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글쓴이 에린남 | 펴낸이 상상출판
6년 전에 12자 장롱과 옷장 두 개, 신발장들을 싹 버리고 7톤이 이사 왔다. 이사아저씨가 혀를 내두르셨다. "신혼집이 이 정도로 잔짐 많은 거 첨 봤다. 70대 할머니 이삿짐 같다"라고 말했었다. 이사 오고 큰 책장과 옷장을 두 개를 더 샀다.
그렇다.
나는 ‘맥시멀리스트’인 것이다.
집안에 한바탕 태풍이 불고, 작년 가을부터 짐 정리를 했다. 나는 결심했다.
이번엔 5톤으로 이사를 해야지. 짐 정리를 하고 하고 하고 또 했다.
잊고 있던 짐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우리 딸 만두찌가 입었던 아기 옷들, 아기용품들이 버글버글 모여 있었다. 아기의자 등받이는 만져보니 삭아서 바스러졌다.놓아줄 때를 놓친 아이들이다. 오래된 러닝홈, 영아를 위한 기린목 미끄럼틀, 보행기. 아기용 텐트는 4개나 되고. 전자기타는 8개나 된다. 수동카메라는 왜 이리 많으며, 돗자리는 6개나 나왔다. 이사 올 때 아기 짐만 1톤이라고 기함을 토하던 아저씨보고 과장이 심하시네 했는데 직접 정리하다 보니 아저씨 말이 옳다.
베란다 쪽 한쪽 벽에 붙어있던 철제 선반 내용물을
없애고 선반을 없앴다. 화분 10개는 드림하거나 버리고 나니 공간이 생겼다. 우리 집 베란다가 이리 넓었구나. 이사 올 때부터 꿈꿨던 베란다 수영장을 이사 와서 처음으로 해봤다. 애가 다 크고 나서 실행하다니 웃긴다.
지지난번 주에 이삿짐센터 아저씨가 오셔서 집을 둘러보고 “이 정도 <보통 집> 이삿짐은 5~6톤 정도다.”라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희열을 느꼈다.
‘<보통 집>이래!’
여러분!
저 이제 <보통 집>에 살아요.
하지만 이걸로 만족하기 싫어. 5톤으로 이사하고 싶어.
뭘 어찌해야 할까.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은 꽤 읽었는데 정리 1순위가 책이었다. 책은 버리면 후회하게 되던데
저자들은 책 안 읽고 사나? 자기들도 책을 쓰면서 왜 책부터 처분하라는 거야. 와닿지 않게...그렇지만 이 책은 무작정 버리라고 하지 않았다. 읽고 안 맞는 책만 처분하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인테리어책 하나는 10년 전 유행하던 DIY 스텐실류를 담고 있네.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니 처분하자고 마음먹고 안보는 책들은 정리했다.
저자는 본인을 초보 미니멀리스트로 지칭하고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다른 미니멀리즘 책들보다 옷 분류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적어놨다. 내 옷장은 지지난번 달에 한번 엎었다. 임신했을 때 입었던 원피스들과 신혼여행 갔을 때 입었던 옷들을 과감히 처분했는데도 옷장에 옷은 여전히 많아서 당혹스러웠다. 이 책에서 보고, 좀 더 옷장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참 멋지다.
새로운 걸 보여주고,
용기를 갖게 하기도 한다.
요즘 다시 맥시멀리즘이 유행한다고 한다.
나는 보통 집이 좋다.
작은 집은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저자처럼 집안일이 싫으니
언젠가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말꺼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