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지고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해지니 가을이 왔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때입니다. 무릇 가을이 오면 단풍놀이를 가야 하는 법. 단풍 절정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막상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는 기간은 짧기에 여행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단풍, 누구보다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2023년 쏘카가 선정한 여행하기 좋은 단풍 명소 1위~4위 4곳을 소개합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단풍을 즐기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봅시다. 참고로 전국 21개 주요 유명산의 단풍현황은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단풍 명소'가 이곳?…설악산도 아니고 남이섬도 아니네
모빌리티 혁신 플랫폼 쏘카는 차량 정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2년 쏘카 이용자들이 많이 찾은 단풍 명소 10곳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정차 데이터는 전국 단풍 명소 기준 반경 500m 이내 1시간 이상 시동을 끄고 정차한 쏘카 차량의 위치를 기반으로 추출했습니다.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쏘카 이용자들은 지난해 단풍철(9월30일~11월6일) 경주불국사를 가장 많이 찾았습니다. 이외 ▲남이섬 ▲화담숲 ▲남산둘레길 ▲서울숲 ▲관방제림 ▲전주한옥마을 ▲아침고요수목원 ▲경복궁 향원정 ▲부석사 등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었던 지난 2020년 단풍철(9월30일~11월1일)과 비교해 가장 정차량이 급증한 곳은 하늘공원이었습니다. 이 기간 하늘공원의 정차량은 377% 증가했습니다. 불국사의 정차량도 2020년 단풍철과 비교해 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대별로 찾는 단풍 명소의 유형도 달랐습니다. 20대는 하늘공원, 남이성, 전주한옥 등 접근성이 좋은 평지 위주로 정차량이 높았고, 40대 이상은 부석사, 오대산 선재길, 낙안읍성 등 도심 외곽의 산이나 사찰을 많이 찾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주 단풍 명소 가을 여행지 불국사100% 즐기기
추억 속 경주는 늘 봄이었습니다. 그 시절 수학여행 대부분이 학기 초 이뤄졌으므로 가을에 관한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봄도 좋지만, 불국사는 가을날의 풍경이 한 수 위입니다.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단풍의 물결이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인데요.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물 든 불국사의 풍경은 가을날의 멋진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경주 불국사 단풍을 조금 더 즐길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불국사 최고의 포토존은 누가 뭐래도 대웅전 길목의 청운교와 백운교입니다.학창시절 이 돌계단 앞에서 ‘V’를 그리며 찍은 단체 사진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현재의 불국사는 임진왜란 때 건물 대부분이 소실된 것을 1970년대 초 복원한 결과물입니다. 연간 10만2500명을 투입한 대공사. 천년의 세월을 복원하는 데 불과 4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정부가 재벌의 시주금과 국고를 끌어다 절을 재건하면서 국민 관광지로 거듭났고, 오랜 기간 인기 수학여행지로 군림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원형 그대로 재건했다고 천명했지만, 연못이 있어야 할 자리에 흙을 매우면서 청운교와 백운교는 다리의 기능을 잃게 됐습니다. "복원된 불국사에서는 그윽한 풍경 소리 대신 씩씩하고 우렁찬 새마을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법정의 『무소유』 중)"고 아쉬워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벌써 반세기가 흘러가 버린 이야기입니다. 마침은 청운교와 백운교 일대는 단풍이 고왔습니다. 가을 소풍에 나선 중학생 무리와 중년의 단체 관광객이 정겨운 포즈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여럿 보였습니다.
