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고] 04
씬1. 배경화면+자막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를 아십니까? 사랑을 위해, 조국을 배반한 아름답고 슬픈 사랑.
그러나 그 안에는 국가의 생,사를 건 고구려와 낙랑국의 처절한 정치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드러난 현상과 숨겨진 이면을 동시에 바라볼 때, 역사는 흘러간 과거사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 됩니다.
‘자명고’
씬2. 열수강, 강물/모래톱 (밤)
모하소, 가슴까지 물에 담근 채 자명과 일품이 탄 삿갓배를 민다.
모하소, 차마 놓지 못하고 배를 계속해서 밀고 가고.
동고비, 죽어가는 달개비를 부축한 채 발목까지 강물이 차오는 지점에 서있다.
최리, 모하소의 모습을 바라보다 분노의 시선으로 언덕에 서서 자명을 감시하는 호곡을 노려본다.
최리, 입술을 깨문다. 입술이 터지면서 피가 흐른다.
모하소가 휘청하며 손을 놓치자 그녀의 손을 떠난 삿갓배가 물길을 타고 흘러가기 시작한다.
갓난 자명, 그 순간 울기 시작한다. “응애, 응애!!” 울음소리가 강물 소리를 뒤덮는다.
모하소 : 아가!! 그래, 울어라.. 이제 네가 스스로 울어 네 생명을 구하려무나.
씬3. 열수강, 언덕 다른 곳/모하소가 있는 곳 (밤)
왕자실, 어두운 곳에 서서 강물에 몸을 담근 모하소와 삿갓배를 바라보고 있다.
삿갓배 안의 자명, 큰 소리로 울고 있다.
모하소 : 자명. 그래, 엄만 이제 널 자명이라 부를께. 엄마가 널 살릴 수 없으니..
아가, 넌 네 이름처럼 스스로 울어 꼭 목숨을 구해야 한다!!
왕자실 : .. (싸늘하게 본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치소가 코를 훌쩍이다, 손으로 팽! 땅에다 코풀고 왕자실에게로 다가온다.
치소 : 코끝이 싸해요..
왕자실 : .. (치소에게는 시선 두지도 않고, 모하소를 내려다본다)
씬4. 열수강 (밤)
삿갓배가 모하소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진다.
모하소 : 아가!! 아가!!! 자명아!!!
씬5. 동, 왕자실 있는 곳/모하소 있는 곳 (밤)
왕자실의 시선에 배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모하소의 몸짓과 그녀의 절규가 들린다.
모하소 : 자명아!!! 자명아!!
왕자실 : 자명? 흥. (코웃음을 친다) 울어 살아날 운명이라면 내 손에 찔리지도 않았다.
치소 : 그래두 운 좋음요. 고기잡이 나온 것들이나, 조개 주러 나온 년들 손에 건져질 수두 있잖아요.
왕자실 : ..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다, 혼잣말처럼) .. 그럴 수두 있겠지.
치소 : 진짜루 애기씨, 자꾸 울구 울어 사람들 눈에 꼭 뜨였음 좋겠다..
왕자실 : 넌, 이 길로 강을 따라 증산포로 가라. 거기 고기잡이배 지닌 놈들이 모여 산다. 가 무조건 우두머릴 찾아.
왕자실, 자신의 허리끈에 달려 있는 삼작노리개 형태의 보석을 잡아채 끊어, 치소에게 내민다.
치소 : (제멋대로 짐작) 아, 아!! (받으며) 잘 생각하셨어요! 자명애기씰 구하라는 거죠?
어디 숨어살더라두 목숨 부지만 하믄, 뒷날 몰래 데려오게. 그쵸?
왕자실 : 삿갓밸 만나면 무조건 이유불문, 배를 엎어버리라 해라.
치소 : (놀라) 마님!!
왕자실 : 배를 엎는 것만으론 부족하니, 반드시!! 숨 끊어지는 것까지 확인하고 두 아일 물에 던지라 해.
치소 : .. (왕자실을 본다)
왕자실 : (힐끗, 강에 서있는 모하소를 바라보다, 시선 돌려) 모하소도 어떡하든 앨 살려보겠다 머릴 굴릴테니,
네가 한걸음이라도 빨라야 해.
치소 : .. (중얼거리듯) 전, 싫습니다.. 마님이 너무너무 무서워요..
왕자실 : 뭐라?
치소 : 우리 애기씨냐, 대부인 마님 애기씨냐. 그때야 어쩔 수 없었다지만.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해요!
왕자실 : (얼음장 같은) 달개비처럼 너도 내 손에 죽고프냐?
치소 : !! (놀라 이제는 모래톱에 누워있는 달개비를 본다)
왕자실 : 이미 내 맘을 다 알아버린 널 살려 둘 성 싶으냐?
치소 : 마님... (바들바들 떤다)
왕자실 : 대체 아랫것들이란 분수를 몰라!! 이래서 종년은 정이 아니라, 매로 다스려야 하는게야!!
치소 : ..
왕자실 : 너희년들이 입을 열 때는 ‘네, 알겠습니다!!’ 단 두 마디면 돼!! 누가 네년 더러 생각하고, 판단하라더냐!!
네 년은 머리 말고, 손, 발만 쓰면 되는게야!!
치소 : ..
왕자실 : 이 자리서 죽여주랴?
치소 : (무릎을 털썩 꺾고, 손으로 바닥 짚어 부복한다) 살려주세요, 마님.
왕자실 :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마라. (매섭게 치소를 본다)
씬6. 열수강가 다른 곳 (밤)
(소리) 자명의 울음소리.
치소, 강쪽을 흘깃거리며 말을 달리고 있다. 치소의 시선에 강물에 떠내려가는 삿갓배가 보인다.
씬7. 열수강, 삿갓배 안 (밤)
이미 삿갓배 많이 흘러왔다.
모하소도 보이지 않고, 그저 어둠 속에 달빛만이 윤슬로 떠 물결 속에 길을 비추고 있다.
자명, 계속해서 울고 있다.
일품, 갓난 자명을 본다.
일품 : 울지..마...
일품, 우는 자명을 꼭 끌어안는다.
씬8. 열수강, 모래 언덕 (밤)
호위무사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말 앞에 선 호곡, 최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곡 : 네 딸년 응애, 거리는 소리가 영 거슬려. 찝찝하다니!
최리 : ..
호곡 : 죽은 줄 알았는데, 덜 죽었다? 설익은 밥두 아니구, 이게 말이 되나!
최리 : 시간이 해결합니다. 이 추위에, 강 복판에 버려진 애가 어찌 살겠습니까.
호곡 : (어둠에 잠긴 강을 바라보다) 하긴.. (최리에게) 네 주절대는 입을 한번 믿어보지.
호곡, 말에 훌쩍 뛰어 올라 “가자!!” 소리친다. 호위무사들, “예!! 태부어른.” 대답하고 말에 오른다.
호곡,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고 흙먼지를 피워 올리며 달려간다. 그 뒤를 호위무사들 달려가고.
최리, 그 모습을 바라보다 모래톱 쪽으로 몸을 돌린다.
문득, 최리의 시선에 멀리 다른 언덕 큰 나무 옆에 여자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들어온다.
