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유내강[外柔內剛],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우나 속은 꿋꿋하고 강함 -
"실제로 방송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현장에서 직접 많이 부딪쳐야 하다 보니 정신력이 강해야 해요. 만약 제가 학과 생활만 하고 다른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힘들지 않았을까요. 그때의 많은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과거 대학 생활과 함께 오랜 방송 경험을 통해 다져진 그간의 내공이 절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각종 케이블 방송과 지역방송사를 거쳐 어느덧 YTN 기상캐스터 3년 차에 들어선 그녀의 발걸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활기차고 당당하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산뜻한 박현실 동문을 가대야가 만나고 왔다.
▲ 박현실 동문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가톨릭대학교 의류학전공 11학번, 현재 YTN 기상캐스터로 일하고 있는 박현실입니다.
Q. 지난 2월에 있었던 가톨릭대학교 신입생 온라인 오리엔테이션 이후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오리엔테이션 이후에 함께 참여했던 학생들을 비롯해 방송을 시청한 다른 학생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방송을 통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잘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응원하겠다.’ 등등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고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새벽 근무에서 낮 근무로 돌아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리엔테이션 촬영 당시에도 제가 새벽 근무를 담당하고 있어 오후 시간대가 자유로워 참여할 수 있었거든요. 업무에 있어 최근 변화는 그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Q. 현재 근무하고 계신 YTN과 담당하고 계신 직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YTN은 다른 지상파 방송국과 달리, 24시간이 모두 뉴스로 편성되어 있는 보도 전문 채널이에요. 그중에서도 날씨 중계는 교양이나 예능이 아니라 뉴스에 포함된 것이어서 보도국에 속해 있어요. 이때 24시간 뉴스 채널이라는 특성에 맞게 뉴스 중계 1시간 이내에 날씨 소식이 꼭 한 번은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날씨 중계가 조금 더 강화된 방송국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YTN 기상캐스터의 업무는 크게 중계와 실내 크로마키 촬영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 정보를 확인한 뒤에 직접 기사를 작성하여 어떤 그래픽을 구성해 방송에 내보낼지 고민하고, 해당 원고를 암기하여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일을 해요. 어떻게 보면 기상 전문 기자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Q. 의류학을 전공했다고 하셨는데, 기상캐스터와 의류학은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떤 계기로 기상캐스터를 준비하게 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사실 저는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기를 희망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학교에서 전공 수업을 수강하면서 의류학이라는 학문이 나의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당시 학교 홍보대사와 함께 CUK-TV 아나운서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에너지를 표출하고 방송을 통해 나를 보여주는 일이 적성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이후에 진로까지 바꾸게 되었습니다.
Q. 전공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해 불안하지는 않으셨나요?
A. 한번은 YTN에 입사하기 전에 잠시 케이블 방송 진행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함께 학원에 다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진로를 바꾸고 일반 기업으로 전향하던 때가 있었어요. 저도 그 시기에 잠시 일반 기업에 입사해 근무해볼까 고민하다 2~3개월 정도 미술 경매회사 인턴에 참여했었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때의 인턴 경험을 통해 일반 기업 사무직은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어요. 이후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다시 기상캐스터 스터디에 가입했죠. 잠시 다른 방향으로 돌렸던 것이 제게 확신을 주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에 주어진 전공 분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Q. 공채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나요?
A. 처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시험이 진행되는지 몰라 학원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많은 학원이 2~3개월이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는데, 그 기간 내에 절대 프로와 같이 당당하고 정확한 리딩을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수강 과정이 종료되면 자발적으로 학원 수강생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해요. 친구들과 함께 카메라를 앞에 두고 연습하면서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을 서로 코치해주고, 심사위원 앞에서 조금 더 매력적으로 이야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준비과정과 실제 시험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조금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평소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함께 연습하지만, 실제 시험장에서는 다소 연령대가 높은 임원진 앞에서 혼자 진행해야 해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이에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이겨내야 하는 것이 스터디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Q. 많은 방송사 중 특별히 YTN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MBN이나 TV조선 등 다른 방송사를 살펴보면 시간대별로 뉴스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그와 비교해 YTN은 뉴스 보도 전문 채널이어서 가장 먼저 속보를 전할 수 있어요. 모든 방송사가 YTN 채널을 수신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YTN이 그만큼 가장 빠르고 정확한 뉴스, 그리고 가장 정확한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사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상캐스터가 직접 원고를 작성하고, 방송을 진행하는 데에서도 다른 방송사보다 더욱 전문성을 띈다는 것이 아주 큰 장점으로 작용해요. 저는 그런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Q. 방송사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요. 타 방송사와 비교해볼 때 YTN만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기상캐스터만 놓고 보자면 KBS가 YTN과 같이 날씨 관련 직무 능력을 조금 더 꼼꼼하게 평가하는 편이에요. SBS나 MBC는 개인의 스타성과 개성을 보고, 과연 이 사람이 얼마나 특색있는 방송 진행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주로 보는 것 같고요.
