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이 성 복
한 여자가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가에 나 혼자 있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그 여름의 끝
이 성 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 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이 났습니다
거리
이 성 복
내 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역겨워
짜증이 나기도 하였지요
흐드러진 꽃나무가 머리맡에
늘어져 있었어요
내 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역겨워
얼어붙은 거리로 나서면
옆판 앞에 서 있는 엄마의 등에
버짐 꽃 핀 아아가 곤히 잠들어 있었지요
때로 내 사랑하는 것이 역겨워
떠날 궁리를 해보기도 하지만
엿판 앞에 서성대는 엄마의 등에
나는 곤히 잠들어 있었어요
강가에서 3
이 성 복
저렇게 밀려가면서도
당신은 제 자리에 계십니다
저렇게 파랑치고 파랑치면서도
당신은 머물러 계십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밀려가고 밀려오면서도
나와 함께 계시는 당신
당신에게 이끌려 기어코
나는 흐르고야 맙니다
오, 한없이 떨리는 당신
정든 유곽에서
이 성 복
1.
누이가 듣는 음악 속으로 늦게 들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내 음악은
죽음 이상으로 침침해서 발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초 돋아나는데, 그 남자는
누구일까 누이의 연애는 아름다와도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잠이 들었다
목단이 시드는 가운데 지하의 잠, 한반도가
소심한 물살에 시달리다가 흘러들었다 벌목
당한 여자의 반복되는 임종, 병을 돌보던
청춘이 그때마다 나를 흔들어 깨워도 가난한
몸은 고결하였고 그래서 죽은 체 했다
잠자는 동안 내 조국의 신체를 지키는 자는 누구인가
일본인가 일식인가 나의 헤픈 입에서
욕이 나왔다 누이의 연애는 아름다와도 될까
파리가 잉잉거리는 하숙집의 아침에
2.
엘리, 엘리 죽지말고 내 목마른 나신에 못 박혀다오
얼마든지 죽을 수 있어요 몸은 하나지만
참한 죽음 하나 당신이 가꾸어 꽃을
보여주세요 엘리, 엘리 당신이 승천하면
나는 죽음으로 월경할뿐 더럽힌 몸으로 죽어서도
시집가는 당신의 딸, 당신의 어머니
3.
그리고 나의 별이 무겁게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혈관 마디마디 더욱
붉어지는 신음, 어두운 살의 하늘을
날으는 방패연, 눈을 감고 쳐다보는
까마득한 별
그리고 나의 별이 파닥거리는 까닭을
말할 수 있다 봄밤의 노곤한 무르팍에
머리를 눕히고 달콤한 노래 부를 때
전쟁과 굶주림이 아주 멀리 있을 때
유순한 혁명처럼 깃발 날리며
새벽까지 행진하는 나의 별
그리고 별은 나의 조국에서만 별이라
불릴 것이다 별이라 불리기에 후세
찬란할 것이다 백설탕과 식빵처럼
口味를 바꾸고도 광대뼈에 반짝이는
나의 별, 우리 韓族의 별
강
이성복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미지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아, 입이 없는 것들
이 성 복
저 꽃들은 회음부로 앉아서
스치는 잿빛 새의 그림자에도
어두워진다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
나는 꽃나무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간다
소금밭을 종종걸음치는 갈매기 발이
이렇게 따가울 것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
웃음 유승도
웃는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 잔잔한 빛이
세상 속으로 번져가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을 가만히 보면
웃음이 사람 사이로 퍼져나가고 있다
밤하늘의 별빛을 가만히 보면
웃음이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수박씨 최명란
아~함
동생이 하품을 한다
입 안이
빨갛게 익은 수박 속 같다
충치는 까맣게 잘 익은 수박씨
삼계탕 이정록
시신의 입에 불린 쌀을 넣듯
깨끗한 헝겁에 찹쌀을 싸서 담는다 버드나무 숟가락 대신
굵은 손으로 청주 한잔에 황기 인삼까지 모신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 다 이제 목이 달아났으니
소름으로 느껴볼 수밖에 없다
배 속에 넣는 반함이라니?