최리 : ? (의아한)
씬9. 동, 왕자실 있는 곳 (밤)
왕자실, 최리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당황한다. 어디 몸을 숨길 데가 있는가 주위를 둘러보지만, 여의치 않다.
왕자실, ‘훔..’ 잠시 나무둥치에 기대 생각한다.
최리 : 누구냐?
왕자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최리 앞에 선다.
최리 : ! (놀라고)
왕자실 : (양손을 올려 소매끝을 눈높이로 올리고 읍한다)
최리 : 자네가 여긴 무슨 까닭인가?
왕자실 : 당신 딸이면, 내 딸이기도 해요. 자명일 배웅하고.. 형님을 위로코자왔습니다.
최리 : ..그래서 예까지 혼자 왔다?
왕자실 : 당신이 날 데려오지 않을테니까요.
최리 : ..
왕자실 : 같이 내려가요. 형님을 안아드리고 싶어요.
최리 : 모하소를 안아주는데 자네 품까지 필요치 않아.
왕자실 : 여자가 아일 낳는다는게 어떤건지 아세요? 온몸에 뼈가 틀어지고, 물러안고, 아랫도리가 피범벅으로 찢어져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해산한지 하루만에 말등에 올라 백리길을 왔는데..
최리 : 난 그대가 그리 따뜻한 여자라 믿지 않는다.
왕자실 : 그렇담 내가 여기 왜 왔다 생각해요?
최리 : ..
왕자실 : .. (본다)
최리 : (싸늘하게) 사방 팔척(八尺) 되는 단단한 얼음이 있지. 바위로 내려쳐도 깨질 것 같지 않은. 그 얼음도 말이다.
정수리에 바늘 하나를 꽂으면, 산산이 갈라진다.
왕자실 : .. 우리가 산산이 갈라졌나요? (한걸음 다가가 최리의 가슴에 양손을 댄다)
최리 : (밀어내고) 적어도 넌 내 마음 정수리에 바늘을 꽂은 것은 틀림없다.
왕자실 : 여보..
최리 : (한쪽에 매어진 말을 보며, 혼잣말처럼) 타고 왔다니, 타고 갈 수도 있겠지.
(왕자실에게 시선주고) 모하소와 널, 한 수레에 태우고 싶지 않다.
최리, 왕자실을 등지고 모래톱을 향해 걸어간다.
왕자실, 그런 최리의 뒷모습을 미묘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씬10. 동, 모하소 있는 곳 (밤)
달개비, 이미 숨이 끊어져 있다.
동고비, “언니.. 흑흑..” 새나오는 울음소리를 입술을 깨물어 참으며 달개비의 얼굴을 매만진다.
모래톱에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는 모하소, 그런 동고비를 본다.
모하소의 젖은 옷을 말려주려 피운 모닥불이 타오른다.
모하소 : 목 놓아 울어.. 괜찮다.
동고비 : 대부인 마님에 비하면, 제 아픔은.. 아픔도 아닙니다.
모하소 : 신분에 높낮음은 어쩔 수 없다만, 마음에 높낮이가 어디있겠니.. 내 슬픔이나, 동고비 네 슬픔이나..
최리, 걸어온다.
동고비 : ... (일어나려 한다)
최리 : (손으로 동고비의 어깨를 눌러 앉도록 하며) 그냥 있거라.
최리, 잠시 달개비의 시신을 바라보다 덧옷을 벗어 달개비의 얼굴과 몸에 덮어준다.
최리 : (달개비에게) 내 딸 자명일 위해, 네 목숨을 던지고.. 일품이까지 주니.. 뭐라 이 고마움을 전하랴.. 잊지 않으마.
동고비 : 어르신...고맙습니다, 주인어르신..
동고비, 기어이 모래사장에 부복하고 등을 떨며 운다.
최리, 주저앉아 있는 모하소에게 간다.
모하소, 최리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최리, 그런 모하소를 가만히 보다.
최리 : 강바람이 차네. (일으키려)
모하소 : (손을 쳐낸다) 바람이 아무리 찬들, 물속 보다 찰까요...
최리 : 해산한 몸 아닌가..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모하소 : 해산한 몸이면 아이가 있어야죠!! 내 젖 물고, 내 품에 안겨있어야죠! 지금 어딨나요, 자명인?
최리 : 모하소야. (어깨를 잡는다)
모하소 : (어깨를 잡은 최리의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놔요!! 이대루 여기서 죽게!! 뼈저리게 찬 강바닥에, 내 딸 두군 못가요!
최리 : 원망은 집에 가 하렴.
최리, 억지로 모하소를 일으켜 세운다.
모하소, 최리의 뺨을 철썩- 친다.
최리 : ! (놀라고)
동고비 : (놀라) 마님!!
씬11. 동, 왕자실 있는 곳/모하소 있는 곳 (밤)
왕자실, 모하소와 최리를 보고 있다. 모하소, 최리의 뺨을 다시 한 대 친다.
왕자실 : 훔.. 너두 그 정도 성깔은 있었구나.
최리 : .. (안쓰럽게 모하소를 바라본다)
모하소 : 약속했죠, 당신!! 자명일 살리겠다!!
최리 : ..
모하소 : 자명일 데리구 이 끔찍한 낙랑땅을 떠나겠다 했죠!
최리 : 자실이가 아니었어도, 아마 난, 그 약속 지킬 수 없었을게다..
모하소 : 당신 그런 사내였나요? 약조도 못지키는?
최리 : 네 눈물이 쓰리고 아파, 잠시 흔들렸다만.. 결국은 내 손으로 자명일.. 죽였을 게다.
모하소 : 유헌이 그리 두렵던가요?
최리 : (고개 젖고) 사내대장부가 되고 싶은 내 욕심을 버릴 수 없어서.
모하소, 최리를 가만히 바라본다.
최리, 그런 모하소를 아린 눈빛으로 본다.
왕자실, 언덕 위에서 두 사람을 내려다본다.
모하소 : (감정이 처연해진다) 자신이...없어요..
최리 : ..
모하소 : 앞으로 어떻게 당신 팔을 베고 누워, 잠들 수 있을까.. (눈물이 흘러내린다) 자명이 울음소릴 평생
(자신의 가슴을 누르며) 여기에 박고, 어찌 그대 아내로 살겠어요..
최리 : ..
모하소 : 날.. 떠나게 해줘요..
최리 : 모하소야.
모하소 : 자명이 살아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을꺼니까.. 내 손으로 목숨을 끊진 않을께요. 그냥, 당신 옆을 떠나게 해줘요.
최리 : ..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널 자명에 어미로 살게 하진 못했지만, 낙랑땅에 어머니로 살게 해주마.
모하소 : 그게... 무슨..?
모하소 최리의 심중을 몰라 답답한 듯 보다 문득 짚이는 바가 있다.
(인서트) 4부 씬34
왕자실 : 당신, 내 오라버니와 함께 유헌을 무너트릴 결심 아니었나요!
모하소 : !
최리 : 내 반드시 유헌을 죽이고, 널 조선백성들에 어미로 만들마. 그들을 자명이 같이 돌보고, 그들에게 위로 받으며 살아라.
모하소 : 여보..
최리, 모하소를 꼭 끌어안는다.
왕자실 : !!
