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에서
유병란
방마다 항아리들이 사면을 채우고 있다
명찰을 단 항아리들이
예쁜 조화속에 묻혀있고
양옆으로 사진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인상 좋은 남편과 군복 입은 아들
물방울 원피스를 입고 있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웃는 얼굴이 있고
어깨를 감싸고 미소짓는 노부부 사진도 있다
아직은 이곳이 낯선
어린아이의 해맑은 사진도
달 항아리 옆에 얌전히 놓여 있는 곳
칸마다 사진들은 웃고 있는데
무겁게 내려앉은 고요 속에
마르지 않는 눈물이 떠다닌다
산자락을 밟으며 내려온 노을이
이제 막 자리한 꽃무늬 항아리 곁을
오래도록 머물다 돌아가고
긴 정적은 기다렸다는 듯 사진속 웃음들을
하나둘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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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 이야기
납골당에서
유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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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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