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mbo. 2015년 작. 124분.
감독 제이 로치,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턴, 다이안 레인, 헬렌 미렌, 옐르 패닝.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은 블랙리스트 실화 영화.
정치 스캔들에 휘말려 무려 11개의 가명을 쓴 채 숨어 살며 2차례나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천재 작가 트럼보의 이야기다.
<로마의 휴일> <영광의 탈출> <브레이브 원> <스파르타쿠스> 등 제목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작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할리우드는 황금기를 구가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냉전시대를 맞는다. 그 여파로 미국 내에선 공산주의자를 탄압하는 매카시 광풍이 거칠게 몰아닥친다.
할리우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1947년 9월 하원 반미활동조사위원회가 41명의 할리우드 인사들을 청문회에 소환했다. 여기에는 가장 비싼 몸값을 받던 스타 작가 달튼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턴)를 비롯한 시나리오 작가들과 로버트 테일러, 게리 쿠퍼 등 유명 배우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월트 디즈니, 워너브라더스의 잭 워너, MGM의 루이스 B 메이어, 뒷날 대통령이 되는 로널드 레이건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들 중 트럼보를 비롯한 동료 작가들은 증언을 거부했고, 이른바 '할리우드 10'으로 지목되어 활동이 금지되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계속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트럼보는 집필 중이던 <로마의 휴일>을 동료 작가인 이안 맥켈란 헌터에게 그의 이름으로 제작사에 팔아달라고 부탁한다. 국회 모독 혐의로 11개월의 감옥생활을 끝낸 뒤에도 그는 가명으로 작품을 쓰며 블랙리스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로마의 휴일>이 각본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그 자신 수상자로 나설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시대의 부당함과 어려움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는 용기, 그리고 동료와 가족을 위하는 휴머니즘이 깊은 울림으로 전해진다.
#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명과 암 : <할리우드 10>이라 불린 사람들은 1947년 당시 청문회에서 미국 수정헌법에 명시된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며 끝까지 증언을 거부한 10명의 작가들을 말한다. 모두 국회 모독 혐의로 감옥살이를 겪었다. 원래 11명이었으나, 독일 출신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비협조적인 증언을 한 후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에 반해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날렸고, 미국배우조합 대표 로널드 레이건과 영화인조합 회장 존 웨인은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영화인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엘리아 카잔 감독은 전향을 선언하며 동료 8명을 밀고함으로써 평생 배신자란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트럼보의 절친이었던 악역 전문 배우 에드워드 G. 로빈슨도 전향했다.
# 커크 더글러스, 오토 프레밍거, 로렌스 올리비에 등은 트럼보에게 일거리를 맡기며 그의 재기와 명예회복을 도왔다.
커크 더글러스는 트럼보에게 <스파르타쿠스>의 각본을 맡기고, 오토 프레밍거 감독은 <영광의 탈출> 각본을 맡겨 그의 실제 이름을 찾도록 도와준다.
# 1976년 트럼보가 사망하자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아주기 위해 <로마의 휴일> 원작자가 아버지 트럼보임을 세상에 알렸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이를 인정하여 1993년 그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를 수여했다. <로마의 휴일>이 개봉한 지 40년만에 원래 주인에게 트로피가 돌아간 셈이다. 그의 아내 클리오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