왕자실, 질투로 눈에 불길이 이는 것 같다.
최리, 모하소를 안고 그녀에게 입맞춤 한다.
왕자실 : !! (충격 받는, 질투심에) 핏덩어리 하나 강에 던진 댓가로 넌 너무 많은 걸 얻는구나.
왕자실, 모래톱을 내려다본다.
모하소, 최리의 등을 손올려 안고 두 사람 따뜻한 키스를 나눈다.
왕자실, 휙- 돌아서 매어둔 말 쪽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씬12. 낙랑성으로 가는 어느 길 (이른 아침)
왕자실, 말을 타고 미친듯이 채찍을 가하며 달린다. 치마아래 쪽이 자궁출혈로 피가 조금씩 배어든다.
왕자실, 자신의 출혈도 모른채 최리와 모하소 생각에 골몰한다.
(플래시)
최리 : 모하소와 널, 한 수레에 태우고 싶지 않다.
왕자실 : .. (독한 눈빛이다)
왕자실의 치마가 허리 아래에서부터 짙은 피로 물들어간다.
(플래시)
최리, 모하소를 안고 그녀에게 깊게 입맞춤 한다.
왕자실, 분풀이라도 하듯 가혹하게 말에 채찍을 휘두르는데, 순간 극심한 통증이 밀려든다.
왕자실 : ! (통증)
왕자실, 말고삐를 쥔 손을 놓치고 말에서 굴러 떨어진다.
왕자실, 간신히 몸을 추슬러 일어나 앉고, 피로 물든 자신의 치마를 본다.
왕자실 : (쓸쓸히) 사랑이 십년을 가더냐, 백년을 가더냐. 어차피 세월 따라 변하는 걸..
(냉정하게) 그래, 모하소야. 넌 최리에 마음을 가져라. 난 그 남자에 권력을 가질테니!
나무를 붙잡고 일어서는 왕자실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
자존심이 상한 듯, 서둘러 손으로 눈물을 닦고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오는 왕자실. (Dis)
씬13. 고구려, 국내성 청화북문(靑和北門) (다른 날/낮)
(자막) 고구려 국내성 청화북문
내시장, 말을 타고 앞서오며 큰소리로 외친다.
(내시장의 소리) : 폐하께서 환궁하신다!! 대왕마마 돌아오신다!!
그 뒤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대무신왕과 호동. 호위무사들.
성곽 위에 설치된 징과 북을 쳐 예를 표하는 군악대.
군사들과 일반 백성들 일제히 바닥에 부복하고, 성곽 위에서 경계를 서는 군사들은 성곽 바닥에 부복 한 채 외친다.
사람들 : 만세·만세·만만세!!! 위대하신 대왕마마 만세!! 호동 왕자님 천천세!!
대무신왕, 눈길도 주지 않고 성문으로 달려 들어가고.
호동, 호기심 반·자랑스러운 마음 반으로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대무신왕, 흘깃 그런 호동을 돌아본다.
씬14. 고구려, 국내성 어마장
대무신왕, 내시장과 호위무사가 동시에 엎드린 등을 한발씩 밟고 말에서 내린다.
호동, 자신의 말 옆에 부복한 호위무사(한명)의 등을 밟고 싶지 않은.
호동 : 됐어. (뛰어내린다)
대무신왕 : (그 모습 미간 찌푸리며 보다) 다시 올라갔다, 밟고 내려오라.
호동 : 혼자 할 수 있어요.
대무신왕 : 걸 누가 모르느냐. (내시장을 부른다) 하덕. 너도 호동에 발을 받아라.
내시장 : 영광이옵니다, 마마. (얼른 호동의 말 옆 오른쪽에 부복한다)
호동 : (대무신왕에게 항의하는) 내시장은 늙은이옵니다.
대무신왕 : 두 번 말하게 하지마라. (호동에게 말에 타라는 손짓)
호동, 내시장과 호위무사의 등을 밟고 말에 올라 잠시 앉았다 다시 그 둘의 등을 한 발씩 밟고 내려와 대무신왕 앞에 선다.
대무신왕 : 왕이란 무엇이냐?
호동 : 만백성을 자애로 다스리는 어버입니다.
대무신왕 : 오호~ (놀리듯) 그럼 백성은?
호동 : 왕이 기댈 수 있는 힘에 뿌립니다.
대무신왕 : 그건 네 말이냐? 을두지에 말이냐?
호동 : (자랑스럽게) 사부님께 배웠지만, 소자생각도..
대무신왕 : 하하하- 하하하- (웃는다)
호동 : (웃으며) 제 대답이 맞았죠?
대무신왕 : (차갑게 표정 바꾸고) 왕은 밥을 주는 자이고, 백성이란 끊임없이 밥을 더 달라 보채는 놈들이다.
호동 : (못알아듣는) ?
대무신왕 : 밥을 달라·달라·달라!! 숟가락으로 빈 밥그릇을 끝없이 긁어대지.
왕이 배불리 밥을 못주면, 결국 놈들은 나라를 뒤엎고, 왕을 죽이고 새 왕을 찾는다.
호동 : (수긍할 수 없다) 무서워요..
대무신왕 : 백성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다.
호동 : 아버님!
대무신왕 : (OL) 한 국가에 힘은 밥에서 나오고. 왕에 힘은 칼에서 나온다.
호동 : 아바마마!
대무신왕 : 왕에 칼은 적을 치는데도 쓰이지만, 때로 내 백성을 쳐야 할 때도 있다. 명심해라.
대무신왕, 앞장서 걷기 시작한다. 부복해 있던 내시장과 호위무사들, 땅바닥에서 일어나 왕의 뒤를 따라간다.
그 모습을 귀엽게 인상 찌푸리며 보는 호동.
씬15. 고구려, 국내성 일각
대무신왕, 걸어간다. 그 뒤로 내시장과 호위무사들, 시녀들.
시녀들 틈에 호동의 시비 매고(1부,씬6)가 보인다.
달려오는 호동.
호동, 뛰어와 대무신왕의 앞을 가로막고 선다.
호동 : 소자 모르겠습니다!
대무신왕 : 뭘?
호동 : 왜? 왜!! 자애로 백성을 대함 안되는지!
대무신왕 : 좋은 사람이 되고프냐..?
호동 : (단호한) 예!!
대무신왕 : (호동을 차갑게 보다가) 너는 왕이 될 수 없겠다. (돌아선다)
매고 : ! (눈을 반짝,하며 귀담아 듣는다)
호동 : 소자는 좋은 왕이 되고 싶습니다!!
대무신왕 : (뒤돌아, 호동을 물끄러미 보다) 왕은 본래 좋고 나쁨에 구별이 없다.
호동 : 어째서요?
대무신왕 : 좋은 왕이냐, 나쁜 왕이냐? 건 성품이 아니라 선택이다.
호동 : 아버님은 칼을 선택하셨지만, 소잔 자앨 선택할래요.
대무신왕 : 후.. (쓰게 웃고) 그 선택은 너나 내가 하는 것이 아니야.
호동 : 왕이 할 수 없다면, 누가 하나요?
대무신왕 : 오직 시대가 결정한다.
호동 : ..
씬16.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奧善殿) 목욕실
송매설수의 침전에 딸려 있는 욕실.
