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懦弱)한 마음이 둔철산(屯鐵山)을 넘지 못하게 했다.
(경남도 산청군 신등면과 신안면의 경계)
다음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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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이 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겨울잠을 깬다.”라는 속담처럼
봄의 상황을 직접 말해주듯이 이때는 모든 얼었던 것이 해동(解凍)이 시작되어
산천초목(山川草木)이 깨어나고 봄맞이 준비를 함을 이르는 말인데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들어 있는 절기다.
겨우내 동면(冬眠)하던 동물이 깨어나고 마른 나무에서는 잎이 돋아나는
시기이며 생명이 약동(躍動)하는 때이므로,
사람들은 묘목(苗木)을 심고 과일밭을 가꾸는 것을 비롯하여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때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경칩(驚蟄)이 지난지도 벌써 한 주일이 되었다.
우수 경칩에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담도 있는데 꽃샘추위일까?
햇살은 고운데 바람결이 차고 매섭다.
지난 소한(小寒) 날 동네 길가 담장위에 철없이 피었던 노란 개나리꽃이
안타깝게도 얼어
죽어버린 날의 생각이 언 듯 난다.
개나리 꽃
(팡팡 자작詩)
대한(大寒)이 놀러왔다
얼어 죽었다는
소한(小寒) 추위에
동네 초입(初入) 길가 담장위에
철없는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사람들은 두꺼운 옷에
털 머플러 까지 하고 다니는
이 추운 날에
너는, 어쩌자고
어찌하자고 홀로 피어있는가
저, 여린 노란 꽃이여!
나는 안타까움에 가슴 아파
추위도 잊어버리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안 좋은 가정사 때문에 속을 끓이다가 두 달 열흘 만에 산행에 참여했다.
서울 아침 온도가 영하 4도이며 전국이 영하권에 머물고 있는 꽃샘추위란다.
복장을 단단히 하고 집을 나섰지만 이른 아침은 춥고 싸늘했다.
오늘은 연결버스(98번)가 빨리 오는 바람에 광주역광장에 도착하니 07시 10분,
추위를 피하려고 역 승객대기실로 들어가려는데 “오늘 어느 산으로 가십니까?”
하고 등산 복장을 한 사람이 말을 건다.
고정 산악회가 없이 무조건 나와 아무 산악회나 따라 간다는 것이었다.
“그럼 오늘은 나와 함께 산청 둔철山이나 갑시다.”해서 동행이 되었다.
오늘따라
산행버스가 사정이 생겨 07시 45분이 넘어 도착 했다.
신임회장과 총무가 열심히 뛰는지 참여회원이 많아 만석에 가까웠다.
산행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햇살은 곱고 따사롭게 보였지만 꽃샘추위 탓일까,
봄의 화려함을 아직 느낄 수가 없었다.
농촌의 논밭과 대지는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조국의 산하(山河)는
햇살을 받아 아름답고 생기발랄하다.
작년 연말로 확장 보수공사를 마친 광주-대구간고속도로는 이제야 제대로 된
고속도로의 모습을 보이며 산행버스는 신나게 달린다.
유난히 터널이 많은 것을 보면 지리산의 산세가 깊고 길었으며 동서간의 이해가
어려웠던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오늘 우리가 산행하게 될 둔철산(屯鐵山)은
경남 산청군 신등면과 신안면의 경계에 있는 높이 812m의 산으로 3번 국도의
지리산 입구와 산청군 사이에 있는 산이란다.
동쪽은 해발 500m의 넓다 란 분지로 대단위 목장과 농장이 있으며 바위벽이
수없이 많은데 높이가 30-60m에 달한다고 했다.
마을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면서도 때로는 발이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지고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되어 산길 곳곳이 희미한 데다 능선을 찾아들어 갈
작은 길이
확실하지 않아 조심해야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둔철山은 지리산자락의 끝인 웅석봉 동쪽에 둥지를 튼 산청의 진산(鎭山)이다.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그늘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오래 전부터 산청과
인근의 함양, 진주 사람들에게는 가족 산행의 대상지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려왔다고 한다.
