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끈질긴 간섭에 대해 나는 갈수록 마음이 신랄해졌다.
하느님이 나를 박해하고 내 앞길에 환멸을 쌓아 놓음으로써 내가 자기와 가까워지고 좀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었다.
이 점은 하느님에게 단언할 수 있었다.
나는 하늘을 향해 두 눈을 들어올리고 거의 오만함과 도전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런 사실을 그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교리문답의 단편들이 기억에 떠올랐다. 찬송가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서, 냉소하듯이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무엇을 마실 것인지, 소위 내 지상의 육신이라고 하는 이 비참한 구더기 상자 속에 무엇을 집어넣을 것인지 염려할 게 무어란 말인가?
천상의 아버지께서는 하늘의 새들을 돌보듯이 나를 보살펴주시지 않았던가?
손가락으로 나를 그의 겸손한 종으로 가리키게 하는 은혜를 내게 베풀어주시지 않았던가?
하느님은 내 신경 조직망에 손가락을 쑤셔 박았고, 무심코 신경선을 좀 어 지럽게 얽어놓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거두어들였다.
그런데, 보라. 그 손가락에는 내 신경선에서 뽑혀 나온 신경섬유와 가는 뿌리들이 남아 있지 않은가.
하느님이 손가락으로 만졌던 자리에는 뺑 뚫린 구멍이 생겼고, 그 손가락이 훑고 지나간 내 두뇌에는 상처가 남았다.
그러나 하느님은 손가락으로 나를 만지고 난 다음에는 나를 그냥 팽개쳐 두고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악도 행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태평하게 방치해 두었고, 그 뻥뚫린 구멍과 함께 되는 대로 팽개쳐 두었다.
그리하여 아무런 악도 내게는 주님인 하느님의 의지를 통하여 일어난 적이 없었다.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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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에서 다시 한 번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려움에서 벗어났다는 환한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하느님과 우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침대 옆에 무릎을 끓고서 큰 소리로, 오늘 아침 나를 위해 큰 선의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알고 있었다. 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방금 겪어서 글로 옮긴 폭발적인 영감은 하늘이 내 정신에 신기한 영향력을 행사해준 덕분이었다.
그것은 어제 내가 소리높이 외쳤던 비탄어린 호소에 대한 응답이었다.
바로 하느님이었다! 하느님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외쳤다.
그리고 스스로의 말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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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편집부장에게서 온 것으로, 내 기사가 채택되어서 문제없이 즉시 조판실로 보내어졌다는 것이었다.
<몇 가지 사소한 점을 수정... 몇 가지 잘못 써진 글씨를 교정... 재능이 가득한... 내일 인쇄...10크로네...>
나는 웃었고, 울었다.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걸음을 멈추고 엉덩이를 두들기고, 그냥 막연하게 허공에 대고 하느님께 외쳤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갔다.
밤새도록, 대낮이 될 때까지, 나는 환희로 얼이라도 빠져나간 듯이 거리 거리를 노래 부르며 다녔다.
그리고 '재능이 가득한 이라는 말을 되풀이해 보았다.
작은 걸작품, 천재적인 개론서, 그리고 10크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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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위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경찰관이 잠을 깨웠다.
나는 비참하게도 현실과 빈곤으로 되돌아왔다.
첫 느낌은 별이 보이는 노천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는 얼빠진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은 머지않아 쓰디쓴 실망으로 이어졌다.
나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구슬퍼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잠을 자는 동안 비가 왔다.
내 옷은 젖었고, 팔 다리에는 축축한 차가움이 느껴졌다.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내 앞에서 있는 경찰관의 윤곽도 가까스로 구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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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물속으로 이끌리고 구름 속을 날고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목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고뇌에 찬 비명을.
그리고는 침대에 매달렸다.
마치 어떤 꾸러미처럼 허공에서 떨어지는 위험한 여행을 했다.
손에 딱딱한 침대가 잡혔을 때 얼마나 안도감이 느껴졌는지!
사람이 죽을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혼자서 생각했다.
너는 죽을 것이다!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죽을 것이다. 그래서 침대 위에 앉아서 준엄하게 물었다.
내가 죽을 거라고 누가 말했는가? 그 말을 찾아낸 것은 나다.
그러니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 결정할 절대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내 말이 들렸다.
나의 광기는 쇠약과 피로에서 나온 정신착란이었다. 그러나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미쳤다는 생각이었다.
문득 두려움에 사로잡혀, 침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문 쪽으로 비틀 비틀 걸어가 문을 열려고 애썼다.
문을 부수려고 두세 번 몸으로 부딪쳤다. 벽에 머리를 찧었다.
큰 소리로 탄식을 하고, 손가락을 깨물고, 울고, 저주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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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정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기분인가.
