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미국와서 여러 곳에 여행을 다닙니다. 이곳은 아주 넓어서 어디 가볼만한 곳을 가려면 기본적으로 2-3시간, 유명세를 치르는 곳은 최소한 4-5시간 가야합니다. 친척이 플로리다의 템파에 살고 있어서 가는데 처음에는 비도 오고 길도 잘못 들고 해서 12시간이나 걸려서 갔었지요(다른 사람들은 8시간에 간다고 하데요. 아마 목숨걸고 가나보죠). 엄청난 폭우에 무지막지한 트럭들, 집차들(양키들은 집차를 빌리거나 사가지고 여행지에 가서 정차시키고 거기서 자고 먹고 한답니다) 사이를 운전해 가느라 지옥경험을 단단히 했지요.
두번째 플로리다에 갔을 때는 템파에서 다시 헤밍웨이가 살았다는 키 웨스트를 가느라 밤새 달리기도 했지요.가도가도 끝이 없는 곳을 향해서...
이번에 김삿갓이 사드 주니어와 서부 패키지 여행(여행사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모집해서 가이드와 함께 버스를 타고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하는 구경)을 다녀왔습니다.
어쨌든 미국은 땅이 넓어서 일단 사람을 기죽인다고 하지요. 와본 사람들이 기죽이는 발언을 할 때 '가봐라, 네가 상상한 것과는 다를 것이다'라고 하면서 미국 자연의 거대함에 대해서 겁을 주지요. 하긴 크긴 크지요. 그랜드 캐년에 여행왔던 조폭 왕초가 자신이 살아온 것이 얼마나 좁디좁은 삶이었는가를 느끼며 주민등록증을 버리고 갔다는 얘기가 있지만(그런 놈은 주민등록증 없어도 다시 왕초노릇 하겠죠)... 사드와 사드주니어는 그냥 처다보고 사진 몇방 박고 좀 걷다가 왔지요. 엄청난 폭포와 바위로 이루어진 요세미티 국립공원. 처음 볼 때는 와 하지만 금새 적응되고...
실은 사막에 일궈놓은 캘리포니아의 넓디넓은 포도밭, 낮에는 유령도시 같지만 밤에는 환락의 도시로 바뀌는 사기의 도시 라스베가스, 사막 언덕에 새떼처럼 모여 돌아가고 있는 풍력발전기, 중국 여고생을 윤간한 백인놈을 바베큐하여 걸어놓았다는 그래서 백인깡패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이곳의 조상들은 1840년대 후반 이후 금광개발이 시작되면서 일하러 온 광부노동자들이라네요), 한국의 온갖 모습들이 살아있는 엘에이의 한인타운, 온갖 영화세트들을 설치해 놓고 유람하며 탈 것들을 만들어 놓은 엘에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이 실은 더 놀랍다고 해야 되겠지요.
엄청난 돈을 들여서 다시 세계의 인민들로부터 돈을 빨아들이는 인공기계들... 그 중에 가장 기가막힌 것이 도박이겠죠. 라스베가스에 와서 동전한번 안 넣어 보는 사람은 몇 번째 바보라고 하던데... 김삿갓은 도박에는 영 취미가 없어서 남들 도박할 때 수영장에서 수영하면서 가장 부르주아틱 하게 놀았지요. 사드 주니어의 협박에 못 이겨 두번째 날 25센트 짜리 동전 한번 넣어보았으니 바보는 벗어났겠죠?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도 느낀 것은 여행지에서 흑인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미국인구의 거의 10%를 차지한다는 흑인들이 어찌 그리 찾아보기 힘든지...
장면전환
한국에서 직접 날아온 노인부부들, 미국 각지에 살고 있는 장노년 부부들, 아줌마 쌍, 9명의 대가족, 연수왔다 여행온 몇 학생, 그리고 사드와 주니어. 5일 동안 노인들 틈에 끼어 지내느라 답답했죠. 그래도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이 왔다는 생각이 들데요.... 사실 먹고살기 바쁜 사람이 오기는 어려웁겠죠.