송매설수, 말린 꽃잎을 띄운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
아미, 송매설수의 머리를 빗기고. 술이, 바닥에 꿇어 앉아 손에 난초기름을 묻혀 송매설수의 손과 팔을 마사지한다.
시녀장, 방금 대무신왕과 호동의 대화를 송매설수에게 전했다.
송매설수 : 호동은 왕이 될 수 없다?
시녀장 : 매고가 똑똑히 들었답니다.
송매설수 : 호호호~ 호호호~ (자지러지게 웃고)
시녀장 : .. (보고)
송매설수 : 원래 여린 놈이라 폐하랑은 기질적으로 맞질 않아.
시녀장 : 기뻐하시긴 이릅니다.
송매설수 : 호리유차면 천지현격이라 했다.
시녀장 : 무식한 년이라..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송매설수 :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하나 뽑는다)
아미 : 앗, 마마!! 따가우시겠어요.
술이 : 흰머리두 아닌데 까만머릴 왜 뽑으세요~ 아깝게스리. 나이 들믄 머리카락 한 올두 귀하다던데~
송매설수, 머리카락을 두 손, 손가락으로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긴 쪽은 버리고, 짧게 끊긴 가닥을 양손 엄지와 검지로 집어 시녀장에게 보여주며.
송매설수 : 이만큼도 안되는 틈이 하늘과 땅을 가른다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야 더하지 않을까?
시녀장 : 그렇지만.. 대왕마마, 더없이 왕자님을 아끼십니다.
송매설수 : 나는 말이다. (머리카락을 보며) 요만큼에 틈에라도 희망을 걸고, 죽을힘을 다해, 폐하께 파고들어야 한다.
송매설수, 머리카락을 후- 불어 날린다.
송매설수 : 폐하께 환궁 인살 드려야겠다. (일어선다)
아미와 술이, 얼른 양털로 짠 큰 수건으로 송매설수의 몸을 감싼다.
씬17.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康國殿)
삼족오 고구려의 상징 문양이 걸려 있고. 그 아래, 중앙 좌대에 대무신왕의 검이 위압적으로 걸려있는 정전이다.
사냥복에서 집무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대무신왕, 예복을 입은 을두지와 추발소의 인사를 받고 있다.
우나루와 내시장이 한쪽에 있고.
역시 의복을 갈아입은 호동, 대무신왕의 단 아래 작은 의자에 앉아 있다.
을두지 : 신 좌보 을두지, 폐하에 명을 받들어, 유헌 봉위 삼십주년 축하사절로 낙랑으로 떠납니다.
추발소 : 신 남부사자 추발소 함께 떠나옵니다.
을두지와 추발소, 바닥에 엎드려 절한다.
대무신왕 : (일어나라는 뜻으로 오만한 손짓) 유헌에게 받아야 할 것을 반드시 가져오라.
을두지와 추발소, 일어난다.
을두지 : 내년 춘궁기 넘길 식량을 가져오겠나이다.
우나루 : 아, 안주믄 도둑놈이지. (빠르게 넘기는) 곰가죽·흰호랭이가죽! 돼지껍질 백장에. (호흡이 가쁘다) 황옥·남옥·백옥·자석영.
왕관에 박아 넣을 (주먹을 쥐고, 쑥 내밀며) 이따만한 적강옥에. (혼잣말) 아, 유헌이 놈 대가리 졸라리 무겁겠다.
을두지 : (대무신왕 보기 민망한) 이보시오, 우나루 장군.
우나루 : 좌보, 귀는 무쟈게 밝구려. (혼잣말처럼) 내 참, 고상한 양반들이랑 말 섞기 힘들어서. 다시 합죠~
아, 유헌이 놈 대굴통 엄청 무겁겠다. 그 만큼 받아 처먹었음, 게워내는 것도 비슷해야지.
주는 만큼 받는다, 안주면 뺏는다. 이 자세로 다녀오시란 말입죠~ (히쭉- 웃는다)
추발소 : (이성적인 성격답게) 자석영은 장군 주먹만 하진 않고, 밤톨만합니다.
우나루 : (갑자기 생각난 듯) 건 그렇다치고. 간 길에 슬쩍슬쩍, 유헌이 밑에 놈들한테 금쪼가리 좀 팍팍! 찔러주고
낙랑반군 분위기 파악도 해보시게.
대무신왕 : 우나루 말이 옳다.
추발소 : 예, 폐하.
대무신왕 : 왕굉이 군사 천오백을 데리고 증지현 마등산으로 갔다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겨 혼자 중얼거리는)
세작 말로는 그들 전부 한족.. 최리가 이끄는 군사 삼천은 조선족? (을두지와 추발소를 보고) 분명 뭔가 있어.
최리,왕굉에 동태를 낱낱이 알아오라.
을두지 : 추호에 빈틈없이, 성지를 거행하겠나이다.
우나루 : 거, 반란이 나 유헌이 목이 떨어질락,말락 할 것 같으믄 쌀,보리,소금은 쌀,보리,소금대루 챙겨오고.
가지고 간 짐승 껍데기랑 보석일랑 싹 다 챙겨와요. 꽁(꿩) 먹고, 알 먹게. (히쭉-)
추발소 : .. (민망해 외면하는)
씬18.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앞 뜰
호위무사들, 정전 앞을 지키고 서있다.
화려하게 치장한 송매설수, 시녀장과 아미,술이 등의 시비를 데리고 걸어오고 있다.
씬19.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호동 : (일어나 읍하며) 사부님, 무사히 다녀오세요.
을두지 : (답례로 읍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계십시오.
대무신왕,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을두지에게.
대무신왕 : 좌보. 그대를 태자보 직위에서 해임한다.
을두지 : ! (놀라고)
호동 : 아바마마!
을두지 : 호동왕자! (호동을 엄한 눈빛으로 조용히 시키고, 대무신왕에게) 비직에 잘못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대무신왕, 의자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온다.
대무신왕, 정전 안을 잠시 서성이다, 을두지를 돌아본다.
대무신왕 : 호동을 나약하게 만든 죄.
을두지 : (본다)
대무신왕 : 백성을 자애하라, 그런 헛소릴 가르친 죄.
백성을 아끼려면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밥을 넣어 줘야하고,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
을두지 : 군주에 힘이 오직 칼에 있지 않습니다. 왕을 왕답게 하는 힘은 인,의,예,지에서 나옵니다.
대무신왕 : 공자니, 맹자니. 죄 몽상가들에 헛소리! 지금 고구려에게 절실한 것은, 바다요! 강이요!
그 강에 목을 적시는 비옥한 땅이요, 쌀이다!
송매설수, 정전 안으로 들어온다.
내시장, 송매설수를 보고 대무신왕에게 “대왕마마.. 왕비마마께오서” 알리려는데, 송매설수 고개를 저어 조용히 시킨다.
송매설수, 한쪽에 서서 대무신왕과 을두지에 논쟁을 듣는다.
을두지 : 도덕심 없는 왕에 칼은 오직 피를 부를 뿐입니다!
대무신왕 : 왕에 도는 그 땁땁한 틀 밖에 있다! 왕은 도덕이라는 지루한 범주 밖에 존재하지. 호동은 힘있는 왕이 돼야 해!
