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해남 15코스 걷기
서해랑길 해남 구간은 한반도 최남단의 땅끝탑을 시작으로 서쪽 해안을 따라 올라와 울돌목에서 명량해협을 건너서며 시작
되는 진도 일주 구간을 돌아오는 동안 잠시 쉬었다가,다시 이곳에서 화원반도 서쪽 해안을 따라 돌아 올라 금호호 하구의 금
호도를 건넌 후, 산이면 구성리로 이어진다. 해남군의 마지막 구간인 15코스는 화원반도 서북단 매월리 당포 삼거리를 들머
리로 해서 월호리와 마산리를 지나 별암 방조제를 건너고, 금호도를 지나 금호 제2방조제를 건너, 산이면 구성리 달도 교차
로까지다.
지난 주말(4월 29일) 오랫 만에 다시 해남 화원반도를 찾았다. 서울에서 새벽을 쫓아 달려도 5시간 족히 걸리는 곳이다. 서
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목포에 이르기 전 무안군 죽림IC에서 남해안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영산강을 건너서 서영암을 나간 후,
영암호와 금호호를 잇달아 건너서 간다. 이 구간 영산강의 무영대교와 영암호의 산이교는 긴긴 방조제와 더불어 그림 같이
아름 다운 곳, 해남과 진도를 오가면서 자주 보게 되지만 언제나 돌아서기 바쁘게 또 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사실 나의 서해
랑길 기행은 그동안 해남을 시작으로 진도. 목포. 무안 구간을 차례로 지나 신안군 증도까지 이르렀다. 그러다가 이제와 다
시 리턴하여 해남 15코스를 찾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서해랑길 해남 영암구간 3개 코스(15. 16. 17코스)의 코스 변경
이 뒤늦게 확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금요일 밤부터 내리던 비는 토요일까지 전국에 걸쳐 계속되었다. 먼 길 가서, 또 먼 길을 걷는 이에게 우중 트레킹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어디나 할 것 없이 가뭄 속에 내리는 비라서 오히려 강수량이 적음을 탓할 뿐, 터부시 할 수
는 없었다. 정오가 다 되어 찾은 화원 매월리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 가득, 잔뜩 흐린 구름들이 중력을 못 이긴 듯 산
록까지 뒤덮고, 봄비의 전형 같은 사풍세우(斜風細雨)가 한기(寒氣)를 머금은 채 내리고 있었다. 개울 건너 월하마을의 밀과
보리밭은 일찍 핀 이삭들이 스르르 바람결 따라 춤추고, 양배추들은 신이 난 듯 초록빛깔 더 짙었다. 들녘과 산록에 낮게 드
리운 구름이불을 덮고, 신록 상큼한 초원의 낭만을 즐기는 우산 속 발길은 시계가 좁아 조금 불편할 뿐 4분의 4박자 리듬타
는 허밍이 있어서 즐거웠다. 월호리 수동마을과 마산리를 지나고, 영호삼거리 고개를 넘어서 장재마을을 찾았다. 키 낮게
전지(剪枝)를 한 무화과나무들은 이제 한창 새싹을 피워내고, 이웃한 감나무밭의 키 높이 감나무들은 아기 손비닥 같은 연
두색 이파리들을 바삐 살찌우고 있었다. 길가에 지천인 유채들은 벌써 줄기마다 씨방들을 잔뜩 매단 채 가지 끝마다 마지막
꽃을 피워대고, 마을 앞 넓고 기름진 밭들에는 잎담배들이 어른 손바닥 만한 잎들을 네댓 장씩 달고 농부의 부푼 꿈을 알기
라도 하는듯 힘차게 그 키를 키우고 있었다.
영호리 지령산 자락 별암포구를 돌아 별암방조제에 올랐다. 이곳은 화원반도 북쪽에 있는 화원면과 산이면 사이의 금호도
(錦湖島)가 있는 곳, 방조제에 막힌 금호호(錦湖湖)가 금호도를 감싸고 동쪽과 서쪽 두 곳에서 바다에 연한다. 금호 1방조
제(현지에서는 별암방조제로 불림)와 금호 2방조제가 이웃해 있다. 방조제에 올라서자 멀리 고하도를 지나오는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우산을 들고 지나기가 거북스러웠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배들, 작아서 이름 없는 몇몇 섬들, 그 위
를 날고 있는 갈매기들을 한 컷 뷰파인더로 오롯 담아내고 싶어도 카메라를 꺼내 들 수가 없었다. 금호도로 건너가 금호 마
을의 푸른 밀밭길을 돌아 나와 다시 금호 2방조제로 올라섰다. 이곳 또한 별암방조제에서처럼 거센 비바람이 카메라를 들
수 없게 하였다. 바다 건너편은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가 잇는 곳, 해안을 따라 줄지어 선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들이 바다
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못내 털어낼 수 없었다. 그렇게 달도
교차로를 찾았다. 이곳은 금호호와 영암호를 가르는 산이면 구성리 최북단 뭍으로 지금은 솔라시도 특별 산업단지 입구다.
조선소로 특화된 삼호읍과 마주한 솔라시도(SOLASEADO)는 아직은 미완이지만, 해남군이 특별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관
광레저형 기업도시다. 뭣보다 이곳에서는 산업단지가 사용하는 에너지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으로 전한다.
촬영, 2023,04,29.
▼해남 화원면 매월리, 당포 버스정류장 앞 15코스 들머리
▼ 당포삼거리
▼ 월호리 월하 마을 앞들
▼ 월하 마을 보리밭
▼ 밀밭
▼ 양배추밭
▼ 월호리, 월하 마을 동구 표지석
▼ 월호리, 수동마을
▼ 등나무 꽃
▼ 월호리, 마산리 경계 고개
▼ 마산리 마을 뒤 팽나무
▼ 마산리, 마을 쉼터
▼ 마산리 출신 시인 박성룡 선생의 대표 시, "풀잎" 안내판
▼ 마산 저수지
▼ 영호삼거리(고개)
▼ 영호리 저상마을 무화과(좌)와 감나무(우) 농원
▼ 영호리 저상마을 잎담배 밭
▼ 호박 하우스 재배
▼ 저상마을 동구 서해랑길 이정목
▼ 영호리, 저상 마을 동구 표지석
▼ 감자밭
▼ 영호리, 저상 마을과 별암 마을 경계 이정표
▼ 화원면 영호리 별암 포구(선착장)
▼ 별암방조제(일명 금호 제1방조제)
▼ 방조제 중간 지점에서 뒤돌아 본 지령산과 별암 포구
▼ 별암 포구 앞바다 / 멀리 삼호읍 현대삼호중공업
▼ 금호 제1갑문
▼ 화원반도 금호호 표지석
▼ 산이면 금호리, 도로변 상가
▼ 금호리 저수지
▼ 금호리 마을
▼ 금호 보건소
▼ 금호리 밀밭 들
▼ 금호 제2방조제
▼ 우산 속 방조제 길 풍경 - 1
▼ 우산 속 방조제 길 풍경 - 2 / 무인도
▼ 제2방조제
▼ 산이면 금호호
▼ 금호호 달도 갑문
▼ 달도 교차로와 산이교
▼ 달고교차로 와 솔라시도
▼ 달도 교차로 서해란길 해남 마지막 구간(15구간) 날머리와 영암 16코스 들머리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