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다. 2000년에 15.5%였다가 20여년 만에 갑절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가속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홀로 살기가 대세인 시대다. 그럼에도 1인 가구 하면 여전히 외로움, 고립, 심지어 고독사 등을 떠올리는 우리의 인식은 구태의연하다. 과연 1인 가구의 물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심각한 물음을 푸는 데 상당한 실마리가 될 만한 탐사보고서가 있다. 바로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고잉 솔로'(Going Solo·2012)다. 'go solo'란 적극적으로 홀로 서기를 한다는 뜻이다. 그 말이 시사하듯이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홀로 살기를 선택하여, 그 장점을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부제도 '홀로 살기의 급격한 증가와 놀라운 매력'이다. 이런 취지를 살려 우리말 제목도 원어 그대로 '고잉 솔로'(2013)다.
유사 이래 인간은 무리를 지어 공동 생활을 하며 문명을 일궈 왔다. 반면 적극적으로 홀로 살기를 추구한 것은 최근 수십 년에 불과하다. 북유럽 국가들은 전체 가구의 절반 내외가 1인 가구다. 가족주의의 전통이 강한 한국이나 일본도 3분의1이 1인 가구다. 미국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듯 오늘날 인류는 '홀로 살기'라는 역사상 초유의 실험에 직면해 있다.
20세기 후반에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 혁명, 대도시의 형성, 혁명적 수명 연장이라는 네 가지 거대한 사회적 변동이 일어났다. 이것들이 개인주의를 예찬하며, 개인이 활약하기 좋은 여건을 창출했다. 이를 배경으로 미국에서 홀로 사는 사람의 수는 1970년대 이후 계속 늘어났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서서히 증가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급상승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홀로 사는 것을 비정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1인 가구를 흔히 동정이나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는 어려서부터 독방을 쓰며, 스마트폰 등 개인 통신기기를 사용한다. 그런 사람들이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홀로 살기를 선택하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젊은 독신자들의 홀로 살기가 사회적 실패가 아닌 성공의 표지이며, 개성의 발현이라는 쪽으로 시각이 바뀌고 있다. 그들은 홀로 고립되기보다 왕성한 사교 활동을 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한다. 요즘은 도시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주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독신 여성의 부동산 구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의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심리의 극적 변화를 보여준다.
평생 동안 홀로 살거나 평생 동안 함께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홀로 살기와 함께 살기가 뒤섞인다. 홀로 사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이혼이나 결별, 배우자의 사망 등이다. 우리는 혼자 살면 외롭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증적 조사결과를 보면, 이혼이든 미혼이든 35세 이상 독신 여성은 동년배의 결혼한 여성보다 좀 더 빈번하고 다양한 사교활동을 벌인다. 즉 외로움이나 고립은 1인 가구냐 다인 가구냐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물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 고립·단절 등을 자초하면서 자신의 안전한 집을 무덤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배제된다. 그래서 소외의 고통을 느끼며, 건강까지 악화시키기도 한다. 주로 이런 이유로 홀로 살기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생성·강화되었다.
반면 적극적으로 홀로 살기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산층 전문직 독신자들을 중심으로 혼자이면서도 공동체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건강보험·주택·사회보장에 대한 독신자의 권리 향상, 공정한 조세 제도, 직장에서 차별 철폐 등을 희망한다. 이런 관심은 자연스럽게 정치·사회 운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혼자 살다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면 결혼이나 동거를 택할 수도 있다.
또한 혁명적 수명 연장도 1인 가구가 폭증하는 원인 중 하나다. 오늘날에는 배우자가 없는 노인들도 자율성·독립성·존엄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조에 따라 가족 동거나 양로원 입소보다 혼자 살기를 원한다. 가족과 가까운 곳에 살되, 지나치게 가까운 곳은 피한다. 또한 데이트는 즐기되, 결혼은 꺼린다. 한마디로 '따로 살면서 함께하는' 관계를 선호한다. 물론 가난한 노인의 홀로 살기는 다양한 어려움을 유발한다. 끝내는 고독사에 이르기도 한다.
인류가 집단생활을 해온 지는 20만년에 달한다. 반면 수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기에 도전한 것은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다. 이런 새로운 물결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결혼장려 캠페인이나 이혼예방 캠페인이 전부다. 하지만 이런 도덕적 설득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이 낫다고 확신하고 있는 지금, "당신이 틀렸다"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노릇이다.
이제는 무조건 가정적 결합을 권고하는 정책이나 캠페인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미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사교활동도 더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 데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택 정책을 좀 더 1인 가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개인 공간은 작아도 공용 공간은 넓어야 한다.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사람들과 접촉할 통로가 보장되고, 각종 서비스와 편의시설에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스웨덴은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2018년 56.6%)이 1인 가구다. 스톡홀름은 그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그들은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독립한다. 이미 1930년대에 여성용 공동주택이 생겨났다. 오늘날에는 도시에 독신자 공동주택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공동 식당 등 공용 공간이 잘 갖춰져 있다. 각 가구로 음식을 배달하는 리프트 설비까지 있다.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고립 지수는 오히려 낮다. 그만큼 친밀한 접촉이나 교류가 가정 밖에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지고 있다. 독신 생활이 오히려 다양한 사교를 촉진하고 있다. 한편 가족이 외로움을 전부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결론적으로 외로움이나 고립은 1인 가구냐 다인 가구냐와는 무관하다. 그런 점에서 1인 가구의 급증을 고독의 증대, 시민사회의 붕괴, 공공선의 종말과 연결 짓는 대중적 담론은 비과학적이다.
이 책은 미국 중심의 현장보고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1인 가구의 사연은 다양하다. 그것은 다인 가구도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율을 추구하며 기꺼이 홀로 살기를 택하고 있다. 이미 1인 가구는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되었다. 그것은 더 이상 비정상이 아니라, 점차 21세기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구태의연하다. 심지어 수도권의 어느 광역자치단체는 공공연하게 '1인 가구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낙인찍기요, 차별이다. 그런 시대착오적 고정관념으로는 이 거대한 문명사적 물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박종선 인문학칼럼니스트 pcsun2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