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양익지는 말했다. "소저, 그대는 저 소선사가 출가하기 전에 크게 유명했다는 것을 모르 고 계시는구려. 저 분으로 말하면 바로 대간신 오배를 손으로 잡아 죽 인 계공공이외다. 우리 왕야께서 간악한 자들의 모함에 빠져 하마터면 억울한 누명을 쓸 뻔한 것을 이 소선사께서 황상앞에서 애써 변명해 주 었기 때문에 아무 탈이 없었소이다. 그 커다란 덕을 아직도 갚지 못하 고 있소이다." 못사람들은 오배를 죽인 소계자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가 강희가 총애하는 소태감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불현 듯 아, 하는 소리를 냈고 얼굴에 놀람과 감탄하는 빛을 드러냈다. 위소보는 웃었다. "양형, 오랫 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대들의 세자께서는 안녕하시오? 옛 날의 조그만 일을 들먹여서 무엇하오?" 양익지가 말했다. "선사께서는 자비를 품고 계시고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하시니 자연 그 일을 조그만 일이라고 말씀하시겠지만 우리의 왕야께서는 정말 감격해 하고 계십니다. 비록 황상께서 어지시고 밝으시어 시비흑백을 끝내는 가릴 수 있었겠지만 만약 선사께서 일찍이 대신 진상을 밝혀 주시지 않 았더라면......" "원 별말씀을 다 하시오. 그대들의 왕야께서는 너무나 겸손하시군요." 말을 하면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야말로 그대들의 왕야라는 매국노를 쓰러뜨리지 못해 한탄하고 있다. 황상께서 밝으시어 그 스스로 진상을 알아낸 것이었다. 어쨌든 그 날 좋은 인연을 맺게 되더니 오늘 놀랍게도 이 사람은 곤란한 처지 에서 나를 구해 주는구나.) 갈이단은 그의 아래 위를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원래 그가 바로 오배를 찔러 죽인 소태감이구려. 나는 몽고에 있었지 만 그대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소이다. 오배는 만주의 제일용사라고 일 컬어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대의 무공은 소림사에서 배운 것이 아니겠 구려?" 위소보는 웃었다. "나의 이 무공이야 형편없는 것으로서 한 번 웃을 가치조차 없다오. 나 에게 무공을 가르친 사람은 적지 않소. 이 분 양형만 하더라도 나에게 한 수의 횡소천군과 한 수의 고산유수를 가르쳐 주었죠." 그는 몸을 일으켜서는 그 이초를 아무렇게나 펼쳐 보였다. 그는 반푼 어치의 내공도 쓰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람들은 그의 솜씨가 뛰어난지 어떤지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초식만은 확실히 목가권이었 다. 양익지는 말했다. "선사께서 이 이초를 황상에게 펼쳐 보이심으로 해서 우리 왕야가 원수 에 의해 모함을 받게 되었다는 진상이 밝혀질 수 있었죠." 그 소녀의 안색은 조금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양형, 이 소...... 이 사람이 정말 본래는 태감이었나요? 정말 평서왕 에게 은혜를 베풀었나요?" "그렇소이다. 이 일은 북경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답니다." 그 소녀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우리 자매에게......그렇게......그렇게......장난을 한 것은 혹시 다른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장난을 치지는 않았지만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의도는 그대 사매를 마누라로 맞아들이는 것이지. 하지만 이곳에 는 사람이 많으니 말을 할 수가 없구려.) 그 소녀는 물었다. "어떤 의도였죠?" 위소보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뭇사람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나름대로 의도를 가지고 있으니 물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싶지가 않겠지.) 창제는 몸을 일으키더니 합장을 하며 말했다. "방장대사, 회명선사, 우리들이 경솔했구려. 실례한 점 용서해 주시오. 이만 작별을 고하겠소이다." 회총은 합장하고 반례하며 말했다. "귀한 손님들이 멀리서 오셨으니 젯밥이라도 가지고 가시구려. 하지만 이 여시주는......" 그는 여시주가 남자로 변장해서 절안으로 잠입해 왔으니 그 일을 따지 지 않는 것만 해도 너그러운 편인데 다시 젯밥을 먹인다는 것은 절의 규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창제라마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 고맙소이다. 정말 고맙소이다. 그러나 방장 사형께서 난처하시지 않도록 그 젯밥을 모두 먹지 않겠소이다." 뭇사람들은 즉시 작별을 하고 절을 나섰다. 방장과 위소보 그리고 징관들은 산문 입구까지 따라가 전송해주었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십여필의 말 이 급히 달려왔다. 말 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어전시위의 복 색을 하고 있었다. 모두 열 여섯 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절앞에 이르기 전에 일제히 말에서 내리더니 대오를 지어 가까이 다가왔다. 앞장을 선 두 사람은 바로 장강년과 조제현이었다. "도......도......