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17 튤립
학명: Tulipa gesneriana
벚꽃 다 졌다고 슬퍼하지 마라.
4월 꽃놀이 못 갔다고 아쉬워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튤립이 있기 때문이다. 벚꽃 가면 튤립이 온다.
이번 주제는 4월 16일의 탄생화라는 튤립이다.
네덜란드의 국화기도 한 튤립은 속씨식물문(Angiosperms) 외떡잎식물강(Monocots) 백합목(Liliales) 백합과(Liliaceae) 튤립속(Tulipa)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알뿌리 초본 식물이다. 식물학 분류는 은근 어렵다. 그래서 나는 그냥 백합 친척이라고 이해하는 걸로 만족.
참고로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수십억 송이를 키울 만큼 그 상징성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무궁화 이렇게까지 애정 안 하는 거 같은데, 튤립은 국화 선정되어 대접도 제대로 받는 꽃이 아닐까? 🤔
튤립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남동유럽이며, 품종은 3000개 이상, 꽃의 특징에 따라 15개 그룹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원예용으로 품종 연구가 많이 되어 이렇게까지 다양해진 듯.
꽃을 심는 건 보통 10~12월, 대개 첫서리 내리기 2주 전이라고 한다. 구군 높이의 3배 이상 깊이로 땅을 파서 심어야 하고, 이때 흙은 배수가 잘 되는 종류가 좋다. 개화 시기는 4~5월이다.
👳♀️👳♂️ 튤립의 이름은 터번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활짝 핀 꽃 모양이 터번(turban) 또는 튤밴드(Tulbend)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튤립은 16세기 후반 튀르키예에서 네덜란드로 전해졌는데, 유럽으로 튤립을 처음 들여온 사람은 오기에르 기셀린 드 뷰스벡(Ogier Ghiselin de Busbecq)으로 알려져 있다. 신성 로마제국 황제의 명을 받고 오스만 제국 술탄에게 파견된 왕실 외교관인 그는 콘스탄티노플 들판에서 튤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튤립은 20~30cm 높이까지 자라며, 잎은 세로로 곧게 쭈 뻗은 모양이다.
꽃은 7cm 정도의 크기고 대개 뒤집어진 종 모양이지만, 품종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있다고 한다. 색상은 빨강, 주황, 노랑, 분홍, 흰색, 보라색 등 인기 많은 꽃답게 다채롭다. 🌈
튤립의 열매는 삭과로 7월에 익는다.
용도는 주로 관상용, 신부의 부케나 절화용(Cut flower), 혹은 정원 장식용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튤립의 꽃잎은 샐러드를 포함한 많은 요리의 장식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 이 튤립은 우리나라에서는 ‘울금향’이라는 이명으로 불린다. 대개 술을 빚어서 먹는 그 울금향 말이다. 이렇게 낯설지 않은 이명이 있는 거 보면, 어쩌면 튤립은 우리나라에게 있어 내 생각보다 꽤나 친숙한 꽃이 아닐까?
튤립의 꽃말은 대체로 ‘사랑’에 관련된 게 많다. 일단 보통은 ‘완벽한 사랑’이나 ‘깊은 사랑’이란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색상에 따라 그 꽃말도 조금씩 다르다. 🌷
빨간색 튤립: 사랑, 열정, 진실, 완벽하고 깊은 사랑, 사랑의 고백의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프로포즈할 때 쓰이기도 한다. 튤립의 가장 보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보라색 튤립: 우아함, 세련미, 사치, 권위를 상징한다. 예로부터 보라색은 왕족의 상징이었다. 그래서인지 튤립의 꽃말도 그 의미가 반영된 것 같다.
분홍색 튤립: 축하, 행복, 자신감, 사랑의 시작, 배려를 뜻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에게 어울린다.
흰색 튤립: 평화의 선물 또는 용서의 의미, 실연, 새로운 시작, 우정, 순결, 명예, 거룩함을 은유한다. 이 또한 흰색이 가진 이중적인 의미가 내포된 것 같다.
망고 튤립: 왜 이름이 망고 튤립인지는 모르겠다. 생김이 망고 닮았나? 아무튼 꽃말은 매혹적인 사랑, 수줍은 사랑, 사랑의 고백, 영원한 애정을 뜻한다. 망고 과일처럼 달달한 의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노란색 튤립: 원래 의미는 헛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타냈으나, 최근 성취감이나 짝사랑을 상징하는 뜻이 더해졌다.
오렌지색 튤립: 보살핌과 이해를 은유한다. 다정한 오렌지 색상 특유의 색감이 묻어나는 꽃말이다.
검은색 튤립: 나는 사랑의 불탄다는 의미의, 상당히 열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검은색 장미와 유사하다.
* 튤립의 전설과 각종 이야기
1. 붉게 피어난 완벽한 사랑, 튤립 - 튀르키예 및 페르시아 민담
옛날 한 나라에 파르하드라는 석공이 살았어요. 그는 공주 쉬린을 몹시 연모하고 있었지요.
“공주님, 사랑합니다!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고백이 촌스러워요. 내가 무슨 현금 서비스 고객이에요?”
파르하드라는 대차게 차였지만 쉬린 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어요. 그래서 쉬린에 대한 사랑을 담은 세레나데를 연주하며 다시금 고백을 시도했어요. 직업은 석공이지만 그는 악기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었거든요.
“아, 공주님. 사랑하는 공주님. 부디 저만의 공주님이 되어 주세요. 당신이 공주가 아닐지라도, 저에게는 언제나 공주님이니.”