송매설수 : ! (날카로운 눈빛이 된다)
대무신왕 : 낙랑을 치고, 요동을 치고, 부여를 치고! 그것이 다음대 고구려를 이끌 호동이 할 일이다.
나는 호동에게 현실정치를 가르쳐 줄 스승을 구하노라!
송매설수 : !! (눈을 파르르 떤다)
대무신왕 : 우나루 장군!
우나루 : 예, 폐하!
대무신왕 : 지금부터 그대가 호동에게 힘있는 칼을 가르치라.
우나루 : (한쪽 무릎 꿇고) 삼가 명을 받드나이다!
대무신왕 : 추발소.
추발소 : 예, 폐하.
대무신왕 : 낙랑에서 돌아오는 즉시, 호동에게 정치가 얼마나 냉혹한지, 힘없는 군주가 얼마나 비참한지, 현실정치를 가르치라.
추발소 : 지의를 받들겠습니다, 폐하.. (읍한다)
대무신왕 : (을두지를 한번 보고, 우나루와 추발소에게) 나는 호동이 바다를 알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요,
겨울을 알지 못하는 여름벌레요, 땁땁한 선비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대 고구려에 걸맞는 정복군주가 되기를 원한다.
송매설수 : ..
을두지, 갑갑한 듯 고개 돌리다 한쪽에 서있는 송매설수를 발견한다. 송매설수의 날카로운 눈빛이 호동을 찌를듯 하다.
송매설수, 문득 을두지의 시선을 느낀다.
을두지, 송매설수에게 읍한다.
송매설수, 답례로 고개만 살짝 숙이고 이내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을두지 : .. (걱정스러운)
씬20.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마당
추발소, 선물을 실은 수레와 군사들을 이끌고 떠날 준비한다.
우나루, 배웅하려 나와 을두지와 한쪽에서 이야기 나누는.
우나루 : 넘 서운해 말아요. 호동왕자가 정복군주 된 다음에, 또 태자보 노릇함 되잖소.
권력이란게 말요. 혼자 넘 오래 꿰차고 앉았음 궁뎅이에 곰팡이가 푸르딩딩 피잖소~ (히쭉)
을두지 : 폐하에 말씀이 그른 것은 아니나, 다 옳은 것도 아니오.
우나루 : 좌보는 쫌 휘어지는 맛도 있어보쇼. 똑 뿌러지는 맛만 있음, 뭔 맛으로 찍어먹나. 짜두,달두,시두 않구 밍숭밍숭.
꼭, 우리집 찬모 손맛이구만..
을두지 : .. 다만 내 걱정은..
우나루 : .. (본다)
을두지 : 왕비마마께오서.. (망설이는)
우나루 : 거, 뭉기적거리다 똥투간 드가기 전에, 바지에 지리는 수두 있소~
을두지 : 호동은 외로운 왕자요. 돌아가신 차비 마마가, 적국 부여출신이라 힘이 되어줄 외가가 없고.
형제가 없으니 울타리 되어줄 가지가 없고.. 어려 아직 혼자 힘으로 암투 난무하는 정치판을 헤쳐갈 수가 없소.
우나루 : 폐하가 계시질 않소.
을두지 : 폐하는 냉혹한 분이오.
우나루 : ..
을두지 : 우나루 장군. 호동왕자를 지켜주오.
을두지, 우나루의 손을 잡는다.
우나루, 냉정하게 을두지의 손을 다른손으로 거둬낸다.
우나루 : (대장군처럼, 단호한) 좌보. 세상에 꼭 하나 평등한게 있소.
을두지 : 들어봅시다.
우나루 : (위엄있게) 좌보나, 나나. 폐하나 호동이나. 일개 군졸이나, 우리집 노비나. 하루하루, 매 순간순간이
막판이고, 막장이란거요. 알몸뚱이로 굴러보겠다 고만한 배짱도 없다면, 고구려에 왕이 되어선 안되오.
을두지 : .. (걱정스럽게 강국전을 돌아본다)
씬21.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내시장과 시녀장,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세 잔의 차를 탁자에 올려놓는다.
송매설수, 대무신왕에게 읍한다.
송매설수 : 호동과 함께 한 야영은 즐거우셨습니까?
대무신왕 : 그 말하려 정전까지 온게요?
송매설수 : 꼭 환궁인사 아니라도, 왕비가 못갈 곳은 이 국내성 안에 없지요. (방긋- 웃는)
대무신왕 : (못마땅한) 고구려 여인들이란...
송매설수 : (호동에게, 다정하게) 좌보 을두지에 이어, 우나루 장군에, 추발소까지. 좋은 스승을 거듭 만나니, 호동이 복이 있구나.
호동 : 예... 어마마마.. (대무신왕에게) 아직 전 유연함을 익히지 못했어요. 고모께 검법을 더 배우고 싶습니다.
대무신왕 : 꼭, 여인에 칼을 배우고 싶다면 어머니께 더 배우든.
호동 : (의아한) 어마마마께요? (송매설수를 본다)
대무신왕 : 여랑에 검은 화려하고 유연하나, 네 어머니는 못이긴다.
송매설수 : 그럴리가요.
대무신왕 : (무시하고) 독기 깃든 칼이니, 네 어머닐 이긴다면 혈육이라도 벨 수 있을게다.
호동 : 아.. (고개를 끄덕인다)
송매설수 : .. (순간 표정 굳어지지만, 풀고) 과찬에 말씀 송구하옵니다.
(가볍게 읍하고, 호동에게) 피곤하겠다. 수양전에 가 따끈한 산양젖 먹고, 좀 쉬렴.
호동 : 예, 어머니.
호동, 대무신왕과 송매설수에게 읍하고 문쪽으로.
대무신왕 : (송매설수에게) 자- 호동도 내보냈고 하고픈 말이나 하오.
송매설수 : 야영하시던 그 밤은 제 침소에 드시는 날이었습니다.
대무신왕 : 그러니 오늘 밤 오라?
송매설수 : 여인에 그리움이라 생각하소소.
대무신왕 : 하하- 하하하- (웃고, 비웃듯) 그럽시다. 빚을 졌으니, 갚아야질 않겠소.
왕비가 날 어찌 기쁘게 해줄지 몹시 기대가 되는구려.
송매설수 : .. (모욕감을 꾹, 참고) 애써보겠습니다~ (요염한 미소)
씬22. 열수강, 삿갓배 안
삿갓배가 물결에 흘러흘러 오고 있다.
축, 늘어진 자명 이제는 울음도 그쳤다.
일품, 자명을 흔들어 본다.
일품 : 주겄어(죽었어)?
자명 : ..
일품 : (자명의 가슴에 꽂힌 왕자실의 산호뒤꽂이를 본다) 아파? 아파서 주겄어?
자명 : ..
일품 : (생각하다, 산호뒤꽂이를 빼주려고 손을 댄다)
자명 : (운다)
일품 : 으.. 살었다! 가만 안아프게 해주께. (산호뒤꽂이를 빼려하면)
자명 : (자지러질 듯 운다)
일품 : 야아, 시끄러! 울지마. 너가 싫음 안하께.
자명 : ..
일품 : (자명에게) 배고프지? 그치? 찌찌 먹어야 되지? 애기니깐?
