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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당 고갯마루에 서서 스크랩 밥과 생명 이야기 둘 `쌀은 혼이다`
선과 추천 0 조회 101 06.08.12 04:5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쌀은 혼이다



학명(學名) 오리자 사티바(Oryza Sativa). 米. 稻. 그리고 쌀.


  쌀은 우리말 ‘살’이 경음화하여 만들어진 단어다. 두말할 필요없이 쌀은 우리의 살이자 혼(魂)이다. 볏짚방석에서 잠자고 일어나 메밥 한 그릇 비우고 들에 나가 벼농사를 행해온 우리 겨레에게 있어 쌀은 삶 그 자체였다. 한해 24절기 세시풍속 그 자체가 벼농사였고 겨레가 이동한 곳에는 어김없이 벼농사가 뒤따라 갔다. 강가에도 바닷가에도 심지어 산골짝 다랑논에 이르기까지 벼농사는 가족과 마을과 사회,그리고 사직(社稷)의 기둥이었다. 볍씨를 담그고 모를 내고 김을 매고 벼를 베는 일련의 농사 일은 반드시 때를 맞추어야 했고 그것도 공동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끈끈한 공동체 의식과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보수적 규율이 형성되었다. 참으로 쌀은 우리 겨레는 물론 동양 여러 민족의 목숨과 사직의 안녕을 지켜준 업(業)이자 축복이었다.

 

  공맹(孔孟)의 유가(儒家)사상이나 힌두교의 법전,그리고 신라 화랑도의 세속오계(世俗五戒)도 따져보면 도작(稻作)문화의 소산이었다. 수천년의 세월을 통해 세계인구의 절반이 넘는 비목축국(非牧畜國) 사람들에 의해 주식의 위치를 점해온 쌀은 다른 어느 작물보다도 단백질․지방질․탄수화물이 이상적으로 함유되어 일상 식단에 동물성 단백잘을 크게 추가하지 않아도 개개인의 생명을 유지,발전시켜 왔다.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 콩,보리 등을 통해 모자라는 영양소를 보충받고 일년에 대여섯 번 명절이나 가족들의 생일에 맞추어 쇠고기로 최소한의 동물성 단백질을 추가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식생활을 되돌아 보라. 쌀은 바로 우리의 살이자 혼이다.



통통한 쌀,길쭉한 쌀


  지구상에서 재배되어온 벼의 품종은 크게 나누어 우리 민족과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단립종(자포니카)과 우리에게는 안남미로 알려지는 장립종(인디카)으로 대별되며 그 재배비율은 2 : 8 정도로 분포되어 왔다. 사람의 체형은 먹을거리를 그대로 닮는다. 짧고 통통한 단립종 쌀을 주식으로 해온 우리의 모습은 비록 키는 작지만 건강한 체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산 밀가루와 과다한 육류섭취로 인해 평균신장과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우리들의 자녀는 이미 체형으로 볼 때에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쏟아져 들어온 미국산 밀가루를 타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쓰라린 기억과 미국의 교묘한 식량정책에 넘어가 매주 수요일을 ‘분식의 날’로 정해 강제로 미국산 밀가루에 우리의 입맛을 길들이려 했던 과거를 돌이켜 보라.

 

  쌀의 생산량이 적었던 미국은 1970년대초 세계 식량파동 이전만 하더라도 미국산 소맥(밀가루)의 판촉에 주력하였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의 식단에서 분식을 보편화 하는데에는 크게 성공하였으나 그 수요가 주식(主食)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여전히 쌀 소비의 보조적 위치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 원인이 자포니카 계열의 단립종이 지닌 독특한 맛과 향기에 있음을 파악한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 자포니카 쌀의 재배면적을 급속도로 증가시켰다. 자기네 자식들이 먹지도 않는 캘리포니아산 자포니카 계열인 상품명 ‘칼로스’ 쌀을 대량으로 주한미군에 공급하여 P.X를 통해 국내에 유출시켜다 결국은 합법적 통로를 통해 상륙시킨 파렴치한 미국의 작태를 보라. 우리에게 무서운 것은 길쭉하고 맛없는 안남미가 아니라 통통하고 맛있는 우리쌀의 모습과 맛 그대로 우리를 유혹하는 중국, 미국과 호주의 쌀이다.