대인, 어르신께서는 안녕하십니까?" 그는 본래 도통대인이라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승포를 입고 있는 것을 그 한마디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얼버무렸다. 열 여섯 명은 일제히 위소보에게 절을 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여러분은 어서 몸을 펴시오. 더 예의를 차릴 것 없소이다. 나는 그야 말로 매일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갈이단 등은 열 여섯 명이 모두 품급이 낮지 않은 어전시위들인데도 위 소보에게 그토록 공손히 대하는 것을 보고 하나같이 생각했다. (이 소화상은 정말 어느정도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청나라 제도에서 총병은 정이품관이었고 일등시위는 정삼품이었으며 이 등시위는 정사품이었다. 장강년 등은 계급에 있어서는 총병보다 낮은 셈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황제의 시위라 외지의 무관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저 마총병에게 고개를 약간 끄덕여 보임으로써 인사를 대신 했고, 위소보에게만 크게 친밀한 태도를 보였다. 갈이단은 어전시위들이 위소보만을 크게 추켜올리고 받들 뿐 다른 사람 은 아랑곳하지 않는지라, 속으로 울화가 치밀어 싸늘히 코웃음을 쳤다. "흥! 갑시다. 나는 이런 꼴을 차마 못 보겠구려." 일행은 회총방장에게 공수의 예를 하고 산을 내려갔다. 위소보는 뭇시위들을 절로 모셨다. 장강년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가면서 나직이 말했다. "황상께서는 밀지를 내리셨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웅보전에 이르게 되었다. 장강년은 성지를 꺼내 읽었다. 몇마디는 벼 슬아치들이 쓰던 형식적인 문장이었다. 그 내용은 황제가 오천 냥의 은 자를 소림사에 내리니 절간을 고쳐 세우고 불상에 금칠을 하라는 내용 이었다. 그리고 위소보를 보국봉성선사(輔國奉聖禪師)에 책봉한다는 내 용도 있었다. 위소보는 큰 절을 올려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강년은 말했다. "황상께서는 보국봉성선사께서 즉시 출발하여 오대산으로 가시라는 분 부를 내리셨소이다." 이 일은 이미 위소보가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대답했다. "삼가 성지를 받들겠습니다." 차를 마신 후 위소보는 장강년과 조제현 두 사람을 자기 선방으로 데리 고 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강년은 품속에서 한 장의 밀지를 꺼내 두 손으로 바쳤다. "황상께서 달리 전할 뜻이 있다고 하셨소이다." 위소보는 꿇어앉아서 절을 하고 두 손으로 받들었다. 그 밀지는 화칠인 (火漆印)으로 밀봉되어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황상께서 또 어떤 분부를 내리시려고 하시는지 모르겠구나. 성지에 씌 어진 글은 나를 알아보아도 나는 글을 알아보지 못한다. 이것이 밀지라 면 장강년과 조제현 두 사람이 알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시 방장 사형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겠다. 그는 결코 기밀을 누설하지는 않을 것 이다.) 이윽고 그는 밀지를 들고 회총의 선방으로 가서 말했다 "방장 사형, 황상께서는 한 장의 밀지를 저에게 내리셨는데 사형께서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그 밀지의 봉투를 뜯었다. 안에는 한 장의 커다란 화선지가 접혀 있었고 펼쳐 보니 대폭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제일 첫 번째의 그림은 다섯 개의 산봉우리였다. 위소보는 그것이 바로 오대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남태정(南台頂)북쪽에 한 채 의 절간이 그려져 있었는데 청량사라는 세 글자가 표기되어 있었다. 그 는 청량사에서 며칠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그 석 자를 눈에 익히고 있 었다. 다른 곳에 씌어 있었더라면 그는 결코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나 절간 위 에 씌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두 번째의 화폭에는 한 소화상이 한 채의 절간안으로 들어서는 그림이 었다. 그런데 그 절간의 편액에는 청량사라는 세 글자가 씌어 있었다. 소화상의 등 뒤에는 한 떼의 승려가 따르고 있었다. 뭇승려들의 머리 위에는 소림사화상이라는 다섯 글자가 씌어 있었다. 앞의 석 자는 위소보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화상이라는 두 글자는 알 아볼 수가 없었으나 짐작할 수는 있었다. 세 번째 화폭의 그림은 대웅보전인데 그 대웅보전에 한 소화상이 한복 판에 앉아 있었다. 히히덕거리는 얼굴 모습이 바로 위소보였다. 그러나 그의 몸에는 붉은 가사가 걸쳐져 있었고 방장의 법의(法衣)를 입고 있 었다. 그리고 옆으로는 많은 승려들이 시립해 있었다. 위소보는 그림 속의 소화상이 자기와는 실로 닮은 꼴이라 보면 볼수록 재미가 있어 그 만 웃음소리를 냈다. 네 번째 화폭에는 소화상이 땅바닥에 엎드려서 중년의 승려를 모시고 받드는 그림이었다. 그 승려의 모습은 매우 청수했는데 바로 출가 후 법명을 행치라고 바꾼 순치황제였다. 네 폭의 그림 이외에 다른 글자는 없었다. 