불국사 일주문에서 석굴암을 잇는 산길이 2.2㎞가량 이어지는데, 오동수 약수터 일대도 단풍 명소입니다. 단풍나무 늘어서 이른바 단풍 터널을 이루는 곳입니다. 최귀필(57) 문화관광해설사 "경주 사람이 꼽는 최고의 단풍 명소다. 찻길이 있지만, 가을에는 산길이 더 붐빈다. 27일까지 단풍이 절정일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불국사를 둘러본 후 경주 가볼만한곳
현재 경주 최대의 번화가는 황남동입니다. 최신 유행을 접목한 한옥 카페와 식당, 액세서리 가게가 줄을 잇습니다. 원조인 이태원 경리단길은 쇠락했지만, 황리단길은 여전히 핫합니다. 하루가 멀다고 골목 안쪽으로 근사한 새 집이 들어섭니다. 경주 레트로 여행이 뜨면서 대릉원도 특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릉원이 좋은 건 반대로 특유의 느긋함 때문입니다. 번잡한 황리단길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릅니다. 미추왕릉을 비롯한 고분 30기가 약 12만6500㎡(3만8200평)의 너른 평지 위에 너그러운 자세로 들어앉아 있습니다. 고분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기도 하거니와, 길도 능을 따라 둥근 곡선을 그리며 이어집니다. 왕의 무덤가를 한가로이 거니는 맛이 제법 큽니다. 유아차를 끌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땅이 평탄한 것도 장점입니다.
지난여름 대릉원을 찾았지만, 가을날은 운치가 또 달랐습니다. 고분 사이사이에 뿌리내린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제각각의 가을빛을 뽐냈습니다. 관광객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나무 밑에 들어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대릉원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황남대총 주변의 단풍이 유독 화려해 관광객이 많이 몰렸습니다.
셀카 놀이에 빠진 한복 차림의 젊은이들, 은행잎을 던지고 노는 꼬마들을 질투를 누르며 지켜봤습니다. 전국구 명물로 통하는 황남대총 뒤쪽의 목련 나무엔 가을에도 연인들의 줄이 이어졌습니다. 하얀 꽃은 떨어지고 없지만, 목련 옆의 청단풍나무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550m가량 이어지는 대릉원 돌담길도 연인들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경주 서면의 도리마을은 새로 뜬 핫플레이스입니다. 경주 서쪽 인내산(534m) 기슭 은행나무숲에 둘러싸인 자그마한 농촌입니다. 은행나무는 본디 마을 안쪽에서 묘목 판매를 목적으로 심었다고 합니다. 한데 판로가 막히면서 울창한 숲이 됐고, 되레 관광 명소로 거듭났습니다.
도리마을 김연하(58) 이장은 "3년 전부터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웨딩 촬영 성지로 통한다더라. 가을철 하루 많게는 3000대가 넘는 차가 드나든다"고 전했습니다. 변변한 식당 하나 없지만, 마을 주민이 농산물과 먹거리를 들고나와 손님을 맞고 있었습니다.
대략 1만6500㎡(5000평) 규모의 은행나무 숲은 여느 가로수 길과 다릅니다. 빈틈없이 은행나무로 빽빽합니다. 이 이국적인 풍경 덕에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주민이 170명 남짓한 농촌이지만, 인스타그램 관련 게시물은 2만 개를 훌쩍 넘깁니다.
숲은 아담해도 ‘사진발’ 하나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늘로 쭉쭉 뻗은 은행나무 수백 그루가 두 팔을 벌린 채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안쪽으로 드니, 노랑 빛에 파묻힌 듯한 인생샷이 자동으로 완성됐습니다.
시내에서 불국사로 가는 길에는 통일전이 있습니다. 김춘추와 김유신, 문무왕의 영정이 모셔진 장소. 이곳의 은행나무길도 소셜미디어에선 이미 이름난 포토존입니다. 통일전 삼거리에서 통일전 입구에 이르는 3㎞ 도로 양쪽이 은행나무로 빼곡합니다. 2018년 겨울 대대적인 가지치기 작업 이후 예전 같은 풍만함이 사라졌어도 관광객은 여전했습니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듯 차량 대부분이 속도를 낮춰 은행 터널을 빠져나가면 됩니다.
-주소: 경북 경주시 진현동 산 70-2
-전화문의: 054-746-9913
-입장료: 성인 6000원, 청소년/군경 4000원, 어린이 3000원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 무료
-입장시간: 주중 오전 9시~ 오후 5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8시~오후 5시 (연중무휴)
-주차: 유료주차장 (승용차 기준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