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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임을 하나씩 교정해주고 있다. |
구단 내부의 파열음으로 싸늘하게 식어가던 대전의 축구열기에 다시 불을 지핀 주인공은 김호 감독이다. 김 감독은 비기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던 대전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김 감독 부임이후 치른 10경기에서 단 한차례의 무승부도 없이 5승5패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 지 확인하기 위해 2일 대전의 훈련장을 찾았다.
◇최고의 훈련은 실전
김호 감독은 자체적으로 편을 갈라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스탠드 하단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연습경기를 통해 주말 경기에 나갈 선수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연습경기에서는 주전팀에 들기 위해 비주전팀 선수들이 더 악착을 떤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그런 선수들이 주전팀 유니폼을 입으면 그만큼 열심히 뛰어다니지 않는단다. 그래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속기 쉽고 감독의 경험이 중요하다.
자체 연습경기만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이튿날에는 홍익대와 연습경기를 했다. 이틀 연속 연습경기를 하고 주말에 또다시 K리그 경기를 치른다면 시즌 막바지에 겪는 체력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가장 좋은 훈련은 실전"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연습경기는 40~60분씩 나눠서 뛰기 때문에 체력을 안배해가며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단다.
◇축구도 확률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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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있다. |
"이쪽으로 내줘야지 패스가 잘려도 골을 먹을 확률이 떨어지잖아" "폭을 갖고 움직여야 받아주는 사람도 쉽지" "드리블할 때는 자세를 낮추고 항상 패스할 곳을 찾아라"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선수들의 움직임을 수시로 교정하고 설명한다. 무작정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움직여야하는 지를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에게 훈련은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다. "상황이 여차저차 하기 때문에 이겨야 한다는 잘못된 논리"라며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만들어 놓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를 분석하고 구상했던 전술이 맞아 떨어지면 최고다. 그런 확률게임을 해야 한다. 그는 "밖에서 보는 축구가 더 재미있었다. 3년동안 지휘봉을 놓고 쉬면서 어떤 축구를 해야하나, 어떤 선수를 데리고 해야하나 등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양쪽 측면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상대가 체력소모를 많이 하도록 유도해 공격을 쉽게 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훈련전 15분 정도 미팅을 갖고 자신이 가는대로 따라와 달라고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한다. 경기 뒤 선수들이 격하고 어려울 때 얘기하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침에 하는 것보다는 오후에 가볍게 논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확률게임을 하기 위한 준비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진행된다. 왕선재 코치는 이날 훈련을 마치자마자 땀에 젖은 유니폼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직접 차를 몰고 수원으로 올라갔다. 저녁때 벌어지는 수원시청과 인천한국철도의 내셔널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쓸만한 선수들을 찾기 위해서라면 내셔널리그가 아니라 대학이나 고교팀 경기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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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꾼'이 되라
자체 연습경기를 지켜보던 김 감독이 느닷없이 '골꾼론'을 펼쳤다. 브라질 선수들이 외국인선수의 절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철저한 '골꾼'이기 때문이란다. 포인트가 많은 데닐손보다 보이지 않는 공헌이 많은 슈바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몸이 아픈데도 2경기를 뛰었는데 그 경기를 다 이겼다. 감독으로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더 데리고 있고 싶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어 볼을 잡은 우승제에 대해서는 "다 좋은데 투쟁심이 부족하다"고 잘라말했다. 골을 넣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진정한 '꾼'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축구에서는 체격이나 체력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소극적인 플레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어려서부터 유니폼을 버릴까봐 과감하게 몸을 던지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부딪치면 쓰러져서 비명을 지르는 데 익숙해지면서 선수들이 나약해지고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며 더욱 자신있고 과감한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지든 이기든 승부를 내야 직성이 풀린다. 비기는 건 싫다"는 김 감독의 욕심을 이제는 선수들이 닮아가고 있다.
◇6강진출은 운명에 맡겼다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6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지만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한 경기 한 경기를 준비할 뿐이다. 비길 확률이 높아도 지금까지는 이기거나 지거나 승부를 낼 수 있었지만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 김 감독은 "지금처럼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성적을 내는 것도 문제지만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만 구단과 선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기대는 하고 있다. 승리보다는 마지막까지 경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이 있으니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준비를 더 해서 내년에는 중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체계적으로 선수를 육성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적을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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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과도 싸운다
대부분의 시민구단에 공통된 문제지만 대전의 주변 환경은 '프로'라고 부르기엔 초라할 정도다. 전용 훈련장이 없는데다 숙소가 외진 곳에 있다보니 이동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전, 오후로 훈련을 하게 되면 최소한 2시간은 차에서 보내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힘들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부상의 위험도 높아진다. 숙소의 시설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구단들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혹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김호 감독은 그동안 최고의 팀들만 이끌었기 때문에 대전같은 팀을 맡아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동래고에서 1년간 무보수로 후배들을 가르친 적이 있고 한일은행을 이끌고 프로팀과도 싸워봤다"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고 이를 하나씩 증명해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은 어쩔 수가 없다. 1년간 꾸려나갈 기본적인 예산이 없어 큰 그림을 설계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답답하다. 시민구단으로서 사회환원 구조를 갖춰 시민과 함께 가는 벙법들을 찾고 있다. 겨울 스토브리그를 구상하는 것도 그래서다. 고교나 대학팀과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경남 통영에서는 약 보름간 80여개 팀이 60억원 정도를 쓰고간 적도 있다. 대전 정도라면 200억원 정도의 경기유발 효과를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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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에 축구화가 죽 늘어서있고 건조대와 라커까지 들여놔 고교팀 합숙소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
그는 "축구는 인간이 가장 동물적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다른 스포츠와는 격이 다르다. 축구는 돈보다는 훨씬 큰 가치와 즐거움을 준다.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선수들의 병역 문제나 세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첫댓글 고종수 연봉문제,데닐손 이적기류문제.... 감독님만 믿겠습니다 ㅜ
휴..... 열악한 축구환경.... 정말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