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에 묵나물을 비벼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나니
깨복쟁이를 갓지난 초등학교시절 뒷동산망우릿날(대보름 망월놀이=쥐불놀이) 생각에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그땐 깡통이 참 귀했다.
첩첩산중 오지마을 시골이다 보니 통조림 깡통이 참 귀했다.
어쩌다 분유깡통이라도 나올라치면 누가 볼세라 얼른 챙겨서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깊숙하게 감춰놔야 보름날 망우리깡통으로 으스대며 써 먹을 수 있었다.
깡통을 구하고 나면 담은 깡통 구멍뚫기며 옆구리 타기다.
깡통을 마당바닥에 엎어놓고 대못으로 구멍을 뚫고 철사끈을 달아멜 아구리 양 옆에 구멍을 낸다.
다음은 깡통 옆구리를 타야한다. 근데 이게 문제였다.
엄니가 애껴쓰시는 멀쩡한 부억칼을 물래 훔치듯 꺼내와선
칼 끝을 깡통 옆구리에 똑바로 찔러서 먹여놓곤 망치로 내려처가며 옆구리를 터야 하는데
이러다간 영락 없이 칼날이 쪼슬리고 무뎌지기 일쑤고 심지언 휘어져서
어린내게 여간 당황스럽고 난처한게 아니었다.
그 어린 나이에 칼을 갈아서 아무일 없었던듯 원위치를 시켜놓아야 하는데
그게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였다. 결국엔 번번히 혼줄이 나고야 말았다.
그렇게 깡통작업이 끝나면 담엔 광술(관솔)을 장만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삼삼오오 동네 또래 친구들과 쇠꼴을 담는 다래키를 걸러매고
도끼와 톱을 담아 뒷산으로 옆산으로 소나무 고주박덩글과 죽은소나무 뿌리등
송진이 잔뜩배인 광술을 한 다래키씩 서너 차례를 오가며 충분하게 준비를 해야했다.
이걸 깡통에 잘 들어가도록 다시 잘게 쪼실러서 서너 산태미를 준비 해 놔야 망우리 준비가 끝이 난다.
마침내 대보름 망우릿날!
동네 청년들까지 죄다 뒷동산 부엉바위까지 올라가선
"대보름 망우리요~~!!"를 외치며 활~활~ 타는 망우리 깡통을 돌려댄다.
한-참을 그러고 있노라면 이산 저산 온 마실 뒷산마다 망우리 불이 돌아가는 장관이 펼쳐진다.
그렇게 한-참을 돌려대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산을 내려와서 동네 앞자락 논바닥에 다들 모여서
나머지 광술을 모두 몰아 넣곤 깡통따먹기 싸움을 한다.
드디어 마지막 불깡통을 하늘 높이 날려보내며 망우리가 끝이 난다.
그렇게 불놀이를 끝내고 나면 콧끝은 쌔까맣게 그을리고
이산 저산 산불도 나고 논바닥 짚단이며 콩깍지가 불붙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허기가지면 아지트로 정해놓은 친구네 집에 자리를 꿰차고
이집 저집 밥과 나물을 훔쳐서 데적데덕 비빕밥을 만들어 야참을 먹으며 밤을 샜다.
아~~!!
그리운 시절 "대보름 망우리여--!! "...
첫댓글 생각남니다
네... 생각 납니다.
님의 글을 읽고 잊고 살아왔던 유년시절이 새삼 그생각납니다,,,,,,,
그렇지요?? 요즘엔 산불이다 민원이다 꿈도 못꿀 아련한 추억 입니다.
어릴적 사춘언니 따라서 동네 술래잡이 ~대보름 깡통돌리면 쫄랑쫄랑따라 다넸지여 이제 추억에 불과하지만 그때가 무척이나 그리워집니다 그리운 얼굴들 보고픈 얼굴들 ........
그리운 얼굴들 입니다. 요즘 제 고향에선 그렇게 자란 세대들이 상여계를 꾸리고 경로잔치를 봉양하며 하나 둘 흰머리가 늘어갑니다...
그옛날이좋앗던생각이......멋잇는글과.정감잇는내용을...뿌듯합니다....ㄳ
이런 날 잠시라도 추억하며 그때 그시절을 다녀옵니다.
그옛날 그시절 추억속에 아련이 떠오르네요^^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정겨워던 그시절~~~~
부스럼 핀 빡빡머리, 물려 입은 깜장교복, 엄니 누이가 떠주신 돗고리, 구멍 숭숭난 나이롱 양말, 기워 입은 헌옷가지, 깜장고무신......
그렇지요?? 그땐 그랬어요. 자치기, 찐돌이,구슬치지,비석치기,딱지치기,썰매타기,말뚝박기,땅따먹기,주먹만한 고무공이나 돼지 오줌보로 축구하기,가위바위보로 아카시아 잎따기,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총쌈놀이,새총놀이,..... 아~~ 옛날이여~~
어제 버스안에서 대보름 행사 하는것을 봤어요 쥐불놀이등 ...지금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울들 기억속에는 아직 남아있네요 ^ ^*
꿈엔들 잊힐리이야 우우우~~~
망우리라는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쥐불놀이와 같은 말인가요? 모나코님의 정감어린 이야기에 귀를 쫑끗 세우며 한참을 들었습니다. 아주 어린시절 논두렁을 다니며 볏단을 놓고 불을 놓은 다음 발로 이까리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 고향에서도 쥐불놀이를 대보름날 망우리 돌린다고 했었지요...대보름날 망우리여~~~
서풍님도 그쪽 지역에서 유년을 보내셨나요??
정감어린 님의 글을 읽고 새삼 추억의 여행을 떠납니다....
덕분에 저도 훈훈하고 외롭지 않습니다.
좋은 보름날이엿지요.
네... 정말로...
망우리 옆에 살지만 대보름 깡통 돌리기 하면서 망우리 외치는것은 첨이네요....모나코준님은 옛날 놀이를 많이 아시네요....요즘 아이들은 이런 놀이가 있는줄이나 알까요?~~
대보름날 깡통 돌리기를 망우리라고 외쳤던님들은 손들어봐요...그럼 고향이 어딘지 아니까요...^^
고향이가 가평이거든여... 근디 울랑이도 망우리 외치는것은 모른다하네요...첨듣는 소리....
경기도는 대보름날 망우리라고 안할겁니다. 모나코준님이 얘기해줘요. 어느지역에서 대보름날 망우리 돌린다고 하는지...
하하하하!!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구요. 제가 낳고 자란 곳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동계곡(지금은 속리산과 함께 국립공원)이랍니다. 제 플래닛 자기소개 코너에 있지요.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산자수려하고 송이버섯과 도명산 등산로가 유명합니다.
그곳에선 쥐불놀이=망월(望月)=사투리로 "망우리"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