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 상 포 인 트
봄이 되니 온 산천이 진달래꽃, 살구꽃, 복숭아꿏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군요. 겨울동안에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노라고 짙은 분홍 원색으로 생명을 뽐내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이 「산유화」이지요. 이 시는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통해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랑의 모습을 노래한 것으로 흔이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보면 그것은 바로 나고 죽는 인생의 아픔과 슬픔을 노래한 것 같구요, 더 깊이 생각해보면, 생성하면 언젠가는 소멸하는 것으로서 만상의 원리를 다룬 존재론의 시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울려 이 시는 4연 구성이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순환을 통해 생·노·병·사로서 인생의 원리를 담아낸 것 같기도 하구요.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라는 구절에는 '저만치'를 통해 존재와 존재 사이의 운명적 거리가 담겨있는 것과 함께 '홀로'로서 고독한 존재 또는 개인의식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울러 '山과 꽃', '새와 꽃'의 대비를 통해서 '함께'로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생명의 원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산유화」는 단순서정시가 아니라 존재의 원리를 표상한 존재론의 시로서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는 말씀입니다. 시란 이처럼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보는 수준만큼 그 눈높이에 따라 감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많이 읽고 올바로 눈을 떠야 제대로 시를 읽고 깊이있게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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