“어머나, 로맨틱해!”
공주는 뜻밖의 면모에 놀라고, 자신만을 위한 노래에 감동했지요. 결국 쉬린 공주는 석공의 마음을 받아들였어요.
“아니, 내 딸이 어떤 딸인데! 공주가 한낱 석공과 사랑에 빠져?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하지만 쉬린 공주의 아버지, 곧 국왕은 매우 실망했어요. 쉬린의 아버지는 공주가 비천한 석공과 결혼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거든요.
“흥, 너 같은 놈이 언감생심 공주를 넘보다니! 좋다, 네 그 미흡한 재주로 운하를 건설한다면, 결혼을 허락하지.”
그렇게 말했지만 왕은 결혼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어요. 파르하드라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있을 때, 왕은 쉬린 공주가 병으로 죽었다는 전갈을 보냈거든요. 슬픔에 휩싸인 파르하드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
“맙소사! 아버지의 거짓말에 속아 죽음을 택하다니.”
뒤늦게 왕의 음모를 눈치챈 공주는 파르하드라에게 달려갔어요. 그러나 그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죠. 쉬린 역시 슬퍼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파르하드라의 핏자국 위로 쉬린의 피가 흩뿌려졌어요. 그 둘의 피가 합쳐지면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어요. 그 꽃이 바로 서로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 튤립이었답니다.
감상: 오, 이것은 튀르키예와 페르시아 소속 로미오와 줄리엣?
2. 왕관과 보검과 보화를 담은 꽃, 튤립 - 유럽 전설
옛날 한 나라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진 구혼자가 세 명 있었지요.
“나와 결혼해준다면, 이 화려한 왕관을 당신 머리에 씌워주겠어!”
첫 번째 청년은 이웃 나라의 왕자였어요.
“나의 레이디가 되어주시오. 그렇게 해준다면, 내 이 구귀한 보검은 당신의 것이오.”
두 번째 청년은 용감한 기사였지요.
“내 아내가 되어줘! 금은보화가 가득한 인생을 살게 해줄게.”
세 번째 청년은 부유한 상인이었어요.
“죄송해요. 전 결혼 이전에 스스로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동물과 식물 등 자연을 연구하는 학자가 제 꿈이거든요.”
그러나 아가씨는 그 누구와도 결혼할 마음이 없었어요. 그래서 세 명의 청혼을 모두 거절했지요.
“뭐야, 왕관까지 준다고 했는데! 건방지게 그깟 꿈이 뭐라고.”
“내가 그대에게 바치는 명예로는 부족하단 말이오? 욕심이 과하군.”
“하, 완전 철부지였잖아. 학자? 멍청한 소리 하고 있네. 너 같은 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냐.”
왕자와 기사와 상인은 그녀에게 악담을 남기고 떠나버렸어요. 아가씨는 충격을 받고 병에 걸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어요.
“웃기고 있네. 여자가 싫다고 하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악담을 하고 가? 권력이 최고인 줄 아는 왕자 저 자식은 모자란 놈이네. 기사 저 녀석은 자기 명예면 다 되는 줄 아나? 그게 자기 명예지 어떻게 여자 명예가 된담? 오만한 놈! 그리고 상인 저거! 완전 싹수부터 글러먹었잖아!”
꽃의 여신 플로라는 아가씨를 가엾게 여겨 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내가 저 세 놈 벌은 못 준다. 그럴 힘이 없어. 대신 불쌍한 네 넋을 꽃으로 피어나게 해 위로하마. 저 한심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대대로 전해지게 해 흑역사로 박제시키는 건 덤이고. 흥, 어디 대대손손 쪽팔려 보라지.”
아가씨의 무덤에서는 형형색색 꽃송이가 피어났습니다. 그 꽃이 꽃송이에는 왕관을 씌우고, 잎은 기사의 칼날을 닮도록 하고, 뿌리는 상인의 황금을 본뜬 꽃. 바로 튤립으로요.
감상: ‘언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하나?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3. 경제학 튤립 열광(Tulip mania) - 네덜란드
17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에서 과열 투기 현상이 벌어졌다. 땅이나 건물이 아닌, 꽃 튤립으로 인해서 말이다.
“요새 이 꽃이 그렇게 부자들에게 인끼라죠?”
“아주 색깔이 희귀하고 모양이 특이하면 금상첨화지.”
“잘만 하면 100년 동안 놀고먹을 부가 쏟아진다니까.”
튤립이 곧 롯도 복권인 셈이었다. 오늘날의 비트코인처럼 빈곤층부터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위인들까지 전 재산을 탕진하며 튤립 키우기에 몰두했다.
“아, 그 꽃은 이제 좀 식상한데요. 너무 자주 봐서.”
“히아신스라고, 더 독특하게 생긴 꽃이 있는데. 공처럼 동글동글 피어난다지 뭐야?”
그러나 3달만에 유행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첫째 수요보다 공급이 폭증해 희귀성이 떨어진 점, 둘째 튤립을 대체할 다른 꽃 히아신스가 시장에 등장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튤립 키우기에 몰두한 이들이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현대 경제학에서 대표적인 버블 사태로 손꼽는 일화라 하겠다.
감상: 튤립의 이름이 오명으로 남은 사건. 튤립이 무슨 죄람? 투기한 사람들이 나빠!
자료 출처 1: whynot7788.tistory.com 오늘의 만남
자료 출처 2: rtreasury2.tistory.com 동행
자료 출처 3: 다음 백과사전 내용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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