내 빈 주머니는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빈털터리가 되고 보니 즐거웠다.
잘 생각해 보면, 그 돈은 사실 내게 남모르는 많은 근심을 안겨주었다.
나는 실제로 그것을 생각하며 여러 번이나 몸을 떨곤 했다.
나는 냉혹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내 정직한 천성이 완벽하게 비천한 짓에 저항을 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내 스스로의 양심 앞에 다시 일어선 것이다.
나처럼 하시오! 하고 나는 사람들로 우글거리는 광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처럼만 하시오!
나는 그 불쌍한 과자 장수 노파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것은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녀는 어떤 성자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몰라 했다.
오늘 저녁 그녀의 아이들은 주린 배로 잠자리에 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내 행동이 훌륭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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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비추었다.
사실인즉, 빈곤 때문에 내 마음속에 있는 어떤 성질이 날카로워져서 정말로 추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정말이지, 진짜 추한 모습이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하지만 거기에는 장점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까.
가난하면서 똑똑한 사람은 부자이면서 똑똑한 사람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사물을 관찰한다.
가난한 사람은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주변을 살펴보고,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듣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의심쩍게 관찰한다.
한발 한발을 내디딜 때마다 의무와 임무를 생각하고 느낀다.
그런 사람은 귀가 예민하다. 감수성이 강하다. 경험이 풍부하다.
그의 영혼에는 불꽃이 깃들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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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심부름꾼은 떠났다.
그래서 나는 지폐를 봉투 속에 도로 넣었다.
그것을 가지고 조심스레 작은 공처럼 둘둘 말았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 문에서 아직도 나를 엿보고 있는 안주인에게 가서, 그녀의 얼굴 한복판에 지폐를 내던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가버리기 전에 그저 그녀가 그 구겨진 종이를 살펴보고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
흠, 이게 바로 품위 있는 행실이라는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천박한 여자한테 말도 하지 않고서, 조용히 고액권 지폐를 구겨서 악당의 면상에 내던지는 것, 이게 바로 고결하게 행동한다고 하는 것이다!
짐승 같은 인간들은 바로 이렇게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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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가 하나씩 차례로 사라졌다. 아무리 삼켜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먹어도 충분하지가 못했다. 내 배고픔의 밑바닥은 끝이 없었다.
아, 이럴수가! 굶주 림은 충족되지가 않았다!
하도 게걸스럽게 먹다 보니 마지막 과자에까지 손을 댈 뻔했다.
나는 처음부터, 붉은 수염의 그 남자가 머리에 침을 뱉던 그 남자 아이, 마차꾼 거리의 그 꼬마를 위해 남겨두려고 결심했었다.
줄곧 그 아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울며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던 그 아이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애는 남자가 자기에게 침을 뱉자 내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려나도 역시 자기를 비웃지 않을까 바라보았다.
내가 거기에 당도해서 그 아이를 만나게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얼른 마차꾼 거리로 가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내 희곡 작품을 조각조각 찢어버렸던 그곳을 다시 지나갔다.
거기에는 아직도 종잇장들이 남아 있었다.
내가 이상한 짓을 해서 좀 전에 놀래킨 바가 있던 그 경찰관을 피해 돌아가서, 결국 그 아이가 앉아 있었던 층계에서 걸음을 멈추었 다.
그 아이는 이제 거기에 없었다. 거리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아마 자기 집으로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조심스럽게 과자를 꺼내 문에다 세워놓고서 세게 노크를 하고 달아 났다.
그 애가 과자를 발견하겠지! 밖으로 나오다가 맨 먼저 하게 될 일은 과자를 보는 일이다!
그 아이가 과자를 발견하리라는 생각에 바보처럼 내 두 눈은 기쁨으로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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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아직 항해를 해본 적이 없군?”하고 그가 물었다
"예.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일만 시키십시오. 그대로 하겠습니다.
저는 좀 이것저것 잡일을 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는 아직도 생각했다.
나는 벌써 머릿속에 출발을 하겠다는 생각이 새겨져 있어서, 뭍으로 돌려 보내질까 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내가 물었다.
"자, 어떻습니까, 선장님? 저는 정말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니 까요! 제가 꼭 맡은 일만 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별것 아니지요.
필요하다면 당직 근무를 두 번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 말에 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 해보세. 일이 잘 안되면 영국에서 헤어지면 될 테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기뻐서 대답했다. 그리고 일이 잘 안 되면 영국에서 헤어지면 된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그는 내게 일을 시켰다....
피오르드에서 나는 열기에 들뜨고 피로에 젖은 채 잠시 허리를 일으켰다.
육지 쪽을 바라보고, 이번에는 도시에게 작별을 고했다.
저 모든 집들, 저 모든 집들의 창문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저 크리스티아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