사실 산세와 숲은 큰 인기를 끌만큼 수려함은 지니지 못했지만
산은 아기자기한 산행이 가능하면서도 위험함이 별로 없어 가족 산행대상지로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주능선은 바위가 많지만 암릉이라 부르기엔 약한 편이며 그러나 봉우리마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조망은 가슴이 후련해지는 상쾌함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산행버스가 정취庵(암) 표지석 앞 도로변에 우리를 내려주고 둔철 생태체험
숲으로 떠났다.
산행은 오전 10시 10분에 시작되었으며 하산시간을 오후 3시로 정했다.
오늘산행코스는,
표지 석에서 출발 -정취 암 -대성산 -와석 총 -둔철산 -금정폭포 -관음정사
-내심거로 내려오는 A코스와
와석 총에서 둔철 생태체험 숲 공원으로 내려오는 B코스로 나누었다.
산행초반에는 A, B팀이 구분 없이 함께 걷지만 산행버스에서 내린 회원들은
너나없이 바쁘게
길을 재촉하며 걸어간다.
보행속도가 느린 나는 산행후미에서 걸어야했다.
오늘도 항상 나에게 도움을 주는 “운파”회원과 동행을 해서 걷고 있는데
회장이 우리 뒤에서 걸어와 3인 1조가 되었다.
오랫동안 쉬다가 하는 산행이라 발은 천근이나 되게 무겁고 힘이 들었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때는 숨이 턱에 차고 목이 바싹 말라붙었다.
주변의 경관을 둘러 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스틱에 힘을
주며 넘어지지 않고 발에 부담을 덜 주려고 애를 썼다.
사계마을을 지나 228峰을 우측으로 하고 삼거리를 지나 한참을 걷다보니 숲속
기암절벽에 매달려 산천(山川)을 품은 암자인 정취 암이 있었다.
절이 작아 둘러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번 휙 둘러보는 데 20분이면 충분한데 산길을 힘겹게 올라온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기도 하다.
산청 정취庵에는 목조관음보살좌상(경남문화재자료: 제314호),
산신탱화(경남문화재자료: 제243호)가 보관되어있다.
절의 역사가 의외로 길다.
창건설화에 따르면 신라 신문왕 6년(686) 동해에서 부처가 솟아올라 두 줄기
서광을 발하니 한 줄기는 금강산을 비추고, 다른 한 줄기는 대성산을 비추었다.
이때 의상대사가 두 줄기 서광을 좇아 금강산에는 원통庵을,
대성산에는 정취寺를 세웠다고 한다.
고려 말에는 공민왕의 개혁 의지를 실현하고 원나라와 명나라의 간섭을 극복하려는
개혁세력의 주요거점이었고,
현대에 와서는
조계종 종정을 지낸 고암 대종사와 성철 대종사가 주석했다.
왠지 발길을 그냥 돌리기가 허전하다면 이럴 때는 절 뒤 바위에 오르는 것이 좋다.
응진전 옆으로 난 등산로를 이용하면 정취 암을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바위에 닿는다.
길이 험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편평하고 너른 바위에 서면 정취 암의 지붕이 보이고 그 뒤로 산청의 산과 들이
펼쳐진다.
산허리를 감아
도는 도로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정취 암 갈림길에서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니 팔각정이 나왔다.
634峰을 오르고 전망대를 지나 와석 총으로 가는 길은 산행路주변으로 잔설이
남아있고 언 땅이 녹으면서 흙이 범벅이 되어 걷기가 힘들었다.
바람은 불지 않아도 기온이 낮은 탓에 땀이 나지 않아 좋았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나타나는 거대한 돌무덤인 와석 총(760봉)이
보인다.