 

  비행기로 씨를 뿌리고 농약을 살포하여 재배하고 대형 콤바인으로 추수,탈곡한 서방의 쌀이 쌀문화 도작국가를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이라크와 이란 등 일부 중동국가는 2차대전 이후 미국의 계속적인 무상원조로 수천년간 내려온 식생활 패턴이 밀로부터 쌀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금세기는 참으로 무서운 식량 제국주의의 시대이다.

 

 


쌀,과연 남아 도는가


  지난 1973년 중동의 석유파동과 금세기 최악의 식량위기 속에서 세배로 뛰어오른 캘리포니아산 쌀을 현금을 주어도 살 수 없었던 쓰라린 악몽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녹색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었고 마침내 1977년도에 외국쌀 도입 없이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주곡자립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는다 했듯 정부 일각에서 비교생산비설에 입각한 농산물 수입개방론이 터져나왔고 이중곡가제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양정전환론이 제기되었다. 재정출혈을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국제시세보다 대여섯배나 비싼 쌀의 자급이 필요하느냐는 참으로 배부른 논리였다.   그러나 하늘이 노했는지 조상이 우리를 돌보았는지 쌀 푸대접 논의가 무성했던 1980년대 초에 우리나라의 벼농사는 유례없는 대흉작을 맞았고 240만톤(약 1,666만섬)의 쌀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쌀을 수입하려 하자 미국산 쌀의 가격이 톤당 200 달러에서 550 달러로 뛰어 올랐고 그나마 1980년산 미국산 쌀의 재고량이 안남미까지 포함해 94만톤에 불과하였다. 다급해진 정부가 일찌기 쌀 자급을 이룩해 고미(古米) 재고에 고통을 받고 있던 일본에 구걸하여 일본의 묵은 쌀 1,500만섬을 한해에 도입하였다.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지 불과 35년만에 일어난 이 수치스런 역사를 과연 국민들은 알고 있는가.

 

  바로 그 때부터 우리의 양곡창고에는 해마다 최소한 700만섬을 상회하는 과잉재고미가 계속 이월되어 쌀이 남아돈다는 얘기들을 떠들어왔고 지난 1991년 추수 때에는 정부가 느닷없이 ‘1천 1백만섬 재고미’ 운운하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80년대의 쌀 평균 자급율이 97% 였음을 볼 때 결국 정부가 5공화국 초기에 일시적으로 과잉도입한 일본쌀의 순환재고가 이월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추어왔기 때문일뿐 실제로 우리의 쌀 사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여기에까지 미치고 있음이여).

 

  1993년까지만 하더라도 자급율 95 - 103% 대를 유지하던 쌀이 지난 1994년도에는 87%대로 뚝 떨어져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1995년도에는 사상 유례없는 흉년을 맞아 금년초부터 산지 쌀값이 불과 서너달 사이에 80kg 가마당 3만원이나 뛰어 오르는 쌀 대란을 겪은 바 있다. 쌀이 남아돈다 하여 논을 갈아엎어 사과와 포도를 심고 대로변의 논바닥을 메워 러브호텔을 세워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은 정부의 무책임한 식량정책의 소산이다. 쌀 자급률에 대한 정부의 공식통계가 널리 공포되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난 사이 계속되어온 휴경지 증가와 벼꽃이 수정을 하는 시기에 계속되는 장마 등으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해마다 낮아져오고 있음을 미루어보면 우리의 쌀 자급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쌀을 제외한 전체곡물의 자급율이 8%가 될까말까한 실정, 보리의 자급율이 90년대초 90%대에서 현재 50%대 이하로 뚝 떨어진 사실, 쌀․보리 다음으로 중요한 곡물인 콩의 자급율이 10%도 못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남아돈다던 쌀의 자급율마저 저조한 마당에 수입개방으로 밀려들어오는 외국 쌀까지 식탁에 오르는 위기상황에 몰린 지금은 그야말로 민족의 생존권 문제가 걸린 초미의 비상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언론을 통해 북한의 어려운 쌀 사정을 남의 일 보듯 즐기며 기분에 따라 주었다 말았다 장난질해온 역대 정부의 대북 쌀 정책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부 당국자들이여! 먹는 것 가지고 더 이상 장난하지 말라.

