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다리로 전력질주하는 경기이다.
더구나 몸을 부디치는 일은 흔한 일이다.
태어나서 수 백번 축구경기를 해 온 나로서도 이런 조화로운 팀은 구경 못 했다.
박정교,함성주와 그 아들(11살),박병한,황찬홍,이철산,양재수,김응선,김진엽이네동네형(4년선배,상고졸업)정원모,이승재,김경만(후반전 투입)임영준.
후보자:김진엽,김동만,양승렬.
나는 골을 안 먹는 작전으로 골키퍼를 자청했다.
24회는 우릴 시합전 부터 평가를 끝냈는지 단골 골 키파 괴물을 심판으로 세우는 여유를 부렸다.
나는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다치지 않기를 바랬다. 다들 몸이 굳어 있는데다, 스트레칭이고 뭐고 알 지도 모르는 25회 애들이기 때문이었다. 표정은 이미 승부는 포기 한 듯 하고 쪽 팔려 기권패를 외칠 수도 없는 막다른 지경에 이른 상태였다.
중학교축구장이라 그 나마 좁아 다행이었다.
처음엔 안되면 깐다는 작전으로 나가자던 우리팀은 24회애들 한테 계속 깍이고 있었다.
가들은 전부 축구화를 신고 우리는 평상화에 운동화가 다 였다.
원동학이의 개인기는 화려했다. 근데 가도 너무 몰다 보니 정작 슈팅 할 때면 내 앞으로 공을 쐈다.
쉽게 걷어 내거나 받았다. 나는 저 정도 라면 비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서 약간의 자신감이 솟았다.
문제의 한 골은 이승재로 부터 였다. 우리 진영에서 아웃된 공을 승재에게 패스하자 발에 힘이 없는 승재가 응선이에게 느리게 백 패스 하자 상대방 공격수가 볼을 낚아 채려 달려 들었다. 당황한 응선이가우물쭈물하자 내가 외쳤다. "빨리 밖으로 차내!" 당황한 응선이가 냅다 달려오는 공격수 쪽으로 찼다.
공은 상대방 정강이를 맞고 방향만 바꿔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고 멍하니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골은 정말 골 다운 골 이었고, 잠시 후 운동장엔 양재수가 아파 죽겠다고 쓰러져 누워 있는
상황에 시합자체를 끝내고 싶었다.
착잡했다.
심판 괴물이 우리사정을 아는 듯 휘슬을 조금 빨리 불어 후반전 종료를 알렸다.
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선수 : 이승재,임영준,양재수,김진엽,양승렬.
다리가 멀쩡해도 더 잘 못 쓰는 선수 : 거의 다
외인구단은 마지막에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승리하며 황혼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이
스토리의 정석이다.
속고25회의 외인군단은 경품티켓에 목을 매고 아픈 몸을 이끌고 폐회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럼에도 밤 12시까지 삼각지의 밤을 지킨 외인구단선수들의 지구력과 최선을 다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