새벽을 열어젖히던 목청과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생각많던 머리도 버리고
가부좌 틀고 누웠다 에고나 뜨거워라
벌떡 일어나 앉으면 사리 그득한 부처의 환생이구나 싶겠지만
스스로 다리 포갠 것 아니라, 대추 밤 마늘 쏟아지지 마라
지퍼 채운 전대 끈이었구나 화탕지옥 와불 같다만
발목의 피멍을 보니 야단법석 힘깨나 썼겠다
등짝엔 도리깨로 찍은 용 문신도 있겠다
가스레인지가 불두화 피워 올리며 독경을 해도
열받은 육탈이라, 웅크리고 있는 것 다 풀어 놓거라
허벅지며 가슴에 쇠젓가락을 찌른다
없는 발가락 당겨
사라진 미주알 가리려 애쓰는 동안
허공의 품은 넓고도 아름다워 안개로 풀어놓는다
선학표 쟁반 송학 위에
三界의 매듭을 풀어놓는다
서른일곱의 여름 이재무
침목은 누워, 달리는 기차
하중을 받는다 여름의 늦은 하오
부리지 못한, 칸칸마다 들어찬 끈끈한 욕망이여
기차가 지나간 뒤
무었이 남는가 아픈 사랑은
더디 왔다 빠르게 가고
침목 사이사이 떠나지도 못하면서
종종거리는 가녀린 풀잎들
염천 아래 헉헉헉 더운 숨 쉰다
그해 여름의 끝 최금진
창밖에 모기들이 날고 있었다, 가느다란 목줄기에 여린 몸통
투명한 날개였다
루주라도 발라준다면 예쁜 입으로 죽게 될 것이다
조금만 더 절망하다가 가면 안될까요, 모기들은 내 방에
들어오려고 애썼다
피는 달다, 칼에 베인 손가락을 물고 오래 빨아본 적이 있다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죽은 새의 주둥이가 칸나꽃 같았다
아이들이 죽은 새를 돌로 찧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방충망을 두고 모기들과 마주 보았다, 허공을 날아본 지 얼마
안되는 것들이었다
날렵한 제트기처럼 방충망에 착지한 죽음
수직으로 매달려 내게 물었다, 당신도 우리처럼 목이 마르죠?
작게 헐떠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랜 장마에 벽지엔 물이 스미고
눅눅한 방바닥엔 쌓아놓은 옷들이 퉁퉁 불어있었다, 올여름에 내가 한 일이라곤
종일 창 밖을 내다보거나 밥을 먹거나 잠을 기다리는 게 다였다
끝없이 뒤로 연기되는 시간의 채무를 안고 괴로워하는 빚쟁이였다
모기들이 방충망에 털이 수북한 주둥이를 밀어넣고 내게 중얼거렸다
당신을 면회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나는 귀를 막았다
나는 창문을 닫고 다시 TV를 볼 것이다, 그 모든 걸
기다릴 준비가 되었다는 듯, 모기들의 눈이 충혈된 채 울먹이는 것 같았다
피를 잔뜩 머금은 얼굴로 꽃들이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목각 인형을 깎다가 손가락 하나를 잃어버린 사람 같은 낮들이 뜨고 지고
한밤중에 일어나 물을 마시다가 귀신처럼 서있는 나를 만나기도 했다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를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몸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 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다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
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水墨 정원 장석남
- 江
먼 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강가에 이르렀다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버드나무 곁에서 살았다
겨울이 되자 물이 얼었다
언 물을 건너갔다
다 건너자 물이 녹았다
되돌아보니 찬란한 햇빛 속에
두고 온 것이 있었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시 버드나무 곁에서 살았다
아이가 벌써 둘이라고 했다
역전 사진관집 이층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한 밤에도 덜커덩덜커덩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관에서
낙타와 고래를 동무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무 때나 나와 기차을 타고 사막도 바다도 갈 수 있는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 그 먼 곳에 갈 수 있는
어렸을 때 나는 역전 그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이루어져 비행기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다녀봤지만, 나는 지금 다시
그 삐걱대는 다락방에 가 머물고 싶다
아주 먼 데서 찾아왔을 그 사람과 함께 누워서
덜컹대는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 소리를 듣고 싶다
낙타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
다락방을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싶다
그 사람이 날 찾아온 길을 되짚어 가면서
어두운 그늘에도 젖고 눈부신 햇살도 쬐고 싶다
그 사람의 지난 세월 속에 들어가
젖은 머리칼에 어른대는 달빛을 보고싶다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날을
다시 그 삐걱대는 사진관집 이층에 가 머물고 싶다
법 김용락
7월의 과수원은 일렁이는 바다이다
중심을 알 수 없는 구름이 그 위를 떠간다
햇살을 받고
일정한 비율로 과육을 성장시키는
푸른 빛은 정당한 것인가?