일품, 가만 생각하다 자신의 윗옷을 푼다. 두 손바닥으루 자기 맨가슴을 쓸어보다 인상 쓴다.
일품 : 잉..엄마... (훌쩍, 운다) 엄마!! 엄마!!! 엄마!!! (소리내 운다)
씬23. 열수강, 증산포 모래톱/작은 어선 위
(자막) 열수강 증산포 (대동강과 서해바다의 합수지점)
치소, 배를 타고 가는 사내들을 보고 있다.
치소, 저놈(猪놈/남/30대/포구 우두머리)이와 이야기 하고 있다.
치소 : 실수 하면 안돼요.
저놈 : 식은죽 후루룩- 한 입에 넘기는 일보다 더 쉬운 걸 갖구, 실순 무신.
삿갓배 뒤집어엎고. 애 새끼 둘 물속에 처넣음 되는거 아뇨.
치소 : 숨 끊어지는 것까지 꼭 확인하구요.
저놈 : 근데 하나 물읍시다.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이 그토록 잔인하오?
치소 : 그런거 궁금해하다 죽은 놈이 한,둘이 아닐껄. 그댄 그저, 이미 세상서 없어졌어야 했을 목숨, 뒤처리 한다 알면 되오.
(삼작노리개를 건넨다)
저놈 : (받고)
이미 배에 타고 있던 사내1, 소리친다.
사내1 : 형님!!! 어여 타쇼!! 딴 배들은 벌써 떴소!!
저놈 : (돌아보고) 오냐, 간다!!!
저놈이, 삼작노리개를 주머니에 넣고 배로 뛰어간다.
치소, 그 모습을 바라본다.
씬24. 열수강, 삿갓배 안
일품 : 힝... 엄마... 배고파... 나두 배고프구.. 애기두 배고파..
일품, 눈물을 주먹으로 닦고 강물을 보다, 한 손으로 배를 잡고 다른 손 손바닥으로 강물을 떠보려 하지만
어림없이 손이 물에 닿지 않는다. 일품, 몸을 더 숙이면 삿갓배가 기우뚱한다.
일품 : 으아!!!!
일품, 얼른 양손으로 배를 꼭, 잡고 균형을 잡는다.
가만 생각하던 일품, 자명의 목에 맨 목수건을 풀어 한쪽 끝을 손으로 잡고 강에 드리운다.
일품, 수건을 다시 걷어 그 끝을 입에 물고 빨아 먹는다.
일품 : 잉..쫌 짜다..물이.. (자명을 본다) 알써. 너두 주꺼야..
일품, 자명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 우악스럽게 벌리고 수건끝을 집어넣으려고 하자 자명, 자지러지며 운다.
일품 : 이씨..어쩌라구...
일품, 인상 쓰며 생각하다 자신의 손바닥을 오므려 한손으로 수건을 짜 물을 받는다.
손가락에 물을 찍어 자명의 입술에 대면. 자명, 마치 젖을 빨 듯 일품의 손가락을 쪽쪽- 빨기 시작한다.
일품 : 헤헤~ 야아. 간지러. 간지러. 그지마아~
일품, 손가락을 빼고 넓어진 강을 본다. 강 위에 작은 어선들 예닐곱 척이 보인다.
씬25. 저놈의 배 위
저놈과 사내1, 삿갓배를 발견한다.
사내1 : 형님! 저거 아뇨?
저놈 :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 밸 가까이 대!! 딴 놈들한테 연락하고.
사내1, 배 위에 던져져 있는 징을 집어들고 친다. 징징- 하는 징소리가 강 위로 퍼져 나간다.
씬26. 열수강 몽타쥬
배들이 삿갓배를 향해 모여든다.
일품, 다가오는 배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치소, 모래톱 언덕에 서서 멀리를 바라보지만 배들은 보이지 않는다.
일순간, 천지간이 캄캄해지면서 번개와 뇌우가 강에 떨어진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에서 굵은 비가 쏟아진다.
치소, 뛰어서 큰 나무 밑으로 비를 피한다. 두려운 시선으로, 물 위에 여러 갈래로 하늘을 찢으며 떨어지는 위압적인 번개를 본다.
치소 : (두려운) 나.. 자명애기씨 죽일라다 죄 받어 벼락 맞어 죽는거 아냐..
(하늘에 대고) 다 우리 중부인 마님이 시키신거거든요!!! 저 줌 살려주세요!!
풍랑이 일고, 서해바닷물이 밀려들며 강물이 기둥처럼 일어선다.
저놈의 배가 기우뚱거린다. 다른 배들이 나뭇잎처럼 흔들린다.
번개가 물 위에 떨어진다.
저놈 : 뭐야! 물 때두 아닌데. 바닷물이 왜 들와!!
사내1 : 형!!! 형!! 어떡해 이제!!
저놈의 배가 심하게 기우뚱하고, 사내1과 저놈, 배 난간을 움켜쥔다. 비바람이 삿갓배에 떨어진다.
번개를 맞은 배 한 척이 부서지고, 사내들 강으로 떨어진다.
자명, 심하게 울기 시작한다.
일품, 겁에 질려 뇌우를 바라보다, 우는 자명을 본다.
일품, 자명을 자신의 품에 꼭 안는다. (Dis)
씬27. 청해헌, 왕자실의 방
왕자실, 라희에게 젖을 먹이려 하는데 라희, 먹지 않는다.
유모, 안절부절 하고.
왕자실 : (옷을 추스르고) 라희가 왜 이러니? 왜 젖을 물지 않아?
유모 : 태변도 깨끗이 잘 보셨구, 열두 없는데..
왕자실 : 네가 물려봐라.
유모 : (고개 젖는다) 제 젖두 물지 않으십니다...
왕자실 : 그럼 대체 애가 왜 이런단게야!
문 열리고, 시비1(4부,씬5) 들어온다.
유모 : 애기씨 찬바람 들면 어쩌려구 문을 활짝,활짝 젖혀!!
시비1 : 주인나으리, 출정준빌 하고 계십니다.
왕자실 : 그래?
씬28. 청해헌, 최리의 서재
최리, 하호개와 류지의 도움을 받아 무장을 하고 있다. 하호개와 류지는 이미 무장을 갖췄고.
두 사람, 최리에게 갑옷을 입히고, 양 다리에 채울 경갑(脛甲) 가져오는 동작들 하며.
류지 : 왕굉장군, 경시 정각에 도착하신다는 전언이 왔습니다.
최리 : (끄덕이며) 응.
하호개 : 우리 군사들은 이미 단군신당 앞에 집결해 있습니다.
문 열리고, 왕자실 포대에 싼 라희를 안고 들어온다.
하호개 : 중부인 마님, 오셨습니까? (인사한다)
류지 : 오~ 우리 아기씨도 귀한 걸음 하셨군요.
왕자실 : (고개 끄덕이고) 나으리 출정채비는 내 손으로 할테니 나가들 있으시게.
하호개와 류지, 문으로 간다.
최리 : .. (왕자실을 본다)
왕자실 : (라희를 다탁에 눕히고, 꿇어앉아 최리의 다리에 경갑을 채우려)
최리 : .. (왕자실을 밀어낸다)
최리, 자신의 손으로 경갑을 찬다.
