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로거와 극단 플레이트의 최고은 작 연출의 베니스의 선악과
공연명 베니스의 선악과(선악 and)
공연단체 다이얼로거 & 극단 플레이트
작 연출 최고은
공연기간 2019년 8월 8일~18일
공연장소 스튜디오 76
관람일시 8월 13일 오후 8시
스튜디오 76에서 다이얼로거 & 극단 플레이트의 최고은 작 연출의 <베니스의 선악과(선악 and)>를 관람했다.
최고은(1979~2011)은 영화감독이자 작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출신으로,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2002), `새벽정신`(2004), `젖꼭지가 닮았다`(2004) 등을 발표했다. 최고은의 대표작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작품이었던 `격정 소나타`다. 고인은 2006년 `격정 소나타` 감독 및 각본을 맡아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실수를 저지르고 잠적했던 여고생 `여선`이 피아노 콩쿠르에 나타나 자신만의 피아노 연주법을 펼치는 내용이다.
`격정 소나타` 제작 당시 최고은은 "누군가 그랬습니다. 공부가 안돼서 우울할 땐 공부를 하면 된다고"라고 연출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2009년에는 10대 청소년들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시도한 단편 영화 `꿈꾸는 아이들`의 공동감독으로 나서 `제3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후 영화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맺기도 했으나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고은은 2011년,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월세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고은이 수일 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대는 연극연습실이다. 출연자들이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상수 쪽 배경 하수 쪽 객석 가까이로 등퇴장을 한다.
작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연습하는 과정에 주인공인 샤일록의 성격을 두고 벌이는 설전이 다른 인물인 안토니오와 바사니오, 포셔의 성격으로 이어지며 악인과 관련된 문제가 연출자와 배우들 그리고 배우들 간의 평소 감정대립으로 연결된다.
<베니스의 상인>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5막 희극으로 1596년에 집필하고1600년에 발표 공연했다. 이탈리아의 옛날이야기에서 소재를 따왔다. '베니스'는 이탈리아 도시 베네치아의 영어식 이름이다. 그러니 원어를 고려하면 '베네치아의 상인' 이 맞겠지만 이미 셰익스피어부터가 'Venezia' 가 아니라 'Venice' 라고 쓰고 발표를 해서 베니스가 되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셔에게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가지고 있는 배를 담보로 하여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그리고 돈을 기한내로 갚을 수 없을 때에는 안토니오의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준다.
포셔는 구혼자들에게 금·은·납의 세 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기의 초상이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잡아 구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배가 돌아오지 않아 기한내로 대금을 갚지 못하게 되어 이에 샤일록과의 계약대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 때 남장을 한 포셔가 베네치아 법정의 재판관이 되서 안토니오, 바싸니오, 샤일록을 놓고 재판을 벌인다. 샤일록이 칼을 들고 안토니오에게 다가서면서 복수를 하려는 순간… 포셔는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고한다. 결국 샤일록은 완전히 패소하여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는다.
<베니스의 상인>에서처럼 사실 작금의 사채업자들도 신체포기각서를 이용하여 장기매매 같은 무시무시한 짓도 저지르는데, 살 1파운드를 제공하는 계약은 민법상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무효다. 당연히 신체포기각서도 무효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샤일록이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를 위반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베니스 인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명목 때문에 처벌 받았고 심지어 재판의 진행자는 진짜 판사도 아닌데다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의 약혼녀' 포샤이기에, 이런 재판은 법적으로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포셔가 금 은 동 세 가지 상자 중 자신의 초상이 담겨있는 동 상자를 놓고, 첫 번째 구혼자인 금 상자를 선택하는 인물이 모로코의 왕이고, 두 번째 구혼자인 은상자를 선택했던 인물은 아라곤의 왕인데, 안토니오가 마지막 동 상자를 선택하는 장면에서, 결혼함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낸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베니스의 상인>에 그려져 있다.
어디 이 작품뿐인가? 세계 제2차 대전까지 나치가 6백만의 유태인을 대량 학살했는데도 교황 피우스 12세가 일체 함구하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항의로 수많은 성직자가 유태인이라는 표시인 다비드의 별을 달고 유태인 강제수용소로 동행해 함께 죽어갔던 사실을 독일의 극작가 롤프 호흐후트(Rolf Hochhuth.1931∼)가 <대리인(Der Stellvertreter)>을 집필 발표 공연했고, 필자도 이 연극을 1969년 서울대학교 총연극회에서 <신의 대리인>이라는 제목으로 연출을 했기에 기억에 생생하다.
김늘메, 김진곤, 공찬호, 김연철, 김현정, 최서진, 박래영, 박진희, 석소연 등이 출연해 연못에 피어오른 연꽃 같은 아름답고 빼어난 연기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고민희, 음악디자인 이승호, 조명디자인 박유진, 사진 김양지 등 스텝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스튜디오 76 愛 서다 참가작 다이얼로거 & 극단 플레이트의 최고은 작 연출의 <베니스의 선악과(선악 and)>를 폭염을 잊도록 만드는 한편의 아름다운 연꽃 같은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8월 13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