사과의 팽팽한 탄력을 보며 윤리를 느낀다
비애를 숨긴다
인생을 모르니 사랑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성장은 현자들만의 것은 분명 아니다
배교 조연호
색약인 너는 여름의 초록을 불탄 자리로 바라본다
만약 불타는 숲 앞이었다면 여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겠지
소년병은 투구를 안고 있었고 그건 두개골 만큼이나 소중하고
저편이 이편처럼 푸르게 보일까봐 눈을 감는다
나는 벌레 먹은 잎의 가장 황홀한 부분이다
풍문 이혜미
진물 흐르는 여름입니다 작은 問을 통과하여 불투명한
표식을 나누어 가진 지도 어느덧 오래전 일이군요 나는 당신을 서투른
각도로 기억하고, 당신은 나를 혐이 없는 치정으로 여기니, 서로에게
크게 부박한 일은 아니었겠지요
무형의 구름 속에서 흐리고 분별없는 비밀들이 자욱하게 뿌려진다는
것이 두렵진 않은가요 무릎을 모으고 작게 웅크려도 문은 줄어들고
아물지 못한 손금이 수선스러운 무늬를 이루며 깊어져 갔습니다 비가
멎어도 주먹을 펼 수 없습니다
바람이 드나드는 문을 모두 닫아 건 오늘
나는 호흡하고, 깊이 젖었습니다
아무것도 반사하지 못하여 타인의 창가에 턱을 괴고 거짓을 배워가던
시절, 세ㅖ가 어둠으로 차 오를 때 창은 내 얼굴을 묻히고 흘러갑니다
바깥이 캄캄할수록 형상은 안을 향하는 것 그러니 누가 낭게 깃들겠습니까
삼학년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우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를 저였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구겨지고 나서야 유병록
바람에 떠밀려 굴러다니던 종이가 멈춰선다 무었을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세계의 비밀을 누설하리라 다짐하던 때를 떠올렸다가
검은 뼈가 자라듯 글자가 새겨지던 순간이 어른거렸을까
뼈를 부러뜨리던 완력이 기억났을까
구겨지고 나서야 처음으로 허공을 소유한 지금은 안에서
차오르는 어둠을 응시하고 있을까
안쪽에 이런 문장이 구겨져 있을지 모른다
빛의 속도를 따라잡으면 시간을 거스를 수 있지만 어둠은
시간의 죽음, 그 부피를 측량하면 시간을 지울 수 있을 것...
문장을 완성한 후에 의미를 깨달은 것처럼
종이는 상처를 끌어안은 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내 눈동자에서
어떤 적의를 발견한 듯이
구겨진 몸을 다시 펼치지 말라는 듯이 품 안에서 겨우 잠든
어둠을 깨우지 말아 달라는 듯이
공복의 기쁨 강신애
나는 즐겨 굶네
아니 굶는 것이 아니라
조개가 뱃속의 모래를 뱉듯
내 속의 더러운 것들
조금씩 토해 놓네
내 몸은 書標처럼 얇아져
어느 물결 갈피에나 쉽게 끼워지네
마술사가 감춘 모자 속 비둘기처럼 작아지네
품과 품 사이로
꽃향기, 바람 머물게 하네
랄라....... 모든 관계가 허기로 아름다워지네
눈도 맑아져
온갖 잡동사니 투명하게 들여다 보네
즐겁게 육체를 망각하고
풀잎 속으로 들어가네
오, 공복의 기쁨
공복의 포만
구둣방에서 임강빈
구두의 밑창이나
인생이나 서서히 닳아간다
둑길을 밟다가
아스팔트 위에서 혹은
비탈길을 오르다가 조금씩 닳아간다
닳아가는 것은 매한가지
구두는 창을 갈 수 있지만
새로 맞춰 신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안되는 것이 인생
나는 어디 쯤 걸어왔을까
구두 한 켤레 맞추러 왔다가
모양도 가지가지
진열장의 구두를 보며
그 밑창에 눈길을 주며
걸어가는 방향은 서로 달라도
언젠가는 닳아 없어질 것이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본다
참 오랜만의 일이다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오래된 테이프 백상웅
지난 사랑은 비디오나 카세트처럼 미세한 모터 소리를 낸다
지루할 때는 앞이나 뒤로 재빠르게 넘긴다
우리는 테이프를 꺼내 녹화를 뜬다 우리의 과거는 십 센티만큼의
미래에 둥글게 말리고 있다
그러니까 어느 골목에서 갑자기 과거의 사랑이 재생되더라도
놀라면 안된다 우리는 그저 먹먹해지면 되니까
과거와 미래는 뒤바뀐 기억이다 지금 사랑하면서 우리가
예전에 지나온 어느 골목을 떠올리는 건 죄다
우리는 한 곡만 반복해서 들었고, 한 장면만 반복해서 보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열대야처럼 늘어진다
사랑이 저기 있는데, 리모컨을 쥐고 소파에 누워서 우리가
겨우 할 수 있는 건, 꾸벅꾸벅 조는 일 뿐이다
목소리는 변하고 얼굴은 일그러진다 필름을 뽑아내기까지
우리는 적당히 늙어간다
그림자 이근화
개의 이빨보다 질겨서
물어뜯는 것보다 핥는 것이 낫겠다
오늘 더위속에서는
그림자도 녹는다
대지 위에 달콤하게 스며든다
질투와 원마의 힘으로 빛난다
그림자의 안부를 물을 수 없고
그림자와는 식사 약속을 할 수 없다
이런 것이군
신발끈을 고쳐맨다
끝까지 달력 턱을 빼놓는다
시계 나사를 조이고 권총을 당긴다
손가락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삶이란 무었인가
기울어진 어깨는 그림자의 것인데
그림자는 담배를 피울 줄 모르고
자정부터 새벽까지 웃는다
오늘 더위는 맵다
한 사람이 자기 팔을 뜯어냈다
냉동실 가득 그림자를 채우고
팽형
파란 불꽃
갖은 양념
설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