 

 


새쌀․햅쌀, 무농약쌀․유기농쌀


  우리의 주식인 쌀이 벼랑 끝에 서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새쌀’이냐 ‘햅쌀’이냐는 부질없는 논쟁과 ‘유기농쌀’이니 ‘무공해쌀‘이니 ’저농약쌀‘이니 ‘청결미’니 ‘특미’니 하는 비슷비슷한 명칭 때문에 헷갈리고 있다.  먼저 ‘새쌀’이 맞느냐 ‘햅쌀’이 맞느냐는 논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햅쌀’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유식 제조업체들의 광고전쟁에서 비롯된 이 논쟁에서 그 해에 생산되었다 하더라도 해를 넘기면 ‘햅쌀’이 아니라는 논거로 ‘새쌀’이라는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를 창조해낸 위대한 광고장이들이여 들으라. 벼농사의 한해는 쌀을 수확하고나서 이듬해 쌀을 수확하기 까지의 일년을 말하는 것이다. 그대들이 논쟁의 기준으로 삼은 서양월력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이 불과  수십년밖에 되지 않음을 망각한 무지의 소치이다. 그 해에 생산된 쌀은 이듬해 쌀이 수확되기까지는 여전히 ‘햅쌀’일 뿐임을 알리노니 즉시 이 부질없는 논쟁을 종식하라.

 

  그들의 잘못은 쌀 포장지에 표기된 온갖 작명들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는데에까지 뻗어 있다. ‘청결미’란 과연 무엇인가. ‘청결미’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관행농법으로 생산한 쌀을 단지 물로 세척하여 씻지 않고도 밥을 지을 수 있다는 쌀로서 게으른 현대 여성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이름일 뿐인데 이것이 마치 건강한 먹을거리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포장지에 ‘무공해쌀’이라고 겁없이 허위과장광고를 늘어놓은 자들이여 지금 즉시 포장지를 바꾸라. 쌀 한톨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태양과 공기,그리고 물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오늘날처럼 오염된 환경 속에서 어찌 ‘무공해쌀’이 존재한다고 거짓말을 하는가. ‘특미’라고 다소 소박하게 소비자를 속이려 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의 쌀이 특별하다면 무엇이 특별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라. ‘저농약쌀’이라고 슬쩍 양다리를 걸치는 자들이여 소비자를 더 이상 우롱하지 말라. 그대들이 단 한 번만 사용했다는 제초제야말로 병충해를 다스리는 다른 농약보다 몇십배,몇백배 해로운 것임을 뻔히 알면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쌀을 생산하기 위해 한여름 뙤약볕 밑에서 비지땀 흘리며 풀을 뽑는 양심적인 농민들의 공을 원두막 그늘 밑에서 고스톱이나 치면서 가로채려 하는가.

 

  건강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쌀은 결국 ‘유기농쌀’과 ‘무농약쌀’만이 남게 된다. ‘유기농쌀’이라 함은 일체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 등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하여 생산한 쌀을 말하는데 이 역시 농약의 사용여부는 알 수 없다는 함정이 있다. ‘철원산 유기농쌀’로 만들었다는 이유식 광고에서 ‘유기농’이라는 것만 강조할 뿐 농약의 사용여부를 밝히지 않음은 역시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쟁이들의 장난이다. ‘무농약쌀’은 볍씨를 담그는 과정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제초제나 농약을 쓰지 않은 쌀을 말하는데 이 역시 화학비료의 사용여부를 밝히지 않고서는 건강한 먹을거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무농약 유기농쌀’이라고 자신 있게 밝히는 쌀을 선택해야 하는데 현재 이러한 쌀이라고는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손을 꼽을 정도의 소량에 불과하며 그나마 소비자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 생산을 포기하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운 실정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찌든 땅을 되살리는 데에는 최소한 5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그처럼 어렵게 농사지은 쌀을 인정해주지 않아 또다시 농약을 친다면 우리의 땅은 영원히 죽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여! ‘무농약 유기농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수호자들임을 명심하고 그들의 쌀이 배 이상 비싸더라도 기꺼이 먹어주자. 행정 당국자여!  농민들을 돕는답시고 경기도 평택,화성 일대의 평야지대에 해마다 일방적으로 감행하고 있는 ‘항공방제’라는 살인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비행기 기름값을 아끼려고 100배 물에 희석시켜 여러번 뿌려야 할 것을 원액 그대로 한 번에 살포하는 대행업자들의 악덕행위를 언제까지 눈감아 줄 것인가. 농약을 살포하는 비행기가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무농약 쌀농사를 짓고 싶어도 그놈의 비행기 때문에 하지 못해 울분을 토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라. 그대들이 뿌려댄 농약이 그대로 그대와 자식들의 입으로 들어감을 어찌 알지 못하는가.   