저는 현장 중계에서도 YTN만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연합뉴스TV와 YTN이 방송사 중 거의 유일하게 매일 현장 중계를 진행하고 있어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서울의 전경을 보여줄 수 있는 남산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날이 더우면 광화문 도심 한가운데에서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를 보여주는 그런 방식이죠. 그렇게 하면 실제 시민들의 모습은 어떤지, 옷차림은 어떠한지 등등 조금 더 생동감 있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실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기상캐스터에게는 가장 힘든 업무이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방송국들과 차별화된 날씨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Q.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앞서 시민들과 함께하며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중계의 장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와 동시에 큰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여름에 폭염일 때에는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인데, 거기에 지친 내색 없이 하루에 몇 번씩 방송해야 하는 것이 정말 힘들거든요. 오히려 겨울에는 추워서 바짝 긴장하고 진행할 수 있는데, 여름에는 더위 탓에 갑자기 머리가 하얘져서 쉬운 원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전해야 하는 내용을 다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질 때는 한 손으로는 우산, 다른 손으로는 마이크와 원고가 담겨 있는 휴대전화까지 들어야 해서 복잡하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방송 화면에 송출되는 시간이 약 1분~1분 30초 정도인데 그때 완벽하게 집중하여 소식을 전해야 해요. 돌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해야 해서 특히나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Q. 현장에서 날씨 소식을 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A. 실제로 근무하면서 행복했던 일보다는 힘들었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웃음) 이전에 한번 태풍이 상륙해서 직접 현장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여름과 가을 사이에 태풍이 상륙하게 되면 YTN이 가장 바쁘게 움직여요. 예를 들어 태풍이 새벽 즈음에 한반도를 강타한다고 하면, 모든 기상캐스터가 총출동해서 시간대별로 대기해야 하거든요. 뉴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뉴스가 모두 속보 체제로 돌입하게 돼요. 타 방송사는 지역마다 방송사가 따로 있어서 ‘지금 부산에 나와 있는 000기자 연결합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서울에 있는 000기자 연결합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데, YTN은 대부분 기상캐스터가 직접 그 역할을 맡아서 진행해요. 어떻게 보면 재난 상황 가운데에 직접 뛰어드는 것인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정확한 예보가 이루어져야 해서 힘들어도 반드시 해내야 하죠. 그때 당시에 폭우와 강풍을 견뎌내며 힘겹게 중계를 해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날씨 소식 또는 기상캐스터에 관해 이것만큼은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점이 있을까요?
A. 가끔 날씨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어요. 사실 저도 기상캐스터가 되기 이전까지는 기상 정보가 이렇게 수시로 변하는 것인 줄 미처 몰랐어요. 실제로 기상청 사이트를 살펴보면 매시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볼 수 있는데요. 확인할 때마다 매번 기온이 다르고 분명 조금 전까지 어느 지역에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날짜가 내일모레로 바뀌어 있는 그런 경우가 정말 많아요. 그러다 보니 한 시간 전에 내보낸 방송과 그 이후에 나오는 방송의 예보가 다를 수밖에 없죠. 예보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날씨가 계속해서 변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이것이 굉장히 당연한 과정이라는 것이라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Q. 교내에도 방송 및 언론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학우들이 있습니다. 그런 학우들에게 특별히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A. 다른 학교에 비해 방송 및 언론 분야에 특화된 전공이 없다 보니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저도 학교에 다니며 이 부분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었고요.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현장에서 근무하며 많은 선배님을 만나 뵐 수 있었어요. 실제로 YTN 내에 캐스터 출신 기자 선배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우리 학교 출신이시더라고요. 사회 곳곳에 선배님들이 계신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죠. 이어질 기회가 적었을 뿐이지, 많은 곳에 우리 학교 선배님이 계시니까 학교와 선배들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현재 하고 계시는 활동을 통한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A. 가능하다면 30대 중후반까지 기상캐스터의 역할을 다하고 싶어요. 방송사의 특성상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이 있어야 하기에 저도 언젠가는 일을 마무리하게 되겠죠. 나중에는 기상캐스터를 통해 방송사에서 쌓아온 저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아이들의 스피치 선생님으로 일하고 싶어요.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일할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가톨릭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학교를 벗어나 꼭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해야 많은 친구를 만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거든요. 그리고 특별히 방송 분야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내가 어떤 것에 강점을 가졌는지, 내가 어떤 것이 돋보이는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야 남들과는 다른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거든요. 방송국은 기자와 아나운서, 기상캐스터를 구별할 것 없이 자신감 있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을 뽑는 곳이에요. 그러니 가만히 나 혼자 준비하는 공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실제 시험을 보면 긴장되어서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울 수 있으니, 스터디에 참여하며 더욱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해요. 특히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연습이 정말 중요합니다. 가장 당당한 사람이 방송국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캐스터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절대 팩트를 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밝은 표정과 정확한 발음으로 날씨 소식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날씨의 미세한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부드러운 방송인의 모습 이면에 감춰진 뚜렷한 직업의식과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자신의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꿈을 찾아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부단히 노력했을 박현실 동문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변화하는 날씨만큼이나 다채로운 모습의 그녀, 대중들 앞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더욱 강렬하게 기억될 박현실 동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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