왕자실 : (화난) 나는 왕자실입니다!
최리 : (돌아본다)
왕자실 : 유헌을 치기 위해, 당신과 생사를 같이 할 우중랑장 왕굉의 여동생입니다.
비록 배는 다르다 해도, 오라비 나를 끔찍이 아낍니다.
최리 : 지금 협박하는가, 날?
왕자실 : 자명일 죽인건 당신 선택이에요! 미워하려면 그댈 미워해요, 날 미워 말고!
최리 : 이미, 난.. 충분히 내 스스롤 미워하고 있소. 그러나! 그대도 용서할 수 없소. (문쪽으로)
왕자실 : 라희도 당신 딸이에요!!
최리 : (돌아본다)
왕자실 : 이 아이.. 젖을 먹지 않습니다.. 하루,이틀은 괜찮으나 계속 젖을 물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최리 : .. (다탁으로 다가와 라희를 본다)
왕자실 : .. (최리를 지켜본다)
최리, 갈등한다. 라희를 안아주어야 하나, 모른체 해야 하나. 라희를 향해 최리, 손을 조금 뻗어보다 다시 거둔다.
왕자실, 뚫어져라 그 모습을 바라본다.
라희, 최리를 보며 배냇웃음을 방실- 웃는다.
최리, 자신도 모르게 “끙..”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라희의 포대를 안아든다. 라희의 뺨에 얼굴을 살짝 갖다 대고.
최리 : (눈높이로 안아들고 보면서) 젖을 많이 먹어라. 자명이 하나 잃은 것으로 충분하다.. 넌 아비를 슬프게 마라..
왕자실 : .. (미소가 떠오른다)
최리 : (왕자실에게 포대를 넘기며) 유모를 다시 구하게. 열이든, 백이든.
왕자실 : 예. (고혹적인 미소로 최리를 보며) 무훈을 빕니다. 라흴 위해 꼭 이기셔야만 하는 싸움입니다.
최리 : .. (무시하고, 라희에게 눈 맞추고) 아비가 돌아올 땐, 건강한 모습이어야 한다.
최리, 몸 돌려 문쪽으로 간다.
왕자실, 득의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씬29. 청해헌, 모하소의 방
모하소, 기진해 잠들어 있다. 동고비, 모하소를 돌보고.
최리, 아내를 바라보다, 침상 옆에 둔 의자에 앉아 비단수건으로 이마에 진땀을 닦아준다.
동고비 : 잠시 깨나셨다, 귀비탕 드시고 다시 주무십니다.
최리 : .. 자명을 버리던 날, 내겐 자식이 없다 다짐했거늘..
앞으로 당신이 겪을 서러움이 커질줄 알면서도.. 라희를.. 그 아일.. 외면할 수가 없었소.
모하소 : ..
최리 : (모하소의 손을 잡는다) 라희 또한.. 내 딸이 아니겠소.
모하소 : ..
최리, 모하소의 손을 놓고 이불을 잘 여며준 다음 문쪽으로 간다.
동고비, 그런 최리를 따라 문으로 배웅을 가고.
모하소, 눈을 뜨고 최리의 뒷모습을 본다.
모하소 : .. (서러운 눈물이 맺혀 흐른다)
씬30. 달리는 최리 (저녁)
해가 이미 기울어 간다.
최리, 류지와 하호개와 수하 호위병 십여명을 데리고 말을 달린다.
씬31. 달리는 왕굉 (저녁)
왕굉, 도찰과 부달, 수하 정예병 스무명 정도를 데리고 말을 달린다.
씬32. 단군신당 앞 (밤)
단군신당 마당에 수많은 조선족 병사들이 모여 있다.
그들을 뚫고 사당 앞으로 가면.
화톳불이 사방을 밝히고. 커다란 화로 하나에 숯불이 이글이글 피워져 있다. 화로 위에 단도 여덟 자루가 새빨갛게 달궈지고.
최리와 왕굉, 돗자리 위에 등을 보이고 무릎 꿇고 앉아 있다.
두 사람, 윗옷을 벗고 맨등을 드러낸 채 꽉 쥔 두 주먹을 무릎 위에 얹고 있다.
왕굉 : 시작하라!!
북이 둥둥- 울리기 시작한다. 빼곡한 군사들, 침을 삼키며 그 광경을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류지와 도찰, 화로에서 벌겋게 달궈진 비수 한 자루씩을 각각, 꺼낸다.
두 사람, 대야에 담긴 물에 비수를 담가 식히려 하면.
최리 : 그럴 필요 없다! 그냥 하라!
류지 : 예, 장군.
도찰 : (왕굉을 본다)
왕굉 : (고개를 끄덕인다)
류지와 도찰, 각각 최리와 왕굉의 등 뒤로 돌아가 붉게 단 비수로 등에 글자를 새기기 시작한다.
치직-하는 소리와 연기, 살타는 냄새, 흐르는 피. ‘樂浪’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려 한다.
최리와 왕굉, 이마에 굵은 땀이 흐르고, 고통스럽지만,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 없이 참는다.
긴장한 군사들의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듯하다. (Dis)
씬33.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뜰 (밤)
사락사락- 눈이 내린다.
대무신왕, 손등을 든 내시를 앞세우고 걸어오다 발을 멈춘다. 뒤따르던 내시장, 역시 걸음을 멈춘다.
대무신왕 : (하늘을 올려다본다) 또 눈인가.. 지겹군.
내시장, 조심스레 넓은 소매춤에서 새의 솜털로 만든 작은 털이개를 꺼내, 대무신왕 어깨에 눈을 조심스레 털어낸다.
내시장 : 어서 드시지요. 왕비마마 기다리시옵니다.
대무신왕 : 그 또한.. 지겹군. (눈살을 찌푸린다)
씬34.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 침소 (밤)
칠지등이 은은히 밝혀져 있고.
송매설수, 얇은 비단가운 차림에 머리를 풀어 뒤로 가볍게 묶었다.
아미,술이, 송매설수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향수를 뿌린다.
술이 : 금목서 향숩니다~ 폐하께서 좋아하신대요.
불 피워진 작은 향로에 시녀장, 마른꽃 한웅큼을 던져 넣는다.
시녀장 : 영춘화 말린 것이옵니다. 사내들 정력을 자극한단 속설이 있지요.
(내시장의 소리) : 대왕마마 납시셨습니다!!
문 열리고, 대무신왕 들어온다.
시녀장과 아미·술이, 서둘러 문쪽으로 와 읍하고.
송매설수, 요염함 미소를 지으며 대무신왕을 맞는다.
송매설수 : 오셨습니까?
대무신왕 : 왕비가 부르니 올 밖에.
송매설수 : ..
밖에서 내시장, 침실문을 닫고.
대무신왕, 허리에 찬 칼을 다탁 위에 던져놓고 침실 가운데 두 팔을 벌리고 선다.
시녀장, 대무신왕의 겉옷을 벗겨, 술이에게 주고. 시녀장, 대무신왕의 속옷 허리끈을 풀려고 하면.
송매설수 : 내가 하지.
시녀장 : 예, 마마.
송매설수 : (대무신왕의 허리끈을 푼다)
대무신왕, 침상에 털썩 앉으면 아미와 술이, 대무신왕의 신발을 벗긴다.