원래 강희는 단청에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위소보가 아는 글자가 별로 없음을 알고 있었는지라 그림을 그려 밀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 네 폭의 그림은 더 없이 명백했다. 그로 하여금 청량사로 가서 주지 가 되어서는 노황제를 잘 받들어 모시라는 내용이었다. 위소보는 처음에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기뻐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속으로 야단났다고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소화상 노릇을 하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방장노릇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이거야말로 야단났구나.) 회총은 미소했다. "사제에게 축하드리오. 황상께서는 그대를 청량사의 주지로 삼았구려. 청량사는 정말 장엄한 보찰이외다. 북위(北魏)효문제(孝文帝)때에 세워 진 것으로서 소림사보다 더 역사가 깊소이다. 사제가 큰 절의 주지가 된다면 반드시 불법을 크게 퍼뜨리게 될 것이고 중생을 보도(普渡)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교를 크게 빛낼 것이외다."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쓰디쓰게 웃었다. "이 주지 노릇은 저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반드시 여러 사람들의 비웃 음을 사게 될 것입니다. 이제 청량사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입니다." "성지 가운데의 그림을 보면, 사제로 하여금 한 떼의 본사 승려들을 데 려가라고 했소. 사제 스스로 인선토록 하시오. 모두들 그대가 잘 아는 후배들이니 자연히 마음을 다해 보필하려 할 것이고 결코 소홀한 점이 없을 터이니 사제는 마음을 놓으시오." 위소보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그는 확연히 깨달았다. 원래 소황제는 생각이 치밀한 편이었다. 당시 위소보를 소림사로 보내 출가 시키게 되었을 때 벌써 오늘의 일을 이미 안배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위소보로 하여금 소림사에서 반 년 남짓 머물도록하여 뭇승려 들과 안면을 익히게 한 후 마음에 맞는 승려들을 뽑을 수 있게 했고, 그런 다음에 그들을 데리고 청량사로 가라고 했던 것이었다. 노황제는 출가한 몸이니 결코 시위나 관병들이 보호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소림의 승려들은 무공이 탁월하니 위소보가 그 소림사의 승려들을 이끌고 황제를 보호한다면 시위나 관병들이 보호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일은 커다란 기밀이 속했다. 황제가 만약 시위나 관병을 파견하여 오대산의 한 화상을 보호한다면 반드시 소문이 날 것이고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알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뭇시위들 가운데 노 황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소림사의 한 승려가 청량사의 주지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옛날 청 량사의 주지인 징관만 하더라도 본래는 바로 소림사의 십팔나한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위소보는 선방으로 돌아가 육천 냥의 은표를 꺼내 장강년 등 뭇시위들 에게 나누어 주었다. 장강년과 조제현 두 사람은 위소보가 화상이 되었 는데도 돈 씀씀이가 이토록 시원시원하자 크게 기뻐 칭찬의 말을 했다. "자고로 대화상으로서 시위에게 은자를 내리는 사람은 오로지 위대인 한 분뿐일 것입니다. 그야말로 공전절후(空前絶後)이며 일찍이 그와 같 은 옛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고 후에도 아마 그와 같은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위소보는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았다. "일찌기 그와 같은 고승이 없었을 것이고 그 후에도 그와 같은 승려가 없을 것이라고 해야 마땅하지 않겠소?" 장강년은 낮음 음성으로 말했다. "위대인, 황상께서 그대에게 큰 일을 처리하도록 파견한 내용에 대해서 우리들은 감히 여쭈어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위대인께서 어떤 심부 름을 시키실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분부를 내리십시오. 위대인을 위해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바로 황상을 위해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닙니까? 모두들 다투어 나설 것입니다." 조제현이 말했다. "만약 위대인께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데 일시 거북하게 되었을 때는 우리들이 조그만 힘이 되어 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든다 면......예를 든다면 위대인께서 만약 소림사의 무공비급을 손에 넣으 시려고 우리들에게 절에 불을 지르게하여 크게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시 고 싶으시다면...... 위대인께서는 그 기회를 빌어 손을 쓰실 수도 있 습니다.