마조흐는 이미 와 보았기에 사드는 주이어와만 여행을 왔지요. 5일 동안 부러움과 질책을 받으며 지냈죠. 아마 부녀가 왔다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겠죠. 노인 한분이 몇 년 전에 딸을 데리고 함께 여행을 했더니 다들 이상하게 보더랍니다. 그런데 부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다니. 엄청난 차별이지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좋았는데... 차를 탈 때에야 서로 정면을 향하지 않으니 혼자 온 사람들이나 홀수로 온 사람들이 가끔 모르는 사람과 짝을 맞춰 앉아서 서로 얘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 조용한 편이죠. 상에 앉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식사를 하려면 대체로 4명 이상의 단위로 상에 앉아야 합니다. 어쨌든 상에 앉으면 삼분의 일 가량은, 대부분 마나님들이 다짜고짜 '엄마는 왜 안 왔냐?'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것도 사드 주니어를 향해서. 당근 지가 늙었다고 무조건 반말로... 아, 이때 사드근성이 필요한데... '하도 바가지를 긁어서 집에 떼놓고 왔어요' 라고 사드가 짧은 혀닫음 소리로 훽 말해버린다. 입을 콱 막아버리려고... 그래도 주절거리는...
여러번 식사를 같이 하다 보니 자주 같은 상에 않게 되는 사람들이 생긴다. 속도와 숫자의 조합에 의해서 말이다. 첫날 점젆은 할아버지가 자꾸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훑어보길래 느끼한 웃음으로 응답했다. 같은 상에 앉게 되었는데 부인인 할머니가 반찬투정을 하면서 있는집 여자 흉내를 낸다. 눈은 뱁새눈같고 입은 오그라뜨리며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신경끄고 내 먹는 것이나 맛있게 먹어야지. 이것저것 자꾸 물어서 일년 동안 쉬러왔다고 하니까 대뜸 교수냐고 한다. 그 다음은 당근 뭘 전공하느냐, 어느 학교에 있느냐, 지가 안기부직원인가? 뭘 거기까지 알려고 하느냐고 구박하고 너무 유명해서 알려지는게 싫다고 사드짓을 했다. 주니어는 또 아빠가 교회에 안 나간다, 사드짓을 일삼는다 는 둥 비밀을 폭로하고 있다. 하루 우리와는 다른 코스 여행을 하고 그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또 똑같은 질문. 뭘 전공하느냐는 듯한 질문에, 성의 사회학, 사회과학방법론, 조직론을 한다고 흉물스런 대답을 했다. 이 할머니 무슨 조직론을 하느냔다. 사회조직론이요. 또 입을 빨리 닫아버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사드주니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런 저런 할머니 다운 얘기를 하고 인사도 받았지만... 그 다음에 보았을 때 정확하게 못본 척 하는 주이어의 사드짓. 너무 심했나... 어쨌든 마지막날 둘이 있을 때 할아버지 조용히 왈, ' 나 목사네'. 웬 목사들이 이렇게 많아. 다른 세 노인네도 목사던데. 사드가 여행을 하다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드의 직업을 목사라고 추정한다. 나는 싫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하면 정말 목사가 되는 것인데.... 이그 징그러워. 이왕 목사가 되려면 즐거운 성목사가 되어야지.(참고로 the joy of sex 라는 책에 심취해 있음. 그리고 다른 위험한 파생본들이 있음)
꼭 상대방을 캐물어 확인하려는 심보. 그리고 나서 자기가 제압할 수 있는 상대이면 막 하는 행태. 물론 여행 내내 조용한 미소로 서로 화답하는 분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이게 진짜 묻지마관광 아닌가?).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싸드주니어가 넓은 세상 구경했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 가져갈게요.. 예전에 말씀 하셨던 얼굴이 하얗다고 하던 사드주니어가 되게 궁금하네요^^ 선생님이 목사란 생각을 해 보니 웃음이 나네요^^ 쿡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