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문화 산책-카를로 팔레스키와 함께
묻혀버릴 뻔한 인연이었다.
이태리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인 카를로 팔레스키와의 인연이 그렇다.
내가 그의 존재를 안 것은 세 해 남짓밖에 안 된다.
2014년 10월 25일 토요일 오후의 일로,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있었던 ‘가을 음악소풍’이라는 공연에서였다.
그 공연에서의 지휘자가 바로 카를로 팔레스키였던 것이다.
내가 이날 공연에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은 그즈음에 창단된 김선국제오페라단의 김선 단장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김 단장은 전부터 나와 인연이 깊은 조선오페라단의 최승우 대표의 소개로 역시 그즈음에 알게 됐는데, 이태리로 유학을 가서 30여 년 성악 공부를 했었고, 그 세월에 카를로 팔레스키와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했다.
바로 그 김 단장의 초대가 있어, 이날 공연에 발걸음을 하게 됐고, 이왕 가는 김에 누군가 같이 발걸음을 할 친구 없을까 해서 주위 두루 공개초대를 했었는데, 마침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창현 친구와 정재룡 친구가 선뜻 나서줘서 함께 그 공연에 발걸음 하게 된 것이었다.
장일범 사회로 진행된 그 밤의 공연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드넓은 잔디마당을 꽉 메운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나 또한 열광했고, 동행한 우리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창현 정재룡 친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내 생애 최고의 기쁨이었고, 감동이었다.
그 이후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내게 깊은 감동을 줬던 카를로 팔레스키를 만나기를 하매나 하매나 하면서 기다렸다.
결국 그 꿈이 이루어졌다.
2017년 1월 7일 토요일인 바로 어제 오후 6시쯤의 일로,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 인근의 등심구이집인 ‘목동’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연말이었던 12월 30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경기 화성의 유엔아이센터 화성아트홀에서 있었던 화성시의 ‘2016 송년음악회’로 열린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60여 명과 합창단 60여 명 해서 모두 120여 명을 지휘해서, 또 한 번 내게 감동적 음악을 들려줬던 그에게 감사의 뜻으로, 내가 초대한 것이었다.
당연히 부인인 김선국제오페라단의 김선 단장도 동행이 됐다.
그리고 특별 초대 손님으로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모임의 신은영 회원도 함께 했다.
그렇게 함께 자리를 해서 대화를 하던 도중이었다.
“내가 오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야외공연으로 펼쳐졌던 오페라 투란도트 때문이었어요.”
내가 그렇게 말을 꺼냈을 때, 앞자리에 있던 김선 단장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렇게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그때 그 공연은 제가 기획한 거예요. 그리고 지휘는 우리 남편 팔레스키가 맡았었고요.”
이제는 내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그 오페라로 인해서 내가 두 아들에게 혼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가 그 오페라 초대를 받았었는데, 마침 부부동반의 골프 약속이 겹치는 바람에, 두 아들에게 대신 그 오페라를 갈 것을 권했다가, 맏이가 내게 대든 서글픈 사연이었다.
이리 대들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중에 한 분은 골프에서 빠지세요. 그래서 한 분은 외할머니 모시고 가세요. 그 공연은 야외 공연으로는 처음이라고 하는데, 연세가 많으신 외할머니가 언제 그런 공연을 보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버지 어머니는 골프 치러 가시고, 저희들은 오페라 구경을 가버리면, 집에는 외할머니 한 분만 남으시는데, 혼자 밥을 드시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갈 수가 없어요.”
맏이가 대변해서 하는 그 말에, 내 한 마디 대꾸도 못했다.
그저 울기만 했을 뿐이다.
바로 그 사연에 카를로 팔레스키 그가 또 끼어 있었던 것이다.
“내게 꿈이 하나 있어요. 오페라 본고장인 이태리에서 잔뼈가 굵은 팔레스키 씨로부터 오페라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모임에서 특강 초대를 할 테니, 시간 좀 내주세요.”
이날 만남의 막판에 내 팔레스키에게 바라는 꿈을 그리 전했다.
“네, 그러겠습니다. 기꺼이 시간 내겠습니다. 오늘 밥값은 해야 하니까요.”
팔레스키의 답이 그렇게 선선했다.
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실행이 곧 뒤따랐다.
선선한 그 답만큼이나, 선선하게 일정을 잡아줬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오페라 ‘라 보엠’의 세계로 초대한다고 하면서 그 특강 일정을 잡아줬는데, 다음 주 금요일인 2017년 7월 21일 오후 7시가 그 때라고 했고, 서울 서초구 효령로 230 승정빌딩 B1층 ‘김선국제오페라단’이 그 곳이라고 했다.
부인이신 김선국제오페라단 김선 단장의 말에 의하면, 강사로 나서는 남편 카를로 팔레스키가 스스로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서 아주 재미있게 강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슴 가득 감동을 담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로 그 특강에, 음악을 좋아하고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를 사랑하는 주위 모두를 초대한다.
선선한 발걸음으로, 우리 함께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내 너무나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