시녀장 : (아미와 술이에게 눈짓하고) 편안히 침수듭소소.
시녀장과 아미·술이, 뒷걸음질 쳐 물러난다. 문 닫히고.
대무신왕과 송매설수만 남는다.
대무신왕 : 그만 자지..
송매설수 : 잠시만요.
송매설수, 침대 옆 탁자 위에 얹힌 자기병에서 술을 한잔 따라 대무신왕에게 가져간다.
대무신왕 : (물끄러미 술잔 안을 본다)
송매설수 : 산딸기 술이옵니다. 향긋하고 달큰해 잠 청하기 좋으실 듯해..
대무신왕 : 어디가나 여잔 똑같군. 후궁들이나, 왕비나. 복분자술에, 영춘화에. 그대 몸에서 나는 금목서 향에.
지겹군.. 이 술도, 방안 그득한 이 냄새도, 숨이 막혀.
송매설수 : 마마!
대무신왕, 술잔을 쭉- 들어 마시고 잔을 바닥에 던져 버린다.
대무신왕 : 마셔줬으니 잡시다, 그만.
송매설수 : .. (노엽게 바라본다)
대무신왕 : (등보이며 돌아눕는다)
씬35. 우나루의 집, 후원 (밤)
우나루, 여랑의 검을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여랑의 공격이 날카롭다.
우나루 : 대체 왜 이러는거요, 공주.
여랑 : 난 그대가 나보다 칼을 잘 쓴다 인정 못해! 호동인 여태껏 내가 다듬었다구요!
무식하게 힘만 쎈 당신 칼이 왜 나보다 낫단 거예요!!
우나루 : 무식하나,유식하나 칼은 칼이구, 목 베라 있는 물건이오.
여랑 : 얼른 칼이나 잡아요!!
우나루 : 싫소~
여랑 : 잡게 만들어 주죠.
우나루 : 난 칼을 잡으믄 꼭, 끝을 봐야 한단 말이오~ 필(피를) 봐야 멈춘다구~
여랑 : 끝을 보든 필 보든, 겨뤄보자구요! 언제 당신이 날 한번이나 이겨봤어요!
우나루 : 내가 어찌 공줄 이기오. 세상사람 다 이겨두 공준 못이기지.
우나루, 이리저리 피한다.
여랑 : 칼 잡아요! 얼른!!
우나루 : 졌다 칩시다. 내, 졌어요~ 오늘이 우리 합방날인데, 합방은 고사하고 죽기·살기로 날밤 까서 되겠소?
여랑, 약이 올라 한바퀴 회전하며 우나루를 찌른다. 칼끝에, 우나루의 옷이 조금 베어나간다.
우나루 : 부마 살려!! 공주가 사람 잡네!! (도망간다)
여랑 : 거기 안서요!! (공중제비 돌아 우나루 앞에 서서, 칼을 겨눈다)
우나루 : 공주. 그대가 과부 되믄 좋을게 뭐 있소? 어디 새루 시집가구 싶은 넘이라두 생겼소? (히쭉-)
여랑 : 뭐가 어째요!!
여랑, 우나루에게 칼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공격을 펼친다.
우나루, 할 수 없이 나무 위로 뛰어올라, 잔가지 하나를 꺾어 들고 땅으로 내려선다.
여랑 : (우나루가 든 나뭇가지를 보고 화가 나서) 날 우습게 봐!! 죽여줄테야!!!
우나루 : 불쌍히 여겨 살려만 주오~
여랑, 공격하고 우나루 잔가지로 여랑의 공격을 막는다.
씬36.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 침소 (밤)
송매설수, 침상에 앉아 돌아누운 대무신왕의 옆면 뺨에 입맞춘다.
대무신왕, 꼼짝도 않는다.
송매설수, 대무신왕의 어깨에서 손등까지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대무신왕 : (돌아누운채) 내, 이미 지겹다 했소.
송매설수 : 마마!
대무신왕 : (벌떡 일어나 앉는다) 늙어가는 내 몸이 그리 탐나오?
송매설수 : (발끈) 예, 그래요! 탐납니다!
대무신왕,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겉옷을 걸치고 의자에 앉는다.
대무신왕 : 어쩐다, 나는 왕비에게 흥미가 없는데. 후원에 그대보다 고운 계집들이 차고도 넘치니,
그댈 안고픈 마음이 안생기는군.
송매설수, 일어나 대충 덧옷을 걸치고 맞은편 다탁에 앉는다.
송매설수 : 비류나부 수장 송옥구에 딸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왕비로 길러졌습니다. 당신을 위해 살아온 평생입니다.
대무신왕 : 계속해보게.
송매설수 : 처녀로 늙혀죽일 셈인가요? 애걸복걸,애걸복걸. 한 달에 두 번 겨우 이 방에 와,
내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새벽닭 울기 전에 가버립니다.
대무신왕 : (듣는)
송매설수 : 이게 왕빈가요! 왕비의 삶인가요!!
대무신왕 : 그댄 웬 욕심이 그리 많은가? 여인 중에 가장 큰 권력을 지녔으면 만족이란걸 알아야지.
송매설수 : 차라리 왕비를 버리지요! 이런 모욕이 그 댓가라면.
대무신왕 : 한 때, 그대도 젊고 예뻤지. 이 방에 들어오는게 괴로울 정도로. 남자인 날 다스리기 힘들어서.
왕비가 아니라, 내 여자로 살고 팠으면, 욕심을 버렸어야지!
송매설수 : 처녀로 죽고 싶지 않단 그 마음이 욕심인가요?
대무신왕 : (비꼬는) 그리 말하니 불쌍해 보이는군. (위엄있게) 왕비, 내 물음에 답해보라.
송매설수 : 뭔가요?
대무신왕 : (벌떡 일어나 의자를 발로 차 넘어트리고) 꼭 아들을 낳아 호동을 죽여야겠는가!!
내 피를 이은 자식들끼리, 죽고,죽여야겠는가! 형제간에 피를 불러야겠는가!
송매설수 : ! 그 무슨 끔찍한 말씀을..
대무신왕 : (던져 놓은 검을 집어, 칼집에서 검을 꺼낸다)
송매설수 : ! (놀란다) 마마.. (의자에서 내려서 바닥에 부복한다)
대무신왕 : 고개 들고 내 물음에 한치 거짓없이 대답하라!!
송매설수 : (떨리는) 하문 하소소...
대무신왕 : 그날 수양전 뜰에서 호동을 죽이려 했는가?
송매설수, 대무신왕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며 그때 일을 생각한다.
(인서트) 4부 씬40
송매설수, 어느 한 순간 호동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호동, 땀을 뻘뻘 흘리며 막다 그만 땅바닥에 넘어진다.
송매설수의 눈빛이 한 순간 살기를 띠며 검을 고쳐 잡고 호동의 가슴을 진짜로 찌르려 한다.
대무신왕 : 송매설수!! 대답하라!! 너는 하나 밖에 없는 내 아들 호동을 죽이려 했는가!!
송매설수 : ..
대무신왕, 칼끝을 송매설수의 목으로 가져간다.
송매설수, 떨리는 눈빛으로 그런 대무신왕을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