 

 


경기미, 그 허울좋은 이름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예로부터 쌀은 중부지방의 것을 으뜸으로 인정해 왔다. 일반적으로 ‘경기미’라 함은 말 그대로 경기도에서 생산된 것을 말하는데 경기미도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 등을 두고 평가되어 왔다. 경기미 중에서도 여주․이천쌀과 김포․강화쌀을 으뜸으로 인정하여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다음으로 화성․평택쌀과 안성쌀 등의 순으로 차등을 두었고 아직도 산지에서는 가마당 몇천원씩의 가격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농업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고 또한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기도’의 범위가 달라진 오늘날에 있어서는 지역의 차이보다는 앞에서 설명한 생산방법의 차이,즉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여부가 더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생산지역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벼의 품종이다. 우리가 흔히 최고의 쌀로 생각하는 ‘아끼바레’는 이미 오래전에 일본의 품종을 들여와 개량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추청(秋靑)’이라 한다. 최근에 개발,보급된 ‘오대’나 ‘신양’ 등도 추청 못지 않게 밥맛이 좋은 품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아무리 좋은 쌀도 쌀로 도정하여 오래 보관하면 맛과 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정말로 맛있는 쌀을 원한다면 생산자인 농민에게 일년동안 먹을 쌀값을 미리 지불하여 벼채로 보관하도록 하고 조금씩 도정하여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이같은 방식을 채택하여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쌀도 쌀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좋은 쌀을 주어도 주부들이 밥을 제대로 못 짓는다는 데에 있다. 물붓고 전기코드 꽂는 일만으로 한톨 한톨 농민의 땀으로 영근 쌀을 맛이 있네 없네 탓하는 게으른 주부들이여 지금 당장 전기밥솥을 버려라. 가마솥이 아니더라도 남비밥으로 그대들의 밥상을 바꾸어 구수한 밥맛과 맛있는 누룽지를 아이들에게 먹여주라. 누룽지 때문에 설거지 하기가 귀찮아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어리석음을 뉘우치라.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이 전체 생산량의 25%가 채 못되는데도 시중에는 일년 열두달 ‘경기미’가 있다고 하니 이 무슨 조화인가. 언론에도 가끔 보도되듯이 ‘경기미’가 인기가 있다 하여 충청미․호남미보다 가마당 몇만원씩이 비싸다 보니 너도 나도 타 지역에서 경기도로 몰래 쌀을 들여와 도정한 것을 경기미로 속여 팔고 있다. 심지어는 농협에서도 그런 짓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소비자들이여! 더 이상 잘못된 ‘경기미’의 신화에 사로잡히지 말라. 그대들이 지금 먹고 있는 ‘경기미’는 경기도에서 생산된 쌀이 아니라 경기도에서 ‘방아만 찧은 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 경기미든 호남미든 충정미든 이 땅에서 우리의 농민들이 무농약․유기농법으로 생산한 건강한 먹을거리이면 차등없이 인정하는 그대들의 의식변화가 없이는 이 땅에서 가짜 ‘경기미’는 영원히 추방할 수 없을 것이다.

 

 


백미와 현미


  본래 모든 농산물은 자연 그대로,즉 껍질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농약오염 때문에 또는 먹기가 불편하여 하는 수 없이 껍질을 벗기고 먹는 경우가 많다. 쌀의 경우도 먹을수만 있다면 왕겨가 붙어 있는 채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힘들기 때문에 백미 또는 현미 상태로 밥을 지어 먹는다.  껍질을 완전히 벗긴 것을 ‘백미’라 하는데 백미에는 쌀의 가장 중요한 성분인 쌀눈이 제거되었으므로 죽은 먹을거리라 할 수밖에 없다. 껍질이 약간 남아있는 현미의 경우도 먹기 좋도록 그 정도를 달리 하는데 껍질을 깎아낸 정도에 따라 5분도,2분도 현미 등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들어 현미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으나 문제는 현미의 경우 껍질 속에 농약이 잔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미식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무농약 현미’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농약친 현미를 먹느니 차라리 백미를 먹는 것이 낫다.

 

  현미식으로 전환하려면 차츰씩 현미의 비율을 늘려 나가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지금까지 오랫동안 현미식을 해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제일 좋은 방법은 무농약 현미를 생식(生食)하는 것이고, 밥으로 지어 먹을 경우에는 현미찹쌀 3: 현미멥쌀 1 정도의 비율이 가장 먹기 좋은 것이라는 경험치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쌀은 현미로 먹되 무농약쌀로 선택해야 하며 현미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쌀겨에서 짜낸 기름(미강유라고 부른다)을 백미에 한두방울 넣어 밥을 지으면 현미밥과 비슷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데 미강유 또한 무농약쌀의 겨에서 짜낸 것이라야 안전하다고 하겠다.

