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용서 못했는데…판사님은 무엇을 보고 선처해줬을까?: 가해자가 제출한 양형자료
‘일단알려’ 글에 따르면 가해자 A군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생식기가 10cm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입니다. 영선 씨는 “119 침상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수혈을 받기 위해 타 병원에 이송해야 할 때는 입고 갈 수 있는 옷조차 없었습니다”라고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진술했습니다.
당시 현장을 본 경찰과 피해자를 치료한 의사가 공통적으로 기억하는 것 역시 ‘심각한 출혈’이었습니다. 김상헌 산부인과 전문의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에 대해 “합의하에 일어난 성관계에서는 이런 경우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가해자 A군은 만 17세로, 소년법상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아 형법상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나이였습니다(*). 검찰은 가해자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일명 ‘촉법소년’으로 불리는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은 만 10~14세입니다. 소년법에 따르면 만 10~14세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고 오직 소년보호재판에서 보호처분만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만 14~19세는 '범죄소년'으로 분류되어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 에디터 주)
하지만 법원은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KBS <시사직격> 팀은 가해자 A군이 법원에 제출한 양형자료에 집중했습니다.
가해자 A군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는 상담확인서, 소견서, 행동상담·중재안, 반성문, 심리학적 평가보고서 등입니다.
KBS <시사직격> 팀이 상담확인서를 발행해준 상담센터에 방문해보았습니다. 상담센터에서는 가해자 A군 측에서 “양형자료로 제출할 상담확인서가 필요하다”고 목적을 밝혔으며, 몇 차례 상담 후 상담확인서를 발급받은 이후에는 더이상 상담을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상담확인서를 발급해준 다른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상담확인서가 양형자료로 제출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KBS <시사직격> 팀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센터 측에서는 “사건을 알았다면 상담확인서 발급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대신 판사님께반성문 제출하는 성범죄자들
가해자 A군은 반성문도 양형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인용하여 양형 이유를 작성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중략)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엄한 형사처벌보다는 세심한 보호와 적절한 교화를 통하여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성범죄 형사재판에서 양형자료로 반성문을 제출한 것은 가해자 A군뿐만이 아닙니다. 'N번방'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가해자들 역시 반성문을 썼고, 최근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의 전주환 씨 역시 스토킹 혐의로 기소되어 공판기일을 앞두고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내용과는 달리, 그는 이틀 뒤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성범죄자들이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은 사법부가 ‘진지한 반성’을 양형 기준의 감형 요소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악용한 ‘감형 컨설팅’까지 시장에 등장할 정도입니다. 반성문 대필은 물론 심리교육수료증과 의견서를 포함한 감형 패키지를 판매하기까지 합니다. 성범죄자들이 모여 감형 노하우를 공유하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KBS <시사직격> 팀으로부터 감형 패키지를 전달받아본 오지원 변호사는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그걸 악용해서 지금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건 우리나라 법원과 양형 심리 그리고 형사제도 전반에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다른 문제는 피해자들도 가해자들이 돈을 주고 감형 패키지를 사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리셋의 최서희 활동가는 피해자들이 이와 같은 가해자들의 끈끈한 연대를 보며 더 큰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관련 영상 : 성범죄가 무죄가 된다? : 문제 있는 성범죄 처벌기준
성범죄 저지르고도 집행유예, 벌금형…선처가 또 다른 범죄 낳았다
지난 5월, 83세 남성이 11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알고보니 이전에 이미 아동 성범죄 전과가 2번이나 있었으나 두 차례 모두 ‘고령’이라는 이유로 선처를 받아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사건이 있었죠. ‘화난사람들 일단알려’ 게시판에도 “80세는 무적입니까? 촉법노년인가요?”라는 공분의 글이 올라와, 화난사람들 에디터도 포스트를 쓴 바 있습니다. ▶관련 포스트 : '고령'이라는 이유로 선처... "촉법노년인가요?"
KBS <시사직격> 팀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피해자는 아직도 할아버지만 보면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가해자인 83세 B씨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선처를 받아 첫 번째 성범죄에 대해서 집행유예, 두 번째 성범죄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가해자 B씨가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을 저지르고도 벌금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오지원 변호사는 “사실상 피고인이 결국 반성하지 않을 기회를 법원이 준 것은 아닌가”라고 말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반성문 등을 통해 ‘진지한 반성’을 주장한 피고인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형량이 6.5개월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판사에게 보여주기식의 반성을 한 가해자를 감형해주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절대로 피해자에게 도달되지 않는 ‘진지한 반성’을 가지고 재판부가 감형을 해 주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월권행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법정에서 사라진 피해자의 서사
재판부가 제출된 양형자료를 보며 가해자 A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피해자의 이야기는 외면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 영선 씨에 따르면 영희 씨는 사건으로부터 1년이 훌쩍 넘도록 흐른 지금도 심각한 PTSD에 시달립니다. “누가 쫓아온다”며 머리카락을 잘라내거나 몸에 상처를 입히는 등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공중화장실에는 가지 못합니다. 사건 당일이 생각나 불안하다는 이유입니다.
영희 씨의 정신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정운선 경북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들이 회복을 하는 데에는 5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영희 씨의 경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해자 A군이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동안, 피해자의 언니 영선 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피해자 진술권을 요청하고,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700건 넘게 모았습니다.
▶관련 포스트 : 피해자가 바라본 소년보호재판의 풍경 [일단알려 후일담]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피해자 진술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다고 영선 씨는 주장합니다.
피해자 진술권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의 류영재 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양형 심리로 들어가면 피고인은 자기 삶의 전부를 자료로 제출해요. 피고인의 얼굴도 보고 피고인의 반응도 접하고, 피고인이 내는 그런 자료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피고인을 이해하게 되는 거죠. 재판에 피해자의 서사도 나타나야 된다는 거예요. 안 나타나는 게 문제이고. 안 나타나는 데 법원의 책임이 없냐고 하면 법원의 책임 당연히 있죠. 피해자 진술권이 헌법이랑 법률에 보장된 게 언제인데. 우리는 어쨌든 피해자 증인신문 안 하면 피해자 진술권 굳이 알려주지도 않고, 법정진술할 건지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으니까 피해자는 내가 진술할 수 있는지도 모르다가 재판이 끝난단 말이에요.”
화난사람들 에디터가 최근 인터뷰한 연대자D도 이 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런 질문을 남겼습니다.
“현행 형사재판 절차에서 피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과연 정의로운 일이고, 적절한 일일까요?”
지난 9월 16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133회는 유튜브 채널에서 풀영상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DEjViUZ48
출처 : https://www.angrypeople.co.kr/post/258
첫댓글 가해자서사.알바냐고 이것도 걍 남자편들려고 그런것같음 성범죄 가해자가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음 안그랬을듯
방송으로 보면 진짜 너무너무 마음아파서 찢어져.... 피해자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은 수준인데 판사는 피해자를 신경도 안쓴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