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 이희영 / 창비
2018년 제1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Parent Interview를 편하게 부르는 말 "페인트"는 많은 부모가 아이를 낳지 않는 먼 미래에 국가가 운영하는 보육원 같은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부모를 면접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를 입양하면 나라에서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성인 부부의 경우 그 혜택을 바라고 입양하는 경우가 있고, 시설 아이들의 경우에도 입양이 되는 경우, 시설 출신이 기록에서 삭제되므로 사회생활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출신 성분의 세탁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의 보육원과 달리 소설에서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이 더 크게 주어진다. 시설의 아이들은 19세가 되면 사회로 나가야 한다.
제누 301로 불리는 18세 남자가 주인공이다. 제누 301이 속한 시설의 관리자들은 진실한 부모를 찾아 주기 위해 실적에 매이지 않는다. 제누의 마음에 맞는 부모 예정자를 만났으나 홀로서기로 한다.
* * *
아이가 태어나서 부모의 보살핌으로 고치에서 나가듯이 성인 남녀도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통해 부모로 자라게 된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독립하면 부모도 아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독립은 한쪽에서 선언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쌍방의 묵시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특별히 자녀가 결혼하여 독립한 후에는 각기 부부의 일이 우선순위 최상위에 있어야 한다.
청소년 문학이라지만 어찌 그 연령대만을 위한 소설이겠는가. 줄거리가 선명하고 작가의 문제의식도 도드라져 보인다. 작가가 제시하는 십 대를 위한 바람직한 부모의 상은 "친구"인 듯 보인다. 나는 내 아이들의 십 대 시절에 그것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였고 아버지로 군림하려고 눈에 힘을 잔뜩 주었던 것 같다.
* * *
우리가 원하는 진짜 어른은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다고 믿고, 자신들이 모르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112
"우리라 꼭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냥 친구가 되면 않될까? 십대들에게는 부모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잖아. 부모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친구에게는 하잖아." 162
"한 가족이 된 것을 기뻐할 때도 있을 테고, 후회할 때도 있을 거야. 너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야. 얼굴, 표정, 목소리만으로 서로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알 정도로 가까워지겠지. 그렇게 되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야. 내가 친구들과 그랬듯이. 해오름과 부부가 되었을 때 또 그랬듯이."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