 

 


쌀은 혼이다


  우리의 쌀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여 점점 자급율이 떨어지고 수입쌀이 시중의 싸전에서 우리 쌀을 밀어내는 상황이 닥쳤으니 지금까지의 설명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민소득의 향상과 식생활 변화에 따른 쌀 소비량 감소로 끼니당 쌀 소비량이 금액으로 1-200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쌀은 아직도 엄연한 우리의 주식이며 영원한 우리의 기초식량이다. 벼농사의 몰락은 곧 우리나라의 기초를 이루어온 전통문화의 몰락이자 상품외적 기능으로 제공해왔던 환경보전효과와 재난예방효과 등 천문학적 가치의 소멸을 뜻한다. (벼가 자라면서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내뿜는 산소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이르며 장마철에 우리나라의 논이 담고 있는 저수량이 춘천댐 저수량의 24배에 이른다고 하니 만약 벼농사를 짓지 않으면 해마다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될 것이다)

 

   쌀을 잃으면 곧 우리는 생명을 잃는다. 쌀은 정부당국자와 일부 경제학자들이 즐겨 말하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생산량을 조정해야 할 단순한 교역대상 물품이 아니다. 쌀은 농민에게 있어서는 임금생활재(賃金生活財)이자 생활 그 자체이며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주식(主食)이자 생명이다. 지난 1993년말 U.R. 협상타결을 앞두고 쌀 수입개방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을 때에 동학농민혁명 이후 처음으로 죽창을 들었던 농민들을 폭도로 매도했던 자들은 귀기울여 들으라. 농민들은 단순히 밥 때문에 죽창을 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처절하게 투쟁했던 것이다.   망각의 동물인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여!  1993년 12월 여의도 광장에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압경찰의 곤봉에 맞아 쓰러지면서 울부짖던 우리 농민형제들의 흐느낌을 상기하라.

 

“쌀은 내 혼이여...”

 

 


사전에서 찾아본 ‘쌀’

 

벼의 껍질을 벗긴 알맹이(동아새국어사전,동아출판사)

벼의 열매의 껍질을 벗긴 알맹이(엣센스 국어사전,민중서림)

벼를 찧어 껍질을 벗긴 하얀 알맹이(새우리말 갈래사전,서울대학교 출판부)

a type of grass grown on wet land in hot countries,esp in E Asia,producing seeds that are cooked and used as food(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A cereal grass,Oryza sativa,cultivated expensively in warm climates and used as a staple food throughut the world(Webster's New College Dictionary)

a plant,cultivated in fields which have been flooded,and yielding a grain which forms the staple food of Eastern peoples(신콘사이스 영영사전,동아출판사)


속담과 격언에 비친 쌀                    

 

쌀 한 톨 보고 뜨물 한 동이 마신다.

쌀 광에서 인심 난다.

쌀독 속과 마음 속은 남에게 보이지 말랬다.

쌀 광이 차면 감옥이 빈다.

쌀독이 바닥나면 밥맛이 더 남다.

쌀밥의 콩이나 보리밥의 콩이나 콩은 마찬가지이다.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나면 못 줍는다.

쌀 한 톨은 땀 한 방울이다.

쌀 건지는 조리는 있어도 님 건지는 조리는 없다.

쌀과 여자는 밤에 봐야 곱다.

쌀농사 짓는 놈 따로 있고 쌀밥 먹는 놈 따로 있다.

쌀밥과 여자는 흴수록 좋다.

쌀은 백곡(百穀)중에서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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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08.11 14:09

    첫댓글 80년대의 어느 가슴아픈 해, 한달 이상 계속된 냉해로 추수를 목전에 앞두고 벼가 모조리 쓰러져 죽어가고 그 넘어진 밑둥에서 다시 파란 싹이 돋아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끝내는 털썩 주저앉아 참고 참던 황소울음을 놓던 아버지의 모습. 이젠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조용한 노년을 보내시지만 여전히..TV에서 한심한 소식들을 접하시면 그 작은 몸피에 화르르 불꽃을 일으키는 당신. 우리 한국 농업의 현실은 어디가 끝일까요.

  • 06.08.11 22:27

    쌀에 관한 긴 이야기 들어보니 가장 맘에 와 닿는 말은 쌀이 혼이란 말....식량이 자급자족안된다면 그 어느것도 먹거리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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