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제주도로 돌아온 후 평일 내내 주간보호센터 다니면서 운동을 못 하였기에 토요일은 두 녀석을 무조건 끌고나왔습니다. 며칠 전 대학동문들과 갔었던 산방산 >> 용머리해안 >> 근처 맛있는 중국집 코스를 돌고 영화 한편까지 보고 오자는 계획이었는데...
지난 주 주간보호센터 다닌 며칠, 태균이가 이전에 여길 다니면서 보여주었던 이상한 모습으로 또 돌아가 버렸습니다. 먹는 것에 어마어마한 집착을 보이고, 서두르며, 뭔가에 쫒기는 듯이 계속해서 신음섞인 괴성을 지르며 짜증과 얼빠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건 다 먹으려들고 그걸 성취하지 않으면 짜증... 이렇게 앞뒤 분간하지 않는 막무가내 행동은 오래 전에 다듬어졌는데 다시 회귀하는 모습에 절망의 기분까지 듭니다. 분석하려는 마음보다는 현상의 심각성에 집중하자 마음먹고 하루를 보내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에서도 먹을 것에 집착, 산방산카페도 무조건 뛰어들어가고, 용머리해안 구석에서 파는 좌판 회까지 쭈그리고 앉아 먹어야 했습니다. 먹을 것에 쫒기고 있는 양, 서두르고 떼쓰고 집착하고... 경기파장이 또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태균이의 행동양상들입니다.
무엇보다 자꾸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걱정입니다. 태균이 경기파 움직일 때 스스로 외부의 시각적 입력을 피하곤 하는데요... 자꾸 눈을 감으면서 급해집니다. 급해지는 자극예민성 Irritability 행동은 태균이의 경기파장을 눈치채게 하는 지표입니다.
이러니 또 야외에서도 종일 걱정만 되고 왜 주간보호센터만 가면 이런 모습으로 돌변하는지... 다 끝냈다 싶은데도 그런 모습의 재탕은 심신을 정말 어지럽게 합니다. 이미 지정된 시간동안 자유롭지 못한 활동제약이 너무 싫은걸까? 딱히 이것도 아닐텐데... 저번에도 그랬듯 먹을 것에 어마어마한 집착을 하는 것을 보니 센터에서의 손도 거의 대지않는 점심식사에 대한 보상을 찾으려는 것인지...
결국 영화관에서도 일을 냈습니다. 어제 본 영화는 '듄, 파트2'였는데 생각보다 상영시간도 길고 환타지 화려한 장면이 많을 것이라 예상과 달리 대사도 너무 많고 로맨스장면이 조용히 펼쳐지니 저같은 사람도 집중해야 봐야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태균이가 지루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준이는 참고 보긴했는데...
결국 중간에 참지못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일단 데리고 나왔는데... 준이는 안가겠다고 하고. 하는 수 없이 태균이더러 바깥 휴식공간에서 있으라하고 우리는 마저 보고 나오니 거의 밤 10시. 7시20분 상영분을 보았으니 긴 영화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태균이가 없어져 버린 것!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도 없고... 보통은 지루하다 싶으면 차에 가있곤 하는데 차 근처에도 없고... 112에 신고하자 경찰차에 119소방차에, 서귀포 시내 비상차량은 다 동원된 듯 합니다.
롯데시네마가 있는 월드컵 경기장 진입하기 전 맥도널드가 있는데 아무래도 거길 찾아서 가지 않았을까... 예상되는데, 제가 일단 현장은 지켜야 될 것 같아 차근처에 있었더니 역시 이마트 부근에서 찾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경찰들은 이마트를 찾아서 간 것이라 보지만 맥도널드를 찾으려다 그 길로 간 것이라 보여집니다.
종일 뭔가에 씌운 듯이 짜증과 성급한 모습에 시달리더니 끝내는 이렇게 무대뽀 이탈까지 해버리고... 이건 태균이의 모습이 아닙니다. 전두엽 경기할 때 보였던 비이성적 행동들의 확장판입니다.
또다시 주간보호센터를 어떻게 해야될지 심한 고민줄에 들어서게 됩니다. 제주도 돌아와서 다시 보내지 말았어야 했나 급후회와 함께 대책이 참 어려운 사안입니다. 안 보내려면 준이까지 같이 안보내야 가능한 일이라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한숨만 나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규정한 스트레스 한계를 넘어설 때 자기 나름의 외부표현 행동들이 극단적일 때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태균이의 불안정모드가 주간보호센터 라는 곳이 묘하게 자극하는 요소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한번 시작하면 계속 하려는 패턴적 강박이 강하다보니 그 모순사이에서 태균이의 고질병이 확 드러나는 듯 합니다.
너무 힘든 주말, 날은 화창하고 제주도 모든 풍경은 마냥 반짝거리는데 마음은 너무나 무거운 하루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태균이 머리를 막 쥐어박게 됩니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두 손을 계속 빌어대는 태균이... 전두엽을 깜빡깜빡하게 만드는 이 요소가 너무 궁금합니다.
첫댓글 쉽진 않으시겠지만, 태균씨만 잠깐 집에 두고 준이만 재빨리 주간보호센터에 데려다주고 오는 방안을 마련하셔야 할 듯합니다. 준이는 확실히 경기파가 잡힐때 쯤 주간보호센터도 동시에 다니니 표정도 더 좋아보이네요. 태균씨는 바람의 아들처럼 자유롭게 지내야하니 고민이 크실 것 같습니다.
주간보호센터랑 의논하셔서 진종일 참관을 해 보시면 원인을 알듯 싶습니다. 딱히 허락이 안될 것도 없다고 봅니다. 그간 있었던 태균씨의 상태를 소상히 설명하고요. 장애가 있으니 모든 일에서 협업이 가능해야 합니다.