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장강년은 킥킥거리고 웃으면서 나직이 말했다. "그렇지. 그것이야말로 불난 것을 기회로 약탈을 하자는 것이고 흙탕물 을 일으켜 고기를 잡는 방법이지!"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으나 곧 그들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군. 그들은 아마도 황상께서 나를 소림사에 보내 화상을 만들고자 한 것이 도대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한 모양이구 나. 그리고 이번에 전해온 밀지 가운데 또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황상께서 무공을 좋아하시니까 나를 소 림사로 출가시킨 것이 무공비급을 훔치는 데 있다고 생각한 게로군.) 그는 벙긋 웃으며 나직이 말했다. "두 분은 마음을 놓으시오. 그것...... 내가 이미 손에 넣었소이다." 장강년과 조제현 두 사람은 크게 기뻐서 일제히 허리를 구부리고 인사 를 했다. "황상의 홍복이 하늘만큼 큽니다. 그리고 위대인께서는 너무나 똑똑하 시고 부지런하십니다. 이와 같은 큰 공을 세우신 데 대해 축하드립니 다." 조제현은 말했다. "우리들이 위대인을 대신해서 가지고 나갈까요? 절간의 화상들이 만약 의심을 한다면 위대인께서는 얼마든지 옷은 헤치고 그들이 수색하도록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필요가 없소. 그대들은 돌아가서 황상께 위소보가 삼가 성지를 받드는 바이며 그림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전하시오. 힘껏 일을 처리할 테니 황상께서는 안심하시라고 여쭙도록 하시오." "네." 조재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 가운데의 이치를 깨달은 듯 말했다. "원래 그 무공비급들은 모두 다 그림이었군요? 위대인께서는 눈에 익을 정도로 보신 후 잘 기억하시게 되었군요?" 장강년 역시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그것 참 잘되었습니다! 비급을 훔쳐내 간다면 절안의 화상들이 결국은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지요. 읽고 나서 기억 을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귀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 또한 모두 다 위대인께서 타고난 총명함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같은 바 보들은 어떻게 하더라도 기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두 사람이 다시 그가 말하는 그림을 소림사의 무공 그림으로 오해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우스꽝스럽게 생각했다. "장형, 너무 겸손한 말씀을 하지 마시오. 하루 이틀에 걸려서 될 노릇 은 아니지만 몇 달 동안 보게 된다면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것이오." 이윽고 두 사람은 작별을 하고 떠나려고 했다. 위소보는 한 가지 떠오 른 생각이 있어 물었다. "조금 전 산문 밖에서 만난 한떼의 사람들이 어떤 내력을 가졌는지 알 고 계시오?" 장강년과 조제현 두 사람은 말했다. "모릅니다." "그대들은 빨리 가서 알아보시오. 그 한떼의 사람들이 소림사로 와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걸로 보아 절의 무공비급을 훔치려는 것 같았소. 더욱이 그 총병은 누구의 부하인지 모르겠소. 그는 조정에서 임명한 벼 슬아치이면서도 감히 황상의 큰 일을 그릇치게 만들고 있소. 실로 대역 무도한 일이고 반란을 일으킬 심보임에 틀림없소. 그들이 누구의 지시 를 받았는지를 알아내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 공로를 세우게 되는 것이 오." 두 사람은 기뻐했다. "그거야 수월한 노릇이죠. 그들이 산을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반드시 뒤쫓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총병에게는 이름이 있고 성이 있을 터이니 알아 본다면 즉시 알아낼 수 있죠." 위소보는 그 마총병이 오삼계의 부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함 을 했고, 짐짓 그의 내력을 모르는 듯 가장하여 어전시위들로 하여금 조사케하여 황상에게 보고한다면 자기가 무고를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그 한떼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들 가운데 한 남장을 한 소녀가 있 소. 그녀와 그 사람들은 바로 또다른 약 십 육칠 세의 아름다운 소저를 찾고 있소. 이 두 여자로 말하면 이번 역모일과 큰 관계가 있소. 방법 을 강구해서 자세히 알아 보시고 두 소녀의 이름이 무엇이며 출신 내력 이 어떠한지 조사해내도록 하시오. 그리고 조사한 이후에는 편지를 보 내 주시구려." 그야말로 자기의 사사로운 일에 구실을 붙여 공무를 집행토록 한 것이 었다. 어전시위들은 어떤 사건을 조사하게 되면 천하의 관가에서는 모두 다 그들의 명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토록 매섭게 일을 들추고 조사 를 하게 된다면 단서를 찾지 못할 리가 없었다. 장강년과 조제현 두 사람은 가슴을 두드리며 책임을 지고 반드시 모든 것을 알아내어 위대인이 추천해 주고 알아 주는 은덕과 돌보는 정에 보 답하겠다고 장담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