와석총은 달팽이 무덤이란 뜻으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등산로에서 200여m 벗어나 있는데 거대한 돌무덤인 와석총은 지리산 신선
너덜보다 크기가 훨씬 큰 바위들을 무더기로 쏟아놓았다.
바위 모양도
제각각이고 그 모습이 또한 희귀하고 신비스럽다.
와석 총 정상에는 무덤이 두 개가 있었고 후미 팀 7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양지바르고, 햇살도 좋았고, 전망도 시원스럽게 열려있었다.
점심을 먹고 따끈한 커피 한 잔을 하고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와석 총에서 둔철山까지는 2.5km이고 하산지점까지는 1km가 넘는다고 한다.
내리막 계곡 길의 경사도가 심하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결국 5명은 둔철산을 넘어 A팀 후미가 되었고 나머지 5명은 둔철 생태체험 숲
공원으로
하산하는 B팀이 되었다.
둔철산 산행路는 여러 곳으로 나 있었다.
범학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길이 희미해 한 여름철이면 오르기 힘들다.
척지에서 또는 정취庵(암)에서 능선을 타고 갈 수도 있다.
암봉에서 등산로가 갈리는데 앞쪽의 갈림길은 564峰을 거쳐 내심거와
심거마을로, 오른쪽은 정상을 거쳐 척지부락으로 가는 길도 있다.
정상 오른쪽의 능선 잘룩이에서 척지로 내려가서 앞 봉우리의 갈림길에서
564봉을 거쳐 심거로 하산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계곡 또한 매력적이다.
심거 마을 위쪽에 숨은 40여m 높이의 금정폭포(삼단폭포) 역시 산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평상시에는 수량이 적어 절벽처럼 보이는데 비가 내린 직후에 찾아오면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장쾌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관음정사와 보호수를 지나면 하산지점인 심거마을이다.
산행1팀 중 일부는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에 3시가 못돼 하산을 했고
계곡으로 내려오는 팀은 조금 늦게 도착을 했다.
회원 두 사람이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내려오는 바람에 산행버스로
태우러 가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하산 주는 산청공설운동장 휴게 터에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무등산”회원이 자기와 “가자가자”, “로즈”가 촬영한 화태도,
연화도 산행사진을 통합 편집해 영상물로 음악까지 삽입해 만들어 산행버스
앞면의 TV화면에 틀어 주는데 영화배우가 따로 없었다.
화면에 나오는 회원 모두가 스타요 일거수일투족이 연기며 액션이었다.
장미처럼 화려하고 발랄한 “로즈”회원, 연꽃처럼 예쁜 미소를 지닌 “카라”회원,
눈웃음이 고운 수선화 같은 “길벗”회원 그리고, 그리고 모두가---
처음 보는
회원들이 많이 늘었다. 좋은 증조이리라!
산꽃 옆에서
(팡팡 자작詩)
어리어 연약한
그나마
이름도 모르는
너
노 -오란
산꽃 옆에서
지난날을 생각하듯
돌아앉는다,
하늘에 땅거미는
바위 언저리로
기어들고
먼 길을 떠나야하는
나그네의 마음에도
차마
너를 두고 떠나기 어려워
나는
가만히 네 곁에
주저앉는다.
(2016년 3월 11일)
첫댓글 ▶자격증자료제공 N 비밀2016.03.12 20:58답글 | 차단 | 삭제 | 신고ㅣ 다음 불 로그
완전 알찬 포스팅~! 팡팡님 늘 잘 보고 있어요~^^ 사진이 있으니 더욱 새롭네요.
!!! 연속입니다.
오랫만에 읽어보는 산행후기네요. 마음 아플때는 훌-훌 털어버리시고 산에나 가세요.
산은 우리들의 어머니 잖아요.
그러니까요^ 산에 열심히 다녀야겠어요.
산행후기, 잘 읽고 갑니다-
긴 글 쓰시느라고 ....
감사합니다
댓글, 항상 고맙고, 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